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츠 



가끔, 이런 질문을 하면서 영양가 없는 잡담을 해본 적이 있지 않나?


'만약 오감 중에 하나를 잃는다면, 뭘 고를거야?'


자기가 잃을 오감을 고를 수 있는 일이 현실에선 거의 없기 때문에 실로 부질없는 대화이긴 하지만, 이런 류의 질문들이 또 묘하게 열띤 토론을 이끄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근무 중인 부하놈들도 대기를 타거나 할 때는 이런 류의 대화로 시간을 때우곤 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훔쳐들어본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각'을 잃는 것을 선택하는 모양이다. 


그나마 살아가는 데 덜 불편할 것 같다나 뭐라나. 


'진짜로 후각을 잃어보면 못할 소리지.'


타카히토 타다요시는 손에 들린 길쭉한 샌드위치를 거칠게 베어물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후각은 맛을 느끼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음식의 냄새를 맡지 못한다는 것은 그 음식의 맛이 절반 이하 수준으로밖에 뇌에 전달되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 타다요시에게 우적우적 씹고 있는 샌드위치가 씹히는 감각 이외에 별다른 자극을 주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뭐 그렇다고 딱히 불만인 건 아니지만.'


타다요시는 입 안에 나머지 샌드위치를 욱여넣고 손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와서 음식의 맛 같은 건 의미도 없고 관심도 없다.


몸을 담고 있는 제약회사 [P2]의 특임경호대 [매서커massacre]의 대장으로서 실적을 쌓아 올리고, 회사를 등에 업어 정치계와 언론계의 썩은 개들을 척살하는 것 이외에는 별로 의미가 없다. 


"빨리 좀 먹어라. 시간 다 되어간다."


타다요시가 목에 걸린 커다란 십자가 목걸이를 찰랑이며 부하들에게 다가가자, 그들은 온갖 투정을 부려가며 두 손을 재빠르게 놀린다. 


"아, 대장! 저희가 늦게 먹는 게 아니라 대장이 너무 빨리 먹는 거라고요! 저희 앉은 지 5분도 안 지났거든요?"


"대장님 그렇게 빨리 먹다 체해요. 식사시간에는 늘 여유를 두는 편이니까 대장님도 편하게 드세요."


"됐어."


자신을 향한 불만과 걱정을 한마디로 일축한 타다요시는 말끔하게 빼입은 검은색 정장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잠시 살펴보았다. 


"아카네, '살아있는 위험' 출현이 예고된 게 저 건너편 빌딩 맞지?" 


건물 옥상에서 바라보는 출현예상 건물은 불이 하나도 들어와 있지 않아 제법 을씨년해보였다. 


"아, 네 대장님." 자신과 같은 검은 정장 차림의 여성이 쪼르르 달려오며 손에 든 태블릿pc를 이리저리 조작했다. 


"출현 예상 시간은 지금부터 15분 뒤인 21시 47분. 첫 예고결과와 변함없습니다."


"......글쎄."


타다요시가 날카로운 눈매를 한껏 더 찌푸리며 중얼거리자 아카네가 긴장한 듯이 마른 침을 삼켰다. 


인간은 하나의 감각을 잃으면, 다른 감각이 고도로 발달한다. 


보통은 기능을 잃은 감각의 역할을 대신하기 위해 발달하지만, 인체실험을 통해 인간의 범주를 뛰어넘게 된 타다요시에게 후각의 상실은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감각'을 싹틔우게 했다. 


다른 모든 감각들이 그렇듯 말로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오직 타다요시만이 인지하는 무언가. 


이 '또다른 다섯번째 감각'이라고 불리는 감각을 통해 타다요시는 늘 미래예측에 가까운 결과를 도출해냈다. 


"키에에에에에에엑!" 


소름끼치게 날카로운 소리가 평화로웠던 밤공기를 찢어발기며 도심 속으로 울려퍼진다. 


"뭐, 뭐야!"


갑작스레 들려오는 비현실적인 괴성에 대원들은 화들짝 놀라며 서둘러 출격준비를 했지만, 타다요시는 무덤덤하게 벨트에 차고 있던 톤파를 손에 쥐었다. 


"대피는?"


채앵-! 하는 소리와 함께 톤파를 펼치며 타다요시가 물었다. 


"앗, 네!" 아카네가 태블릿을 빠르게 훑으며 대답했다. 


"건물 및 인근 주민들은 이미 모두 대피 완료했습니다!"


"좋아. 먼저 갈테니까 회사에다 교전 보고 올리고 내 지시 기다리고 있어."


타다요시는 그렇게 말하고는 힐끗 뒤를 돌아봐 이제 겨우 출격준비를 허둥지둥 마치고 있는 대원들을 향해 조소 같은 웃음을 보였다. 


"그러게 빨리 먹으라고 했지? 료스케."


그 말을 마치자마자 타다요시는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옥상을 박차고 날아갔다. 


"아오 진짜 저 양아치 대장!" 


료스케가 이미 작은 형체가 된 대장을 보며 투덜거렸다. 


"나타날 줄 알았으면 미리 말을 하지! 오늘 큰 맘 먹고 와규 도시락으로 샀는데!"


"에이, 대장님의 '미래예측'은 그렇게 간단하게 작용하는 거 아시잖아요 선배." 료스케 옆에서 밥을 먹던 여자가 료스케를 달래며 말했다. 


"맞아. 그리고 저런 장난도 치는 거 보면 오늘은 제법 기분이 좋아보이는 걸?"


"장난요? 어디가?" 아카네의 말에 료스케가 경악하면서 되물었다. 


"대장이랑 오래 지내다보면 알게 될 거야." 아카네가 태블릿pc를 품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자, 우리도 가자. 대장 혼자 고생시켜선 안될 일이지."


"네!"


대원들의 대답소리와 동시에 맞은편 건물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일어나며 불길한 느낌의 검붉은 기운이 터져나왔다. 이윽고 대원들이 달고 있는 무전기를 통해 타다요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교전 개시. 특별한 점 없는 중형 '위험'이다. 개체 수는 하나. "


콰쾅! 무전기를 통해 타다요시의 톤파가 땅을 강하게 내리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원팀은 와서 전투를 돕고, 보호팀은 미처 대피 못한 민간인이 없는지 확인 후 전투의 여파가 대피범위 밖으로 나가지 않게 작업 들어가. 수색팀은 소형 '위험'이 같이 출현했는지 찾아보고 토벌팀에게 연락하고. 전달종료."


"자, 다들 들었지?"


무전이 끊기자 아카네가 대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지시대로 빨리 처리하고 퇴근하자!"


대원들이 지시받은 위치로 이동하는 것을 확인한 아카네는 다시 괴성이 들려오는 건물을 향했다. 


"매서커 팀, 작전 개시!"



노트북 부러지고 자가격리 하느라 정신 나가있다가 거의 3주만에 도착한 미천한 글버스라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하빈다죄송합니다


...아 글미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