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nsound

@응애
딸래미가 악역이라 죄송합니닷! 그치만...너무 매력적이었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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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종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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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야기는 끝가지 계속 가면 죽음으로 끝난다.

그 사실을 숨기려 하는 자는 진정한 스토리텔러가 아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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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이이----------

"어째서..."

왜...

얕게 파인 구덩이 속에서 다리가 부러진 채로 쓰러져 누워있는 아리아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주위로는 불타는 도시.

그리고 양귀비가 들은 곰방대를 입에 문 채로 쓰러져 있는 호란 언니.

그리고 그 옆에 그녀의 남자친구가 배에 구멍이 뚫린 채로 이미 텅 비어버린 생기없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아....'

"결국...."

또 지키지 못했구나...

너 한명 정도는 지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전처럼 너는 나를 지켜주려다가....

그렇게 생각하며 한창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전장을 향해 눈을 돌렸다.

"하하하하핳"

수녀복을 입은 촉수를 쓰는 수녀가 춤을 추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아이리스라고 했었나....

사실  우리 모두가 염두에 두지 못했던 것은 단 하나가 있었다.

누군가는 신의 힘을 봉인해 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의뢰의 내용만을 보고 별로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재료나 채비를 제대로 챙기지 않고 무장만을 챙겼던 것.
 
그것들은 가장 치명적인 실수 중 하나로 작용했다.

그렇게 일어난 일이 지금 이 일이다.

만일 원래의 몸상태였고, 의뢰의 내용대로 진행되었다면, 금방 끝났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모두의 상태는 최악에 치달아 있었다.

아이리스라는 수녀가 독을 탄 것인지, 모두의 피로는 최대로 올라가 있었고, 몸마저 말을 잘 듣지 않았다.

"컥-"

아렌 언니의 목소리였다.

쿵-

먼지 잔해가 붕 뜨며 언니의 몸을 가렸다.

"컥...쿨럭..."

"언...니...괜찮아...?"

"컥...끅...크윽..."

지금은 분명히 밤이다. 하지만, 악마씨는 지금 여기 없다.

그렇기에 밤임에도 아렌 언니는 앞을 볼 수 없었고, 아마 그것이 방금 공격을 맞은 이유일 것이리라.

"날파리들이 왜 안죽는거야! 짜증나게!"

그때 아이리스라고 자신을 밝혔던 지금은 우리들과 싸우고 있는 수녀의 배에서 붉은 빛이 감돌며 요상한 문신이 올라왔다.

쾅-

폭발하는 듯한 굉음과 함께  이리나와 아리샤 언니가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쿵-

"크윽 젠장할!"

이리나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다시 전장으로 돌아갔다.

"큭..."

그 뒤를 따라 아리샤 언니도 다시 달려갔다.

"하하하하핳 좋아!"

"젠장! 왜 우리를 공격하는거지?"

청하 언니가 망할 수녀에게 소리쳤다.

"그야 당연히 너희들은 나를 흥분시켜 줄 것 같았는걸"

"겨우 그런 이유로 우리들은 공격한거나!"

이리나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당연하지! 하지만 지금 너무 흥분되는걸 내가 예상했던 대로야! 너무 좋아!"

"말이 안 통할 것 같군요. 모두 다시 방어와 공격에 집중합시다."

아리샤 언니의 지휘를 끝으로 잠깐의 소강상태가 끝났다.

그렇게 들리는 전투의 폭음 소리와 냉병기가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며 나를 향해서 초점 없는 눈을 뜬 채로 쓰러져 있는 남자친구를 보았다.

그때.

"짜증나는 벌레새끼들이!"

수녀가 엘리브 언니와 로웬 언니에게 알 수 없는 구체를 날렸다.

둘은 모두 그 구체를 피했지만 구체는 포기하지 않고 둘을 따라왔고 전투에 지장을 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명의 전력이 빠진 전투는 곧 끝날 수 있을 것과 같았던 전의 모습과는 달리 조금씩 패색이 짙어가고 있었다.

그 패색이 짙어지는 모습을 보다 좀 전의 출혈이 많았는지 잠깐 정신을 잃었다.

잠시 후 알 수 없는 끔찍한 비명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정신이 돌아왔다.

옆에는 잠시 정신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청하 언니가 있었다.

그리고 시야에 들어온 좀 전의 전장.

주변 도시들은 모두 파괴되어 있었고,

아렌 언니는 회복하고 다시 전장으로 돌아갔던 것인지 눈의 붕대가 풀린 채로 반대편 벽에 박혀 미동이 없었다.

로웬 언니와 엘리브 언니는 결국 구체에 당한 것인지 형체만 남은 채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아리샤 언니와 이리나는 테이 언니와 싸우고 있었다.

"야! 정신 좀 차려!"

"테이씨 정신 차리세요!"

"무슨 소리세요...저는 제정신이랍니다? 다만 제가 사랑하는 아이리스 님과 맺어지기 위해서는 여러분들 께서 죽어주셔야 겠어요~"

"계속 그런다면 우리들도 널 쓰러뜨리고 갈 수 밖에 없다 테이."

"할 수 있으시다면 해보시죠. 저는 사랑의 힘으로 더 강해졌답니다~ 그러니 저와 아이리스 님을 방해하는 언니들은 이제 사라져 주셔야겠어요"

테이 언니의 뒤에서 쉬고 있는 망할 수녀가 테이 언니에게 무언가를 한 모양이다.

보나마나 최면 같은 것이겠지.

"이리나....처리한다..."

"뭐?"

"어쩔 수 없다."

"...괜찮겠어?"

"주변을 봐라. 이미 더 나빠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어떻게든 제압을 하는 방향으로라도 돌파해야만 한다."

"아....알겠어"

"그럼 간다."

쿵-

"자 그럼 죽어주세요!"

"큭! 이리나! 막을 때 옆에서 칼을 덧대라!"

"알겠어! 빈틈이다!"

캉-

"뭐?"

"사랑의 힘으로 보호받는 저에게 칼 따위는 통하지 않아요 이리나 언니~"

"젠장!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저 방어막은 내가 어떻게든 무력화 해보겠다! 최대한 방어에 집중해라!"

"알겠어!"

"테이! 이리로 와보세요"

"네! 아이리스 님!"

"여러분 이제 발악은 끝이랍니다?"

테이 언니가 수녀의 꼬리에 감겨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모! 이리와서 도와줘!"

"청하씨! 정신 차리세요!"

"아리아! 너는 움직일 수 없으니 여기로 네가 쓰던 창이라도 던져!"

그 말을 듣고 조금 떨어진 곳에 남자친구와 함께 있는 창이 생각났다.

그렇게 기어가서 창을 들었고.

그 사이 깨어난 청하 언니가 창을 가져갔다.

그렇게 시작된 세명과 수녀 하나의 전투.

전보다 훨씬 줄어버린 인원.

사용할 수 없게 된 시간의 신의 힘.

그리고 음식에 있었던 독.

이 세가지가 맞물리며 최악의 상황을 연출했다.

그 와중.

"끄아아아아악"

아리샤 언니가 제대로 된 공격에 성공했다. 수녀의 팔이 잘려나갔다.

그러나.

꼬리 부분이 빛나며 순식간에 팔이 자라났다.

"꼬리를 잘라!"

"알겠다."

서걱-

수녀의 팔이 자람과 동시에 꼬리가 잘려나갔다.

그리고 그 꼬리에서 테이 씨가 나왔다.

하지만 이미 미라와 같은 모습이었고.

치익-

뭔가가 끓는 소리와 함께 수녀의 꼬리가 재생되었다.

"이미..."

"조용히해. 다시 온다"

그렇게 게속된 전투는 20분여간 더 지속되었다.

정확히는 청하씨가 꼬리에 뚫리기 전까지...

"이모!"

"컥...쿨럭..."

"청하씨!"

"괜...ㅊ...컥..아...빨리 막어...."

"젠장!"

그렇게 가망이 없어 보이는 전투는 계속되었고

결국 나를 제외한 모두의 죽음을 내 두 눈에 새기며 전투는 끝났다.

그리고 이윽고 수녀는 한명 한명을 꼬리로 흡수하기 시작했다.

한명-

또 한명-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이윽고 수녀가 내 앞에 멈춰섰다.

"어머. 주변 사람들 다 죽어갈 때 구경만 하던 애 아니야? 너는 내가 특별히 살려줄게. 쿡쿡"

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악! 죽여줘! 죽여달라고!"

"안된단다."

"죽여줘! 죽여줘! 제발! 제발!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잘 지내렴~"

그렇게 수녀는 나와 내 남자친구의 시체만을 남기고 떠나갔다.

부러진 다리는 절박함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서있었다.

방금 전에는?

어째서 그 전투에 갈 때는 못 일어선거야?

나라도 있었다면...

그러면...

달라졌을까?

나라도...있었다면...

달라졌겠지...

청하씨의 죽음을 막을 수도 있었고, 이미 아픈 다리니 구체를 대신 맞을 수도 있었겠지.

나는 왜

절박하지 못했던 걸까

아니 절박하지 않았던 거겠지 분명.

나는 살았으니까.

나는 아직 살아있었으니까.

분명. 그런거였겠지.

이미 싸늘해지다 못해 두 눈이 파이기 시작한 남자친구의 시체의 옆에 누웠다.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다음생엔....부디....







그때 시야가 뒤집혔다.

"아리아 뭐해?"

"아...아아..."

"뭐야 왜 울어?"

그곳에는 그곳으로 출발하기 전날 장비를 챙기던 동료들이 모여 있었다.

"흑....흐엥....."

"뭐야 애도 아니고"

"이리나...너는 좀 닥쳐"

"그래서 왜 우시는 겁니까 아리아씨"

"흑...단장...저기 세계에서...다..흑..."

"뭘 본거죠? 잠깐 저쪽으로 가서 알려주실 수 있나요?"

"네...흑..."

(잠시 후)

"모두들 가능한 최대한의 무장을 한다."

"뭐? 이번 의뢰 쉽다며"

"아니. 방금 말을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

"알겠어..."

"뭐길래 그래?"

"때로는 모르는게 더 나은 때도 있는 법이다. 이리나"

"그래? 알겠어"

그렇게 짐을 챙기는 동료들을 보며 안심하며 시간의 신께 기도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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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은 해피앤딩으로 장식해야죠....그쵸?

역시 알코올의 힘은 최곱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