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승객은 ... @전자기장 님!!

요청사항은 부상당한 선배를 지키다 당하는후배입니다.


글붕어의 버스는 이만 물어가붕어.

주말엔 쉰다 붕어. 아니 노가다붕어로 변신한다.


그럼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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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날처럼 평화로운 하루였다.

벌써 한 달 가까이 빌런의 준동도 없었고, 며칠째 비가 내려 무더위도 한풀 꺾였다.

오랜만에 날도 개어 여의도공원 일대에는 나들이객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사건은 언제나 사람들의 방심을 먹고 자랐다.

 

쐐애애애액!!

 

하늘에서 무언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

 

마른하늘에서 난데없이 쇠로 된 기둥이 떨어져 땅에 꽂혔다. 불행히도 아이를 데리고 나온 일가족이 피떡으로 변했다.

 

꺄악! 사람이 죽었어!”

뭐야? 비행기 부품인가?”

빨리 119에 신고 좀!”

 

그 끔찍한 광경에 입을 틀어 먹고 자리를 피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위해 모여들었다.

철없는 학생도 있었고, 어디서 나타났는지 인터넷 방송인 유튜버들도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운명도 모른 채 피해자를 애도했다.

 

쐐애애액!

쐐아아악!

쓰아아아악!

 

하늘은 온통 굉음으로 뒤덮었고,

 

쿠아아아앙!

!

쿠우웅!!

 

하늘에서 쇠로 된 비가 내렸다.

작게는 바늘 정도, 큰 것은 어지간한 화물트럭보다도 컸다.

 

! 내 다리! 내 다리!!”

쿨럭. 살려줘.”

엄마아아아아!!”

… , 사랑해.”

 

평화로운 나들이 공간이 피비린내 나는 학살 현장으로 바뀌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아이를 안고 뛰는 아버지는 쇠꼬챙이에 꿰인 아내를 뒤로 두고 도망쳤고, 다리가 찢긴 연인을 버리지 못해 함께 죽은 사람도 있었다.

배에 쇠기둥이 박힌 사람이 가족에게 마지막 전화를 위해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을 들었고, 공포에 압도되어 소변을 지린 채 한 걸음도 못 움직이는 사람도 있었다.

 

엄마! 아빠!”

 

난장판 속에서 이제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부모를 잃어버리고 홀로 울고 있었다.

그리고 무심하게도 아이의 정수리를 향해 쇠파이프가 떨어지고 있었다.

 

모두가 방심한 것은 아니었다.

 

어디선가 나타난 검은 그림자가 아이를 향해 쇄도했다. 그림자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쇠파이프와 아이를 번갈아 보며, 주먹을 내질렀다.

 

[코스모 펀치]

 

!!

 

쇠파이프가 사정없이 구겨져 멀리 한강에 물보라를 일으키며 처박혔다.

 

검은 그림자의 정체는 히어로 협회 소속의 설아연.

그녀는 최근 평화를 폭풍의 눈이라고 생각했다. 협회 차원에 순찰 강화를 요청했으나 묵살당하고, 사이드킥인 솜바와 함께 서울을 순찰하고 있었다.

마침 여의도를 지나던 두 사람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쇠기둥을 보며, 두 번 생각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꼬마야 괜찮아?”

 

설아연은 손목이 나갈 것처럼 시큰거렸으나, 아이부터 챙겼다.

 

그치만 엄마가. 아빠가!”

… 일단 피하자. 누나가 나중에 엄마랑 아빠 찾아줄게.”

네에.”

 

그녀가 아이를 안고 뛰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쇠기둥은 무시무시했지만, 범위가 그렇게 넓은 것은 아니었다. 직경 2~300m, 범위 밖으로 달려 나가는 그녀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선배애애!!”

 

붉고 푸른 오드아이와 똑같은 머리카락을 가진 사이드킥 솜바. 협회에 보고를 마친 그녀가 설아연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솜바, 얘를 밖으로 데려가!”

선배는요? 같이 가요!!”

안 돼. 안에 아직 사람이!”

 

설아연은 솜바와 쓰러진 사람들 사이에 고민하다가, 그녀에게 아이를 맡기고 등을 떠밀었다.

 

빨리 나가!”

선배!!”

 

찢어지는 솜바의 목소리를 들으며, 다시금 쇠 비가 내리는 한 가운데로 들어간 설아연.

그녀는 하늘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메탈고드(Metal GO-D)!!”

 

비록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저 하늘 위에 이 사태를 벌인 원흉이 있었다.

메탈고드, 최근 급부상한 빌런이었다. 민간인을 노리는 흉악성만은 3대 빌런에 버금가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격투계인 그녀와는 상성 상 최악이었다.

 

타핫! !!”

 

설아연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쇠기둥에 주먹을 휘둘러 한강으로 떨구었다.

그러나 그녀가 힘을 내면 낼수록 오히려 무력감만 커졌다. 이제 메탈고드의 공격 범위 안에 살아있는 이라고는 그녀뿐이었다.

비로소 쇠로 된 비가 멈추었다.

 

. 허억. 허억. .”

 

숨을 고르는 설아연을 향해, 하늘에서 일단의 무리가 서서히 하강했다.

 

메탈… 하아. 고드.”

 

그리고 그의 추종자들.

뜻밖에도 최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빌런인 그는 고작해야 중학생쯤으로 보였다.

 

메탈고드는 설아연을 향해 검지를 내밀었다.

 

검은 입자가 손가락 주변에 모이더니, 쇠로 된 창이 허공에 생성되었다.

그리고 곧장 그녀를 향해 발사했다.

 

!

 

허공을 격한 설아연.

 

쇠창의 경로가 틀어져 근처 바닥에 꽂혔다.

그 모습을 본 메탈고드가 씨익 웃었다.

 

사사사사사.

 

그의 곁으로 모이는 검은 입자가 마치 봄철 황사를 보는 것처럼 하늘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수많은 쇠꼬챙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죽어.”

 

그의 한 마디에 쇠꼬챙이 무리가 설아연을 향해 곧바로 날아들었다.

 

!

 

!

 

!

 

허공에 허우적거리듯 주먹질을 하는 설아연,

 

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팟!!

 

그러나 그녀의 두 주먹으로는 어쩔 수 없을 만큼 많은 쇠꼬챙이가 일대를 뒤덮었다.

 

설아연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그녀의 상체는 그나마 무사했지만, 허벅지와 종아리, 발에 쇠꼬챙이 꽂히고 말았다.

 

메탈고드는 그녀를 보고 흥미를 잃은 듯,

 

처리해.”

 

한마디만 남기고 다른 곳을 향해 사라졌다.

 

간만에 여성 히어로 맛을 볼 생각에 시시덕거리며 땅에 내려온 두 빌런은 설아연의 상태를 보고 얼굴을 와락 구겼다.

 

이거 먹을 수나 있겠냐?”

얼굴은 반반한데, 에이 씨발, 입맛만 버린다. 그냥 죽이고 보스 뒤나 따라가자.”

. 아쉽네. 미인인데.”

걱정 마, 보스가 여의도 방송국으로 간다고 했으니까, 먹을 만한 계집이 널려 있을 거라고. 으흐흐

그래? 빨리 끝내고 가자.”

 

바닥에 쓰러진 설아연이 추악한 대화를 들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이템에 의지한 무능력 히어로의 한계인가.

맑았던 하늘에 어느새 먹구름이 끼고, 비가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금 그녀의 머리에 가득한 것은 먼저 떠나간 부모님도, 그녀를 히어로로 이끌어준 양부모도 아니었다.

 

솜 … 바 .”

 

파지직!!

 

번개가 땅에 박힌 쇠기둥에 작렬했다.

 

감히! 네 놈 따위가 선배에게 손을 대려 하다니!!”

 

솜바의 빨갛고 파란 머리카락이 허공에 치솟았다.

부릅뜬 두 눈에 귀기가 흐르고, 주변에 전류가 흘러, 잔디가 검게 불타올랐다.

 

멈춰! 조금만 더 다가오면 이 년을 죽여버리겠어!”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고, 화를 주체하지 못한 채 전류만 방출하는 솜바.

 

선배의 솜털 하나만 건드리기만 해. …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그녀가 보여주는 무시무시한 능력과 악의에 찬 목소리에 등줄기가 서늘했지만, 선뜻 다가오지 못하는 것이 무슨 이유에선가 협박이 먹히고 있었다.

 

어느 정도 힘을 가진 히어로나 빌런에게 협박은 무용지물이다. 능력 차이가 날수록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숨쉬기보다 쉬우니까.

조금 전의 메탈고드에게 저항조차 못 한 설아연처럼.

 

빌런 중 한 녀석이 솜바와 바닥에 쓰러진 설아연을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뭔가 깨달은 듯 혀로 입술을 핥았다.

 

네년 … 능력을 쓰지 못하는군.”

“!!”

 

쇠꼬챙이에 꽂힌 설아연이 비에 흠뻑 젖어있었다.

 

네년! 이 년을 살리고 싶으면, 입고 있는 것을 다 벗어!”

 

솜바는 입술을 깨물었다.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 자신이 끼어드는 것도, 그렇다고 지켜보는 것도 할 수 없었다.

최선은 협회에서 파견한 히어로들이 도착하는 것인데.

 

.

 

빌럭이 손에 든 칼끝으로 설아연의 팔뚝을 찔렀다.

 

!”

 

기절했던 설아연이 고통에 정신 차렸다.

주변을 둘러보고 상황을 알아 차렸는지,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솜바야 … , 도망. 크윽!”

선배!!!!”

 

솜바가 자신의 브라우스 단추를 뜯으며 으르릉거렸다.

 

네놈들 절대, 절대로! 가만두지 않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