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작가님들 욕하는 느낌이 될 거 같아서 올려도 되나 싶긴 한데 일단 한 번 적어봅니다.

문제가 되면 자삭할게요.

 

요 몇 년 간 여러 곳에 커미션을 넣어왔고 내역들 한 엑셀 파일에 모아서 집계해 두고 있는데, 최근에 집계를 살펴보니 커미션에 쏟은 누적 금액이 2000을 돌파했더라고요.

사실 순수하게 야짤 커미션만 있는 건 아니고 일부 유튜브 영상/썸네일용 외주도 있긴 한데, 아무튼 그냥 숫자로만 봤을 때는 별 감흥이 없다가 이걸 “차 한대 값 꼴았다”라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아득해지더군요.

그러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당연히 처음 든 생각은 내가 무슨 잘못을 해서 이렇게 돈을 꼴아박아야 했나 하는 점이었고요.

대체로 커챈에 계신 분들은 자캐를 가지고 있고 자캐가 나오는 짤을 갖고 싶다는 생각에 커미션에 돈을 쏟아부으실 테니 이게 무슨 소린가 싶을 수 있는데, 저같은 경우에는 커미션에까지 손을 대게 된 동기가 좀 다르거든요.

이미 이전에 제가 썼던 글들 보셔서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머리 전체를 덮는 마스크를 들고 마스크 on/off/반투명화 등등 바리에이션을 받아서 돌려가면서 보는 걸 취향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게 이상성욕하고는 성격이 또 달라서, 신청했을 때 거절률이 높게 나오는 점에서는 이상성욕이랑 비슷하긴 한데, 아무래도 방향성이 다르다 보니 건전짤만 취급하는 분도 받아주실 분은 받아주시고, 온갖 이상성욕을 다 다루는 분도 거절하실 분은 거절하는 소재란 말이죠.

아무튼 픽시브에서 검색을 해도 관련성 있는 작품이 별로 안 나오는 편이고, 그나마도 그림체가 마음에 안 들거나 해당 소재를 통해 추구하는 가치라고 해야 하나, 뭐 그런 부분에서 핀트가 안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상당히 욕구불만이 쌓여있는 터였죠.

그럼에도 대학생일 때까지는 돈이 없으니 커미션이라는 건 엄두도 못 내다가 직장에 들어가고 금전적 여유가 비교적 생기니까 커미션이라는 데에 찍먹을 시도해보고, 거기에 맛들이고 나서 정신없이 돈을 부은 결과가 현재의 상황입니다.

사실 저도 자캐를 들고 짤을 넣는 걸 메인으로 삼았다면 그를 위해 투자해야 하는 금액에 대해서도 수긍을 했을 거고, 한 편으로는 저만의 캐릭터가 그려진 그림이라는 데에 가치를 크게 부여하고 소중히 여김으로써 결과적으로 커미션에 쓰는 돈도 지금처럼 많지는 않았을 텐데, 실제 저한테는 그냥 야짤을 구하는데 한 장에 10만원 이상 불리는 상황이니 나름대로는 꽤나 억울하더라는 거죠.

보통은 그냥 야짤을 구한다고 한다면 유료로는 팬박스로 작가 1명에 대체로 매달 5000~10000원, 아니면 동인지나 야겜을 산다 했을 때 권당/개당 몇 만원 선에서 끝날 테고, 그마저도 돈 아깝다고 불법으로 다운받거나, 아니면 합법적인 경로로는 그냥 픽시브 등지에서 검색해서 나오는 무료 이미지 정도로 만족하든가 할 텐데, 이거랑 비교하면 “장당” 10만원 이상을 지불하는 지금 제 상황은 남들이랑 비교해서 결과물 양 대비 수십 배 이상은 꼴아박는 상황이니깐요.

그런데 그 와중에 제가 이전에 올렸던 skeb 운영자의 입장문 건도 있고, 꺼라에서 주워들은 이야기긴 하지만 비단 일본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커미션의 가치가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기류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은 바 있고 하니 기분이 더 착잡해지더군요.

하지만 부정하기도 어렵죠. 그도 그럴 게 한 사람에게 커미션을 신청하면 완성까지 1달 정도 기다리는 건 거의 상수처럼 취급돼서 대기 기간에 대해서는 그냥 체념한 지 오래고, 또 커챈 내에서도 올라왔다 하면 저같이 넣어도 괜찮을까 우물쭈물하는 타입 같으면 뭐 준비할 새도 없이 빠르게 마감이 나 버리는 게 부지기수니깐요.

단순히 경제학적으로 생각했을 때 대기열이 밀리지도 않으면서 반대로 신청자가 오지 않아 비는 시간도 생기지 않는 균형점이 최적의 가격이 될 것이라고 보면,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말에 함부로 이의를 제기하기가 어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 적정 커미션 가격이 어떻든 간에, “남들이 야짤 수집하는 데 드는 비용” vs “내가 야짤 수집하는 데 드는 비용”으로 접근하게 되면 상술했듯 수중의 돈이 남들 대비 수십 배가 날아가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온갖 비합리적이고 자기편의적인 생각들이 머리 속을 맴돌아서 저를 괴롭히고는 합니다.

네. 지금부터 적을 내용들 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건 저도 알아요. 행동으로 옮기면 박제감이죠.

근데 그런 감정이 생기는 것 자체는 어떻게 막을 수가 없으니 그저 한숨만 나올 따름입니다.

일단 저는 커미션을 신청하고자 할 때 여러 작가 분들을 스크랩해 놓은 다음, 한참 간을 보다가 그 중 한두 분에게 실제 커미션 신청을 넣는 식으로 루틴이 돌아가는 편입니다.

실제 신청까지 시간이 한참 걸리는 이유는 “이 그림체가 내가 원하는 그림체가 맞을까? 그냥 첫인상만 보고 잘못된 평가를 한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이나, 그림체 자체는 준수하더라도 마스크 착용 시 얼굴 윤곽 묘사에서 NG가 나는 경우도 은근히 많아서 여기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커미션을 넣을 소재를 두루뭉실한 소재의 바다 속에서 분명하게 꺼내고 요청할 상황에 대해 구체화를 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홍보글 올라오자마자 고민없이 바로 달려드시는 분들은 커미션 소재를 평소에 미리 기록해 두고 접근을 하시겠지만, 저는 왠지 그렇게 할 동기가 안 서더라구요.

아무튼 그렇게 실제 신청을 해서 결과물이 별로다 하면 그 이후로는 거르고, 결과물이 만족스럽다 싶으면 이후로도 반복적으로 그 작가님이랑 거래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제 이 때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미 상술한 이유들 때문에 보상심리가 잔뜩 돌아가고 있는데, 여기서 한 사람과의 커미션 거래가 여러 번 이루어지게 되면 제 멋대로 “이제 나는 이 작가님의 단골이야” 하는 식으로 결론지으면서

“단골인데 말 한 마디라도 더 살가워진다든가, 좀 아는 체를 해 주지 않으려나?”

하는 데서 시작해서 “이대로 더 진행되면서 저 사람에게 내가 크게 각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식의 생각에까지 이르게 되는 거죠.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는 이런 커미션 결과물들이 픽시브 등지의 인터넷에 풀려서 “사람들에게 마스크 빌런으로 기억되고 싶다” 하는 소망을 갖기도 하고요.

물론 이런 그릇된 소망이 이루어질 일은 없었고, 오히려 커미션을 여러 번 맡겼더니 퀄리티가 점점 떨어지는 게 눈에 보여서 손절하게 된 사례라든가, 시간이 지나니 해당 작가의 커미션 조건이 빡세지거나 아니면 아예 상업용 외주만 받는 방향으로 돌려버리는 바람에 거래가 끊기는 케이스가 많이 발생을 했죠.

후자의 소망도 그릇된 소망이라는 건 매한가지였는데, 이게 저는 커미션 신청을 하면서 단 한번도 비공개 요청을 한 적이 없지만, 커미션 결과물의 절대다수는 작가 선에서 알아서 비공개가 되어 날아오거든요.

근데 사실 픽시브에 풀린 소수의 결과물들을 살펴보면, 풀 헤드 마스크 소재가 포함되었다고 해서 호응이 유의미하게 안 좋아진다는 근거는 없었고, 오히려 그걸 통해 추가적인 팬층이 들어오는 것도 볼 수 있었는데 말이죠.

하지만 그렇든 말든 대다수의 작가 분들에게는 숨기고 싶은 소재인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저 원하는 그림을 얻겠다는 생각으로 손대기 시작한 커미션이 결국에는 그림을 받는  다가 아닌 상황으로 변질이  것인데커미션을 지속적으로 넣으면서도 욕구불만이 해소가  된다는  항상 느끼고 있으면서도  기저에 이런  마음이 있었다는  깨달은  의외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속내에 대해 본격적으로 인식하게  데는 우연한 어떤 일이 계기가 되었죠.

항상 그래왔듯이 어느 날도 픽시브를 돌아다니다가 그림들을 살펴보는데어떤 그림이 제가 과거에   커미션을 넣었던 어떤 사람이랑 그림체가 엄청 닮았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뭔가 의심스럽다 했는데 작품이나  사람의 다른 작품에 달린 댓글들을 보고 정황을 파악해 보니, 실제로 제가 예상한  작가가 기존 픽시브 내역을  날리고 닉도 바꾼 상황이라는 것이 확인이 되었습니다.

 분에게는 아트머그를 통해 커미션을 신청했었는데혹시나 해서 아트머그 페이지를 살펴보니언젠가부터 상업용 외주만 받기 시작해서 아쉽지만 어쩔  없지 하고 체념한 것까지는 기억을 하고 있었는데현재는  페이지마저 날아가 있더군요.

어떤 계기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이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선택을   있고그건   사람의 자유겠죠.

근데 저는 왠지 그게 되게 충격으로 다가오더라고요 동안  활용(?)해왔던  분의 커미션 이미지들도 왠지  보겠다 하고 느껴지게 되고요.

사실   그림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커미션 이미지 자체가 손에  잡힐 정도로 개인적으로 느꼈던 충격이  컸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내가 대체  이러나하고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이게 단순히 그림을 얻고 싶다에서 끝이 아니라 커미션 작가들에게 정서적인 의존을 하고 있더라는 결론이 도출이  거죠.

작가들에게  마음을 멋대로 의탁하고 있으니, 그게 상식적으로 비약이 있는지 없는지는 차치하고하여튼 그런 사람이 언젠가는 커미션을 닫고 외주만 받든가 아예 잠적해버릴 수도 있다 하는 사실이 “나는 언제든지 버림받을  있다”로 인식되게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 작가 마음 얻는  쉽지 않다” 라는 생각이 이내 “커미션에 대한 적정 가격” 논의에 대한 반감이나 나아가서는 그냥 적었다가는 분란 내지는 비추 폭탄이나 받을 만한 온갖 생각들 마디로 요약하면 “분노”로 표출이 되기도 하고요.

 

이렇게만 이야기를 하면 대체  놈은 뭐하는 미친 놈인가 싶을 수도 있고사실 얼굴도 모르는 사람한테 정서적 의존을 한다는  말이  되는 이야기라는 점을 알고는 있습니다.

사실 오히려 일반적으로는 상대방을 쉽게 믿지 못하고 거리를 두려는 성향이  강하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커미션 작가분들한테는 그런 객관성이 유지가  되나 생각을  보았는데일단  나름대로 추정해 보기에는

 - 상기한 대로 취향이 마이너하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이 비슷하게 욕구 충족을 하는 것과 비교해서 훨씬 많은 돈을 꼴아박다보니 보상심리로 가득  있었고,

 - 거기에 커미션을 넣게  계기 커미션 상담을 하는 것은 사람의 가장 사적인 영역이라   있는 성적 취향에 대한 화제를 끄집어낸다는 의미가 되기도 하다보니

 2가지가 시너지를 일으킨 결과 지금과 같은 환장할 상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요그러게요사실 결론이 명확하면 그냥 푸념글이라고 하지도 않았겠죠.

애초에 가능하지도 않고 불순한 의도로 커미션판을 기웃거리는데   있는 결론이 무엇이 있을까요.

단지 커미션의 장기간 지속이 가능하고 신뢰할  있는 소위 “나작그 찾을  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실현되기도 어렵고 상식적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생각이긴 하지만그래도 혼자 삭이고 있으면 이유 모를 혐오감만 커져가다가 폭주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끄적여 봤습니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