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글붕업니다.

이번 승객은 @시래 님입니다.

요청사항은 악마에게 혼을 판 시스터와 한방에 있는 쇼타쿤입니다.

즐감하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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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웰 마을은 별다른 특색이 없는 평범한 농촌이다.

그나마 다른 점이 있다면 앞으로는 겨울에도 마르지 않는 작은 강을 끼고 있고, 뒤로는 가파르지 않은 산이 있어 굶어 죽을 걱정이 없다는 정도.

덕분에 예전부터 밀 농사를 지었고, 양질의 밀로 맥주를 만들었다.

 

진한 갈색 빛깔의 도웰 맥주.

 

생산량이 얼마 되지 않아, 진짜 아는 애주가들만 아는 맥주였다. 그래서 본고장의 도웰 맥주를 맛보고자 이곳에 찾은 사람들은 십중팔구 실망하고 말았다.

마을에 상점이라고는 잡화점과 빵집과 술집과 양조장을 겸하는 여관이 전부였으니까.

그래도 최근 마을에 유명한 것이 하나 생겼다.

 

갑니다~”

 

하얀 브라우스 위에 입은 체크무늬 원피스, 그 위에 앞치마를 더한 맥주 소녀.

소녀라기엔 나이가 많긴 했지만, 대신 출렁이는 가슴이 모든 것을 압살할 정도였다.

 

여기 돼지 막창을 이용한 소시지 구이 2인분, 그리고 맥주 4인분이요.”

 

그녀가 한 손에 든 쟁반에는 딱 봐도 대충 만든 소시지를 한가득 담겨,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그리고 다른 손에는 꽉 눌러 담은 맥주잔이 네 잔이나 들려있었으나, 그녀는 조금도 무거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 오늘 언제 끝나.”

글쎄요. 요즘 따라 손님이 많아서요.”

그거 다 피엘 보러 온 것 알지?”

어머!”

 

스으윽.

 

그녀의 맨다리를 타고 치마 안쪽으로 들어오는 손.

도웰 맥주같이 진한 갈색 머리를 한 그녀가 깜짝 놀라 제자리에서 살짝 뛰어올랐다.

 

야콘 씨. 맥주잔에 머리가 깨지고 싶지 않으시면 손 좀 치워주실래요?”

 

피엘이 앞에 있는 주정뱅이를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았다.

부릅뜬 눈.

완벽한 그녀에게 한가지 흠이 있다면, 오른쪽 눈을 가리고 있는 안대였다.

사실 그녀 정도로 아름다우면 그 정도 흠은 인간미에 속했다.

 

나 아니야! 그 정도로 파렴치한은 아니라고!”

 

야콘은 억울한 듯 두 손을 들어 보였다. 피엘의 눈이 건너편에 앉은 남자에게로 향했고, 그도 두 손을 들었다. 다른 두 동석자도.

피엘이 그녀의 다리 사이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탄탄한 허벅지를 쓰다듬는 두 손의 크기가 성인 남성의 것이라기엔 조금 작았다.

 

빠직.

 

피엘의 고운 이마에 혈관이 두드러졌다.

 

아돌!!”

 

피엘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아돌은 도망치기는커녕 그녀를 뒤에서 꽉 끌어안았다.

아직 어린 아돌의 얼굴이 마침 그녀의 엉덩이 사이에 놓였다.

 

아돌! 안 돼! 안 돼요! 거긴!”

 

깜짝 놀란 그녀가 아돌의 머리를 밀어보지만, 아이답지 않은 힘으로 버텼다.

그리고 그녀가 더욱 당황스럽게,

 

킁카킁카.”

 

숨을 들여 마시며 냄새를 맡았다.

 

아도오오올!!!”

 

이미 술집 손님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던 피엘의 얼굴이 잘 익은 토마토보다 더욱 빨갛게 물들었다.

아등바등 팔을 휘젓는 피엘을 충분히 괴롭힌 아돌이 마침내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술집 밖으로 도망치며 외쳤다.

 

이 술주정뱅이들!! 피엘은 내꺼라고! 집에 가서 썩은 호박 같은 마누라 궁둥이나 주무르셔!”

아돌!”

 

피엘이 쟁반을 휘두르며 그의 뒤를 쫓아보지만, 이미 저 멀리 도망친 이후였다.

한바탕 벌어진 활극에 마을 주민이자 술집 단골인 주정뱅이들은 크게 웃었으나, 그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는 한 여자가 있었다.

 

. . 찾았다.’

 

* * *

 

서큐버스 오를레는 그녀를 찾기 위해 머나먼 여행을 했다.

여자의 몸으로 상위 악마들을 산 채로 찢어발긴 전투력을 가진 전직 검은 교단의 프리스트.

그게 바로 피엘이었다.

그녀만 있으면, 정액받이 하찮은 서큐버스라도 마계의 대공이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오를레는 피엘을 보고 두 번 놀랐다.

하나는 악마인 자신을 못 알아봤다는 것이다. 악마 사이에 오드아이를 한 처형자라 불린 그녀. 어떤 악마도 그녀를 해했다는 정보는 없었다.

그렇다는 말은 안대는 가짜라는 말이었다.

 

안대 탓에 나를 못 알아본 건가?’

 

두 번째로 놀란 것은 악마 처형자를 평범한 인간들이 희롱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자지를 겨우 세울까 말까 하는 죽을지도 모르는 할아범부터, 학교에 다녀야 할 것 같은 아이까지.

하다못해 서큐버스인 그녀도 저 정도로 성희롱을 당하지는 않았다.

 

오를레는 술집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퇴근하는 피엘의 뒤를 미행했다.

그리고 집으로 들어가려는 그녀를 불러세웠다.

 

피엘 씨.”

 

고운 눈을 찌푸려 상대를 확인하는 그녀, 남자라면 흑심을 품고 따라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었으니. 특히 창관이 없는 마을 특성상, 술집 여급인 그녀에게 추파를 던지는 여행객이 한둘이 아니었다.

 

술집에서 본 여행자님이시군요. 잘 곳이라면 술집 2층에 여관을 이용하시면,”

검은 교단의 프리스트 피엘.”

… ….”

 

순간 그녀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주변에 사람의 존재를 확인하는 피엘을 보며, 오를레는 체온이 5도는 내려간 것처럼 느껴졌다.

 

넌 누구지.”

소튼 마을의 생존자.”

“!!”

 

피엘의 몸이 땅에 허물어졌다.

그녀는 감히 앞에 선 오를레를 바라보지 못했다.

 

네가, 교단이 악마추종자라 학살한 무고한 사람들이 내 가족이고 내 이웃이었다.”

… ….”

그럼 들어가서 마저 이야기를 나눌까?”

 

그녀가 프리스트를 은퇴한 이유에 대해서 갑론을박이 많았다. 심지어 악마들 사이에서도.

그리고 서큐버스 오를레는 그 이유를 아는 몇 안 되는 악마였다.

 

침대와 옷장, 화장실이 전부인 단칸방.

 

안으로 들어온 오를레가 웃옷을 벗었다. 소담하게 부푼 가슴 사이로 선명한 한 줄기의 상처.

 

기억해? 이 상처.”

… ….”

 

기억하지 못했다. 그날 그녀가 죽인 사람만 세 자리가 넘어갔으니.

그리고 기억한다고 해도 이상한 일이었다. 이건 오를레가 마신 정액을 갈취하기 위해 인큐버스가 만든 상처였으니.

 

난 정말 죽다가 살아났어. 그리고 매일 그날의 악몽을 꾸지.”

… ….”

그거 알아? 난 살기 위해서 악마와 계약을 했다는 것을.”

 

피엘이 주먹을 꽉 쥐었다.

검은 교단의 세뇌에 가까운 정신교육의 결과로, 솟구치는 구역질을 가라앉히기 위해, 눈앞의 여자를 두 손으로 찢어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이건 자신의 원죄였다.

 

신기하네. 날 안 죽이다니.”

… , 미안합니다. 다 제 잘못입니다.”

네 잘못인 거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나만은 알고 있어!”

 

절규하듯 소리를 지른 오를레, 스스로도 훌륭한 연기라 생각했다.

 

제가 어떻게 해야.”

내가 계약한 악마가, 널 데려오면 내 영혼을 풀어주겠다고 했어.”

… ….”

네게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 좋아요.”

 

피엘은 눈을 질끔 감았다. 본능적인 혐오는 악마만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무고한 인명을 해친 자신에게도 향해있었다.

반면, 속으로 쾌재를 부른 오를레는 즉시 바닥에 악마의 진을 그렸다.

 

, 이 안에 무릎 꿇어.”

 

신이시여.’

 

모든 것을 포기한 그녀가 마지막 기도를 올렸다.

악마의 마법진에서 음울한 기운이 솟구치고, 피엘의 하복부에 묘한 문양이 새겨졌다.

 

흐읏

 

고통인지 쾌락인지 알 수 없는 신음과 함께, 피엘의 은밀한 구멍이 분홍색 구슬을 토했다.

 

! 그것을 내게 주면 끝이야.”

 

떨리는 피엘의 손가락이 액체로 미끄러운 구슬을 집었다. 그리고 오를레를 향해 건네려는 순간.

 

와장창!!

 

창문이 깨지고, 한 소년이 방 안으로 뛰어들었다.

 

아돌!”

 

아돌은 피엘을 등지고 선 채로 오를레를 노려보았다.

 

아돌 제발 그냥 돌아가 주세요.”

그럴 순 없어.”

이건 … 그래요. 이건 제가 지고 가야 할 업보에요.”

틀렸어! 저년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어!”

아돌!”

 

아직 어린 글를 보며 비웃는 오를레.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그래!”

네가, 네가 소튼 마을의 비극을 알아!!”

 

피엘은 더는 들기 어려운 듯, 두 귀를 막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손가락 사이로 믿기 힘든 말이 들렸다.

 

알아. 그래. 내가 바로 소튼 마을의 유일한 생존자이니까.”

 

아주 찰나의 순간 오를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러나 아돌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피엘은 그가 자신을 위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만하세요. 아돌.”

 

그는 아무 말 없이 상의를 벗었다. 등에 새겨진 선명한 검은 십자가.

피엘은 그의 등을 아무 말 없이 더듬었다. 단순한 문신을 새긴 것이 아니었다. 이건 교단 내에서도 인체실험을 받은 자를 뜻하는 특수한 표식이었다.

 

검은 교단. 아돌 … 너는 내 감시자였군.”

 

피엘의 손톱이 작은 그의 등을 파고들었다. 붉은 피가 흘렀으나, 아돌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맞아. 내가 적임자니까. 네가 타락하는지 안 하는지 지켜볼. 교단에서는 네가 타락하는 즉시 처형하라는 명령을 내렸어. 소튼 마을의 유일한 생존자인 나에게.”

네가?”

그날은 첫눈이 내린 날이었어.”

 

피엘의 눈동자가 확장되었다. 마치 그날의 광경을 다시 보는 것처럼.

 

사람들은 성탄절을 앞두고 오랜만에 신이 나 있었지. 무려 교단 본부에서 축복을 위한 성직자를 보내주겠다고 했거든.”

아니야.”

일흔이 넘은 마을 촌장이 직접 마을 어귀까지 나가 성직자를 기다렸지. 멀리서 말을 타고 오는 검은 수녀복을 입은 프리스트를 말이야.”

 

기억이 생생하게 났다. 그때의 싸늘했던 첫눈이 흩날리던 날씨와 마을 입구에 북적이던 사람들.

 

넌 말을 그대로 말을 달려.”

 

““메이스로 촌장의 머리를 부숴버렸지.””

 

피엘은 그때의 뜨거운 피 냄새가 자신의 몸에서 나는 것 같아 참을 수 없었다.

 

우엑!!”

그래. 몇몇 사람들은 도망치고, 몇몇은 믿기지 않는 듯 멍하니 서 있었고, … 그리고 몇몇은 너처럼 토를 했지.”

아니야. 아니라고. 그건 내가 하고 싶어서 그랬던 것이 아니야.”

 

아돌이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검은 교단의 지시였지. … …. 그리고 교단은 악마들에게 속은 것이었고. 그렇지. 서큐버스 오를레?”

“!”

이미 네 주인인 인큐버스가 다 불었다. 넌 이제 그 자식 옆에서 영겁의 세월 동안 참회를 하면 된다.”

 

오를레가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거짓말이야! 소튼 마을의 생존자는 나라고!! 피엘! 피엘 어서 그 구슬을 내게 넘겨!!”

… ….”

 

조금 전과 달리 피엘은 오를레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저놈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야! 날 믿어 피엘!”

 

다급하게 외치는 오를레를 피엘은 안대로 가려졌던 황금빛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거짓말.”

. 어쩔 수 없지!”

 

다시금 악마의 마법진이 음울한 빛을 발했다.

그러자 애액으로 미끈거리던 구슬이 피엘의 손을 빠져나와 빠르게 오를레를 향해 날아갔다.

 

안 돼!”

!”

 

사상 최강의 프리스트인 피엘만 손에 넣으면, 열 살짜리 꼬마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무것도 아닌 꼬마가 구슬 향해 뻗은 오를레의 손을 가로막았다.

 

.

 

그리고 분홍빛 구슬이 그에 몸에 닿아, 그대로 흡수되었다.

그 모습을 생생히 바라본 서큐버스가,

 

안 돼!!!”

 

애지중지 모아놓은 정액을 인큐버스에게 빼앗겼을 때보다 더욱 구슬피 울었다.

그리고 피엘은.

 

왈칵!

 

아랫구멍에서 쏟아지는 물을 두 손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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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그런건 아니구, 오천자를 넘겨버렸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