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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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세상에는 모두가 풍요롭지도 않았고 모두가 공평하지도 않았고 모두가 행복하지도 못했지만

적어도 생존이 농담이였던 시대라고는 했다.

학교에서 인류의 역사를 잊어서는 안된다며 우리가 '재앙' 에게 당한것을 가르치곤 한다.

재앙이 불러온 처참한 현실. 그리고 이에 따라 우리가 나타나게 된 배경들.

우리가 신의 사자라고 말하는자들도, 그저 자연스럽게 나온거라 말하는 자들도, 결정체에 잠식해 DNA가 바뀐거라 말한 사람들도 있지만.

모두 입 모아 말하는것은,

우리가 이 세상에 특별한 사명을 가지고 태어났다는것이다.

그렇게 배워왔고, 그렇게 살아 왔고, 그렇게 헌신 할거니까.

그래도 가끔 드는 의혹들도 상담사에게 상담하면 곧바로 치료되긴 한다.

물론 그 방식이 빌어먹을 작전지역에 투입되는것이지만.

그렇게 난 오늘도 작전구역에 투입됐다. 망할 대머리 아저씨들.



이미 도시안에는 먹을게 넘쳐날텐데, 내가 먹을것과 아재들이 먹을건 별로 없다. 

자동화된 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것은 이것 뿐이니까.

말로는 번지르르 하게 인류의 고토를 되찾겠다고는 하지만 현장에서 뛰어본 사람들은 다 안다.

어차피 지금도 잘 살고 있는데 굳이 인류의 고토를 수복하겠다고? 자기네들은 아무것도 안하면서?

그저 결정체들을 얻고 싶은거겠지. 더러운 새끼들.

무미건조한 삶에 아무런 자극도 없으면 사람이 나태해지고 다른 생각을 하게 되니까 우리를 작전에 투입해서 결정체를 채집하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삶이고 그게 우리의 일상이다.

저번주에도, 월요일에도, 그리고 지금 목요일에도 이러고 있으니 다른 생각 할 틈은 썩 주는 편이 아니지만 말이다.



"아저씨 오늘도 걸어가야해요? 차 좀 타고 가요 좀."

"꼬맹이가 돌았나 니 학교 또 째서 여기 온거 아니냐?"

"아 아니거든요! 그냥 돈 좀 땡길 필요가 있어서 그렇거든요?"

"아저씨 귀 안 먹었어 이년아! 그냥 따라오기나해. 여기 한두번 오냐?"

"에이 씨 그러다가 나이 먹고 골병이나 들라지...아야야야야!!!"
"다 들려 이 년아. 싹바가지 없는것이."

"아 알았으니까 귀 좀 떼요 아야야야야!"


이렇게라도 해야 무미건조한 삶에 도움이라도 되지 않겠나 싶었다.

물론 걸어가는것도 귀찮기도 했고.


"아~날씨도 좋던데 가서 잔디밭에서 뒹굴껄."

"하여간 능력자 꼬맹이들은. 너 그러면 나태해져."

"아 그 윗대가리들이 우리 굴릴려고 하는 개수작을 믿으라고요?"

"니가 나이를 덜 처먹어서 몰라."

"아 네, 네. 그래서, 지금 가는곳은 저번 탐사대가 다 털어간곳 아니에요?"

"넌 물건 잃어버렸을때 어떻게 찾았냐?"

"그거야...뒤지다 보니까."

"분명 봤다고 생각했던곳에서도 나왔지. 안그래?"

"그렇...긴 하죠. 그런데 이건."

"그러니까 잔말말고 따라와."

"네에~"


웃기는 소리.

그냥 시간낭비일 뿐인데. 뭐하러 여길 또 와? 바보들도 아니고.

실적을 올릴거면 안가본곳을 가야지 왜 여길 또 와.

보나마나 뻔하지.

더 깊은곳으로 갈 실력은 안되고 돈은 벌고 싶으니 이런곳에 와서 개척자들 부스러기 뜯어먹을려고 하는거겠지.

이런곳에 끌려오다니 아직 어려서 그런건지 몰라도 참으로 한심하다 한심해.


"근데 저 사람은 누구에요?"

"아 저 분? 동양기업 소속 개척자야. 오늘 비번이라고 호위해줄겸 나왔다는데? 우리야 고맙지."

"비번인데...호위를 하러 나왔다고요?"


그리고 뒤를 돌아보자 확실히 동양기업 출신이란걸 보여주는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타이즈를 입고 전통복을 어레인지 한 복장과 검고 주황색을 띄는듯한 노란색이 어울러지는 그녀는 망토같은 자캣을 입고 있었다.

멀찌감치 위에서 듣고있다가 순식간에 말도안되는 높이에서 뛰어내려와 우리 앞에 다가왔다.


"제 얘기라도 하신 모양인가봐요?"

"어? 아...네! 비번인데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그랬습니다."

"네...!맞아요!"

"그렇게 칭찬해주시지 않아도 돼요~저도 개척자라 그런지 안에만 있으면 답답해서 못있겠더라고요."

"챙겨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결정체라도 찾으면..."

"괜찮습니다. 그럼 전 앞장서서 가볼테니 안심하고 와주세요."

"감사합니다!"

"......"


동양기업의 개척자라.

동양기업은 강자들이 꽤 모여있다고 들었다. 세계가 멸망하기 전에도 꽤나 강했던 국가 출신들이 모여서 만들었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곳과는 정반대 출신들이 많기에 흔히 알지 못했던 무술이나 기술들이 많다고 들었다.

그런 동양기업의 개척자가 우리와 함께한다라...


"꽤 실력있는 사람 아니에요?"

"선발 개척자까지는 아니여도 최전방 지원소대에 참여한적이 몇 번 있다던데. 그것도 나이도 어린편인데 말이야."

"저보다는 언니겠죠?"

"그렇겠지? 그나저나 넌 뭐 크는거같지가 않다. 널 1년을 봤는데."

"아 조용히 하세요 쫌."



참 재미없다.

왔던곳 또 와서 부스러기나 찾고 있는 신세라니.

어디 개척지로 나가보고 싶긴 하지만 그렇게 까지 가고 싶지도 않다.

위험한건 둘째치고 그냥 이대로 사는거도 나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어린놈이 이런 생각 가지고 있으면 선생님들이 되게 싫어할텐데 어쩌겠어, 실력도 애매한걸.


"하아아암...아저씨 다 찾았어요?"

"너도 좀 도와라! 뭐 우리만 찾아서 이거 다 찾겠냐?!"

"아니 애초에 전 전투원으로 왔잖아요."

"그럼 난 뭐 아니냐? 총 있어 나도 임마!"

"아 네~으휴 내가 못살지."

"저 저 꼬맹이. 거기 다 찾았으니까 반대편 찾아!"


뒤지고 또 뒤져봐도 어차피 없을걸 아는데 왜 여기서 있는걸까.

어차피 이런 실력으로 뭔갈 찾았다면 이미 실력있는 사람이였겠지.

실력을 쌓으려고 여기에 있는건가? 그렇기엔 나이도 먹을만큼 먹은 사람들이.

그저 부스러기만 뒤질 사람들이니 그렇게 신경 쓸 필요도 없겠지.

아, 진짜 지루하다.

그런데 이건 또 뭐지? 뭔가 벽이 더 얇은거 같은데?


"이게...뭐야 힘을 좀만 더 쓰면...끄응."


도저히 내 힘으로는 안되겠는데?

그렇다면 다른 힘을 써야겠어.


"쓰기 싫은데 진짜...아으."


진리의 문자를 머릿속에 새기고

그 문자를 읽는다.

천천히...그리고 신중하게.

하지만 끝은 강렬하게!


"바르악!"


몸에 있던 아르카나가 내뿜어지면서 한 곳에 집중됐다.

늘어져있던 몸에 탄력이 붙고 손으로 쥐기도 어려울 강한 힘이 느껴진다.

전에도 했지만 이 익숙치 않은 힘을 간신히 들기도 버겁지만 저 벽을 향해 내지른다.


"열려라아아아!!!"


콰아아아아앙!


강력한 힘이 벽에 부딪히며 벽이 그야말로 으스러져 터졌다.

그 반작용으로 나도 날라가야 했겠지만 한 손으로 응축한 힘이라 두 다리로 지탱 할 수 있었다.


"크으으으윽!!!"


하지만 힘이 예상보다 강력했던것 같았다.


"으으으아아악!"


다리에 힘이 풀리고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져 뒤로 쓸려갔다. 얼굴에 먼지가 들어오고 볼은 쓸려서 까졌지만 확실히 두꺼운 벽을 뚫는데 성공했고 소리를 들은 아저씨들이 달려왔다.


"뭐야! 꼬맹아 너 또 뭔 짓 했냐? 건물 무너지겠다!"

"아으...진짜 남는 소독약 있으면 줘봐요."
"아니 어쩌다가 이렇게 쓸린거야? 옷도 다 까졌네."

"아 씁 옷 이거...꺄악! 안봤죠!"

"니꺼 봐서 반응도 안온다 멍청아. 예고르한테 가서 자켓 하나 더 가져오라 할테니 일단 약이나 받아."


아 씨 하필 옷이 쓸리면서 왜 브라가 살짝 보이냐 진짜

그것도 드러운 아재들 앞에서 속옷이나 보이고. 내 참 진짜.


"씨이...안 본거 맞아요?"

"아니 봐도 안꼴려 니같은 애들 보다 안에 스트리퍼들이 다벗고 춤추는데 니껄 왜 보냐?"

"아 진짜!!!"


어 뭐지?

뒤에서 예고르 아재가 자켓이라도 가져왔나? 그 사이에?

어???


"히이익?! 언제 오셨어요?"

"앗 개척자님!"

"아~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서 와봤어요. 자 일단 이거 입고."
"아...이거 동양기업 유니폼..."

"음? 왜? 맘에 안들어?"

"아뇨! 감사합니다! 우와...동양기업..."


동양기업의 멋들린 검은 자켓을 입으니 내가 다 동양기업 사람 된 것 같네.

붙기나 했으면 좋겠지만. 심사 조건에 맞을려면 더 노력해야겠지.


"그나저나 이 벽...이 아이가 뚫은건가요?"

"아 네, 저희는 다른곳을 찾고 있었는데 이 꼬맹이가 뚫어버렸습니다."

"흠...뭐, 들어가실 생각이신가요?"


뭔가 탐탁치 않은 눈빛을 보내는게 수상하긴 하지만.

이 아재들이 포기 할리가 있나.


"네, 일단 결정체 반응도 감지 되고 있는데 이정도라면 저희 화력으로도 될겁니다."

"그래요? 흠...말리지는 않을게요. 저도 여기는 가본적이 없어서."

"정말입니까? 개척자님도 가본적 없으시다니 그럼 저희가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신나서 저러는거 보소.

개척자가 안가본곳이라면 둘 중 하나겠지,

진짜로 몰라서 안가봤거나

존나게 위험해서 갈 생각도 안하거나.

그래도 여긴 결정체 반응은 약하니까 재앙이 있을리는 없겠지? 있더라도 개새끼들 잡아먹은거겠지.

만반의 준비를 하고 들어가는 아재들을 뒤로 한 채 여기로 남고 싶었지만 개척자님이...


"그럼 저희도 들어가볼까요?"

"아...네!"

"다친곳은 괜찮죠? 먼저 들어가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아까는 앞장서서 길을 열으셨으면서

이번에는 뒤에서 따라오신다고? 왜?


"그거야 귀여운 후배들이나 다른분들에게도 기회는 줘야 하지 않겠어요?"

"히잇?!"


뭐지? 독심술이라도 있으신건가?

어떻게 내가 말하는걸 알아차리시고!


"눈빛만 봐도 다 보이는걸요~"

"아...네...그...알겠습니다."





그렇게 벽 너머의 미지의 공간으로 내려가면서 한 마디도 섞지 않았다.

물론 내가 속으로만 생각하는게 문제였겠지만 딱히 개척자님도 말을 하지는 않았다.

왜 아무말도 없이 묵묵히 따라오기만 하실까...도대체 왜?

그렇게 계속 내려가는데도...아 다리 아파. 도대체 끝이 어디...



"야!!!찾았다!!!"

"맞지!? 이거 맞지!?"

"아티펙트다! 순수 다크메터리얼로 만들어진거야!"

"순도 측정해봐! 불순물이 섞여있을수도 있어!"

"그런게 중요하냐! 이정도 아티펙트면...도대체 얼마야!"


아재들이 저리 신나서 날뛰는것도 처음이네.

근데 그러면 저 아티펙트를 내가 벽을 뚫었으니까...

어? 나도 아티펙트 발견한 사람인건가?


"아저씨! 그거 진짜에요!?"
"어! 너 왔냐! 야! 진짜야 아티펙트라고!"

"이거 물질 변환 시키면 얼마 나오지? 연금술사 아는 사람 있어!?"
"그게 중요하냐! 이거면 진짜 적어도 우리 몇달은...!"



실감 안나네.

저거 아티펙트 찾으면 공로자로 나도 이름이 올라가고...나도 그러면 개척자 자격이 주어지는건가?

사람 일 모르는거라지만 이렇게 쉽게 풀려도 되는거야?


"세상 참."

"흐음..."


아 맞다, 개척자분 계셨지.

근데 표정이 그렇게 썩 좋아보이지는 않네. 자존심 상하신건가 혹시?

사람 싹 다 무시하고 지들끼리 신난거 보소. 아재들 참 신나셨네.


"이제 이걸 조심히 들고 가기만 하면...엇? 개척자님?"

"축하드려요. 이 아티펙트 찾으신거 맞죠?"

"네! 저희가 찾았습니다! 아, 개척자님이시라면 이런 아티펙트는 얼마 하시는지 아시나요 혹시?"

"음...저 아티펙트 가격은..."


뭐지

아까까지만 해도 되게 상냥하고 나긋나긋 했던거 같은데

언제 눈을 저렇게 뜨고 있는거지? 일 하면 성격이 확 바뀌는 그런 타입인건가?


"음...당신들한테는 0 이겠네요."

"네?"

"그게 무슨말씀...아니 뭐라고요? 0?"

"...뭡니까 이건 누가 봐도 순수한 아티펙트라고요."
"본인이 못찾아서 그런겁니까?"


뭐야 아재들

동양기업 소속의 개척자가 그런걸로 시비를 털겠어? 왜 그래?

갑자기 눈빛이...뭐야?


"아재 미쳤어? 총은 왜 꺼내!"
"닥쳐! 씨이발...어떻게 찾은건데 이거 그거지! 자기가 혼자 꿀꺽할려고!"

"뭔 개소리야! 개척자님 말해보세요. 이걸 왜 우리...어?"


아재들 왜 날 그렇게 봐?

왜 총을 나한테 겨누고 있어?

왜...우리를 향해...


"아저씨? 왜...왜그래요?"


손이 벌벌 떨린다.

특별한 능력을 쓴다 하더라도 내가 가진 힘은 물질에 담긴 힘을 증폭시켜 발산하는것일뿐

저 총알을 맞으면 나도 거덜나는게 당연하다.

뭐야...그런데 왜 총을 나한테 겨눠...


"아저씨....왜그러세요...네?"

"씨발...능력자년들이 설치는거 좆같았다고."

"우리가 찾은건데 이제와서 꿀꺽하시겠다?"

"절대 그렇게 못하지."

"무슨 개소리에요! 제가 문을 뚫었는데! 개척자님도 말해보세요!"


그리고 개척자는 아무말 없이 본인의 검에 손을 갖다 댔다.

아니 저건 검이 아니라 도에 가까운 무기였다.


"뭐야, 진짜였어? 우리를 없애고?"

"그렇게 놔두진 못하지. 아무리 능력자라도 3명이야. 우리가 충분히 이길만 하다고! 예고르! 어서 아티펙트 챙겨!"

"그래!"


그리고 아재가 결정체에 손을 대자마자 갑자기 아티펙트에서 기괴한 물체가 튀어 나와 예고르를 감쌌다.


"으 뭐...으아아아아악!!!"

"예고르! 이런 ㅆ...끄아아악!!!"


촉수가 결정체 안에서 튀어나와 아재들을 감싸고 총까지 집어 삼켰다.

그리고 개척자는...


"예, 동양기업 개척자 이릴. 전투 시작합니다. 상대는 침식된 결정체 3개."


허리끈에서 뽑힌 환도가 날아오는 총알을 갈랐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확실히 격발된 총알이 어디론가 사라졌으니 가른거 말고는 생각나는 표현이 없었다.


"그러니까 너희들에게는 0이라고. 가치가."


이릴은 환도를 들고 보폭을 넓혀 성큼 앞으로 나가 결정체의 팔을 베어버렸다.

분명 저 결정체는 단단하고 웬만한 무기로는 잘리지도 않을텐데 그대로 팔이 베어졌다.


"끄리이이익!!!"


팔이 잘린 결정체가 그대로 이릴의 얼굴을 다른팔로 휘둘렀으나 이릴은 환도로 팔을 튕겨냈다.

뒤에서 다른 결정체가 총을 쐈으나 순간 일렁이는 불꽃에 가로막혀 타버렸다.


"욕심의 댓가는 치뤄야겠지."


그리고 환도를 다시 다른팔에 내려찍어 그대로 팔을 베어버렸다. 통증이 없는 결정체가 다시 괴성을 지르며 팔을 재생시키려 하자 다시 불꽃이 튀어나왔다.


"그을!"


불꽃이 일렁이며 절단부위에 불꽃을 피우자 푸르게 변하며 결정들에 다시 이어 붙어졌다.


"끼리이이익!"


다른 결정체가 이릴을 향해 돌진하며 동화된 총을 그대로 휘둘렀다. 이릴은 앞에있는 결정체에 신경이 팔려 간신히 피할 수 밖에 없었다. 살짝 스친것만으로도 팔에 있던 옷이 살짝 찢겨져 나갔다.


"거칠고 정교함이란 볼 수 없는 움직임이야."


이릴은 불 붙은 결정체를 향해 발을 찼고 결정체는 곧바로 뒤로 쓰러졌다. 결정체가 쓰러지며 불길이 더 거세지자 다른 결정체에게 달라붙으려 했다. 불꽃이 살아 숨쉬듯이 꿈틀대며 움직이자 결정체는 불길을 치우려고 난동을 부렸다.


"끼이이이익!"


그러고보니 결정체는 3개였는데 나머지 하나는...

아.


"꺄아아악!!!"


간신히 피했지만 끔찍하게 뒤틀린 결정체가 내지른 주먹이 다시 검은 촉수가 되어 나를 감싸려 하고 있었다.

어덯게든 발로 차며 피하려 했지만 오히려 내 발을 붙잡아 버렸다.


"오지마! 오지마!"


다시 떼어낼려고 했으나 다른 발 마저 붙잡고 내 다리를 붙잡고 반동으로 내 얼굴 앞으로 튀어 왔다.


"찌이이이익!!!"


얼굴이 녹아서 사라 졌지만 거기서 다시 입이 짝 벌어지며 내 코를 물어 뜯으려 했다.

겁에 질려 아무런 저항도 못할 때 눈앞에서 작은 불길이 일었다.


"기 갸르 샤!"


불길이 솟으며 내 다리를...


"안 돼! 안 돼!"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불길이 내 다리를 얶어버리고 거세게 일그러진 불길이 결정체를 덮었다.

결정체가 아스라지며 내 다리도 아스라지는건가 싶었지만 불꽃은 뜨겁지 않았다.


"뭐...무슨..."


살아있는 불꽃이 그대로 결정체를 덮으며 결정체가 아스라질때 다시 다른 결정체와 싸우고 있는 이릴이 보였다.

불꽃으로 태우면 될 것 같았으나 결정체들을 태우느라 이릴도 힘을 많이 썼는지 환도를 들고 힘들게 결정체와 싸우고 있었다.


"역시 태워도 태워도 없어지지 않네."


이릴은 침착하게 결정체의 공격을 환도로 튕겨내며 막고 있었으나 좁은 방 안에서 싸우다 보니 결국 구석까지 몰리게 됐다.


"크윽! 보기보다 힘은 꽤 센데?"


이릴이 환도를 들고 겨우 막고 있었고 나는 눈앞에서 결정체가 타오르는걸 봤다.

이릴의 환도는 더는 버티기 힘들어 보였다. 아르카나를 다 써서 이제 더는 신체강화할 능력도 없을터.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일은 이미 정해졌다.

숨이 가쁘고 일어나는 상황을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 일어나야 하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내 힘이 어떻게 되든 상관 없었다.

다시 한 번 힘을 집중하고 아르카나를 터트린다.

결정체는 눈앞에 있는 이릴에 정신이 팔려 계속 힘으로 누르고 있을 뿐이였다.

기회는 지금이다.


"바르아악!!"


주먹이 울리며 힘이 모이고 있었다.

팔방으로 퍼지는 힘을 고스란히 움켜쥐는것도 힘들었지만 힘을 제어하며 한 방향으로 틀었다.

그리고 무작정 앞에 있는 결정체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크리이아아아아아!!"


결정체가 몸이 뚫리자 힘이 빠지며 다시 뒤를 돌아 나를 향해 팔을 휘둘렀다.

팔이 결정체 안에 박혀서 빼내지 못하고 그대로 결정체에게 당할것 같았다.

그러나 결정체의 팔은 환도에 찍혀 부숴졌다.

결정체가 다시 발악하며 이릴을 덮치자 이릴이 다시 말했다.


"기르 갸!"


불길이 결정체를 덮고 결정체들이 으스러지고 방은 불길로 가득찼다.

그리고 예상치도 못한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잠깐만 저기 안에 총알들 있지 않나?"

"아마도...앗!"


이릴과 나는 말도 아끼고 바로 그 자리에서 출구를 향해 뛰었다.

어떻게든 발버둥 치며 나갔지만 이미 열받은 알들이 터지면서 튀어올랐다.

총알이 빗발치며 뛰어가는 우리를 향해 달려오자 이릴이 불길을 거두고 다시 바로 뒤에 화염벽을 세웠다.

총알이 녹으면서 사라지자 겨겨우 밖으로 나왔고 난 그대로 지쳐 쓰러졌다.


"허억...허억...허어억..."


그리고 이릴은 몇 번 숨을 가다듬은 뒤에 나에게 다가왔다.


"아티펙트를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어?"


숨을 가다듬고 답했다.


"...몰라요, 아무 생각 없어요."

"정말?"

"네."


이릴은 다시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왜? 아쉽다는 생각 안들어?"


아쉽지.

존나게 아쉽지 그냥.

저걸 잡아서 갔으면 나도 개척자로 특채 됐을텐데.

아쉽지만 내가 아쉽다고 말을 꺼내면 뭐가 되겠어. 어차피 썩어버린 세상에서 굴러가는 쳇바퀴인데.


"아쉽지만 제가 가지고 갈만한 물건은 아니였어요."

"그래? 만약 아티펙트를 그대로 줏을수 있었다면? 그걸 가져가서 개척자가 될 수 있었다면?"


어째서 이런걸 물어보는거지.

말에 의도가 숨겨져 있는게 분명하지만 그 의도를 파악 할 수 없었다.

별 수 없지. 진심을 담아 답하는 수 밖에.


"그냥 이 세상 자체가 싫어요."

"흐음...반체제세력이였니?"
"아뇨 그런게 아니라. 그냥...이대로 살아도 되는건가 싶어서요."

"무슨 뜻인지 정확히 말 해주겠니?"


그리고 이릴은 내 목에 환도를 갖다 댔다.


"네가 하는 대답에 따라 내 결정이 달라질거거든. 회사와 우리 사회를 위해."


.......

그냥 다 싫다.


"애초에 능력자로 태어났다고 제가 뭐 달라지거나 그런게 있지도 않고 제 능력은 평범하거든요. 개척자로의 삶도 괜찮겠지만 괜히 나대다가 죽는것도 싫고요. 그냥 적당히 힘이나 쓰고 적당히 살아가고 싶지 전 개척자가 되고 싶지 않아요 이릴씨 처럼 말이죠. 무엇보다도 저는 이 사회 자체가 마음에 안들고요."

"음...그렇구나."


그리고 이릴은 환도를 다시 머리 위로 올렸다.


"그렇다면 내 대답은 이거야."


그대로 내려 찍는건가.

반체제 인사들을 잡아 넣고 있다고는 하지만 동양기업이 정부와 결탁한건 꿈에도 몰랐는데.

나도 죽는건가, 아니면 잡혀가는건가?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눈에 초점이 흐려져 갈때 이릴은 환도를 다시 검집에 넣었다.


"그런거라면 됐어. 좋은 대답이였어."

"...살려주시는건가요?"

"내가 동양기업의 개척자 라는건 알고 있지?"

"네..."


이릴은 품 속에서 명함을 꺼내 줬다.


"이게 개척자로서의 내 명함이고."


그리고 반대편 품속에서 다른 증을 꺼냈다.


"이게 내 진짜 직업이고."


흐려져 가는 내 눈에 들어온것은...

동양기업의 감시자 였다.

감시자?


"감시자..."

"얼간이들이 아티펙트에 손에 대지 못하게 하는것, 혹여나 위험한 물건으로 반체제인사에 협력하고 테러집단이 되는것을 방지하는게 나의 진짜 임무지."

"그래서 오늘도..."

"아티펙트가 어디있는지 몰라서 일일히 쫓아 다녀야 하지만 덕분에 아티펙트 하나를 또 제거 했어. 실제로 제거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내 불길에 휩싸였으니 제 기능은 상실했겠지."


그리고 이릴은 얼굴을 들이댔다.


"보아하니 넌 개척자로서의 자질도 있고 개척자가 되고 싶기도 했지. 안 그래?"

"......"

"그런 의미에서 널 동양기업의 개척자 선발과정에 지원 시킬려고 해. 물론 내 입김이 닿으면 바로 특채겠지."

"왜...그런짓을..."


이릴은 고개를 기울고 위에서 깔보듯이 말했다.


"네가 얼간이들을 데리고 찾아다니면 내가 그걸 제거한다. 제 기능을 상실한 아티펙트를 연구진에게 던져주면 넌 그걸로 보상을 받고 사회는 안정된다. 넌 돈을 벌고 난 세상을 지켜. 그 편이 더 낫지 않겠어?"

"...날 이용 하겠다는거에요...?"

"Win-Win이야.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는거지. 덕분에 강력한 개척자를 한 명 알았으니 너도 새로운 세상에 발을 디뎌야 하지 않겠어?"


싫어...

그런거는 싫어....


"거절한다...면요?"

"어머 내가 너무 어렵게 얘기했나 보구나?"


이릴은 다시 싱긋 웃으며 말했다.


"여기서 살래? 죽을래?"


모든걸 체념하고 난 답했다.


"그래도 살고 싶어요."


이릴은 싱긋 웃으며 날 업고 타고온 차를 향해 걸어갔다.

내 인생이 어떻게 꼬일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은 살고 싶으니까.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그나마 그녀만이 날 지켜줬으니까.


"우리 꼬맹이 이름도 모르고...뭐 나중에 알게 되겠지."


꺼져가는 의식속에서 이릴의 따스한 온기를 느끼며

난 눈을 감고 곤히 잠들었다.

이릴은 웃으며 기분좋게 차를 몰고 이 곳을 떠났다.

을씨년스러운 바람만이 아까 있었던 비극을 담고 장벽 너머의 세상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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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설정보고 느낀거


이거 딱 소년만화나 웹소설 주인공 느낌 나는데


한 번 틀어보면 어떻게 될까


알고보니 주인공이 사축이였던거임


일만 존나게 하는데 사실은 또 따스한거임!


실력은 오지게 있어서 회사에서도 탐내는 인재인데


또 여기서 한 번 틀어서


알고봤더니 자기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며 모든걸 이용해먹는 그런 냉철한 주인공인거임!


이런 의식의 흐름으로 싸제껴봤습니다.


생각하신 캐릭터와 좀 성격이 많이 바뀌어 만족하실련지 모르겠지만


여튼 뭐


그렇게 됐습니다.


신청해주셔서 감사하고 글버스 이거 되게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