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도착하자, 대장이 사용하는 드론, '뻐꾸기'를 통해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무사히 강남에 도착한 모양이군, 이슬비, 나타.]


"네. 늑대개 팀의 이슬비 그리고 나타. 작전지역에 도착했음을 신고합니다."


너무 딱딱한 것 아니냐고 나타가 뒤에서 투덜거렸지만 애써 무시했다.


[그래서, 나타. 머리는 좀 식었나? 식지 않았다면 널 독방에 넣어둔 의미가 없는데 말이지.]


"흥, 난 그저 날 짜증나게 하는 녀석을 두들겨 팼을 뿐이야."


나타는 입가를 이죽거리며 그리 말하지만,


[호오, 그런가? 난 네가 언제부터 남의 일에 그리 참견하게 된 건지 모르겠군. 그렇게 이슬비가 신경쓰였나?]


"무, 무슨 소리야?! 꼰대, 정신 나갔어!?"


특별히 언급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때, 나타와 그 대원이 교전을 벌인 이유에는 내가 끼어있다. 

늑대개 팀에서 보기 드문 여성 대원이다 보니 범죄자들이 우글거리는 늑대개 대원들 중에는 내게 흑심을 품은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그들 전원을 힘으로 제압한 뒤 격의 차이를 알려주기는 했지만, 그들은 다음부터 방식을 바꿨다. 

온갖 음담패설로 성희롱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나 작전 진행 도중에는 그들을 처벌할 수도 없기에 애써 참아내거나 흘려냈지만, 그 날은 대기 시간에 일어났던 일이었다.


한 녀석이 내게 심심하니 다리라도 벌려보는게 어떠냐고 대놓고 모욕적인 말을 던지자, 나타가 곧장 그 얼굴에 주먹을 때려박았다. 

그렇게 사태는 두 사람의 싸움으로 번졌다. 아니, 싸움이라 하는 것도 어폐가 이상할 것이다. 나타가 일방적으로 그를 두들겨 팼으니까


그 일에 대해서는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있었다. 나타가 대원들과 싸우는 건 언제나 있는 일이었고,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기분 나쁜 성희롱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도 않았고.


[그 짜증나는 녀석은 네 팀원이다. 팀원 간의 사적인 교전은 금지되어 있고. 즉결처분을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기도록.]


......역시, 대장은 나타만을 편애하고 있잖아. 그것을 모르는지, 나타는 표정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쟨 대체 마음에 드는게 뭐가 있을까?


"쳇, 여전히 짜증나는 꼰대로군. 그나저나 그 꼬락서니는 뭐야? 내가 없는 사이에 몸을 기계로 바꾸기라도 한 거야? 헷, 꽤나 잘 어울리는데?"


[이건 우리 고용주인 벌처스에서 개발한 정찰용 드론 '뻐꾸기'다. 이런 식으로 네게 지시를 내리는 것도 가능하지.]


그가 있는 힘껏 비꼬아주자, 대장은 곧바로 대답했다. 

대장은 진중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은근히 지기 싫어하는 경향이 강하고 유치한 면도 없잖아 있다.


[네가 한가롭게 독방에서 낮잠이나 자는 사이, 우리 늑대개 팀의 전력은 크게 약화되었다. 모종의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팀원 대부분이 사망하거나 전투불능 상태가 되었거든. 네가 두들겨 팼던 그 녀석도,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거 꼴 좋게 되었구만. 기왕이면 내가 직접 그렇게 만들어 주고 싶었지만 말이야. 그렇다고는 해도, 날 꺼내다니......역시 내가 없으면 안 되는 모양이지, 꼰대? 꼰대가 기르는 망할 개새끼들 중에선 내가 제일 강하니까 말이야."


"날 너무 무시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네, 나타."


나타와 본격적으로 대립해 본 적은 없지만, 내 능력이라면 나타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것도, 무기를 빼앗을 수도 있다. 

그저 신경 쓰이는 건, 나타의 타고난 듯한 투쟁본능과 전투센스. 무작정 싸우는 것 같지만, 은근히 계산이 깔려있는 나타는 까다로운 상대다


거친 웃음, 흉폭한 언행, 오만할 정도의 자신감. 그러나 싸우는 방식은 대부분 기습 아니면 뒤치기. 정면에서 싸운다는 선택지는 거의 없다.

전투광으로서의 면모는 상대를 위축시키고, 자신의 전투방식에 편견을 품게 하기 위한 위장이 아닐까 싶다.


내가 염동력을 사용해 그를 제압하는 것보다 먼저 달려들어, 물어뜯어도 이상하지 않은 게 그였다.


[기어오르지 마라, 애송이. 전력이 부족해지지만 않았어도 너 같은 미친개를 꺼내진 않았을 거야. 내가 이런 정찰용 드론, '뻐꾸기'를 사용해서 네게 지령을 내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전력이 부족해지자 그 구멍을 메꾸기 위해, 대장은 현재 우리와 떨어져 다른 임무를 수행 중인 모양이었다. 

정말로 대장 없이, 그 벌처스에서 따로 구한 감시관만으로 나타를 통제할 수 있을까?


[나는 지금 별개의 임무를 수행 중이다. 그러니, 현장에서 너희를 직접 통제할 수 없을 것 같군. 이 때문에 고용주인 벌처스 쪽에서, 대리인을 한 명 준비한 모양이다. 한동안은 나를 대신해 '그녀'의 명령에 따르도록. 그럼, 통신종료.]


대장과의 통신이 꺼지자 나타는 피식 웃으며, 손을 쿠크리의 자루 위에 올렸다


"꼰대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날 억누를 수 없어. 그 대리인이라는 녀석도 마찬가지야. 뭐, 목에 쿠크리 가져다 대고 위협하면 쫄아서 슬슬 기겠지. 일단 기선제압이나 하러 가 볼까?"


"그만둬, 나타. 그런 행동은 늑대개 전체에 대한 악영향을 불러올 거야."


"멍청하긴. 그 늑대개 팀이라는 건 더 이상 없어."


"......"


벌처스 내에서 대장의 입지는 꽤나 컸다. 대장의 목에도 초커가 달려있지만, 그는 벌처스의 무력을 상징하는 남자. 

그런 남자가 이끌고 있던 팀은 반쯤 붕괴해 그 형태조차 제대로 유지하지 못 하고 있다.


대장이 말한, 아직은 정체를 밝힐 수 없는 제 3의 인물도 함께한다고 한들, 고작 셋이서 팀을 제대로 꾸려나갈 수 있을까? 

나타의 말대로 더 이상 내가 알던 늑대개는 없다. 그 탓에 걱정이 앞서고, 고민도 크다


"난 나에게 명령하는 녀석은 그 누구든 가만두지 않아. 그게 여자든, 노인이든, 어린애든 마찬가지야!"


"하아......부탁할게, 나타. 명령을 '듣는' 건, 나 혼자 하겠어. 그 후, 나는 네게 '부탁'할게. 이런 형식으로라도, 협력해주지 않을래?"


나에겐 늑대개가 필요하다. 아니,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여기서 싸울 수도 없게 된다면, 나는 그동안 무얼 위해 아둥바둥 살아왔단 말인가.


"싫어. 이 멍청아."


"......너, 진짜......!"


다른 사람의 분위기를 맞추는 일은 한두 번 해본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나타는 언제나 이쪽의 기대와 예상을 배신해 버린다.


"조금은 볼만해졌나 싶더니. 결국 이 꼴이로군. 한심하긴."


"너......네가 내 뭘 안다고 그런 소리야!? 어? 너만 아는 소리 하지 말고, 내가 제대로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


평소처럼 비웃는 것도 아닌, 진심으로 한심하게 여긴다는 표정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너한테 그런 소리 들어야 할 이유 따윈 없을 텐데!


"너 왜 사냐?"

"뭐?"


단순히 모욕하는 게 아니었다. 순수하게, 그녀의 삶의 이유를 물어본 것이었다.


"차원종에게로의 복수냐? 아니면 단순히 죽고 싶지 않아서?"

"그건......"


차원종에게 복수하는 것. 그렇게 말이 나와야 할 텐데. 어째서인지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거 하나 제대로 결론 내리지 못하는 시점에서 네 녀석도 꼰대와 다를 바 없어. 살아있지만,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난 약해빠진 놈보다 그런 녀석이 더 싫어."

"......그럼 넌 어떤데?"


그걸 몰라서 묻냐는 듯, 나타는 제 목의 초커를 잡아당긴다.


"그야 언젠가 이 개목걸이를 풀고, 날 이 꼴로 만든 녀석들 다 썰어버린 뒤에 자유롭게 사는 거지. 너처럼 아무런 목적도 없이 흘러다니는 부평초 같은 인생에 낭비할 시간은 없다고."


그 말을 끝으로 나타는 먼저 감시관이 기다리고 있다는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등을 보고 있자니, 할 말이 없었다. 그의 말에 제대로 반박조차 할 수 없는 자신이 너무 한심해, 무심코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


감시관이라는 여자는 짧은 은회색의 단발에 베이지색 코트 같은 상의에 검은색 치마를 입은 여자였다. 

꽤나 품이 넓어 보이는 코트인데도, 당당하게 자기 주장을 하는 큰 가슴은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런게 아니다.


"아, 어서와요. 당신들이 이슬비 대원과 나타 대원이군요? 반가워요. 벌처스 소속의 처리부대 감시관, 홍시영이라고 해요. 앞으로 제가 당신들을 통제할 예정이니 두 사람 다, 앞으로 잘 해봐요."


"......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시관님."


나타는 대답 대신 콧방귀만 뀌었다.


"이런이런, 초대면인데 그런 반응이라니. 너무하네요, 나타."

"친한 척 굴지 마시지, 아줌마. 벌처스 소속에, 처리부대 감시관 맡는 시점에서 댁의 밑바닥은 훤히 보이니까."


벌처스에서 일하는 사람 모두가 세간의 악명처럼 돈에 눈이 먼 망자들인 건 아니지만, 다른 곳도 아닌 처리부대의 감시관 자리에 발탁될 정도라면 손이 깨끗한 사람은 아니겠지.


"어머. 그걸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그렇게 이를 드러내는 건가요? 제가 차원압력 발생 초커를 작동시킬 리모컨을 가지고 있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닐 텐데?"


핸드백을 만지작거리는 감시관. 나타는 이죽거리며 허리춤의 쿠크리에 손을 얹는다.


"해보시지, 망할 아줌마. 그 손이 핸드백 안에 기어들어가는 것보다 먼저, 내 쿠크리가 그 목을 날려버릴 테니까."


"위세도 좋으셔라. 어디, 그 잘난 입만큼 손도 빠른가 한 번 볼까요?"


나타의 협박은 거짓말이 아니다. 내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타와 감시관 사이에 보이지 않는 염동력 장벽을 세우는 순간, 나타가 달려들고──걷어차여 날아가 버렸다.


"어머, 나름 실력에 자부심 있고, 제대로 기습이 먹혔다고 생각하는데 막혔네요? 저도 결국은 여기까지라는 건지. 자괴감이 들어......정말 죽고 싶네요."


갑자기 나타난 여자는 긴 백금발을 나부끼며, 다리를 내린다. 위상능력자용 긴 부츠는 강인하고, 걷어찬 건 무엇이든 분쇄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당연하지. 이 몸은 늑대개에서 가장 강하다고. 잔챙이마냥 그딴 기습에 당할까 보냐."


실상은 본인이 기습에 익숙하니, 상대가 어떻게 기습을 해올지 사전에 짐작하고 있었던 것 같지만.


잠깐이긴 했지만, 내 눈에도 보였다. 갑작스레 난입한 여자가 바람을 두르고 달려들어 나타에게 무릎차기를 날리자, 나타는 두 자루의 쿠크리를 X자로 겹쳐 받아내면서 발바닥으로는 보라색 불꽃을 뿜어내 몸을 뒤로 날려 충격을 줄였다.


"자자, 둘 다 거기까지. 어디서 누가 보고 있을지 모르는데, 위상능력자 간의 싸움은 자제해주세요."


본인이 부추겨놓고 뻔뻔하게도 리모컨을 손에 쥔 채 웃으며 말하는 감시관.

백금발의 여자가 감시관 곁에 서자 이건 이제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느낀 건지, 나타는 혀를 차며 쿠크리를 다시 허리춤에 찬다.


"다시 화제를 돌려,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감시관은 처리부대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해당 처리부대의 작전에 동행하면서 문제의 악화를 막는 일을 맡아요. 늑대개 팀의 경우, 얼마 전에 팀의 전력이 많이 약화되었죠. 그 때문에 제가 한동안 늑대개 팀을 감시하게 된 거에요."


원래 늑대개 팀에는 감시관이 필요없다. 대장 한 사람만의 카리스마와 힘으로 굴러가는 조직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다른 사람, 그것도 벌처스 내에서 감시관이 들어왔다는 건 그만큼 대장이 벌처스 내에서 가지고 있는 입지가 좁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벌처스 내에서도 상당한 알력 다툼이 있는 것을, 나는 여러 부서를 전전해보면서 잘 알고 있다. 

그 때문에 피해를 입을 뻔한 적도 있었고......


"그딴 거 관심없어. 피차 엮이기 싫을 테지? 임무나 하달해."


"그 전에 임시라고는 해도 함께 일할 팀원끼리 자기소개 정도는 해야죠."


감시관 옆에 선 여자가 긴 백금발을 뒤로 쓸어넘기며 웃는다.


"인식명, 하피라고 해요. 잘 부탁해요, 나타. 이슬비 양."


"흥. 그 같잖은 인식명으로 보아 또 꼰대의 소행이로군."


"뭐어, 저도 옛날에 불리던 인식명이 더 센스 있다고 생각하지만, 임시라고는 해도 어엿한 늑대개 팀. 대장인 트레이너 씨의 지시에 따라야죠. 인식명 같은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연신 웃는 낯짝의 하피. 그러나, 벌처스의 여러 부서를 전전하며 수많은 인간군상을 봐온 나는 알 수 있다.


저 미소는 가면이다. 본심을 숨기기 위한 가면. 하기사, 이전까지도 소속은 달랐다고 해도 처리부대 중 하나였겠지.


그런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제대로 되먹었을 리 없다. 나도 포함해서 하는 말이다.


"자기소개는 그걸로 끝인가요? 뭐, 원래 초대면에는 다 그런 법이니까. 그럼 곧장 첫 번째 임무를 하달해 드리죠. 이곳 강남 인근에서 몇 시간 전에 차원종 출현 상황이 발생했어요. 검은양이라는 이름의 클로저 팀이 출동해서, 현장을 바로 정리했다고 하더군요."


나타가 혀를 찼다.


"검은양이라고? 웃기지도 않는 이름이군."


확실히 양이라 하면 그 털색은 하얀색이지 검은색은 아니니까. 

대장도 작명센스가 그닥 좋지는 않은데, 그쪽의 팀 이름을 정한 사람도 센스가 비슷한 모양이다.


"통상적으로 늑대개 팀을 비롯한 처리부대의 임무는 이렇게 유니온 측의 클로저 팀이 활동한 지역을 돌아다니며 남아있는 차원종 잔당을 처리하고 잔해를 수집하는 임무를 맡아요. 즉, 청소부라는 거죠. 뒷처리를 대행해주는 그런 입장."


그 말이 나타의 자존심을 자극한 것인지, 그의 혈관마크가 튀어나오려 하는 것을 막았다. 

그의 손을 꽉 붙잡고 제발 가만히 있어달라는 시선을 보내자, 그는 혀를 차면서 손을 떨쳐냈다.


그에게 원망도 크고, 하고 싶은 말이나 쌓인 감정도 많지만, 지금은 늑대개의 부대장으로서 사적인 감정을 죽여야 할 때.


대장이 돌아오기 전까지만 참자.


"호오......두 사람, 보통 관계가 아니신 듯 하네요? 처리부대에 여성이 있다는 소식도 별로 듣기 힘들긴 하지만, 두 사람은 그렇고 그런 사이인가요?"


"우후후, 둘 다 일단은 선남선녀이니. 그림이 좋네요."


"뭐, 뭔 헛소리들 하는 거야! 그 입 다물어! 그, 그런 거 아니거든!"


눈에 띄게 당황하는 나타. 그가 먼저 말을 해 내가 말할 타이밍을 놓쳤다.

그가 부정했으니 굳이 나까지 말할 필요는 없겠지.


가만히 있는 나를 보는 감시관의 시선은 뭔가 미묘했지만,


"후후후, 장난이에요. 그럼 우선은 강남역 인근에 출동해서 차원종 잔당들을 처리해줬으면 해요. 당신들이 차원종들을 처치하는대로, 무인 잔해 수집기가 잔해들을 수집할 거에요. 자, 그럼 출동해 주세요. 한 번 늑대개의 솜씨를 구경해 보죠."


나는 나타가 또 성질내기 전에 재촉했다.


"나타. 어서 가자."


"야......넌 왜 부정도 하지 않는 거냐? 너, 넌......진짜로 나와 그렇고 그런 사이로 오해 받아도 좋은 거야?"


"......나라고, 그런 말 들어서, 안 부끄러울 리 없잖아."


이러니저러니 해도, 처리부대에서 또래라고는 나타 한 사람 뿐이었다. 

동년배의 남자아이와 처리부대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특별한 감정이 싹 트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 또한 한창 때의 여자아이. 연애적인 의미로의 장난에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잘 모른다.


그건 나타 역시 마찬가지인 듯, 이럴 때면 둘 다 어떻게 대응하는게 정답인지 모를 바보가 되어버린다.


애초에 주변에 있는 남자들이라고는 대부분 어른에다가, 성질 더럽고 성희롱 하기 바쁜 범죄자들이 대부분.


대장은 미중년 축에 속한다고 해도, 딱딱한 이미지에 시종일관 진지하며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잘 모를 사람이니까......소거법으로 남는 게 나타라면......


"어쨌든 빨리 가자. 독방에 갇혀 있었으니까, 아직도 몸이 근질근질 하지? 실컷 싸우게 해줄 거고, 나는 뒤에서 최대한 보조 할테니까......마음껏 날뛰어도 돼."


"......뭐, 좋아. 차원종 놈들 상대로 스트레스 해소나 해볼까."


화제를 돌릴 수 있었다. 나타는 상당한 기분파이기에 어느 의미로는 단순하다고 할 수도 있다. 

시야가 좁아 눈 앞에 있는 것 밖에 못 보는 듯 하지만, 그거라도 잘 해내준다면, 더 바랄 것 없다


앞장서서 걷는 나타와 뒤에서 따라가는 나. 그 옆에 하피가 끼어든다.


"그를 다루는 방식이 꽤 익숙해 보이시네요?"


"......1년 간 알고 지내다 보면, 대충 요령이 생기죠. 나타는 한 마리의 야생마와 같아요. 그 위에 올라타, 고삐만 잘 잡는다면 알아서 잘 달릴 수 있는 그런 야생마.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고 있는 게 제일 힘들지만."


"음......그런 말투는 조금 오해를 부르지 않을까요?"


"......?"


무슨 의미인가 되물어 봐도, "반응을 보아하니 슬비 양에게는 아직 이른 화제인 듯 하네요." 하고 대답을 회피했다.


......어른은 비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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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비 설정은 차원종에게로의 맹목적 복수 어쩌고 하는데 정작 스토리 상에서 그런 면모는 거의 없음.

그래서 레비아가 있는 늑대개 팀에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