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참, 곤란한데.”

“언제 비가 내릴는지, 하늘도 무심하시지.”

“마법사들도 물을 끌어오기엔 너무 건조해서 힘을 제대로 못 쓴다고 하더라. 밖에만 나가면 숨이 턱턱 막혀.”

“뜨겁지, 건조하지. 식수도 좀 있으면 마르는 거 아냐? 으휴    ….”

하늘이 너무 쨍쨍하다. 비가 내린 지 한참이 지나 농사짓는 사람들이 걱정할 정도로 땅이 말랐다. 산에서 흘러내려 오는 물줄기 중 약한 곳은  마르려는 낌새가 보였다. 식사하러 찾아오는 사람들의 화제는 대부분 그 이야기였다.

구석에 앉아 견과류를 손질하는 레가투스를 힐끔 훔쳐보았다. 전혀 관심이 없는 듯 무심하게 알을 쏙쏙 골라내며 그릇에 담고 있었다.

‘렉스라면 비를 내려줄 수 있을 텐데….’

사람들의 대화가 선명하게 들릴 텐데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반복 작업에만 몰두했다. 떠들썩한 하루가 지나가고 뒷정리를 할 때 넌지시 물음을 던졌다.

“여보, 오늘 사람들 이야기 들었어?”

“무슨 이야기?”

“비가 안 와서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는 이야기. 너무 말라서 어지간한 마법사들도 해결하기 어렵대.”

“음, 그래.”

그것으로 끝. 더 무슨 이야기는 없나? 잠시 기다려봤지만 입을 더 열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응? 그걸로 끝?”

“그래. 더 할 이야기가 없지 않나.”

자신이 수신룡이라는 것을 잊지는 않았을 텐데. 무슨 이유라도 있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그것도 아니면 꿍꿍이속이 있거나.

“그~러니까~, 당신이 비를 내려주면 좀 좋지 않겠나, 이 말이지.”

“귀찮아.”

“어?”

“귀찮다니까.”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런 이유라고는 생각도 못 했으니까.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만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거기다가 이런 평화 시에 괜히 용의 모습을 보여줘 불안을 야기하는 것도 좋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지금 이런 상황에 소문이 퍼져도 가뭄이 일어나는 지역마다 비를 뿌려준다면 그다지 큰 혼란이 일어날 것 같진 않은데.

“거래하자.”

“거래?”

짓궂게 웃으며 제안했다. 설득하기도 귀찮았고, 어떤 제안을 해올지도 궁금했다. 특별히 뭔갈 보고 싶은 게 있을까? 아니면, 특별히 오랫동안 힘낸 음식을 원할까?

“비 내려주면, 내가 당신이 원하는 걸 한가지 들어줄게. 보통은 안 들어주는 그런 거라도.”

고민한다. 그 정도로 귀찮았나.

“좋아. 마침 밤이니 비 내려주기엔 좋겠군. 왕실에 전할 편지 하나만 쓰고 하지. 갑자기 비가 내리면 놀랄지도 모르니까.”

“그래. 아직 퇴근 안 한 직원은 보내고 나머지는 내가 하면 되겠네. 들었지? 너는 이제 쉬다가 편지 받으면 왕실에 전해주고 집에 얼른 가. 비가 곧 내릴 테니까.”

“아, 네!”

기분이 좋아졌는지 밝게 대답하고는 푹신한 곳을 찾아 드러누웠다. 가뭄 때문에 손님이 조금은 줄었어도 고되긴 고된 일이니까. 흐뭇하게 웃고는 얼마 남지 않은 일거리를 모두 해치운다. 일을 끝내고 홀을 둘러보자 레가투스가 이 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편지는 이미 전해주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그 아이는 보냈어. 조금 있으면 도착할 거야.”

“좋아. 이제 우리 둘뿐이네.”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레가투스의 옆에 사뿐 앉고 어깨에 기댔다. 부드럽게 머리칼을 빗겨주는 손길이 기분 좋았다. 그러나 그 기분 좋음은 얼마 가지 않았다. 하겠다고 한 것은, 해야 했으니까. 터벅터벅 뒷마당으로 향했다. 레가투스가 거대한 용의 형태로 변하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아이가 집까지 가도록 정도를 조절했겠지. 아직은 물방울이 조금씩 툭툭 떨어지는 정도였다.

“자, 들어가자.”

***

침실의 창틀 앞에 앉아 비구름이 몰려오는 것을 바라본다. 저 멀리 짙은 먹구름이 뭉치며 다가온다. 점차 몰려드는 비구름은 찬란한 달빛을 가리기 시작했고, 비가 점차 거세지기 시작했다. 달이 완전히 가려지고 사방이 빗소리로 가득 차고 난 후에야 레가투스를 돌아봤다.

“덕분에 예쁜 거 잘 봤어. 거래는 지금 바로? 아니면...다음에?”

“지금, 바로.”

“그럼 우리 렉스가 원하는 게 뭘까? 가게를 쉬든지, 소풍 가던지. 뭐든 들어줄게.”

“흠….”

딱히 생각을 안 해놨던 것 같았다. 무엇을 요구해올까? 남편의 소원이라는 것이 어떤 것일까, 기대에 가득 찬 얼굴로 레가투스를 바라보고 있자 쑥스러운 듯 고개를 살짝 돌렸다. 귀여웠다.

“음...크흠…. 정말...뭐든지 괜찮나?”

“응. 어차피 당신이 날 상처입히는걸 생각하겠어? 부담가지지 말고 말해.”

“...상처입히기 보단...괴롭히는 쪽이다.”

괴롭히는 쪽이면 무엇일까, 청소를 하는데 방해? 그것도 아니면….

“업무 방해? 그런 짓 하면 아무리 그래도 좀….”

“그런 쪽이 아냐.”

그러고는 쭈뼛쭈뼛 침대를 가리킨다. 그제야 머릿속이 밝아지며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됐다는 듯 얼굴이 펴졌다. 부끄러워하는 레가투스의 모습이 귀여웠다. 웃음을 꾹 눌러 참으며 레가투스의 손을 잡고 침대에 앉았다. 그러고는 허리를 휘감으며 귓가에 속삭이며 바람을 불어넣었다.

“그럼...뭘로 시작할까…?”

순식간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레가투스의 얼굴이 너무나도 귀여워 가슴이 옥죄어드는 것 같았다. 첫날밤을 보낸 지 오래도 지났건만 이런 부끄러움을 보이는 것이 마치 첫 경험을 앞에 두고 우물쭈물하는 소년 같았다. 바지 밑의 기둥이 꼿꼿이 설 공간이 없어 위로 향하며 바지를 벗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옷감 너머로 느껴지는 불같이 뜨겁고, 바위같이 단단한 남근을 쓰다듬으려다 멈칫했다. 오늘의 주도권은 레가투스에게 있었으니까.

“명령, 아니면, 직접….”

슬슬 흥분이 섞여 나오는 숨결이 레가투스의 목덜미에 직접 쐬어진다. 등을 타고 미끄러지듯 내려가는 단단한 손이 간단하게 옷의 옆 끈을 풀어낸다. 적당히 조여 가슴의 라인을 그려내던 옷은 이제는 그 끝에 걸려 커튼처럼 늘어진다. 이제는 어두워 흐릿하게만 보이는 아스트리드의 몸이 아쉬웠다. 슬그머니 손을 옮겨 불을 켜자 갑작스레 밝혀지는 방에 움찔 몸을 떨자 옷자락이 팔랑인다. 그 아래로 설핏 보이는,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피부가 흐릿한 빛에 별처럼 반짝이며 빛난다. 커튼을 걷듯이 옷을 슬며시 옆으로 걷어내자 흥분으로 평소보다 크게 오르내리는 흉곽에 커다란 가슴이 더욱 돋보였다. 허벅지를 탁탁 두드리는 손짓에 그곳에 머리를 뉘인다. 다가오는 젖꼭지에 입을 가져다 댄다. 숨결이 가슴에 닿았다. 아기가 젖을 빨아 먹듯, 그러나 목적은 전혀 다르게 가슴을 살며시 쥐고 끝을 느릿하게 핥는다.

“으응….”

작은 신음소리는 거센 빗소리에 사그라든다. 그러나 몸을 맞댄 둘은 서로의 세세한 소리까지 잡아낼 수 있었다. 아주 작게 질척이는 소리가 난다. 가슴 끝이, 도톰한 유륜이 입술 속에 담겨 혀로 희롱당하고 있었다. 빙글 돌려가며 아릿하게 퍼지는 감각이 가슴 깊은 곳을 간질인다. 점점 끝을 빨아들이는 소리가 자주 들려온다. 

“그렇게 빨아도 모유는 아직 안 나오는걸….”

가슴 테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빨아내는 레가투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게나 기분이 좋을까. 알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싫어하는 남편은 본 적 없었다. 쓰다듬던 손이 가슴 앞부분을 붙잡았다. 살짝 쥐어 젖꼭지를 솟게 한 뒤, 마치 자신과 키스하듯 곳곳을 슬쩍슬쩍 스치며 민감한 젖꽃판을 자극한다.

“가슴이 그렇게 좋아?”

고조되는 가슴 끝의 감각을 즐기며 묻는다. 자신의 다리를 벤 채 자신의 젖에 열중하는 모습이 우스웠고, 즐거웠고, 행복했다. 나도 여기서 장난을 쳐볼까. 레가투스의 자지에 손을 가져간다. 자신의 손 길이를 훌쩍 넘어서는 뜨겁고 딱딱한 막대가 손에 잡혔다. 끝에서 흘러내린 투명한 즙을 짜내 전체에 고루 펴 발라준다. 뻑뻑한 촉감을 매끈하게 만들고, 두껍게 각이 선 귀두를 툭툭 튕기며 자극을 불어넣어 줬다. 더욱 딱딱해지며 꺼떡이는 막대가 대단히도 탐스러워 보였다. 당장에라도 입안에 넣고 굴리거나, 넣고 싶었지만  참아냈다. 천천히 손을 흔들어 가볍게 수음해준다. 손이 잠시 멈추면 엄지로 귀두를 슥슥 문지른다. 하반신이 움찔움찔 떨리며 강렬한 느낌을 견뎌내는 것이 참으로 즐거웠다. 액을 사이에 두고 색을 달리하여 마찰하는 두 살갗은 묘한 대비를 이루었다. 곱디고운 옥수와 흉악하고 굵은 자지는 마치 서로 다른 세계의 접촉인 듯했다.

“참 뜨겁네에….”

이 기둥에서 느껴지는 맥박에 자신의 심장 박동이 맞춰지는 것 같았다. 애무하는데 맥을 짚는 느낌인 것은 언제 잡아도 신기했다. 그 신기함은 곧 열기로 바뀌어 아랫배를 달궜다. 그럴수록 자궁이 정액을 삼키고 싶어 안달이 난 것 같았다. 자궁만 그런 게 아니라 마음도 그랬지만. 부드럽게 흔들어주고 있지만, 조였다 풀렸다 하는 자지의 경도가 머지않아 새하얀 정액을 뿜어낼 것이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자, 어서 싸. 얼른 진짜 섹스를 하자. 교묘하게 리듬을 뒤틀어 흔들어주자,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보였다. 찌득하게 들러붙은 쿠퍼액이 말라붙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정액 줄기가 세차게 솟아올랐다.

“앗, 응…!”

재빨리 고개를 들자 빨고 있던 가슴이 살짝 늘어나다가 원래대로 돌아가며 흔들렸다. 다행히도  머리에 정액이 붙는 일은 피했다. 정액은 가슴 위에 후드둑 떨어졌다. 뜨뜻미지근하고 끈적한 것이 가슴골 사이로 고였다. 허리를 곧게 펴 레가투스의 얼굴에 떨어지지 않게 배려해주었다. 저릿한 가슴 끝이 더 해주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저 쪽이 먼저 가버렸으니.

“음…. 조금 아쉬운데….”

몸에 묻은 정액을 손으로 훑어 빨았다. 약간 비릿하지만 그래도 남편의 것이라서 좋다. 묻지 않은 손으로 남편의 정수리를 살짝 두드려주었다.

“젖먹이는 끝났어요~.”

느릿하게 몸을 일으키는 레가투스와 눈을 마주쳤다. 열이 담겨 일렁이는 청보랏빛 눈동자가 갈색 눈동자를 직시한다. 단단한 손이 아스트리드를 살짝 밀쳐 쓰러트리고 그 위를 감싸듯 엎어졌다. 서로 눈을 마주칠 듯 살짝 닿는 키스가 애간장을 태운다. 견디다 못한 아스트리드는 조금 더 진한 키스를, 조금 더 강렬한 쾌락을 바라며 레가투스를 끌어안았다. 풍만한 가슴이 찌그러지며 단단한 가슴이 맞닿음과 동시에, 아랫도리를 찌르는 단단하고 뜨거운 막대로부터 화끈함이 전해졌다. 그 감각이 전염되는 것처럼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 열기가 머리를 잠식하자 떠오르는 생각은 오로지 남편의 자지, 자지뿐. 언제 즈음 저것을 안으로 밀어 넣어 줄까? 들어갈 듯 말 듯 스치는 마찰하는 균열에 온 신경을 집중하며 들어올 순간을 고대하고 있었다. 주륵주륵 내리는 빗소리에 섞여 들리는 질척이는 물소리가 작지만 선명하게 귓속을 파고든다. 즙이 음경 밑동에 묻어 창밖에 비치는 달빛에 윤곽이 뚜렷했다. 장난치듯 비비던 음경은 작은 구멍을 벌리며 단숨에 파고들었다.

“흐읏…!”

아랫배가 찌르르하며 뜨거워졌다. 불에 가까이 가기라도 한 듯, 그러나 아프지 않고 간질거리며 참을 수 없는 감각이 들었다. 당장 시원하게 긁어주면 해소될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몸 곳곳을 갉작이며 퍼져갔다. 그러나 정작 레가투스가 하는 것은, 다시 가슴을 주무르고 음핵을 괴롭히는 것이었다.

“앗, 레가, 그러지 말고...아읏…!”

얼굴을 보고 싶어 올려다보아도 달빛의 역광 때문에 보이는 것은 빙글 휜 두 눈뿐이었다. 명백히 약 올리기 위해 애태우는 것이 분명했지만, 보채기만 할 수밖에 없었다. 빙글 돌리고, 아릿하게 꼬집고, 뿌리까지 쓸어올리며 빈틈없는 자극을 선사했다. 원하지 않는, 그러나 갈구하는 것과 비슷한 쾌락에 눈을 돌려 조금이라도 원망스러운 마음을 표현하지만 하늘빛 머리칼 사이로 드러난 귓바퀴는 불그스름하게 물들어, 되려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으흣! 하, 아...앗!”

말없이 다시 젖꼭지를 잡아 비틀자 퍼득거렸다. 반응이 재미있는 듯 연이어 음핵을 쥐어짜자 조여오는 허벅지에 더불어 질내가 꽉 좁혀왔다.

“제발, 애태우지 마….”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올려다보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손만 움직였다. 형태 좋은 가슴이 엉망으로 찌그러지고 분홍빛 연한 속살은 계속해서 배어 나오는 투명한 액에 번들거리며 쉴 새 없이 움찔거렸다. 빈틈없이 자지를 감싼 질 내가 꿈틀거리며 품고 있는 것을 자극한다. 움직이지도 않건만, 육벽의 꿈틀거림만으로 사정감을 끌어올렸다. 언제나 생각하는 것이지만, 이 몸은 마성을 띄고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매 순간 온 몸을 파도처럼 세차게 치고 가는 고통에 가까운 쾌감이었지만 그것에 중독되는 양, 매 휩쓸림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점멸하는 눈 앞을 더듬거리며 레가투스를 찾았다. 그는 그 손을 붙잡고 스스로의 커다란 가슴 위에 올려 덮어주고는, 계속해서 클리토리스를 뭉근하게 가지고 놀았다. 힘없이 벌려진 다리가 달달 떨리고 허리가 멋대로 튕겨 올랐지만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발기한 자지가 움찔거리는 음부에 박혀있었고 가슴과 음핵을 가지고 논다며 닿아있는 손이 몸을 누르고 있었다. 몸이 꾹 눌린 채 있으니 방해가 될리 만무했다.

“앗...핫...하앗...아응….”

떨림이 잦아들고 지쳐 축 늘어진 몸이 간헐적으로 움칠대자 너무 심하게 했나, 라는 생각이 든 레가투스는 슬며시 손을 떼며 허리를 뒤로 빼려 했다. 허리가 살짝 빠진 순간, 레가투스의 허리는 아스트리드의 다리에 휘감겼다. 얼떨결에 도로 박아넣어 버린 그는 꿈틀거리는 질내 때문에 치미는 사정감을 억누른 채 내려다보았다. 힘없이 꺾여 옆얼굴을 보이며 눈동자만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그득한 물기에 젖어있었다.

"빼면...싫어…."

애처롭고 애타고 나른하게 속삭였다. 가련한 것이 아니었다. 무심코 내뱉은 말이 사람을 홀려 정신을 못 차리게 할 뻔했다. 이를 악물어 한계까지 팽창하고 빳빳해진 남근을 당장이라도 움직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른다. 뜨거운 숨결이 느껴지는 턱을 가볍게 잡아 얼굴을 들여다보자 흐려진 눈동자와 마주쳤다. 열기가 일렁이다 못해 탁해진 보랏빛 눈동자가 흔들림 없이 꿰뚫어 보듯이 응시한다. 당장 입이라도 맞출 것 같이 가까이 얼굴을 갖다 대자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엇에 긴장했을까, 몸을 더욱 밀착시키며 잠시 쳐다보고만 있자 그 순간을 견디지 못한 아스트리드가 입을 열었다.

“왜 안 해…?”

앙다물어 불거진 하관을 쓰다듬으며 발그레하게 홍조가 도는 얼굴로 의문을 표했다. 왜 이렇게 가까운데, 왜 이렇게 뜨거운데, 이렇게나 가까운데, 어째서 해주지 않는 것일까. 유혹하려는 의도가 느껴지진 않았지만 행동마다 교태가 서려 있는 것이 이렇게나 파괴력이 크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다. 마치 온탕이라도 들어간 것처럼 온몸에 열기가 확 하고 퍼지는 것 같았다.

허벅지를 잡아 뒤집자 하얀 시트와 맞닿았다. 새하얗고 매끈한 허벅지가 드러나며 비늘이 반짝였다. 숨김없이 드러난 하반신이 불손한 막대기를 물고 꿈틀거렸다. 허벅지를 단단히 잡고 허리를 살짝 빼자 놓치기 싫다는 듯 물고 늘어졌다. 간신히 두툼한 귀두가 빠져나오지 않을 만큼 빼고 불평을 중얼거렸다.

“네가 그러는 건, 정말 반칙이야.”

“그게, 므으읏!”

대답은 필요 없었다.

애타게 갈구하던 자지가 드디어 배 안쪽을 찌부러뜨릴 것 같이 짓쳐왔다. 아니, 이미 찌부러진 것 같았다. 성스러운 곳을 뚫어내기 위한 불손한 것이 온 힘을 다해 밀고 들어와 억지로 밀어 올렸다. 신음조차 나오지 않을 만큼 격렬한 감각이 온몸에 퍼져나간다. 약한 번개에 감전된 것 같은 느낌이 박힌 곳으로부터 찌르르하게 퍼져나가고 뜨거워졌다.

그리고 다시 한번, 세차게 박혀오는 자지. 채 가라앉기 전에 다시 퍼져나간 전율에 몸이 파르르 떨렸다. 다시, 또다시. 거침없이 놀리는 아랫도리가 날카로운 쾌감을 불러왔다. 물기 어린 살 소리와 한없이 서로를 갈구하는 신음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부드러운 언덕이 잔뜩 짓이겨지고, 벌려진 두 음순 사이로 파고들어 간 남근이 진득한 내부를 빈틈없이 채웠다. 빠져나가고, 다시 가득 메우기를 반복하는 거대한 질량에 숨이 가빠진다. 연이은 충격에 몸이 흔들리며 더할 나위 없는 충족감으로 채워지고, 서로의 흥분감을 교환하며, 이따금 번개가 치는 듯한 감각에 떨었다. 허리를 조금 낮추자 살짝 위로 휜 자지가 육벽 위쪽을 거세게 긁어댄다. 불룩거리는 아랫배가 얼마나 깊게 들어가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격렬한 스트로크를 견뎌내고 쾌락을 받아들이며 면면에 닿는 자지의 모든 요소를 느낀다. 마치 뽑아내려는 듯이 긁어내는 두꺼운 귀두와 힘줄이 단단히 솟아있는 기둥. 그러면서 흔들리는 가슴은 온 전체가 민감해 흔들리는 가슴뿌리부터 은근한 쾌락이 전해지고 있었다.

미끈한 점막부터 몸의 말단까지 전해지는 감각은 점차 강해지고 있었다. 강렬한 스트로크가 질 곳곳을 쑤셔대고 찌그러뜨릴 것 같이 강타당하는 자궁구가 빠르게 쾌감을 이끈다. 긴장되는 몸을 끌어안으며 허리를 든다. 치댈 때마다 밀리던 허리가 곤두서고 아까와 달리 공성추처럼 부딪쳐오는 자지의 충격에 신음하며 뿌리부터 꿀럭이는 파도가 임박함을 느꼈다.

"햐윽…?! 아, 끄윽…!"

쿵 하고 울리는 몸에 한껏 채워지는 질내.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최심부를 쳐대며 털어놓는다. 주입당할 때마다 등허리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치덕이는 소리는 철퍽이는 짙은 소리로 변하고 억지로 벌려진 틈새로부터 하얀 액체가 솟구쳐 살갗에 부딪혔다. 거친 호흡을 내쉬는 얼굴들엔 열락의 기쁨이 충만해 보였다. 찌덕이며 느리게 움직이자 그 틈새로 꾸덕이며 안에서부터 흐른 정액은 이미 자궁을 가득 채우고 바깥으로 흘러내려 접합부를 하얗게 물들였다. 절정의 여운이 몸을 휘감고 놓아주지 않았다. 축 늘어진 몸은 간헐적으로 움찔거리며 여전히 삽입된 자지를 주물렀다.

"레...가…?"

무정하게 느껴질 정도로 순식간에 빠져나간 이물감이 허전해 아련하게 레가투스를 불렀다. 더는 아무것도 물지 않게 된 음순은 옴죽이며 정액을 뭉텅이로 토해내고 있었다. 그런 몸이 뒤집혔다. 엎드려 엉덩이를 내민 자세가 되어버렸지만 힘이 빠져 떨기만 하는 아스트리드에게 다시 남근을 삽입했다.

"흐극!!"

재차 부딪힌 자궁구의 충격에 작게 절정 해버렸다. 살짝 위를 바라보는 눈동자는 잘게 떨리고 있었다. 격렬한 절정의 여운을 느끼고 있음에도 다시 한번 박히자 느껴지는 건, 쾌락에 대한 기대감. 레가투스가 해준다면, 뭐든 좋다는 설렘. 자신을 향해 내민 엉덩이를 잡고 녹아 눅진 거리는 질내에서 슬쩍슬쩍 찔러주자 뜨거운 열기가 뱃속에서 치솟는다. 미처 물들지 않은 곳을 친히 전부 물들여주려는 듯, 요령 좋게 이리저리 문지르며 질 전체를 마사지하듯 순차적으로 최심부부터 질구까지 꼼꼼히 풀어내었다. 마지막으로 빼내고, 다시 부드럽게 꽂아 넣었다.

“그읏….”

귀두가 먹힌 것만으로 다시 작은 절정에 달한 아스트리드가 힘껏 죄어온다. 천천히 질내를 벌려가며 다시 끝을 찾아 들어갔다. 언제나 각별하게 느껴지는 -첫 경험이 아스트리드이긴 하지만- 질감이 새로웠다. 구불구불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빈틈없이 달라붙고, 때로는 강하게 조여오기까지 하는 감각은 언제나 최고였고 질리지 않았다. 

숨소리만 들려오지만 간간이 뻐끔거리는 분홍빛의 항문과 파들거리는 몸이 여운의 막바지임을 알려주었다. 

“읏...하앗...하아….”

떨리는 몸이 멎고 살짝 젖은 비늘이 빛난다. 가쁜 숨에 은은한 빛이 파도치듯, 은하수처럼 방안을 수놓았다. 빛이 유혹한다. 이질적이지만 전혀 나쁘지 않은 광경이 마음을 자극한다.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울렁였다. 꿈틀거리는 자태에 마음이 동한다. 엎드려 아래를 향한 가슴을 살며시 쓰다듬으면서 허리를 조금씩 움직여 곳곳을 찌른다.

“흐읏….”

가라앉은 절정을 끄집어 올린다. 한껏 민감해진 가슴이 다시금 찌릿해 오고 귓가에는 흥분 어린 열기가 몸을 재차 달아오르게 했다. 저 깊은 곳으로부터 울리는 참을 수 없는 간질간질함 때문에 몸을 비틀자 갑작스레 몸이 흔들렸다..

“햐앙?!”

간질거림은 단번에 싹 사라지고, 단단히 죄어오는 붉은 질육을 강제로 찢어내듯 벌려내며 최심부가 짓이겨진다. 한번한번의 움직임마다 주체할 수 없는 흥분이 거세게 치민다. 격정적인 움직임에 합을 맞추듯 흔들리는 유방에 손을 포개고, 살짝 움켜쥐며 유두를 괴롭혔다. 등을 보여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퉁기고 짜듯이 괴롭히면 이따금씩 움찔움찔 몸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항상 생각하는 건데, 아스는 조금만 퉁겨주면 아주 자지러진단 말이지….”

“그, 하엣...민가아, 하닛, 가아…….”

풀어져서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대답 소리가 우스웠다. 항상 따뜻하게 안아주고, 격려해주고, 스스로 유혹하던 아스트리드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할딱이는 모습이 못내 사랑스러웠다. 지금 이 자리에서만큼은 반대가 되어 의지 받는 입장을 한껏 즐긴다. 언제나 섹스에 능숙하고 유혹하면서, 이렇게 조금이라도 강경하게 나가면 아무것도 못 하는 척 그대로 당해주고, 가벼운 손짓 몇 번만으로 절정해버린다. 매번 그때의 욕망에 맞춰주는 헌신이 고맙고 사랑스러워 온 힘을 다하게 된다. 슬며시 유두를 짜던 손가락을 풀고 젖가슴 전체를 쥔다. 힘을 살짝 주는 것으로도 손가락이 부드러운 살 속에 파묻힌다. 어쩜 이렇게 부드러울까. 

“히윽, 쥐면, 가버렷…. 안, 대애….”

조금씩 조여드는 손아귀에 파들파들 몸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정말? 이 가벼운 손짓만으로도?

“그만, 으응….”

“이런 거 좋아하잖아.”

“지, 금은...시러어….”

몸속 저 깊은 곳의 욕망이 끓어오른다. 그 앞은 예열시간이었다. 한 번으론 만족하지 못한 욕구가 이제야 반응하고 있었다. 뒤에서 덮쳐오던 움직임이 느려지고 나서야 숨을 가다듬는다. 느릿하게 찾아오는 기분 좋은 감각이 욕구를 약하게 끓이기 시작했다. 엉덩이가 슬쩍슬쩍 주물러진다. 필시 고민하는 것이겠지만, 그것을 생각할 기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느릿한 삽입의 감각 속에서 몸을 가다듬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커다란 상실감이 하복부를 엄습했다. 

“하에…?”

빙글 뒤집히는 몸. 콱 움켜쥔 흔적이 남은 베개는 털썩, 소리를 내며 잠시 들렸다가 떨어진다. 멍한 청보랏빛 눈동자가 청색 눈동자와 마주쳤다. 나른해진 눈과 웃음이 헤실 웃었다. 안아달라는 듯이 팔을 쭉 펴서 내밀자, 그 대신 허벅지를 잡아 올렸다. 그러곤 반응할 새 없이 하얀 즙이 떨어지려는 균열에 박아넣었다.

“아읏…!”

갑작스러운 삽입이었다. 이미 하얗게 물들어 미끄럽게 풀어진 질육을 가르고 다시금 자궁구를 찌른다. 찌르르 떨려오는 감각에 놀란 아스트리드의 등을 감싸 올렸다. 레가투스의 다리에 앉아 눈을 마주치게 되자 기쁜 듯 포옹했다. 부드러운 젖가슴이 딱딱한 가슴에 찌그러지며 밀착한다. 가볍게 눌리는 압박감이 기분 좋은지 헤헤, 하고 웃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좋아….”

멍청하게 들릴 정도로 나른한 목소리였다. 행복감이 충만한 목소리가 듣는 사람에게 그 감각을 전염시키는 것 같았다. 어깨에 올려진 턱이 자신의 체중을 온전히 레가투스에게 의지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등을 두른 팔이 아래로 내려간다. 허리를 간질이고, 엉덩이에 도달해 그 밑을 받쳤다. 그리고는 몸을 일으킨다. 약간의 진동에 반응한 신음소리가 귓가를 간질이고 자신에게 더욱 기대는 아스트리드의 부드러운 피부를 만끽한다.

신체적 요인 때문에 보통 사람보다 훨씬 무거운 아스트리드였지만, 별 무리없이 그녀를 떠받치고 걸었다. 조금은 널찍한 집. 침실 문지방을 넘어 거실로 향했다. 걸음걸이에 맞춰 들썩이자 간드러진 신음소리가 그에 맞춰 났다. 얼마지 않아 멈춰선 거실 벽에 살며시 아스트리드의 등을 기댄다. 허리에 다리를 감은 채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스트리드의 귓불을 장난스레 잘근 씹어주자 살짝 떨어지며 눈을 마주쳤다. 체중에 눌려 내려가는 몸이 막대기에 꽂혀 그저 자궁구만 꾹꾹대며 눌리고 있었다.

“으긋...으, 긋….”

괴로운 신음이 새어 나온다. 스스로 허리를 움직이며 편한 자세를 찾는 것만으로도 자지에 상당한 자극이 가해진다. 그 감각은 마치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라는 도돌이표 같았다. 눈앞에선 낑낑거리는 아스트리드가, 움직임에 떨리는 가슴이, 고운 어깨선과 입술이, 쇄골이 모든 시각적 욕구를 충족시킨다. 이미 한번 사정한 상황에서도 마법처럼 더욱 부풀어 오르고, 더욱 딱딱해진다. 항상, 항상 그랬다. 아스트리드와 하다 보면 홀리는 것 같다. 끝을 모른다.

“히긱!”

튕기는 허리에 어깨가 튀었다. 벽과 몸 사이에 끼어 유지되는 몸이 피스톤 질에 꿰뚫렸다. 도톰한 살집이 짓눌리고 구불한 속은 자지의 형태대로 쭉 펴진 채 뭉개진 귀두에 잔뜩 문질거리며 벽으로 몰아붙여 진다. 맞닿은 가슴 사이로 땀방울이 타고 흘러내렸다. 흘러내린 땀방울은 배를 간질였지만, 격하게 마찰하는 질육의 자극이 너무나도 강렬하게 온몸으로 퍼져 간질임은 조금도 느끼지 못했다. 순간의 마찰마다 절정하고 있어 눈앞이 아찔했다. 절정의 역치가 높아졌다 생각했건만, 그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절정으로 치닫는 움직임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엉덩이를 타고 흐르는 액체가 바닥으로 뚝뚝 떨어져 바닥을 물들인다. 혼자서 버텨내어 힘들어하는 아스트리드의 얼굴이 끌어당겨졌다. 그녀의 입술을 덮쳐 곳곳을 탐닉한다. 웃어줄 때 빛나던 고운 치열을 핥고, 때로는 요사스레, 때로는 장난스레 내밀어지던 붉은 혀와 얽혔다. 얽힌 혀에서 뒤섞인 침이 아스트리드의 턱을 타고 스르륵 흘러내린다. 자지의 템포가 바뀌었다. 단숨에 치솟아 역치에 다가가는 절정에 몸을 뒤튼다. 그러나 이리저리 트는 가녀리고 풍만한 몸은 큰 몸체에 몰아붙여 지고, 손에 붙잡혀 쑤셔박힌다. 조금 느리지만, 더욱더 깊고 큰 몸짓으로 아스트리드를 압도했다.

“가읏! 구읏, 웃! 그흣…!”

괴로움 속에 섞인 콧소리가 그 안의 쾌감을 알려주고 있었다. 액에 젖은 하반신은 찌걱이는 소리와 함께 저릿한 행복감이 물거품처럼 차오르고 곧바로 터지기를 반복한다. 아찔한 감각이 쉼 없이 터지자 더욱더 빨리 커다란 절정에 다가가며, 벌려진 음부가 단단한 자지에 마구 뒤섞인다. 레가투스의 팔에 걸린 다리가, 발 끝이 오므라든다. 힘이 빠지는 몸은 더더욱 그에게 의지하게 되고, 허리가 풀렸다. 허리가 휘어져 훨씬 박기 쉬워진 탓에 움직임이 점점 빨라져 폭발까지 재촉한다. 숨통이 미묘하게 짓눌려 기쁨 어린 신음소리가 뒤틀린 채 목구멍에서 새어 나온다. 등과 맞닿은 벽이 주던 안정감이 불편함으로 변해가던 찰나, 벽에서 멀어진다. 등은 큼직한 손에 받쳐져 안정감을 찾았다. 위험한 불안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려던 찰나, 원천봉쇄가 되어버렸고 그것에 대한 보상이라는 듯 스퍼트를 올린다.

“아으아아아…! 너어무 쎄에엣…!!”

격하게 흔들리는 몸 때문에 목소리마저 진동한다. 귀두가 보일 정도로, 쉼없이 강렬하게 찧어대는 탓에 하얗고 끈적한 거품이 딸려 나오며 기둥을, 허벅지를 따라 흘러내리고, 가득 엉겨 바닥에 고였다.

사정한다, 하얘진다.

최대한 깊게 삼킨다. 들어가고도 남는 부분까지 꽉 물린다. 괴로울 정도로 쑤셔박히지만, 그것을 덮을 만큼 거대한 쾌락이 덮쳐왔다. 위로 치뜬 눈에 물기가 고이고, 소리 없는 비명이 입안에서 맴돈다. 거세게 뿜어져 나오는 하얀 액체가 질벽을 때리고, 그 뒤를 이어 짓쳐들어오는, 두꺼운 귀두를 앞세운 자지가 같은 곳을 공략한다. 채워 넣은 정액이 귀두에 걸려 뭉텅이로 비어져 나오고, 다시 채워 넣는다. 꽉 죄어오는 질벽마저 딸려 나올 것만 같았다. 찌덕거리는 소음이 진해졌다. 몇 번이고 채워넣으며, 몇 번이고 빼낸다. 한번 꽂으면 육벽을 넘어 출렁이는 느낌이 전해졌다.

“끄흣, 으...끄으…. 아, 하앗, 에긋, 아끄읏?!”

마지막 사정까지 쉬지 않고 쑤셔 박았다. 아프진 않았을까, 괴롭진 않았을까, 그런 생각따위 할 수는 없었다. 둘 모두 눈이 돌아간 채 다만 서로를 탐할 뿐이었다. 이제야 멎어버린 움직임에도, 한없이 새어 나와버린 정액이 엉덩이를 타고, 다리를 타고 바닥에 고인다.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미끄러지는 자지의 굴곡과 아직도 가해지는 절정의 깊이를 가늠했다. 제일 충만히 차오른 행복감은 터지지 않았다. 느슨한 웃음이 만면에 가득 찼고, 포옹을 바랐다. 품에 안아달라는 듯이 두 팔을 벌렸다. 하반신의 끈적함 만큼 진한 애정을 갈구했다. 레가투스에게 매달려 손에 등을 의지하는 몸을 끌어당겨 폭 끌어안으면 따뜻한 체온이 정신적 쾌락을 극대화시킨다. 미약한 신음소리와 함께 은근한 물소리가 새어 나온다. 콧소리가 가늘게 울리면 그에 호응해주듯 은근히 문질러줬다.

살며시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저 꼭 껴안은 채 어깨에 턱을 얹어 한 걸음 한 걸음마다 가득 채워진 채 비벼지는 속을 느낀다. 

쾌락에 절여지는 시간이었다. 집안 곳곳을 누비며 바닥을 제대로 딛지도 못한 채 그저 박히기만 했다. 쾌감에 못 이겨 내던 교성은 거의 울듯이 흐느끼는 교성으로 변해버렸고, 다리 사이는 하얗게 뒤덮여 있었다. 말라붙기 전에 흘러내리고 뒤덮여 계속해서 축축한 상태였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감을 잡지 못했다. 창밖은 여전히 구름이 두껍게 깔려 비를 뿌리고 있었고, 매 순간의 쾌락에 정신이 아찔해졌던 탓이었다. 흐릿해진 시야 너머로 보이는 그의 실루엣은 유독 커다래 보여 압박감이 느껴졌다. 도리어 그것이 쾌락을 증폭시키기는 했지만.

“하엣….”

움직임이 느려지자 한숨 섞인 신음을 토해냈다. 이제는 도리어 절정에서 내려가질 못하는 몸이 괴로움을 안겨주고 있다. 간헐적으로 튕기려는 하반신은 커다란 손에 단단히 붙들려 꼼짝도 못 하고 질척이는 감각만 느껴야 한다. 적당한 악력이 몸을 감싸고, 몸이 뜨도록 받치는 손은 아랫배를 압박해 자지의 윤곽을 선명히 느끼도록 해 속내가 더욱 날카롭게 긁혀나가 절정을 북돋웠다. 빠르게 몰아치는 대신 느리고 더 깊게, 그리고 생생한 자지의 맥동이 쾌락의 역치를 붙잡아내려 유지한다. 아랫배를 슬금슬금 미끄러져 내려가 앙증맞은 돌기에 얹힌다.

“히깃?!”

소스라치게 놀라는 모습마저 사랑스럽다. 살짝 쓸었을 뿐이건만, 보이는 반응은 가버릴 때의 반응이다. 신나서 열심히 만져주자 질육이 아프도록 죄어오다 못해 바르르 떨린다. 저 깊은 곳을 문지르면서 서로의 즙을 뒤섞었다. 틈이라곤 전혀 없지만, 단단한 기둥에 잔뜩 묻어나오는 하얀 즙은 접합부에 엉겨 붙어 뚝뚝 떨어진다.

언제 붙잡은지 기억도 나지 않는, 엎어지지 않으려 붙잡은 무언가로부터 멀어진다. 자세를 바꾸는 도중에도 자지는 놓치고 싶지 않아 꽉 힘을 주어 단단히 문다. 등이 따뜻하고 단단한 것에 닿는다. 아, 이것이 남편이구나. 팔을 머리 뒤로 넘겨 더듬더듬 찾는다. 강하게 뻗친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체온이, 두 손에 잡히는 든든한 감정이 덮쳐오는 쾌락의 파도 가운데 찾아오는 마음의 안정감이 요동치는 감정의 폭풍을 가라앉혔다. 다른 감정들이 모두 잠잠해지자 혼자서 요동쳐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는 쾌락이 온전히 느껴진다. 상체가 활짝 젖혀진다. 과시하듯 앞으로 내밀어지는 젖가슴에 큼직한 손이 포개져 무겁게 늘어진 덩어리를 제멋대로 찌그러뜨리며 희롱하고는, 엄지와 검지가 젖꽃판의 둔덕을 잡고 꾹 잡아 비틀었다. 잡아당기는 젖꼭대기에 몸이 딸려간다. 괴로워하는 얼굴이 엿보이지만, 그 속이 쾌락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안다. 어디론가 이동한다. 흐릿한 눈은 어둠을 담는다. 흐릿하게 퍼져버린 실루엣만 알아본다. 몸이 돌려지며 미끈거리는 마찰이 꽤 큰 쾌감을 불러일으키고, 등이 침대에 닿았다. 문득, 자지가 빠져나간 것을 깨달았다. 힘껏 죄던 질벽에 힘이 빠졌다. 안에 가득 차 있던 것이 스르르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표정이 살짝 찡그려졌다. ...이제 끝난건가? 싫은데…. 아직, 모자란데. 빠져나간 것을 채워줬으면 하는데. 겨드랑이 사이에 들어온 손이 몸을 끌어올리려고 했다. 아냐, 이게 아냐. 아직이야. 한 번만, 한 번만 더. 단단한 두 팔을 잡고 주의를 끈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아냐. 목 뒤를 감싸며 머리를 당겼다. 마치 애정에 굶주린 것처럼, 키스를 갈망하며 입을 맞춘다. 여느 때보다 달콤한 느낌이다. 거친 숨에 말라버린 입이 레가투스의 타액에 젖어간다. 까끌한 입이 다시 촉촉해졌다. 그러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떼며, 평소보다 힘을 뺀 눈으로 푸른 눈동자를 직시한다.

흥건히 흘러내린 액체가 다리 사이를 잔뜩 뒤덮은 상태였다. 하얀색이 흐릿한 빛에 약한 광택을 발하며 얼마나 흘러내렸는지 보여주었다. 질내에 머금은 정액이 바깥으로 새 음순은 그 경계를 잃었고, 엉덩이까지 꿀렁꿀렁 넘쳐흘러 침대 시트에 한껏 고여 여태껏 얼마나 그 안에 사정했는지 여실히 증명해줬다. 거침없이 손가락을 중심에 쑤셔 넣자, 하반신이 파르르 떨렸다. 손가락을 굽히고, 내벽을 살살 긁자 굉장히 큰 자극인지 몸이 튀어 오르려 하는 걸 꾹 눌러 잡아두었다.

“으긋, 하갓…!

찌걱이는 끈적한 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 최대한 고인 것을 긁어모아 손가락을 빼낸다. 새어 나온 것만 해도 엄청난데, 긁어낸 것도 한 움큼을 넘어 손목을 타고 흘러내릴 정도였다. 정액과 애액이 섞여 거품이 이는 액체를 손에 모아 입에 넣어준다. 끈적하게 방울져 입술 사이로, 붉은 혀를 하얗게 물들인다. 이내 그 손가락은 입안으로 사라져 사탕을 빨아대는 것처럼 달게 빨아댔다.

본디 빨기 위한 손가락 애무였지만, 마치 자지를 빠는 것 마냥 혀 놀림이 변하자 손가락을 빼버렸다. 혀와 손가락이 이어진 실이 끊어진다. 그것은 이성의 실이었을까. 의미 없는 애무가 계속되자 손가락을 빼고 몸을 뒤집었다. 커다란 가슴이 침대에 짓눌려 완벽한 원의 윤곽이 등 옆으로 얼핏 엿보였다. 끈적한 액으로 점철된 하얀 둔부를 양손으로 움켜쥐고 위로 끌어올렸다. 하늘을 향해 정사의 흔적이 묻은 엉덩이를 내민 꼴이란 참으로 음탕해 보였다. 타액이 묻은 손가락으로 살짝 훑어내자 연분홍빛 질구가 뻐끔이며 행위를 기대한다. 

“다시...간다….”

하얗게 흠뻑 젖은 귀두의 절반도 넣지 않았는데 찰싹 달라붙어 빨아들이는 느낌이 대단했다. 움켜쥔 손에 시트가 일그러진다. 엉덩이를 단단히 붙잡아 깊게, 더 깊게 박아넣자, 아까와는 또 다른 형태로 질 속이 구불구불 들러붙으며 새로운 느낌을 선사한다. 민감하지만 사정까지는 한참이나 남았건만 여전히 정액이 고픈 듯 옥죄이며 보채는 육벽 때문에 목구멍 밑에서 침음이 끓어올랐다. 

“도대체가…!”

“읏, 앗, 히으읏! 헤극, 아앙…!”

미약하게 살결끼리 부딪치며 흥분을 돋군다. 여느 때보다 깊게 처박힌 자지가 숨통을 옥죄어왔다. 당겨지는 하반신, 온통 헤집어지는 속에 밀려 올라가는 자궁이 그만큼 강한 감각을 불렀다. 긴 스트로크가 힘차게 미끄러지며 자궁구를 찌르고, 강렬하게 긁어내며 빠져나온다. 질꺽이는 소리가 귓가에 스며들었다. 강렬한 자극 때문에 허리가 휘어졌고, 애꿎은 시트만 그러모으며 짓눌려 끊기는 신음만 내놓았다.

“도대체, 어떻게, 하나하나가 이렇게, 다 야해서는…!”

“나, 낫, 나는, 당신, 이 아, 응, 으응!”

자궁구를 망가뜨릴 기세로 찔러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계속해서 끊기는 탓에, 이어지는 말은 목구멍을 벗어나지 못한 채 삼켰다. 매 순간 찾아오는 작은 절정이 힘겹다. 안쪽을 가득 채운 레가투스의 즙이 쉼 없이 찰랑 거리는게 느껴졌다. 모든 것이 아까웠다. 자신의 뱃속에 모두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 아까웠고, 목소리가 떨려서 차마 사랑을 속삭이지 못한다는 것이 아까웠다. 난, 당신한테만 이 마음을 온전히 다 바치는데.

산산이 해체되어버린 말이 튀어나와 허공에 맴돈다. 그러고는 흩어져 사라지는 말과는 달리, 순간마다 찾아오는 작은 절정의 잔해가 누적되어 겹겹이 쌓여간다. 안달이 난 몸은 무언가를 껴안고 싶어 하지만 엎드린 몸은 애꿎은 침대시트만 쥘 수밖에 없었다.

“응윽, 읏, 흣, 레가, 나, 햐응, 키읏…!”

입맞춤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하필이면 이때 가슴을 움켜쥐고는 우악스레 봉긋하게 솟은 젖꼭지를 비틀었다. 몸을 비틀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강렬한 감각이 퍼져나가 온몸이 저릿했다. 코끝에는 뒤엉킨 애액과 정액의 냄새가 감돈다. 진득한 물 냄새가 폐 깊숙이 들러붙어 속삭인다. 감각에만 집중하라고, 교감 따윈 필요 없지 않냐고. 등에 맞닿은 몸이 느껴진다. 가까이서 들려오는 숨소리가 더 거칠어진다. 수많은 마찰과 절정 때문에 민감해진 질육을 더욱 세게 죄이자, 빠르게 이어지는 스트로크에 제동이 걸린 대신 그만큼 강하게 느껴지는 자극이 절정을 재촉했다. 자궁구를 빠르게 노크하는 대신, 느릿하고 묵직하게 찧는다. 쿵, 쿵, 뱃속 깊은 곳부터 울리는 충격이 전신에 퍼져나간다. 괴롭지만 괴롭지 않은 진동은 온몸을 휩쓸었다. 

“윽, 앗, 앙…. 흑?! 거긴, 지그음…!”

갑자기 쥐어지는 음핵의 감각이 또 한 번 감각을 퍼뜨렸다. 절로 몸이 후들댄다. 못 견딘 둔부가 더욱 위로 치솟고, 목소리도 불안정하게 흔들리며 새된 음을 냈다. 사랑을 갈구하는 질내가 다시 한번 구불거리며 형태를 바꿔 간다. 마치 이것이 새로운 자극을 위한 버튼이라도 되는 것 처럼 매번 다르게 다가오는 감각이 신기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것도 이젠 더는 버티기 힘들었다. 이젠 더 움직일 힘이 없을 것이다. 발갛게 달아오른 외음부 위에는 거품이 잔뜩 달라붙어 얼마나 다리 사이에 찧어댔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느릿해진 속도는 다시 빨라질 줄 몰랐다. 느긋하게, 거칠게, 깊숙하게 휘젓는다. 마지막을 향해서, 더욱 만족스러운 사정을 위해 한결 힘을 실어 움직인다.

“아흐읏?!”

잔뜩 힘을 줘 단단한 자지가 깊숙이 쑤셔박힌다. 그리고 밑동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가 폭발하듯이 속에 흩뿌려진다. 울컥이면서 정말 마지막이라는 듯, 위치를 고수한 채 내놓는 정액은 미처 안에 모두 삼키지 못한 채 연결된 곳에서 퓻퓻 새어 나왔다.

“읏...하아, 아, 아….”

쾌락에 한껏 움츠러들어 있던 몸이 이제야 풀려났다. 퐁, 하는 끈적한 물소리와 함께 육봉이 빠져나오자, 인형의 실이 끊기듯 엎드려 숨을 몰아쉰다. 파르르 떨리는 살결과 너울 치는 하늘빛 머리카락이 방을 밝히는 것 같았다. 아니, 실제로 밝았다. 창문으로 연하게 스며드는 새벽 햇살이 여체를 비추고 산산이 부서진다. 그토록 찬란한 빛과 대조되는 할딱이는 신음소리는 음란함의 정수라 배덕감이 들었다. 스읍, 하아…. 엎어지듯 아스트리드의 등에 몸을 밀착해 목덜미에 코를 파묻고 진한 살 내음을 한껏 들이마셨다. 안심되는 향기, 흥분되는 향기. 모순되는 감정이지만, 실제로 그랬다. 그렇게 수십번이나 냄새를 맡고 나서야 꿈틀거림이 느껴졌다.

“레가...투스.”

대답하지 않았다. 매우 지쳤음에도 힘겹게 입을 연다는 것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얼굴에 달라붙은 머리카락만 그저 귀 뒤로 쓸어넘겨주고 있었다.

“이것...봐라…?”

천천히 몸을 똑바로 뉘이고, 다리를 벌리더니 어느새 꺼낸 촉수와 손가락을 하얗게 물든 꽃잎에 가져갔다. 첫 접촉에 살짝 녹아내리는 표정과 함께 움찔거리더니, 이내 확실히 힘을 주고 양쪽으로 벌려냈다.

“진짜...많이 쌌어….”

정말로 마지막이라 생각했건만, 물렁해진 자지가 다시금 단단해짐을 느꼈다. 저 황홀한 안쪽에 다시, 다시 박아넣었으면…. 그러나 안될 말이었다. 아스트리드는 자신의 페이스를 잃어버려 완전히 지쳐버린 상태였고, 이미 해까지 떠버렸다.

몇 덩이나 흘러나왔을까. 네가 내준 사랑의 증표다, 라는 것을 과시하듯 울컥이며 흘러나오는 정액을 계속해서 내버려 두어 시트 위에 고이도록 내버려 뒀다. 그러다가 결국 끝이 보이자, 손을 떼고 상체를 이쪽으로 내밀며 입가에 손을 가져갔다.

“청소, 해줄까?”

엄지와 검지로 원을 만들고는 그 안에 혀를 집어넣어 노골적인 표현을 했다. 명백히 놀리는 저 포즈에 약이 올랐지만, 그저 내버려 두기로 했다.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상체가 밑으로 내려간다. 액으로 두텁게 뒤덮여 다시 발딱 선 자지를 두 손가락으로 살며시 잡고는 긴 혀로 밑동부터 정성스레 핥아낸다. 밑에서 위로, 귀두를 에둘러 핥아올리며 겉의 액을 삼켜주고는, 발갛게 달아오른 귀두에 키스했다. 일부러 크게  쪽, 소리를 내고는 천천히 입안에 넣는다. 끈적하고 뜨거운 혀가 자지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주며 요도를 압박한다. 밑에서 위로 쓸어올리며 잔류한 정액을 입속으로 짜내고는 꼴깍, 삼켰다. 요동치는 입안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쉴 틈은 없다. 끈덕지게 달라붙어 다시 한번 즙을 요구한다. 단단하게 팽창한 것의 기울어진 굴곡을 따라 부드러운 입술이 움직인다. 아래쪽의 점막과는 다른, 또 다른 자극 때문에 사정감이 다시 차오른다.

“이건, 청소가 아니잖…!”

굴복하고 말았다. 다시 한번 정액을 토해내는 자지는 귀두만 답삭 물린 채 정액을 한껏 빨리고 있었다. 사정이 멎고도 몇 번이나 다시 굴곡을 따라 움직이며 타액을 묻힌다.

“푸하…. …후희야, 후희.”

옆으로 기어와 팔을 끌어안고는 눈을 살며시 휘며 웃어주는 모습은 참으로 요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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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신음 소리는 거센 빗소리에 사그라든다. 그러나 밀착해있는 둘은 서로의 세세한 소리까지 잡아낼 수 있었다. 아주 작게 질척이는 소리가 난다. 가슴 끝이, 도톰한 유륜이 입술 속에 담겨 혀로 희롱당하고 있었다. 아릿하게 퍼지는 감각이 가슴 깊은 곳을 간질인다. 점점 끝을 빨아들이는 소리가 자주 들려온다. 이제는 선명하게 들려오는 노골적인 소리가 등골을 타고 열기를 전했다.

“그렇게 빨아도 모유는 아직 안 나오는걸….”

가슴테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빨아내는 레가투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게나 기분이 좋을까, 알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싫어하는 남편은 본 적 없었다. 열심히 빨아내면서도 거친 손이 은근슬쩍 허벅지를 타고 안 쪽으로 파고들었다. 저항하지 않고 은근히 다리에 힘을 풀어 길을 내어주자, 살짝 구부린 손가락이 돌기를 스쳤다. 익숙하지만 견딜 수 없는 그 느낌이 등골을 타고 열기를 전한다.

“꺗…!”

갑자기 터져나오는 신음소리와 함께 몸이 움츠러든다. 안으로 들어온 손가락이 멋대로 주름을 만지고 넓히며 희롱했다. 질척대는 소리의 이중주가 귓가를 괴롭힌다. 열기를 유지하듯 느릿하게 변한 애무가 답답하게 애를 태우는 것이 괘씸했다. 약 올리는거잖아. 

“너무해….”

뜨거운 한숨을 내쉬며 한탄했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조바심은 그 길지 않은 시간을 억겁처럼 느끼게 해주었고, 넓디 넓은 인내심이 순식간에 말라버렸다. 보이지 않아도 아는 레가투스의 고간에 손을 가져가자, 손 길이를 훌쩍 넘어서는 뜨겁고 딱딱한 막대가 잡혔다. 명확하게 느껴지는 박동이 마치 아스트리드의 심장과 함께 합을 맞추는 것 같았다. 끝에서 흘러나온 투명한 즙을 귀두 위주로 천천히 펴 바른다. 뻑뻑하던 촉감을 매끈하게 만들고, 두껍게 각이 선 귀두를 툭툭 튕기며 자극을 불어넣었다. 더욱 딱딱해지며 꺼떡이는 막대가 대단히도 탐스러워보였다. 이 쪽이 한번 흔들면 질내가 한번 휘저어지고 두번 흔들면 가슴까지 빨려들어가며 괴롭혀졌다.

“으하긋…! 읏, 흐읏…!”

척추를 타고 머리까지 타고 올라 온 몸을 채우는 짜릿함이 몸을 가득 채웠다. 해일처럼 밀려와 온 몸을 강렬하게 휩쓸고, 순식간에 빠져나간 그 자리를 싸늘함만이 메웠다.. 막대를 쥐던 손아귀에도 힘이 빠져 귀두 뒤쪽만 슬슬 약하게 문지를 뿐이었다. 사정시키지 못했다. 승부에서 진 허탈한 느낌이 괜시리 들어 레가투스의 어깨에 힘없이 이마를 댔다.

“아직...모자라지?”

부족한 기분이 들었다. 네가 좀 더 적극적이면 좋겠는데, 네가 좀 더 달려들어줬으면 좋겠는데.

“...침대.”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이고 귓볼에 키스했다. 안쪽에서 손이 빠져나간다. 내내 속을 헤집던 속이 텅 비자 몸마저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대신이라는 듯, 자신의 애액으로 젖은 손을 잡아 슬쩍 핥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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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썼던 거

마지막 문단은 어디서 이어지는건진 모르겠는데 그냥 붙여서 올려봄 마지막에 이어도 될 거 같아서

글만 21031 글자네 렉 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