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우웅─

 폭풍이 몰아치는 것 같은 세선 바람 소리와 함께 메이드복을 입은 은발의 엘프가 하늘을 누비고 있었다.

 "주인님..."

 무언가를 찾아해메는 듯 주변을 둘러보는 그녀의 두 눈에는 걱정과 불안, 그리고 자책이라는 감정이 자리잡고 있었다.

 한때 '광풍(狂風)의 리셀'이라고 불렸던 모험가인 그녀가 잠깐의 방심으로 모시는 주인이 납치 당한 것은, 거기다가 협박 편지까지 받았다는 건 그녀에게 있어 비교할 바가 없는 커다란 수치였다.

 "부디 무사하시길...!"

 리셀은 바람을 타고 어디론가 날아가듯이 신형을 감추었다.


 잠시 후, 리셀이  도착한 곳은 인기척은 커녕 벌레 하나 기어다니지 않을 법한 외진 곳에 존재하는 폐건물이었다.

 "여기군요."

 리셀은 건물 꼭대기에 서서 바람 마법으로 안쪽을 살펴보았다. 쉽게 눈치채지 못할 미미한 바람이 건물 안을 훑으며 그 구조를 리셀에게 알려주었고, 이득고 그 안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위치 또한 발견하였다.

 '3층, 근육질의 남성 열과 배가 나온 남성 하나. 그리고...'

 무언가에 묶힌 채로 바닥에 쓰러져있는 작은 남자 아이 하나. 리셀이 찾던 그녀의 주인이었다.

 까득-

 절로 이빨이 갈렸다. 감히 이 리셀의 주인을 납치하고 저렇게 아무렇게나 내비둬? 리셀의 머리 속은 자신의 주인을 납치해간 무뢰배들에 대한 분노로 가득 채워졌다.

 하지만 이성을 잃지는 않았다. 오랜 모험가로서의 경험이 이런 상황일수록 침착함을 유지해야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후우..."

 한숨을 내쉬며 과하게 달아오른 머릿속을 정리하고, 리셀은 활시위를 당겼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던 활에는 푸른색으로 빛나는 마법 화살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것에 바람을 압축시키고, 활시위를 놓았다.

 휘이이이이이이이잉!!!!!

 폭풍이 몰아치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바람 마법이 담긴 마법 화살은 스스로 길을 찾아가며 건물 속에 숨어있는 납치범 중 하나의 미간에 정확하게 박혔다.

 "하나."

 한 번 더 활시위를 당겼을 때, 납치범들도 상황 파악을 마쳤는지 우왕좌왕 하는 것이 바람을 타고 그녀에게 전달되었다.

 "둘."

 하지만 그때는 이미 또 하나의 납치범이 침묵한 후였다.

 "셋."

 한 명.

 "넷."

 또 한 명.

 "다섯."

 그리고 또 한 명.

 이제 바닥에 쓰러져있던 그녀의 주인과 어째서인지 계속 화살이 중간에서 막히는 배불뚝이를 제외하면 이 건물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티팩트?"

 화살이 계속해서 막히는 것을 보면 몸을 보호하는 아티팩트 같은 것을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됬다. 리셀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유도 화살이라 위력이 낮다해도 왠만한 방어 마법은 뚫을 수 있는 위력이건만, 몇번을 쏴도 계속 막아내는 것이 영 성가시기 그지없었다.

 "어쩔 수 없군요."

 리셀은 꼭대기에서 뛰어내렸다. 3층 정도까지 떨어졌을 때, 바람을 쿠션 삼아 벽쪽으로 붙은 뒤에, 그대로 걷어차 벽을 부숴버렸다.

 "히익!"

 그리고 그 안에서 보인 것은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있는 다섯 명의 사내와,

 "우, 움직이지마!"

 눈과 입을 막아놓은 작은 아이의 목에 단검을 들이밀고 구석에 서있는 배불뚝이의 남성이었다.

 "움직이면 바로 목을 그어버릴 거다!"

 "...참 비겁하군요."

 "비겁이고 자시고! 날 공격하면 네년 주인도 죽는다! 무기를 버리고 손 들어!"

 비겁하기 그지없었지만, 그만큼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인질이, 그것도 그녀의 주인이 잡혀있다면 리셀으로서도 조심스러워질 수 밖에 없었다.

 "빠, 빨리 버리라고!"

 금방이라도 시위를 당길 것 같이 서있는 리셀을 보며 배불뚝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고래고래 소리쳤다.

 순간, 짧은 고민이 지나가고 리셀은...


 1. 목을 긋는 것보다 빠르게 맞출 수 있다. 화살을 쏘자.

 2. 아무래도 위험부담이 크다. 우선 무기를 버린 뒤 방심한 틈을 타 제압해보자.


@하늘색의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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