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ia




유혜성은 그날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다.


커튼이 쳐진 창문 밖에서는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채 새벽의 은은한 기운이 차츰 어둠을 몰아내고 있을 뿐이었지만, 혜성은 순식간에 잠이 달아나는 것을 느꼈다. 


혜성은 이불을 확 걷어내고는 자신의 베개맡에 놓인 공룡인형에게 속삭였다. 


"드디어 오늘이야, 디아노."


혜성은 인형을 집어들어 한 손에 꼬옥 품은 채 서둘러 창가로 가 커튼을 열어젖혔다. 


촤악-!


"와아!"


창밖을 통해서 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다가오는 아침에 맞춰 서서히 파랗게 물들어가는 하늘을 보며, 혜성의 마음도 푸르게 벅차올라갔다.



오늘은 오랜만에 아빠와 함께 놀러나가는 날이었다. 


*


"혜성, 일어났나."


"핫."


문 밖에서 들려오는 중후한 목소리에 혜성은 쪼르르 침대 안으로 기어들어가 이불을 덮고 눈을 감았다. 


'너무 들뜬 척하면 아빠가 싫어할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꼬옥 감고 있는 힘껏 자는 척을 하고 있자니, 문이 슬그머니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방 안으로 들어와 혜성이 누운 침대에 걸터 앉았다. 


"혜성, 일어나야지."


크고 거친 손이 혜성의 머리를 슬슬 쓰다듬었다. 혜성은 그 따뜻한 손길에 그제서야 잠에서 깨는 듯이 몸을 부스럭댔다. 


"오늘 놀러가기로 했잖아."


'논다'라는 말에 혜성은 자는 연기를 하는 것도 잊은 채 눈을 번쩍 떴고, 자신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던 아빠-마틴-와 눈이 딱 마주쳐버렸다. 


"......이미 일어나있었구나?"


"에, 에헤헤......" 혜성이 몸을 일으키며 멋쩍게 웃었다. 


"놀러가는 게 너무 기대되서 방금 일어났어요."


그렇게 말하는 혜성을 마틴은 그저 말없이 바라보았다. 각진 얼굴에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그는 사람들에게 험악한 인상을 심어주고 다니지만, 혜성은 그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상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 마틴이 무표정하게 그렇게 말하며 혜성의 머리를 헝클었다. 


"일어났으니까 씻고 얼른 밥 먹자."


"네~"


잠시 후 간단한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식탁으로 간 마틴은 세수만 겨우한 채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혜성을 보았다. 


'너무 일찍 가자고 한 걸까.'


조는 와중에도 한 손에는 신기하게 생긴 공룡인형을 꼭 끌어안고 있는 혜성을 보며 그렇게 생각한 마틴이 혜성 앞에 접시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졸리면 아침 먹고 좀 있다 갈까?"


"헤윽?" 혜성이 괴상한 소리를 내며 잠에서 깨더니 이내 고개를 휙휙 내저으며 대답했다. 


"아, 아니오! 빨리 먹고 가요 저 하나도 안 졸려요!"


"그래." 이번에도 무표정한 얼굴로 그렇게 대답한 마틴은 혜성의 맞은 편에 앉았다.


"히히."


마틴이 식사를 시작한 것을 본 혜성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눈 앞에 놓인 토스트를 집어들어 크게 베어물었다. 


"천천히 먹어라." 마틴이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괜초누! 꾹꾹 씹보묵구이쑤!" 혜성이 야무지게 입을 우물거리며 대답했다. 


"입에 온통 케첩을 묻혀놓곤 괜찮긴." 


마틴이 몸을 뻗어 혜성의 입을 닦아주자 혜성은 또 다시 기분좋은 소리를 냈다. 


"놀이공원 가는 게 그렇게 기쁜 건가?"


"헤헤, 응!" 혜성이 입 안의 음식을 크게 꿀꺽 삼키고 대답했다. 


"아빠랑 오랜만에 놀러가는 거잖아!"


"......"


혜성의 해맑은 미소를 보며 마틴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자신과 같이 놀러간다는 것만으로도 저렇게 행복한 미소를 짓는 아이다. 


마틴과 아이의 엄마는 과연 무얼 위해서 이 이국 땅에서, 그것도 서로 떨어져서 지내고 있는 걸까. 


아이가 한시도 빠지지 않고 착용하고 있는 머리핀이 오늘따라 크게 느껴진다. 


그녀는,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


마틴은 아메리카노를 후루룩 마시며 자신의 이러한 고민도 함께 삼켜버렸다. 


적어도 아이와 놀아주기로 한 오늘만큼은 이런 어두운 생각에 사로잡히지 말자고 생각하며. 


"오늘 놀러가서 뭘 할지는 정했나?"


"당연하지! 일단 가서는 제일 먼저 회전목마를 탈 거야! 그 다음에는 롤러코스터도! 아! 그리고 거기서만 판다는 딸기주스도 사 먹을래! 제일 큰 걸로! 그리고는......"


끝없이 재잘대는 혜성의 활기찬 목소리를 배경음악 삼은 마틴은 토스트를 한 입 베어물었다. 


생글생글 웃는 표정을 앞에 두고도 토스트를 씹는 마틴의 표정은 평소와 다름없이 사나웠지만, 만약 혜성이 자기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있지만 않았다면 분명 이렇게 외쳤을 것이다. 


'아, 아빠 웃고 있어! 히히!'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표현하기엔 저의 글실력은 너무나도 비루했씁니다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솧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