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짹짹거리는 새들의 지저귐과 함께 코스모스는 잠에서 깨어난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저는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아이보리색의 눈이 편안한 벽지, 푹신푹신한 침대, 잘때 덮기좋은 분홍색 양털이불 모든게 다 정상적입니다. 언제나와 같은 평범하디 평범한 아침이 또 다시 찾아왔습니다. 세탁해서 보송보송하게 말려둔 속옷들과 스타킹을 걷고 주섬주섬 입은후, 보온성이 뛰어난 레오타드를 건조대에서 걷어 냄새를 맡아봅니다. 모험에서 돌아왔을때는 시큼하면서도 약간의 중독성이 있는 복숭아냄새를 풍기던 레오타드지만 이제는 향긋한 냄새가 납니다. 연금술로 만들어진 세탁용 소재가 효과가 좋다는걸 확인했군요. 착용감도 평소와 같이 매우 좋습니다. 가슴부분이 살짝 조이는걸 빼면 말이죠... 설마 조금 커진걸까요?


 설마하는 생각을 대수롭지 않게 넘긴 코스모스는 평소와 똑같은 복장을 입고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한다.


 오늘은 무엇을 해볼까요? 마을 회관에서 요즘 사람을 모집한다는 공문을 뿌렸던데 무슨일인지 한번 찾아가 봐야겠네요.


 어디로 향할것인지 정한 코스모스의 발걸음은 거침없었다.


 촌장님은 오늘은 있을까요? 거의 자리를 비우시는 분인데 오늘은 제발 있었으면 좋겠네요...


 약간 투덜거리는 생각을 하면서 코스모스는 마을 회관의 문을 열었다. 안쪽에서는 여름용 앏은 옷을 입고있는 인상 좋은 대머리 촌장님이 코스모스의 눈에 들어온다. 코스모스는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이장님. 오늘은 자리에 계시는군요."

 "아 코스모스양이로군! 혹시 공고를보고 찾아온것인가?"

 "네, 맞습니다. 일손이 필요해보여서 찾아왔습니다."

 "여전히 딱딱하구먼... 여기서 오래 지냈으니 슬슬 친근해질때도 되지않았나..."

 "저는 마을사람 모두 좋아한다구요... 말투는 이쪽이 편해서 이런것이니 이해해주시길바랍니다..."

 "에잉... 붙임성 없는 처자로구만... 뭐 성격이니 이해는 한다만..."

 "어쨌든 무엇때문에 공고를 붙인것이죠?"

 "최끈 돼지농가에 무언가 침입해서 돼지들을 죽이고 도망간다는 이야기가 있어서말이지~ 해결해줄 실력자들을 모집하고있다고~"

 

 평화로운 마을의 돼지농가에 누군가 침입해서 돼지들을 죽이고 도망간다는 이야기에 코스모스는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저런, 누가 그런짓을 한거죠?"

 "그걸 알았으면 공고도 붙이지 않았겠지! 코스모스양... 똑똑한줄 알았는데 이런면에서는 좀 둔하구먼..."


 촌장의 타박에 코스모스는 조금 시무룩해졌지만 무뚝뚝한 그녀의 표정은 전혀 변하지않았다.


 "어쨌든 돼지 축사를 헤집은 범인을 찾는게 의뢰...맞나요?"

 "그렇지! 코스모스 양은 이런부분은 이해가 빨라서 좋단말이지~ 돼지 축사로 가면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수 있을게야. 범인을 잡는다면 약간의 보수도 따라올게야..."


 촌장의 말을 듣고 코스모스는 돼지 축사로 향했다.


 이 느낌은 무엇일까요?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 드는군요...


 분명 처음 와보는 곳이지만 코스모스는 어쩐지 익숙하고, 그리운 느낌을 받았다.


 "어라? 코스모스양 아니야? 이런곳엔 왜 온건가?"

 "최근 돼지들이 없이진다고 범인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보고 왔습니다."

 "아아, 그런 공고를 했었지 참, 내가 잘 깜빡깜빡 한단말이지~, 어쨌든 도와주겠다니 고맙구만"


 푸근한 인상의 여성이 코스모스를 보고 반갑게 인사하며 짧은 대화를 주고받는다. 농장 주인으로부터 코스모스는 대략적인 설명을 들었다.


 "그러니까, 며칠전부터 농장근처에서 수상한 그림자를 목격하시고, 그 수상 한 그림자를 보셨을때마다 농장의 돼지가 몇마리씩 죽었다, 맞으신가요?"
 "아유~ 맞다니까~ 그 꺼먼 뭔가가 보이면 어김없이 다음날 돼지 몇마리가 죽어있었다니까~ 심지어 몇 마리는 사라졌다고~"


 심각한 사안임에도 농장 주인은 여전히 밝게 말하고있다. 표정이 약간 뒤틀리려하는걸 억지로 참기라도 하듯이 입술 끝부분이 살짝씩 떨리는게 눈에 띈다. 그러나 농장주의 말에 집중하고있던 코스모스는 알아차리지 못한듯하다.


 "그럼 우선 농장 바깥부터 찾아보도록하죠."

 "위험할수도 있으니까 조심하도록해 코스모스 아가씨~"


 친절한 아주머니께서 걱정해주시는게 어쩐지 기분이 좋네요... 그럼 우선 바로 옆에 있는 숲부터 탐색을 해보도록하죠


 터벅터벅... 작은 발소리를 내면서 코스모스는 농장 바로 옆에있는 숲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예전부터 괴물이 나온다던지 들어가면 나오기 힘들다던지등의 아이들을 겁주기위한듯한 이야기들이 많았던 숲에 처음 발을 들이는 코스모스는 약간의 긴장감을 유지하며 갑자기 등장할지 모를 위협에 대비한다.


 이 마을에 처음 왔을때부터 이 숲은 유명했죠... 들어가면 나오지 못한다던가, 무시무시한 괴물이 산다던가하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있는 무서운 곳... 정도의 이미지가 형성되어있었죠 분명? 그런데 아주머니께서 별다른 주의를 안주신걸로 보아 아이들이 숲에서 노는걸 막기위해서 지어낸 이야기같네요...


 숲에대한 여러 생각을하며 걸어가고있던 코스모스의 귀에 무언가 수상한 소리가 잡힌다. 그것은 마치 가축의 고통스러워하는 울음소리와 같은 듣기 좋지않은 소리였다. 코스모스는 여행을 하며 배웠던 탐지마법을 펼쳐 소리의 근원지를 찾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않아 멀지 않은곳에서 들리고있다는것을 알아낸 코스모스는 곧장 소리의 방향으로 조심스럽고 빠르게 소리를 죽여 접근하기 시작했다.


 여행을하며 탐지 마법과 소음 차단 마법을 배워두길 정말 잘했군요...


 약간의 뿌듯함을 느낀 코스모스는 어느새 소리의 근원지와 가까워졌고, 마침내 두 눈으로 확인할수있었다. 녹빛의 피부를 가진 오크가 돼지에게 자지를 박고 사정없이 허리를 흔드는 광경을... 살면서 처음보는 생소한 광경에 코스모스는 잠깐 멍해졌지만 금방 정신을 차리고 오크의 뒤로 돌아가 순식간에 손 끝에서 얼음의 창을 빚어내고 오크를 향해 조준했다.


 아무리 돼지 납치범에 색골인 오크일지라도 최대한 고통스럽지 않게 보내드리는게 맞겠죠... 살아있는 생명체를 죽이는건 싫지만 이런경우는 어쩔수없군요...

 그럼 잘가세요.


 코스모스는 소름이 돋을정도로 아름다운 얼음의 창을 눈앞의 녹빛 오크를 향해 힘껏 던졌다. 그녀의 가녀린 체구에서 나올것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엄청난 힘으로 발사된 창은 순식간에 오크의 머리에 닿았고 돼지를 범하던 오크의 몸은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그러나 코스모스는 똑똑히 보았다, 바닥에 쳐박히면서도 꿋꿋이 자신을 쳐다보는 마치 영혼을 꿰뚫어 보는듯한 오크의 깊은 두 눈을...


 조금 찝찝하지만 어쨌든 의뢰는 끝냈군요. 정신을 잃은 저 돼지를 무사히 농장에 데려가기만하면 의뢰는 완수군요...


 코스모스는 토벌의 증거로 오크의 머리를 잘라 공간마법을 사용해 아공간에 보관했다. 가녀린 그녀의 몸으로는 무거운 돼지를 도저히 옮길수없어 얼음 마법으로 길을 만들어 돼지를 조금씩 밀어가면서 농장 주인 아주머니에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해가 살짝 기울때쯤 코스모스는 다시 농장에 도착했고, 농장주에게 돼지를 무사히 전달했다.


 "어라? 코스모스씨? 벌써왔어? 어이구! 그건 우리 돼지구먼! 이야~ 무사히 찾아오다니 대단하구먼~"

 "당연히 할 일을 했을뿐입니다. 그럼 약속된 보수는..."

 "코스모스씨도 은근히 속물이란말이지~ 하지만 인간적으로 보여서 참 좋아~ 너무 딱딱해서 가끔 사람이 아닌거같단말이지~"


 농장주인은 코스모스와 약간의 잡담을 나누고 품에서 약간의 금화를 꺼네어 코스모스에게 전달했다. 무시히 의뢰를 끝냈다는 안도감과 함께 그동안의 긴장으로 인한 피로감이 한번에 몰려온다. 꼬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코스모스는 오늘 아직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것을 깨달았다. 


 "아주머니, 배가고파서 그런데 식당 한곳만 추천해 주실수있을까요?"

 "어머? 새삼스레 그런걸 물어보고있어~ 우리 마을엔 식당이 하나 뿐이잖아~ 코스모스양은 이런 부분에선 참 덜렁댄다니까~"

 "놀리지 말아주세요..."


 볼이 약간 분홍빛으로 달아오른 코스모스는 서둘러 자리를 뜬다. 그녀의 목적지는 포크벨리, 돼지요리가 메인이지만 그 외에도 여러가지 음식을 파는 마을 유일의 음식점. 요리를 못하는 주민들의 쉼터와 같은 고마운 장소다. 요리가 서툰 코스모스도 자주 들러서 간단하게 끼니를 떼울수있는 고마운 장소다.

 항상 찾아왔던 익숙한 건물, 주변에서 보기 힘든 단풍나무로 지어져 더욱 눈에 잘 띄는 약간 화려한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언제나와 같은 푸근한 조명과 주방장이 코스모스를 환영해준다.


 "코스모스 양 오늘도 찾아줘서 고맙네."

 "요리를 잘 하지 못하는 제가 여기 말고 어디서 밥을 먹겠어요."

 "그러지말고 한번 배워보라니까?코스모스 양은 뭐든 빨리 배우니 요리도 금방 배울거 아닌가?"

 "요리까지 배우면 너무 힘들것같아 배움이 끝난후에나 천천히 배워볼 예정입니다."

 "에잉... 거기서 요리만 배우면 1등 신붓감인데 아쉽구만..."

 "부끄럽습니다... 그런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코스모스양이 그렇게 재밌게 반응해주는데 이걸 어떻게 참을수있겠나 하하하. 뭐 어쨌든 무엇을 먹을텐가? 코스모스 양이 제일 좋아하는 브로콜리 스프?"

 "그런 장난은 진짜 싫습니다. 제발 자제해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브로콜리가 세상에서 제일 싫다구요..."

 "에잉... 장난도 못치겠구먼... 뭐 어쨌든 그러면 항상 먹던 그거면 되겠는가?"

 "네. 항상 먹던 그걸로 준비해주세요."


 코스모스는 짓궂은 주방장의 장난을 대충 넘기고 항상 주문하던 음식을 주문하고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앉았다. 아직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창가쪽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은 코스모스가 앞으로 무엇을 하고, 배울지 계획을 세우고 있을때 주방장이 음식을 가지고 나왔다.


 "자 코스모스양이 제일 좋아하는 '돼지 사료'라네. 방금 만들어 따뜻하니 어서 먹게나.

 

 무언가 이상합니다. 저는 저런걸 주문한적도, 먹어본적도 없는데 주방장님께선 어째서 저런걸 주시는걸까요? 이것도 질 나쁜 장난일까요?


 코스모스가 음식을 먹지않고 머뭇거리자 주방장이 이상하다는듯이 말을 걸어왔다.


 "왜그러나?코스모스 음식이 입에 맞지않나?"


 평소와 다른 주방장의 태도에 위화감을 느낀 코스모스가 무언가 말을 하려했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다.


 "가축은 가축답게 사료를 먹어야지. 어서 먹어라, 그것이 너의 마지막 식사가 될것이니."


 무언가 이상합니다. 주방장님은 장난을 좋아하시긴하지만 절대 음식으로는 장난을 치지않으십니다. 이건 무언가 잘못됐습니다.


 코스모스의 생각이 거기까지 이어졌을때 마치 유리가 깨지듯이 코스모스가 보고있던 풍경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형님 이녀석 진짜 폐기하는겁니까?"

 "이제 돼지도 낳지 못하는 쓰레기를 가지고 있을 이유는 없다는 상부의 명령이니 어쩔수있나, 돼지먹이로 가공해야지."

 "그래도 예쁘장하게 생긴게 맘에들었었는데 아쉽네요 형님."

 "야, 저건 돼지가 쓰던거고 이젠 돼지조차 못낳을정도로 망가졌다고. 저런거에 박으면 성병걸린다. 그런거 하지마라."

 "쩝, 아쉽네요... 생긴건 진짜 제 취향인데... 이제 갈아서 돼지 사료로 만들기엔 정말 아까워요..."

 "팔다리도 없고 임신도 못해서 쓸모도없는 씨받이가 뭐가 좋다고 그렇게 집착하냐, 그냥 포기해라."


 형님이라 불린 남자가 기계의 레버를 당기자 레일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레일의 위에는 예쁘장하게 생겼지만 멍청하게 신음을 흘리는 팔다리가 없는 나체의 반 요정 소녀가 누워있었다. 레일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소녀는 미세하게 웃기 시작했다.


 "어라?형님, 저녀석 웃는데요?"

 "냅둬, 기분좋은 꿈이라도 꾸나보지, 오래 굴렀는데 마지막정돈 행복하게 보내줘야지"


 레일이 움직이며 소름돋는 칼날이 회전하는 기계 속으로 소녀를 천천히 인도한다. 소녀가 기계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직전 죽어있던 소녀의 눈에 생기가 돌아온다.


 "잠깐 살려...아아아아아아악...!!!!!!!!"


 소녀는 단말마를 남기며 기계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아 ㅋㅋ 

술마시고 삘타서 글쓰면 이런게 나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읽을사람은 읽고 안읽으면 어쩔수없고~


분량은 대충 5700자쯤됨 ㅋㅋㅋㅋ


@테오T 따님좀 험하게 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