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파트너


 그녀의 이름은 하나, 귀엽고 예쁘장한 얼굴에 붉은 눈, 153cm의 아담한 키, 허리까지 내려오는 어여쁜 분홍 투톤 머리가 매력적인 귀여운, 나의 여자 친구다.

 최근 그녀와 사귄다는 걸 부모님께 알렸지만 어째서인지 모태솔로인 나에게 여자 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이 그다지 달갑지 않으신 듯하다... 그래도 나는 꿋꿋이 그녀와의 교재를 이어가고 있다.

 오늘도 그녀와의 데이트. 카페, 영화관, 레스토랑, 공원의 교과서적인 루트지만 항상 통하는 나만의 필살 데이트 코스... 뻔하고 고리타분한 코스지만 하나는 항상 웃으면서 나와 같이 있어준다. 재미도 없고 그다지 특별한 매력도 없는 나 같은 사람과 교재를 이어가 주는 천사 같은 아이다.

 사실 오늘은 하나와 내가 사귄 지 100일째가 되는 아주 특별한 날이다. 다소 무신경한 하나는 아마 기념일도 잊고 있겠지...? 데이트가 끝나고 깜짝 이벤트로 하나를 놀라게 해 주려고 벌써 사전 준비도 마쳐뒀다. 데이트만 무사히 끝나면 귀여운 하나가 감동받는 얼굴을 볼 수 있을 테지... 후후...


 저 멀리서 그녀가 오도도도 달려오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항상 입는 티셔츠와 돌핀팬츠... 매일 보는 모습이지만 항상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늦어서 미안! 차가 좀 막혀서 헤헤..."


 차가 없는 그녀였지만 멋쩍게 웃으며 나에게 변명을 하는 모습이 귀엽다. 약속 시간보다 1시간 일찍 나와 총 2시간을 기다리긴 했지만 하나의 웃는 모습을 보니 지루함과 피로가 사르르 녹아내렸다.


 "아니야! 나도 오래 안 기다렸어. 살짝 늦어서 하나가 기다리면 어쩔까 하면서 안절부절못하면서 달려왔었다구~"

 "에이~ 거짓말~ 또 1시간씩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을 거면서~"


 시답잖은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나의 필살 데이트 코스의 첫 장소, 카페로 향했다. 나름 열심히 조사해서 주변에서 괜찮은 카페를 겨우 찾은 카페...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나름 케이크로 유명한 분위기 좋은 카페다. 지갑에 타격은 좀 가겠지만 하나가 웃는 얼굴을 볼 수 있다면 싸게 먹히는 거겠지...  케이크와 음료를 받아 하나와 함께 나눠먹으면서 다시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나는 어디 살아? 사귄 지 조금 됐는데 아직 어디 사는지도 안 물어봤네..."

 "그걸 이제야 물어보는 거야? 나 좀 실망이야... 흥... 안 알려줄 거야!"


 이런, 질문 선정이 좀 좋지 않았던 거 같다. 하긴... 사귄 지 100일이나 됐는데 이제야 어디 사는지를 물어본다는 게 어이없을 거 같긴 하다... 그나저나 볼을 살짝 부풀리며 삐져있는 표정의 하나도 장난 아니게 귀엽다... 계속 보고 싶긴 하지만 하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게 더 재밌어서 화를 풀어보려 갖은 노력을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는 풉하고 웃으며 화를 풀었다.


 "바보... 다음부턴 좀 신경 좀 쓰라고! 모솔 티 내는 것도 아니고 눈치가 왜 이렇게 없어!"


 혼났다... 역시나 혼내는 하나도 귀엽다... 하나의 귀여움에 취해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새 음료와 케이크를 다 먹어버렸다. 더 이상 카페에 있는 것도 민폐 같아 트레이를 반납하고 카페에서 나왔다.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이 어쩐지 이쪽을 쳐다보는 게 느껴진다. 이렇게 귀여운 하나랑 사귀는 내가 부러운 모양이다.

 다음 코스는 영화관, 최근에 개봉한 신작 영화를 하나와 함께 보려고 어젯밤 열심히 예매를 해뒀다. 자리도 완벽한 자리를 잡는 데 성공했다. 내 센스를 하나가 알아줬으면 좋겠다... 시간이 되고 직원에게 예매한 걸 보여주고 상영관에 들어갔다. 오늘 영화는 귀신이 잔뜩 나오는 어마어마하게 무서운 공포영화다. 하나가 놀라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이 영화를 골랐다 헤헤...

 배급사 로고가 올라가고 영화가 시작되었다. 중간중간 나오는 깜짝 놀라는 부분에서 하나가 놀라는 걸 기대했지만 오히려 내가 엄청 놀라고 하나가 그걸 보고 배를 부여잡고 소리 죽여 깔깔대며 날 비웃었다. 어쩐지 진 기분이다... 어찌 됐던 하나가 웃는 모습을 봤으니 그걸로 된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며 다음 코스로 향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특별한 레스토랑을 찾는 게 맞다. 3달치 식비를 줄여가며 겨우 예약한 이 레스토랑을 부디 하나가 좋아해 주길 바란다... 직원에게 예약한 걸 보여주고 자리로 안내받았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 소파의 감촉을 만끽하는 하나... 역시나 귀엽다...

 

 "뭘 그렇게 쳐다봐?"

 "그냥... 귀여워서..."

 "뭐라는 거야 바보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보니 웨이터가 음식을 가져다 주기 시작했다. 음식을 보자 하나가 눈을 빛낸다. 너무나 사랑스럽다... 오늘을 위해 특별히 예약한 음식들과 음료들이 하나 둘 나오고 웨이터가 정중히 인사를 나누며 자리로 돌아갔다.


 "즐거운 식사되시길 바랍니다 손님."


 오늘을 위해 예약한 값비싼 음식들과 하나를 위해 특별히 부탁한 음료 '블러디 메리'까지 빠짐없이 다 나왔다,


 "야 이거 다 먹을 수 있는 거 맞아?"

 "당연히 먹을 수 있지!"

 "다 못 먹는다에 내 손모가지 건다"

 "손목 대신에 소원은 어때?"

 "그러던가 말던가"

 "야호!"


 꼭 음식들을 다 먹어야 할 이유가 생겼다. 나는 열심히 음식들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한 게 생겼다.


 "그런데 '블러디 메리'는 왜 좋아하는 거야?"

 "? 왜냐니?"

 "그닥 맛있는 거 같지도 않은데 좋아하는 게 신기해서..."

 "완전 피처럼 빨갛고, 피에 젖은 메리라는 이름이 중2병 같고 멋지잖아"

 "그런... 가...?"

 "그렇지"


 귀엽다... 압도적으로 귀엽다... 이 정도면 치사량의 귀여움이다...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을 거 같다...


 "음식을 남기셨기에 환경 부담금을 조금 내셔야 하겠네요 손님"

 "아아... 죄송합니다... 여기요..."


 결국 다 못 먹었다...


 "거봐라~ 내가 못 먹는다고 했잖냐~ 손모가지 말고 소원은 안돼냐~ 엌ㅋㅋㅋㅋㅋ"

 "하지 마..."

 "흐즈므~"

 "하지 말라고..."

 "흐즈믈르그~"

 "아 좀 남길수도 있지..."

 "음식 남기면 죽었을 때 지금까지 남긴 거 한 번에 다 먹어야 하는 거 몰라?"

 "어우... 늙은이 같아..."

 "늙은이한테 맞아볼래? 간다 늙은이 펀치~"

 "아 하지 말라고..."


 실컷 놀림받으며 마지막 코스인 공원으로 향했다. 저녁노을로 아름답게 물든 공원의 벤치에 앉아 하나와 대화를 시작했다.


 "그런데 하나야 그거 알아?"

 "아까는 늙은이라며, 반말하지 마라 죽여버린다"

 "죄송합니다... 그러면, 하나님 오늘 데이트는 어떠셨는지 여쭈어봐도 괜찮겠습니까?"

 "오냐, 오늘 데이트는 카페도 별로고 영화도 별로였지만 레스토랑만큼은 칭찬해 줄만 하더구나. 특히 '블러디 메리'를 준비해준 건 탁월했도다"

 "그러면 오늘 데이트는 마음에 안 드셨다는 것입니까..."

 "아니?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적은 없는데?"

 "엣?"

 "카페는 별로였지만 너는 재밌었고, 영화도 별로였지만 너 놀라는 모습이 재밌었고, 레스토랑은 확실히 잘 골랐어. 준비 열심히 한 거 같던데?"

 "알아줬다니 기쁘네..."

 "오늘 뭔 날이야? 왜 이렇게 힘을 줬어?"


  왔다, 최적의 타이밍. 나는 얼른 주머니에 손을 넣어 작은 반지 상자를 꺼냈다.


 "? 뭐냐? 그 작은 상자는?"

 "하나야 그거 알아?"

 "느끼해 죽겠으니까 적당히 해라"

 "힝..."

 "그래서 뭔데"

 "오늘 우리 100일이라 준비한 커플링이야"

 "엣"


 역시나 몰랐던 모양이다... 내심 알아줬으면 했지만 어림도 없었나 보다.


 "에이 내가 먼저 이벤트 해주려고 했는데 다 물 건너갔네"


 어라?


 "오늘 100일이라 나도 나한테 의미 있는 장소에서 뭔가 이벤트 해주려고 했었는데 오늘 너 너무 의욕이 넘쳐서 언제 끼어들지 타이밍을 못 잡았어"


 에엣???


 "어... 그럼 반지는 거기서 주는 걸로 하면 어떨까?"

 "좋아! 그럼 그렇게 하자! 따라와!"


 벤치에서 일어난 하나는 먼저 앞서 가기 시작했다. 빠르지 않게 천천히 걸어가는 하나의 뒤를 속도를 맞춰 천천히 따라갔다. 점점 외지고 허름한 동네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약간 무서워지긴 했지만 열심히 걸어가는 하나를 보며 무서움을 떨쳐내고 계속 걸어갔다.


 "이제 금방 도착이야 좀만 더 걸어"


 꽤나 먼 거리를 온 게 아닌가, 그러고 보니 근처에 이런 곳이 있었는가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갈 때쯤 하나가 멈춰 섰다.


 "도착"


 그곳은 가로등도 없고 다 무너져가는 허름한 건물 옆에 있는 작은 공터였다. 이런 곳에 무슨 추억이 있는지 도저히 예상이 되지 않았다. 잠시 기다리자 하나가 작고 귀여운 입을 열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너 지금 여기에 무슨 의미가 있길래 이런 곳으로 데려왔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


 무서울 정도로 예리한 하나의 말에 나는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여기서 죽었어"


 ?

 이해가 되지 않는다. 눈 앞에 멀쩡히 서있는 하나가 본인의 입으로 여기서 죽었다니


 "농담하지 마~ 그럼 내 눈앞에 서있는 하나는 유령이라도 된다는 거야?"


 "맞아"


 ?

 다시 한번 의문의 폭풍이 내 머리를 강하게 휩쓸고 지나간다. 처음보는 무서울정도로 진지한 하나의 표정에 도저히 장난이라는 생각이 들지않는다.


 "그럼 날 왜 여기로 데려온건데?"

 "혼자 있는건 외로워서"


 퍼엉


 무언가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어쩐지 배가 허전해졌다. 천천히 손을 가져다 대보니 배에 큰 구멍이 뚫려있었다.


 "……!"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비명을 지르고 싶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지를 수 없다.


 "소리 지르지 마 시끄러우니까"


 하나의 목소리가 점점 뒤틀리기 시작한다.


 "외로웠어. 여기서 차갑게 식어가는 날 누군가 발견해주길 바랬어. 그런데 아무도 날 못 찾더라고. 그래서 내 손으로 한 명 한 명 데려오기 시작했지"


 기괴하게 뒤틀린 하나의 목소리에 서서히 의식이 멀어져 간다.


 "친구가 된걸 환영한다 멍청아"

 

 그 말을 끝으로 의식이 끊겼다.


 "최근 일어나고있는 의문의 실종사건을 아십니까? 실종자들은 전혀 공통점이 없지만 하나같이 분홍색 투톤머리의 소녀와 친구가됐다 라는 증언을 한다고합니다. 저희는 오늘 이 사건을 추적해 보려합니다."


 TV에서 진행자가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신경을 껐다.


 "하나야 오늘은 어디로 갈까?"


 이번 친구는 이녀석이다.


 @어정부리


귀여운 하나가 사실은 무서운 귀신!? 이라는 느낌으로 한번 써봤습니다~ 분량은 대충 5000자쯤되구요~


재밌게 읽어주셨다면 좋겠네요


캐릭터 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쁘고 귀여운 하나로 뭔가 해보고싶었는데 드디어 해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