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신검

캐릭터 스토리를 읽어보니 쓰고 싶어져서...

공백 포함: 4444자
공백 미포함: 2980자

글자수가 정말 만족스러운 숫자들이 완벽하게 나와줬군요....

+ 이번 버스는 하나 더 있습니다

제목: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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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누구나 쉽게 입으로 내뱉지만.

누구나 할 수는 없는 일.

혹자는 이 일이 너무나도 비인간적인 일이라고,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죽이느냐고 물어온다.

그러나

너무나도 모순된 이야기가 아닌가.

누군가의 어머니를 죽였다.

이는 처벌을 받는다.

다만 새끼가 있는 암소를.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다.

이는 처벌 범위의 밖이다.

사람이 사람을 죽여 처벌을 받는다.

그래.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면 말이지.

여기 이 나를 봐라.

죽고 싶으나 죽지 못한다.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 오늘을 죽으나 결과는 한발 뒤다.

누군가를 죽인다.

이는 이미 너무나도 익숙한 행위이자 당연한 행위다.

나 자신을 죽인다. 이도 마찬가지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런 나를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인간? 아니면.....

-어느 소녀의 일기장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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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먼 미래의 음침한 거리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

수증기의 포근함과 비의 차가움을 느끼며

그저 텅 비어버린 거리를 정처없이 배회하며

소녀가 그저 나지막히 중얼거린다.

"나는....인간인가..."

"나는 아직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있는가"

"나를 아직도 인간이라 불러줄 사람이 내 곁에는 있는가..."

없다.

"사람들은 나를 인간으로 봐주는가"

아니다.

그 누구도 나를 한명의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은 얼굴에 가식이라는 가면을 끼고 나를 상대한다.

그리고 뒤에서는 괴물이라며. 같은 인간이라는게 무섭다며. 상대하기 싫다며. 욕한다.

나를 사랑했던 이들.

내가 사랑했던 이들.

그 중 더 특별히 나와 비슷한 삶을 살던 이들.

모두가 삶의 의욕을 잃었다.

나를 계속해서 바라봐주며 나를 이끌어주던 그녀도.

내가 사랑했던 이제는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도.

나를 사랑했던 누군가도.

나를 사랑했던 이를 사랑했던 이도.

나를 싫어했던 이도.

이제는 모두....모두 모두 모두 모두 모두 모두 모두 모두 모두 모두

모두...자신의 끝을 찾아갔다.

근데 나는 어째서 나의 끝을...

언제나 죽음과 가장 가까웠다.

동시에 죽음을 경험했다.

그리고 전날이 되면 마치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며 일을 처리했다.

그녀가.

나를 아는 그녀가.

물어볼 때

나는 이제는 무감각해졌다.

나는 괜찮다.

슬프지 않다. 힘들지 않다. 나는 괜찮다. 당신을 보는 것만으로도 괜찮다.

그렇게 최면을 걸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무감각해졌다.

괜찮다.

그래.

무감각해졌다 라는 말.

무감각이란 것은 없다.

그저 더 잘 참아내게 되는 것이지.

익숙해지고 손쉬워지며 그것이 당연해진다.

그리고 그것을 까먹는 것이

그 일이 뇌리에 박히지 않는 것이

당연해지며 잊기 쉬워진다.

언제 어디서 왜? 어떻게 누가?

그 무엇도 기억하기 힘들어질 때 즈음

우리들은 비로소 무감각해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때는 그저 잘 참는 것 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었다.

무감각해질 수 있었다.

그녀를 보는 것 만으로도 아픈 기억은 저편으로 가버렸으니.

그녀를 위해 무감각해졌다고 나를 속일 수 있었다.

전혀 괜찮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떠나가버린 지금.

그것은 그저 그녀를 떠오르게 하는 슬픔의 이유일 뿐이다.

그날. 그녀가 자신의 마지막 목적지를 찾아갔을 때.

다음날까지 계속해서 울다 힘들어 잠들어 결국 죽음을 맞이해

그녀의 두번째 죽음을 보았다.

그리고 죽음의 원인이었던 그 슬픔을.

그 공허함을

참았다.

네가 사랑하던 이가 생을 다하여 죽어가던 모습을 보던 그날.

그 죽음을 다시 보지 않기 위해

참았다.

나를 사랑하던 이가 나의 젊음을 원망하며 죽어갈 때도

참았다.

참고 또 참았다.

나의 소중한 것을 나의 기억속에서만 아름답게 남기기 위해.

그들의 죽음을 다시 보지 않기 위해.

다시 그들이 같은 선택을 할 것임을 알기에.

언제 끝을 향할지 알기에.

나는 뒤로 돌아가는 것을 멈췄다.

그렇게 하나 둘 내 곁을 떠나갔다.

그렇게 남은 것은 오직 나 하나.

그리고 그들의 모습을 다시 보는 것이 두려워 나를 죽이지 못하고 시간을 거스르지 못해 시간은 흐르고 흘러 다다른 오늘.

손에 있는 것은 소주 한병이요.

유일한 친구도 소주 한병 뿐이다.

쓸쓸함을 곱씹으며 오늘도 주머니에서 칼을 꺼낸다.

나를 죽이지 못할 그 칼날을 보며 알코올의 힘을 빌린다.

오늘은...

적어도 오늘은...

그리 되새기며 나 자신을 진정시킨다.

"후-"

컥-

단발마와 함께 심장을 관통하던 칼의 손잡이와 바닥이 서로를 맞본다.

드디어...하루를 뒤로 돌아갔다.

그렇게

하루

며칠

몇달

몇년

몇백년

나를 사랑했던

나를 증오했던

내가 사랑했던

나의 적이었던

아군이었던

나를 도와줬던

나를 믿어줬던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그들의 얼굴이 나의 죽음으로 당혹감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며

계속

계속해서

하루를

한달을

한 해를

뒤로 돌아간다.

그리고 마침내

"어이- 여기 혹시, 고문서 번역 의뢰도 받나?"

아.

그날이다.

나에게

이 지옥과도 같은

불멸을

저주를 준 바로 그날.

나를 죽였던 이들따위

이미 신경 쓸 가치조차 없다.

그렇게 그들의 당혹감 어린 얼굴을 뒤로하고

이젠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의 죽음을 위해

다시 일어나는 것이 아닌

나라는 존재의 완전한 마지막을 위해

나를 이리 만들었던

그 환단이 있는 곳을 향해간다.

그렇게 도착한 그곳.

그곳에는 그때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짙은 초록색

은은한 빛

감도는 난향

그 환단을 집어들었다.

이 환단은 나를 죽음으로 인도해줄 수 있는 것인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나는 이것을 먹을 용기가 있는가.

용기는 없다

다만 그 두려움도 잊을만한 절망감이 있다.

그렇다면 먹을것인가.

그때

무언가가 머리 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동안 살아가며 느껴왔던 절망

아픔

두려움

슬픔

이별

모든 부정적인 감정이 몰려왔다.

그래. 죽자.

그러나

그때 문득 떠오른

그녀의 얼굴.

만약 그녀가 죽음을 택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러한 생각이 문득 스쳐지나간다.

그와 동시에

사랑했던 사람과

소중했던 그녀와

가까웠던 친구와

가족같은 동료와

함께했던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그들의 죽음이 스쳐지나갔고

환단을 먹을 것인가 먹지 않을 것인가를 망설이게 했다.

Route A 환단을 삼키지 않는다.

Route B 환단을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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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te A

내가 느꼈던 행복. 만족 기쁨 그리고 슬픔 후에 찾아오는 기쁨 그런 감정들을 더 느끼고 싶다.

내가 이렇게 죽는다면 나라는 존재는 세상에 남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다.

그녀가 죽을 때 나도 이 환단을 먹고 같이 죽을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죽을 때 나도 죽을 수 있다는 안도를 할 수 있다.

그래.

원할 때 죽을 수 있다는 것.

그거면 된거다.

소녀는 더 살아보기로 다짐했다.

그녀의 품에서 환단이 요사한 빛을 풍기며 빛났다.

다가올 무언가를 위해.
-----------Route A--------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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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te B

기쁨과 슬픔 이 중에서 무엇이 더 나에게 영향을 주는가.

기쁨은 나에게 언제나 살아갈 원동력을 주었다.

하지만 미래.

그 기쁨은 더이상 찾아오지 않았고 나를 외면했다.

그래.

이 환단을 먹고.

나도 나의 마지막을 찾아가는 거다.

그거로 된거다.

그래.

꿀꺽-

그 소리와 함께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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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찔-

몸이 느껴졌다.

팔 다리에 감각이 느껴졌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죽은건가?

눈을 떴다.

아아.

안돼.

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

그날

나의 기나긴 죽음의 일정을 시작했던

먼미래의 비가 오는 골목길

그곳에 다시 서 있었다.

안돼.

주머니에서 칼을 꺼냈다.

가슴을 찔렀다.

피가 울컥 쏟았다.

그렇게 정신을 잃었다.

깨어났고

다시 죽음을 경험했다.

1 번

11 번

111 번

1111 번

이상함을 느꼈다.

왜..

바뀌지 않아?

그날로 다시 돌아온다.

다시 돌아갈 수 없다.

앞으로 밖에 달려갈 수 없다.

죽을 수 없다.

무력감

공포감

두려움

이 몸을 감쌌다.

아....아아...

누가...제발......

------------Route B ---------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