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49686603

전쟁으로 인하여 불타고 있는 대지.
그 전장에서의 승자와 패자를 구분할 방법이 없다.
왜냐... 그저 하얀 백발에 붉은 눈을 가진 사신에게
자신의 목을 빼앗기지 않을 방법을 찾고 있을 뿐이니.

이 소식이 퍼지게 된 이유는 유능한 장군의 목이
소리 소문 없이 땅바닥에 나뒹굴었고
그 위에는 백발 적안의 소녀가 검은 낫을 들고
책상에 앉아 씨익- 미소를 짓고 있었기에...

"... 이런~ 가축을 처리하니 또 다른 가축이 나타나는 거구나?"

"너, 너는 누구냐?!!"

"나아~? 알 것 없어."

스르렁-

순식간에 소녀는 대낫을 들고 병사의 앞으로
돌진했다.

소녀가 가벼이 미소 짓는 그 순간
병사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고 그대로 뜬 눈으로
목이 잘려나갔다.

눈앞의 장졸을 정리하고 창문 앞에 섰다.

촤아악-

자신의 검은 날개를 펼치며 성 밖으로 벗어나며
한창 전투가 진행 중인 넓은 평야를 바라보았다.

"무의미한 싸움... 정말 쓸데없어."

하아... 낮게 한숨을 쉬며 자신의 모자를 꾹 눌러썼다.

조용한 전장의 한구석 소녀는 자신이 죽을 일이 없다는 듯 상황을 구경하고 있었다.

피융-

화살이 날아가는 소리

키잉-!

검과 검이 맞붙는 소리

펑-!

대포가 터지는 소리

이 소리들은 모두 소녀에게 소음처럼 들렸다.
소음 같은 전장을 뒤로하고 또 다른 장군의
목을 잘라내기 위해 날개를 폈다.

촤아악-

검은 깃털이 공중에 흩날렸다.
주변에 있던 병사들은 그 소리를 듣고 다가왔지만...

"이... 깃털은..?"

"이게 그 소문이 퍼지고 있는 소녀의 깃털 아닐까?"

전쟁 중이지만 신기한 무언가에 홀린 듯 보고 있을 뿐 이였다.

쨍그랑-!

어느 장군이 지내고 있는 거처의 창문을 깨트리며.

"안녕~  아저씨? 지금 병사들은 죽어라 싸우는데
여기서 지휘만 한다니 어이없지 않아?
그러니까... 대가를 치러야겠어."

서걱-

소녀는 대낮을 크게 휘두르며 자신을 보고 있던
장군, 그리고 그 하인까지 한 번에 잘라버렸다.

그들의 머리통은 바닥에 떨어졌고 피 한 방울도
튀지 않았다. 마술처럼. 혈액이 응고되어
한순간에 굳어 있었다.

"흣챠...이 머리통을 저기 저 나라에 던져볼까..?"

작게 중얼거리며 장군의 머리를 들고 밖으로
날아갔다.

소녀에게 있어서 전쟁은 자신을 귀찮게 하는 무언가였다.

조용한 세상을 방해하는 귀찮고 짜증 나는 무언가.

그렇기에 스스로 지휘계통을 망가트리고
병사들을 혼란하게 하며
다른 장군들에게 공적을 던져주면
조용해 지리라 생각했기에 이렇게 움직인다.

그 결과.

병사들의 입에서는

"전장의 검은 천사라고 들어봤어?"

"그게 뭔데?"

"늦은 밤 혹은 전투가 치열한 시간에 장군의 머리를 들고 어딘가로 던져주는 소녀가 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전장의 검은 천사라고 하더라."

이 이야기는 병사에서 소대장으로
소대에서 중대로
중대에서 대대로
퍼진 소문에 장군들은 자신의 목이 잘 달려있나
재차 확인하고 있었다.

소녀가 어느새 장군의 목을 잘라내기를 며칠.
검은 깃털은 검은 천사의 흔적인 것으로
각인처럼 새겨졌다.

전쟁은 줄어들었다.
소녀 또한 움직임이 줄었다.
각국에서 퍼지던 소음은 사그라들었고
온전히 자신의 일에 집중할 시간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