싱가포르의 도시문제

 싱가포르 인구 590만 명 중 이주민이 200만 명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생활 수준이 낮은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대부분 말레이시아계)로 부터의 취업 이주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이 추세는 계속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싱가포르는 2018년 전 인구가 도시에 거주하는 ‘100%’ 도시화된 나라‘가 되었으며 꾸준한 간척사업과 얼마 없는 녹지 지역을 개발하고 있으나 여전히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 지역 중 하나이다. 

 위 지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일부 외곽지역을 제외하면 녹지 지역과 인구과밀 지역이 명확하게 구분 되는 등 한정된 공간에 밀집해 살고 있으며 2010년 서울연구원 데이터에 따르면 시가화 지역 인구밀도는 서울이 싱가포르보다 2배 가까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토지 이용 측면에서 보면 서울의 녹지 및 오픈스페이스 비율이 30.9%인 반면 싱가포르의 공원 및 자연보호지 비율은 8.1%에 불과하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싱가포르는 최소한의 녹지 면적을 유지하면서 실질 인구밀도를 서울의 절반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 효율적인 개발을 하고 있지만 서울은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이며 수도권 신도시로의 인구 배출이 가능하고 여차하면 30%에 달하는 보전지역 일부를 해제하여 새로 개발이 가능하지만 싱가포르는 계속 이주민들이 유입해오는 인구증가 국가이며 간척으로도 그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우며 영토의 일부(19%)가 군사지역으로 묶여 있어 가뜩이나 좁은 면적을 더 압축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 필연적인 한계가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코로나 사태 당시 신규주택 건설이 미루어지며 기존 입주 예정자들이 자가 소유 대신 일시적으로 임대주택을 구매하여 주로 외국계 이주민이나 유학생이 이용하는 임대주택의 가격이 크게 올랐으며 코로나가 진정된 후에는 주재원들이 대거 귀국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주택 가격 상승을 유발해 코로나 이전 대비 평균 16%의 상승률을 기록하여 가난한 이주민이나 유학생들은 기존 주택이 있음에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더 불량한 여건의 주택을 찾아 떠나거나 아예 집을 구하지 못하기도 하는 등 주택 공급 부족과 인구과밀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싱가포르 도시문제의 대응방안 

1.싱가포르 주택공급의 기초적 제도와 각종 규제 정책

 싱가포르는 주택개발청이 공급하는 공공아파트가 전체 주택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자가 비율도 90%에 육박한다. 전반적인 주택 정책은 주택개발청이 공급 전반을, 국가개발부와 도시개발부가 도시계획을 담당하고 있다. 싱가포르 주택공급의 가장 큰 특징은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정책으로 국가가 국유지에 지은 공공아파트를 99년간 임대 형식으로 제공하여 공공주택 건설 시 부지매입 비용이 들지 않아 그 비용으로 소득에 따라서 지원금을 제공하기에 국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이때 공공주택의 경우 5년이 지나면 주택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으나 반드시 주택개발청의 중개를 통해서만 거래 가능하며 이 경우 민간업자에 비해서 보다 정확한 심사 및 가격 결정이 이루어지므로 주택 판매자가 최대한의 이익을 얻을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도시계획 장기 컨셉플랜 4가지 중에서도 ’고품질의 저렴한 주택‘을 가장 우선으로 선정하였고 중기계획 마스터플랜에서도 ’다양한 입지에서의 더 많은 선택권‘이나 ’선택할 수 있는 더 많은 주택 옵션 제공‘ 등 주택 공급 사안이 첫 번째로 나올 정도로 싱가포르는 주택 문제에 사활을 다하고 있는데 이로부터 비롯된 다양한 규제 정책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는 다양한 유형의 복합 용도지역 마련으로 총 31개의 용도지역을 설정하였고 각각 용도지구마다 주거, 상업, 비즈니스 요소가 다양한 비율로 혼합되어 있어 상황에 따라 적절한 용도지역을 선택하여 상업서비스 수요나 주거시설 수요에 따라서 유연한 주택 건설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둘째는 개발밀도 규제 정책으로 고정된 규제가 아닌 도시 공간 내의 위계질서에 따라 탄력적인 용적률 규제를 시행하는데 특히 오피스 용도 건물을 복합 용도 건물로 전환하는 경우 30%의 추가 용적률을 부여하고 주거지역들도 그 위치에 따라서 용적률를 다르게 정해두고 있으며 건폐율 역시 통상적으론 용도지역에 따라서 정해지는 반면 싱가포르는 주택의 유형에 따라서 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세 번째는 고층주택에서의 최소내부면적과 건물당 최대 호수를 규제하여 인구 과밀 문제를 예방하고 있으며 한 세대당 최소 35m², 기본적으로 85m² 이상의 면적을 보장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높이 규제 정책으로 아파트 층수에 따른 용적률 제한, 여유 있는 층간 높이 규정을 시행 중이며 건물 중간에 테라스형 공용 정원 공간을 만들 시 건물 높이 인센티브를 부여하면서 고층주택임에도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한다. 

 단, 위와 같은 정책들은 싱가포르 토지의 대다수가 국유지이고 토지를 임대 형식으로만 제공하는 싱가포르의 제도적 특수성으로 인해 그 효과가 증대되는 점이 있다. 

 

2.공공 부문의 PLH 개발과 민간 부문의 통합형 개발

 2021년 싱가포르 주택개발청이 선보인 도시 중심지에 중산층과 저소득 가구가 공동으로 거주할 수 있는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PLH(Prime Location Housing)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PLH 모델이 적용된 1차 계획에서는 역세권 지역에 47층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어 1천 세대를 수용할 계획이며 높은 보조금을 지급하여 기존 공공주택들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될 예정이다. 특히 PLH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매입하여 투기 목적으로 쓰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최초로 재판매 시 지급된 보조금을 환수하고 기존 5년의 거래금지 기간을 10년으로 늘려 단기간의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득을 보지 못하게 하였고 영구적인 아파트 전체 임대를 금지하고 재판매 시 자격조건에도 일정 기간 사유재산 처분 기록이 없어야 함을 추가하면서 투기 목적의 판매에 대한 여러겹의 방어벽을 구축해 두었다. 또한 주거환경의 측면에서도 역세권과 가까워 직주근접이 이루어지고 저층에 생활편의시설을 입지 시킨 고층고밀복합주택으로써 거주민의 만족도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민간 부문에서는 결이 비슷한 통합형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통합형 개발은 PLH 개발이 역세권 주변에서 시행되는 것처럼 버스환승센터나 지하철역이 입지한 곳에 일상에 필요한 주거 및 편의시설들을 통합적으로 입지시킨 것으로 기존의 주거-상업이 복합되는 용도지역과 화이트존 용도지역이 이러한 통합형 개발지역으로 사용되고 있다. 

 

3.지하 공간 개발과 마스터플랜

 영토가 좁은 싱가포르의 특성상 간척을 통해서 꾸준히 영토를 확장해 왔으나 물리적인 한계와 환경문제에 직면에 지하 공간의 개발이 중요한 대안으로 떠올랐으며 기본적인 지하 교통망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지원시설들을 지하에 입지 시켜 지표의 사용 가능 면적을 확대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하공간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지질학적 조사 결과 싱가포르 중부의 화강암 지대와 동북부의 화성암 지대가 지하공간 개발에 적합한 부지로 선정되었고 남서부 암석층의 경우엔 암반의 변화가 심해 보강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에서 상대적인 개발 난이도가 높은 지역으로 선정되었다.

 싱가포르가 현재 시행중인 지하공간 개발 정책으로는 크게 도시기반시설의 지하화, 암반 지하 탄약 저장시설, JRC 프로젝트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도시기반시설 지하화는 지하철이나 지하주차장 건설을 넘어서서 모든 철도망의 지하화와 고속도로의 지하화 작업이 시행중이며 하수처리시설과 전력 송전망의 지하화를 진행하고 있다.

 1999년부터 시작된 암반 지하 탄약 저장시설은 최초의 암반 지하 공간 사업으로 약 4km²의 면적을 다른 용도로 쓸 수 있게 되어 지하 개발의 효용성에 대해 알려주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론 JRC(Juron Rock Cavern) 프로젝트인데 일종의 거대 유류고로 2014년부터 건설이 시작되었다. 석유 화학 산업 단지가 입지한 주롱 섬의 해수면 지하 150m에 건설되었으며 약 0.6km²의 지상 면적을 확보했다고 알려졌다. 

 이 외에도 싱가포르 당국은 지하 공간 개발 테스크포스를 가동해왔고 범국가적 차원에서의 지하 공간 개발 마스터플랜을 계획하였으며 그 중 일부인 지하 과학 도시 프로젝트는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과학 공원 부지 아래에 수직 갱도로 연결된 200,000m²의 첨단 연구 시설을 건설하는 계획이며 지하 저수 시설은 현재 지상에 위치하여 공간을 소모하고 있는 18개의 저수지 일부를 지하화 하고 지상의 남은 저수지와 연계시키는 계획이며 이 과정에서 지하 100m에 건설된 저수지의 위치(낙차)를 이용한 양수 발전시설 역시 구상 중이며 지하 자동화 물류 이송 및 저장 시스템은 항만에서 지하를 통해 바로 화물을 하역하고 지하 고속철도 시스템으로 중부에 위치한 지하 저장 시스템까지 운송하는 방안으로 육상교통의 과밀을 줄일 수 있고 말레이시아의 고속철 계획과 통합되어 동남아 전체의 물류망과 연계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응 괜찮으면 다음 편이랑 결론도 올려보겠음


참고한 논문

이지은, 「도시계획적 종합 처벙으로서의 고층주택 공급: 싱가포르 사례 연구」, 󰡔주택도시연구󰡕 13권, 주택도시연구, 2023, 23~45쪽.

이희석 외 2명, 「싱가포르 지하공간 개발의 현황 및 이슈」, 󰡔터널과 지하공간󰡕 28권 4호, 한국암반공학회, 2018, 304~3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