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피비린내가 낭자하다.

 막 흙바닥을 구른 반쪽짜리의 신체들이 잔뜩 피분수를 내고 있으며, 아직 목숨이 거두어지지 않아 눈동자가 까뒤집힌 채 경련을 멈추지 못하는 불구녀석들이 한둘이 아닐 정도로 이곳에 만연해있는 탓일까.

 아직까지는 목숨을 부지하며 이 참변을 눈에 담고있던 남자는 결코 벌어질 것이라 예상한 적 없던 학살극에 호흡조차 잊고 현실을 부정하고만 있을 따름이었다.

 끄 흐-!

 찐득거리는 핏덩이의 공기를 무리해 삼키는 새 몇 남아있지 않던 아군의 목 하나는 그 몸에서 달아나고 있었고.

 끅, 헉!

 액체로 숨을 쉬는 고통을 참다못해 헛구역질을 하는 동안 또 다른 녀석의 허리는 양단되어 나뭇잎 결 문양의 호선을 세상에 흩뿌리고 있었다.

 숫자가 무의미한 압도적인 무력에 전의를 잃고 달아나는 녀석들은 그녀에게 가장 먼저 죽는 먹잇감이었고.

 그렇다 하여 맞서싸운들 육중하지도 않는 검 하나에 검과 함께 몸이 양단되고 말 뿐. 

 질량의 우세라는 법칙조차 무시하는 호선의 검무는 우리의 목숨을 대가로 삼아 휘둘러지는 마공魔功이나 다름없었기에.

 마침내 전의를 상실하고 만 그는 하염없이 무릎 꿇고 흐느끼다 아 이것은 환각이며 환청이로구나 수도 없이 되뇌어 이내 현실을 부정하고야 말았다.

 곧 그녀의 검무는 주변 모든 것의 생을 앗아가고, 최후에 달하여선 무릎 꿇은 그에게로 다가오다 이내 멈춘다. 자신의 목에 겨눠진 검을 힐긋 보던 그는 죽음을 앞둔 환희와 해방감에 반쯤 미쳐 기쁨을 표하면서 묻는다.

“대협, 대협의 이름을 듣고싶소.”

“……소소.”

 이름을 들은 그는 가늘고 쉰 목소리로, 핏덩이를 기침하며 내뱉더니 곧이어는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아아, 그대의 검무는 하늘과 같구려. 그것이 바로 이치와 다름없으니. 어찌 탄복하지 않을 수 있겠소.”

“유언은 그 뿐이야?”

“섭리와 마주하였기에 후회는 없으며, 세상의 뜻에 하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오.”

 그것을 끝으로 남자의 세상은 암전되어 그녀의 소유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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퍄..!! 기가 막힌다 진짜ㅠㅠ 멋진 글을 써주신 바람부는날 작가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