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T 님 럭키스케베가 무슨 뜻인지 몰라, 그냥 캐릭터보고 떠오른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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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깬 남자아이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엄마?”

애처로운 목소리로 불러보지만, 오직 그의 목소리면 벽에 부딪혔다가 되돌아올 뿐이었다.
아이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찰박.

아이의 두 발이 바닥에 고인 끈적한 붉은 액체에 닿았다.

“응?”

그러고 보니 벽에도 온통 붉은 액체가 뿌려져 있었다. 두려움에 휩싸인 아이는 신발도 신지 않은 채 거실로 나갔다. 부엌에도 갔다가, 뒷마당도 확인했다.

‘아무도, 아무도 없어.’

오직 진한 피비린내뿐.

멀리 동이 트는 아침 거리에는 오가는 사람이 없었다. 농사일을 하러 가는 농부 아저씨도, 이른 아침부터 고소한 빵 냄새를 풍기는 빵집 아주머니도 보이지 않았다.
아이는 맨발로 도시를 거닐었다.

“엄마.”

이따금 떨리는 목소리를 내어 보지만, 그 어디에도 불쌍한 아이를 도와주려는 사람이 없었다.

“훌쩍.”

어느새 눈에는 눈물이, 코에는 콧물이 가득했다.
엄마가 아닌 누구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때, 멀리서 누군가 걸어오는 실루엣이 희미하게 보였다.

“어, 엄마! 엄마~~!”

아이는 그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실루엣을 향해 달려갔다.

* * *

끝이 뾰족한 고깔모자를 쓴 여자아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도 없어.”

그녀의 기억 속 마을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사람이 북적북적한 대도시는 아니었어도, 적잖은 사람들이 사는 평범한 마을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이른 아침이라 할지라도 인기척이 너무 없었다.

그보다 뿌연 안개 너머로 느껴지는 냄새는,

“피.”

분명 인간의 피 냄새였다.
지팡이이자 창인 무기로 땅을 톡 하고 건드리자, 창두에 있는 오브를 중심으로 보랏빛 파동이 퍼져나갔다.

위잉. 위잉. 위잉.

멀리 퍼져나갔던 파동이 다시 돌아왔다. 지금 이곳에 사람은 없었다.

‘무엇이 이 마을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그녀는 보랏빛을 내는 오브로 안개를 조금씩 걷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몇 분이나 걸었을까, 아스라이 그녀의 귓가에 소리가 들렸다.

‘아이. 이건 남자아이의 목소리야.’

이 사태를 만든 몬스터, 아니면 이 마을의 유일한 생존자일지도 몰랐다.
그녀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 ….”

그녀가 나지막이 주문을 외우자,

쏴아아아!

안개가 한 번에 휩쓸려 나갔다. 그리고 사라진 안갯속에서 이제 막 열 살이나 되었을까 싶은 남자아이가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엄마!!”

‘엄마? 내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남자아이는 그녀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그녀의 명치에 얼굴을 묻은 아이를 떼어내려 했으나,

“훌쩍. 훌쩍. 엄마.”

어째선지 그냥 두었다.

“… ….”

대신 손을 들어 남자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이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그녀의 손 덕분인지 한동안 눈물을 쏟아내던 아이가 울음을 그쳤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똘망똘망한 눈으로 그녀와 시선을 마주쳤다.

“눈이 마름모야. 이상해. 우리 엄마가 아니야.”
“그래요. 전 당신의 어머니가 아니에요.”

시무룩한 표정으로 품에서 떨어진 아이가 그녀를 보았다.
뾰족한 고깔과 안이 비치는 겉옷 그리고 몸에 딱 달라붙는 레오파드까지.
남자아이는 알았다는 듯 손뼉을 쳤다.

“누나는 변태구나!”
“변태?”

그녀는 요정이 변태(變態)하는 종족이었는지 생각해보았다. 그녀가 아는 한 아니었다.
그러나 소년은 확신에 찬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신부님이 도시에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변태가 산다고 했어. 막 지나가는 사람에게 자신의 맨몸을 보여주는 것을 기뻐한대.
누나가 그 변태 맞지?”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은 맞지만, 변태는 아니었다.
그녀는 창을 내려 꼬마의 머리를 꽁! 하고 때렸다.

“아팟!”
“제 이름은 로스티나 코스모스, 방랑모험가랍니다.”
“로스 … 코스모스?”

아이는 처음 들어보았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는 자신이 이 마을을 들렸던 것이 꽤 오래전이란 사살을 깨달았다. 그래도 저 나이 때 남자아이라면 그녀의 이름은 몰라도 이명은 들어봤을지도 몰랐다.

“혹시 원더링 페어리라고 들어보셨나요?”
“아니!”

아이는 당당했다.
그리고 눈을 커다랗게 뜨고 되물어왔다.

“누나는 페어리야? 요정님! 날개! 날개를 보여줘!”

소년은 의욕적으로 그녀의 주변을 돌았지만, 애석하게도 녀석에게 보여줄 날개는 없었다.

“그만, 어지럽네요.”
“난 괜찮은데.”
“그보다 마을 어른들은 어디에 갔나요?”
“… 몰라. 자고 일어났는데. 모두 사라졌다. 엄마도, 옆집 아저씨도. 빵집 아주머니도.”

아이가 금세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은 표정을 짓자, 로스티나는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굴렀다. 차라리 오크 무리를 토벌하고 말지, 우는 아이는 도무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때 아이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애써 울음을 꾹 참는 듯, 코를 소매로 쓱싹 닦고는 말했다.

“요정 누나는 모험가라고 했지?”
“네.”
“그럼 내가 의뢰할게. 우리 엄마를 찾아줘.”
“… 좋아요.”
“아싸! 그럼 어서,”
“하지만 의뢰에는 대가가 필요해요.”
“대가?”

아이가 주머니에 있는 것을 양손에 모두 꺼내 들었다.

먼지 쪼가리와 돌멩이 그리고 종이 쌓인 오래된 사탕이 전부였다.

“이걸로 할게요.”
“앗! 그건.”

소년은 로스티나의 손에 들린 사탕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갈팡질팡하는 것도 잠시, 엄마를 찾고자 하는 마음에 굳은 결심을 했다.

“그건 내가 엄마에게 생일날 받고 아껴 두었던 거야.”
“소중한 물건이군요.”
“엄마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줄게. … 대신 무슨 맛인지 알려줘야 해.”

로스티나는 그 자리에서 포장지를 까서 입에 넣었다.
대도시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싸구려 눈깔사탕, 그마저도 오래된 탓인지 맛이 희미했다.

“사과 맛이네요.”
“사과? 아삭아삭 사과?”

로스티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은 입에 침이 잔뜩 고인 듯, 목울대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러나 이미 그녀의 입안에 들어가 버린 것을 욕심내지 않았다.
아이는 그녀에게서 몸을 훽 돌려, 다른 곳을 보며 소리쳤다.

“이제 엄마를 찾아줘.”
“알겠어요.”

로스티나가 소년의 곁에 섰다. 그녀를 힐끔 바라본 소년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있었다.
그녀는 소년의 손을 잡았다.

“자, 갈까요?”
“손은 좀 … 난 어린 애가 아니라고.”
“제게는 충분히 어려요.”
“내 눈에는 난쟁이 누나도, 악! 아프다고!”

또 한 번 꿀밤을 맞은 아이가 머리를 감쌌다.

“출발할게요.”

로스티나는 아이의 발걸음에 맞춰 마을을 탐색했다.
여느 농촌 마을이 그렇듯 몇 년 사이에 그녀의 기억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마을 구조를 잘 아는 아이와 함께 골목골목을 수색했지만, 어디에서 사람은커녕 강아지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이른 아침에 시작한 수색은 늦은 오후가 되어서도 그 누구도 찾지 못했다.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식사 시간이 되어 들어간 마을의 유일한 식당, 벽에는 온통 피 칠이 되었었다. 식당만이 아니었다. 사람이 사는 건물에 사람은 없고 붉은 피만 가득해, 피비린내로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다.

로스티나가 표정이 어두워진 아이를 데리고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올라갔다.
그리고 식당에서 챙겨온 빵을 소년에게 내밀었다.

“누나. 엄마는 무사하실까?”
“… ….”

거짓말이라도 괜찮으실 거라 말해야 한다는 것을, 한참 뒤에 깨달았다. 아이는 이미 두 손에 쥔 빵을 눈물로 흠뻑 적신 이후였다.
그녀는 소년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만, 여기서 기다리세요.”

그녀 몫의 빵을 옆자리에 두고, 마을로 뛰어 내려갔다.
뒤를 돌아보니 소년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안심하라는 듯, 손을 흔들어주고 마을 한가운데로 달려갔다.

“후우. 후우. 후우.”

로스티나는 지팡이를 살며시 발아래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 $$@%#!”

사람은 알아들을 수 없는 요정족 언어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보랏빛 무리가 사방에서 그녀에게로 몰려들었다.
보랏빛은 스스로 마법진이 되었고, 눈이 부신 빛을 발하였다.

“응답하라!”

그녀의 외침에 다시 사방으로 퍼져나간 빛무리, 그것은 마을 곳곳에 있는 사람들의 피와 뒤섞여 허공에 떠올랐다.
그리고 피의 주인을 찾아 두둥실 움직이기 시작했다.

“후우우우.”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듯이 뛰고, 호흡이 혀끝에 와 닿았다.
그러나 뭉그적거릴 시간이 없었다. 지팡이를 들어 한 걸음씩 허공에 움직이는 피의 뒤를 쫓았다.

허공에 떠오른 피는 모두 한 방향으로 향했다. 마을 외곽에 있는 성당, 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그녀를 반기지 않는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평소와 달리 굳게 닫힌 성당 문을 힘겹게 밀었다.

끼이이익.

저무는 태양 빛이 문틈 사이로 비스듬히 성당 내부를 밝혔다.

“세상에.”

그곳에는 사람, 아니, 사람이었던 고깃덩이들이 이곳저곳에 널려 있었다.

“모여라.”

허공에 떠돌던 빛을 갈무리한 로스티나. 그녀는 조심스럽게 성당 안으로 발을 들였다.

저벅. 저벅.

성당은 마을과 달리 피 한 방울 보이지 않고 깨끗했다. 어딜 봐도 눈에 들어오는 시체조각과 언밸런스할 정도로.
로스티나는 다시금 창두로 성당 바닥을 톡 건드렸다.

사방으로 물결치며 퍼져나가는 보랏빛 파동.

한 명이 걸려들었다.

타탓!

땅을 박찬 로스티나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반응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예배실 뒤편, 좁고 어두운 복도를 내달렸다.
옆으로 난 창문에 태양이 아슬아슬하게 지면에 걸쳐있는 것이 보였다.

‘더 빨리.’

이 성당에 사는 것이 뭔지는 모르지만, 부정한 생명체가 어둠을 좋아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좁은 복도 끝 줄지어 늘어선 참회실이 들어가자마자, 첫 번째 나무 문을 향해 창을 휘둘렀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 문이 부서지고.

‘없어!’

그리고 두 번째 나무 문. 쾅!

‘없어!’

세 번째도, 네 번째에도 참회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분명 징표는 여기를 가리키는데.’

이미 지면 아래로 거의 넘어간 태양, 참회실에도 이젠 어둠이 조여왔다.

“어디에도 없어. 그렇다면!”

로스티나가 허공에 뛰어 올렸다.

“합!”

작은 몸을 있는 힘껏 비틀어, 창에 회전을 더했다.

으드드득!

창대가 비틀리며 비명을 내지르고,

“나와랏!”

로스타나는 있는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

콰콰콰콰쾅!!!

창끝이 바닥에 꽂히고,

파직!

돌로 된 바닥에 사방으로 금이 갔다.

바사사사삭.

바닥은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후웁.”

뿌연 먼지 연기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생명체를 정확히 노렸다. 그녀의 창이 괴물의 목덜미로 쇄도하는 순간,

“오! 신이시여! 사, 살려주시오!!”

괴물이 소리쳤다.

퍽!

간발의 차로 로스티나의 창이 괴물의 목덜미를 훑고 바로 옆에 박혔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히이익!”

괴물은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로스티나가 손을 몇 번 휘젓자, 참회실에 가득 찬 먼지가 가라앉았다.

“신부님?”

성당의 주인이었던 신부가 정신을 잃은 채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신부가 괴물이 아니라면.’

쾅! 멀리서 건물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쾅! 쾅! 쾅!

그 소리는 점차 로스티나와 신부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고,

콰앙!!

마침내 참회실 벽을 뚫고 모습을 드러냈다.

[하아아…]

검은 털로 뒤덮인 기다란 주둥이, 노란 눈동자에 검은 동공, 온몸이 빡빡하게 세운 털로 뒤덮인 채 붉고 기다란 성기를 축 늘어뜨린 녀석은,

[으르르르르]

웨어울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