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도시문제

  홍콩의 가장 대표적인 도시문제는 바로 주택 부족으로 인한 ’닭장 아파트‘이다. 위성지도를 보면 싱가포르(우)에 비해 훨씬 넓은 녹지 지역을 가지고 있으며 인구 대비 면적도 상대적으로 넓어 녹지 지역을 개발한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처럼 보이나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 홍콩은 과거부터 낮은 세율을 기반으로 하여 금융 허브로 성장하였는데 이 때문에 홍콩 정부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없어 정부 소유 토지를 장기 임대 형식으로 경매에 붙여 재정을 충당하였다. 이 과정에서 홍콩 정부는 굳이 추가 수익을 위해 세율을 올려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자유로운 경제시장을 유지하면서 다른 땅들을 공공용지로 분배하거나 가격을 조정할 동기를 잃은 것이다. 결국 공공주택 용지로 쓰여야 할 토지들도 경매에 붙이게 되어 홍콩 전체 면적 중 공공주택 용지로 쓰이는 3.7%에 불과하다. 즉 토지의 면적보다 토지의 비효율적 이용이 핵심 원인인 것이다. 

 이와 더불어 홍콩 중산층들이 고용한 동남아계 가정부와 영국령 시절에 유입된 남아시아계 육체 노동자들과 본토의 저소득층 중국인들까지 주택을 요구하여 과거부터 불법 무허가 주택들이나 좁은 아파트들을 다시 칸막이로 분할한 ’관짝 집‘까지 등장하였으며 당국은 공공 임대주택 보급 정책을 추진 중이나 그마저도 대기 기간이 10년을 넘는 등 주택공급과 삶의 질에 있어서 전반적인 문제가 일어나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 판데믹 상황에서 이 문제가 심화되어 3평에 불과한 아파트에서는 자가 격리가 불가능하다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또한, 상술한 비효율적 토지 이용 측면에서도 문제가 드러나는데 바로 오픈 스페이스 공간의 부족과 녹지 지역과의 접근성 문제이다. 홍콩의 경우 섬의 상당수가 녹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주요 공원들이 인구 밀집 지역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도심 거주민들이 쉽게 공원을 이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그나마의 녹지 공간들도 레크리에이션 기능이 부족하여 오픈 스페이스로써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교류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홍콩의 1인당 오픈 스페이스 면적은 싱가포르의 3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한다. 이는 80년대 시민들의 공공 공간 요구와 상업적 논리가 맞물려서 등장한 ’민간 소유 공공 공간‘의 등장에서 기인하는데 민간 소유자들이 쇼핑몰과 같은 민간 소유 공공 공간을 개방함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편의시설의 부족으로(벤치나 휴게실, 정원 등) 상업 시설을 이용해야만 편의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치명적인 문제로 홍콩은 오랜 기간 실질적인 ’공간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홍콩 도시문제의 대응 방안

1.고층고밀주거 계획 기법

 우리는 흔히 홍콩 하면 구룡채성과 같은 거대한 아파트형 슬럼이나 도심의 빈민가들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홍콩의 고밀도 거주환경과 각종 사회적 지표들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홍콩의 고밀도 주거 적합도는 대단히 높은 수준이며 이는 두바이, 쿠알라룸푸르와 비슷한 정도이다. 두바이와 쿠알라룸푸르의 인구밀도가 각각 400명/km², 2,000명/km²에 불과한 것을 보면 인구밀도가 7,000명/km²에 육박하는 홍콩이 대단히 효율적인 고층고밀주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홍콩의 적합도는 싱가포르에 비해서는 조금 뒤지지만 홍콩의 넓은 녹지 면적을 고려하면 홍콩의 압축적 고밀도 개발을 보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고밀도 환경에 대한 개인의 인식도 영향을 미치는데 홍콩의 경우 40~60층 정도의 아파트를 고밀도 환경으로 인식하며 여기서도 공간의 개방성이나 간판의 수, 용적률, 교통이나 조명 수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홍콩의 고밀도 주거지 건설은 크게 4단계로 나누어 지는데 50~60년대의 1단계 계획에서는 홍콩주택청 설립 초기부터 중저층 규모의 공공주택을 보급한 것인데 여기서는 주택 과밀 문제가 나타나 폭동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그 다음은 70~80년대 영구임대주택 공급 정책으로 주거시설만 있던 이전과 달리 저층에 생활편의시설을 입지 시켜 자족적 기능을 강화했고 3단계는1985~2000년 사이 시행되었는데 여기서는 과포화된 구룡반도, 홍콩섬에서 벗어나 외곽지역에 대규모 신도시를 건설하였다. 이 과정에서 2단계보다 더욱 다양한 공공 공간을 설치하고 폐기물을 덜 발생시키는 공법을 도입하여 친환경 개발로도 불린다. 마지막은 2000년대부터 현재까지 시행되는 ’지속 가능한 주거환경‘ 공급 정책으로 고밀도 주거에서의 환경과 관련한 건강위험요소 감소에 초점을 두고 대지특성에 맞는 토지활용, 거주자 대상 설문조사 도입과 함께 3단계까지 계속 증가해왔던 층 당 세대수를 줄이고 대신 층고를 더욱 높여서 거주민의 실질적 생활반경 내에서 주거환경 개선에 집중하였다.

 또한 홍콩 주택개발청은 고밀도 환경에서의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기 위해 2가지 계획을 도입했는데 사회계층혼합과 쾌적한 공유 공간 확보이다. 사회계층혼합은 산악지형으로 분리된 홍콩의 지형적 요인에 기인한 저소득층과 중,상류층의 거주지의 공간적 분리를 완화하기 위해 추진된 것으로 기초적인 택지계획에 있어서 공공주택, 민간주택, 정부보조금 주택을 혼합적으로 구성하였고 같은 아파트 단지 내의 같은 층이라도 다양한 구조의 방들을 배치하여 세대간에도 혼합이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쾌적한 공유공간의 확보는 전통적인 저층부의 상가시설+고층부의 주거시설 구조에서 확장하여 주거지 주차장에서 바로 지하철이나 고속도로로 연결되도록 하는 교통망 구성, 저층부에 쇼핑몰을 건설하여 거주민과 비거주민 간 상호작용을 확대, 이웃한 아파트 상층부에 연결 다리를 놓는 것들이 포함된다. 이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늘어나고 있는 복합쇼핑몰과 주거지가 동시에 연결된 고급형 주상복합에서도 볼 수 있다

다.

  이어 환경적 지속가능성 추구를 위해서도 4가지 계획을 시행하였다. 통풍 및 공기 질 향상을 위해 하나의 박스형 판으로 구성된 아파트 단지를 계단식 판으로 분절하여 저층부의 공간을 확보해 통풍이 잘 이뤄지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그린빌딩 구법으로 친환경 자재의 활용과 어떤 토지형식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같은 자재로 구성되고 배치만 바꾸면 새로운 주택이 만들어지는 모듈식 주택의 도입, 소음 감소를 위해 삼수이포 지구에 도입된 곡면식 발코니를 비롯한 다양한 시설적, 디자인적 개선, 마지막으로 빽빽한 빌딩 숲에서의 채광 확보를 위해 밝은 마감재 사용과 로비와 복도에서의 채광창 확대 정책을 시행 중이다.

 

2.담론, 그리고 보존을 통한 도심 재개발-삼수이포 지구 사례

 지금까지 살펴본 대안들은 도심의 신규공간 확보, 각종 정책에서 비롯된 규제나 디자인과 같이 생성이나 파괴를 통한 것이였다. 이러한 방식은 실질적인 도시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었지만 대중들 사이에선 ’홍콩을 잃어버리고 있다‘ 라는 담론이 형성되었다. 예시로 삼수이포 지구를 보면 본래 홍콩의 구도심인 구룡반도에 위치한 지역으로 중국 본토에서 유입된 ’신이민‘ 인구가 가장 많이 거주하며 대부분 불법 이민자인 이들이 판잣집을 짓고 살았다. 

  작은 어촌항에 불과했던 삼수이포는 특히 국공내전 이후 더욱 많은 이주민들이 유입되어 50년대에는 전체 인구의 10%가 판잣집에 거주하였으며 주거환경은 열약하여 매년 대형 화재가 발생하기 일수였다. 이에 홍콩 당국은 급하게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였지만 이 역시 열약한 환경이였고 인근에는 다시 판잣집이 생겨 불량한 주거환경이 조성되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공공임대주택에서의 삶이 열심히 살고 인정이 있어 서로를 도와주었던 과거를 회상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었고 실패한 주택보급 정책이였다는 반발 역시 힘든 상황 속에서도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홍콩인 정신‘을 보여주는 홍콩 시민들이 공유하는 담론을 형성하며 정신적, 공동체적 측면에서 도시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음은 재개발의 측면에서 삼수이포를 바라보면 2010년까지 삼수이포 일부 지역의 재개발이 이루어 졌지만 주민들의 대다수는 재개발 후 삼수이포 지역 내 재정착이 어려웠다는 이유로 반대여론이 높았다. 그래서 ’역사건축 활성화 동반 계획‘를 발표하고 주민들의 정서를 고려한 문화유산 보호 계획을 수립하여 여러 건물을 보존해 나가고 있으며 시민단체들은 단순 보존에서 더 나아가 삼수이포 지역의 소규모 공방, 문구점, 길거리 노점들에게 홍콩만의 특색을 지닌 다원적 경영공간이라는 가치를 부여하여 낙후된 도심을 일종의 문화거리로 변모시켜 매년 수공예품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이렇게 삼수이포 지구는 관광객들이 꼭 찾는 명소가 되었으며 다양한 로컬 샵, 맛집, 예술촌이 공존하는 곳이 되어 꼭 낙후지를 밀어버리고 재개발 하는 것 이외에도 다른 해결책이 있을 수 있음을 제시한 훌륭한 사례이다.


참고한 논문

김민경, 「사회-환경적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홍콩의 고층고밀주거 계획기법: 홍콩 공공주택 사례를 중심으로」, 󰡔대한건축학회논문집󰡕 30권 2호, 대한건축학회, 2014, 83~92쪽.

 장정아, 「빈민가에서 문화유산의 거리로: 홍콩 삼쉬포지역 사례를 통해 본 도시권」, 󰡔동북아문화연구󰡕 36집, 동북아시아문화학회, 2013, 57~7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