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ia



"마틴."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에 침대에 누워 책을 읽고 있던 마틴이 고개를 들었다. 


"코메타, 돌아왔ㄴ......"


마틴은 말을 끝맺지 못하고 고개를 홱 돌렸다. 


"왜 그래, 마틴?"


"너, 혹시 나갈 때도 그러고 나간 건 아니겠지."


살짝 질책하는 듯한 마틴의 말투에 코메타는 맹한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며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태양 아래의 백사장 같은 뽀얀 피부와 아름다운 곡선을 내비치는 자신의 몸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완전한 알몸이었다. 오직 은회색 빛으로 빛나는 그녀의 긴 머리만이 간간히 너울거리며 그녀의 육체를 덮었다 스러질 뿐.


"......아니?"


코메타는 여전히 마틴이 그런 질문을 한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말투로 고개를 들었다. 


"마틴이 밖에 나갈 때만큼은 반드시 옷을 입고 나가라고 했잖아."


"그럼 안에서도 좀 입어주면 안되겠나?" 마틴이 쏘아붙였지만 코메타는 들은 채도 하지 않고 사뿐사뿐 걸어와 마틴이 누운 침대로 폴짝 뛰어들었다. 


"싫어. 옷, 없는 게 편한 걸."


"하아......"


거친 한숨을 내뱉은 마틴이 이마를 짚으며 책을 탁, 덮었다. 


"그래......알몸으로 밖에 안나간 걸 다행으로 여기자."


그래서, 마틴이 코메타의 손에 들린 종이봉투에 눈길을 주며 말을 이었다. 


"뭐 사왔어?"


"이거."


종이봉투에 손을 넣고 뒤적이던 코메타가 살짝 뿌듯하다는 듯이 눈을 반짝이며 무언가를 꺼내 마틴에게 내밀었다. 


"한정판, 민트초코 컵라면."


마틴은 대답 대신 있는 힘껏 얼굴을 구겼다. 


"완전 일찍 가서, 완전 빨리 샀어. 마틴 것도 샀어. 나 잘했지?"


"......그냥 너 다 먹어."


마틴은 저 연두색 용기에 어떤 끔찍한 맛이 봉인되어 있을 지 상상한 것만으로도 밀려올라오는 구역질을 겨우 참으며 코메타가 사온 것을 밀어냈다. 


그런 마틴의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코메타는 오오, 하면서 건조한 탄성을 질렀다. 


"마틴, 너무 착해. 마틴 너무 좋아."


그렇게 말하며 봉지와 민트초코 라면을 침대 맡에 던져두고 마틴의 품에 폭 안기는 코메타. 


"......휴우."


마틴은 얇은 천 너머로 느껴지는 코메타의 온기와 피부의 촉감을 신경쓰지 않으려 애쓰며 덮었던 책을 다시 펼쳤다. 


"그래 네 맘대로 생각해라."


"헤헤, 마틴, 좋은 냄새."


"......"


마치 커다란 고양이처럼 자신의 가슴에 뺨을 부비며 고롱고롱 기분 좋은 소리를 내던 코메타는, 마틴이 다시 책에 집중하는 짧은 사이에 잠에 빠져버렸다. 


"......사람이 너무 선행을 베풀면 오히려 피곤해진다더니."


코메타가 새근새근 잠든 것을 본 마틴은 조심스레 책을 덮고는 이불을 끌어당겨 코메타와 자신을 덮었다. 


"새액......새액......헤헤, 민트초코......"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 속에서, 코메타의 숨소리가 저 멀리 숲의 새소리처럼 녹아들어갔다. 


"......"


마틴은 손가락으로 그런 코메타의 머리카락을 한 번 쓸어넘기고는, 이내 자신의 품 속에 안긴 아름다운 여인을 한 팔로 안은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 



오후의 나근한 햇빛. 뽀송뽀송한 이불. 애인의 숨결. 그리고 민트초코 컵라면.


사치스러운 낮잠을 청하기에 썩 나쁘지만은 않은 시간이었다. 






휴.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