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플롯


@LOL헌터

@전자기장 << 캐릭터만 조금 또 빌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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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 지하는 어둡고 축축했다. 오크통이 줄줄이 쌓여있고 술 냄새가 코를 찌르다 못해 진동하는 곳이었다. 럼주부터 시작해서 아이리쉬 위스키와 진 까지. 구획을 걸을 때 마다 새로운 술 냄새가 코에 걸렸다. 달콤한 과일 향의 럼주를 지나면 농익은 포도 향과 옅은 시트러스 향이 적절히 섞인 아이리쉬 위스키의 향기, 그리고 거길 지나면 허브와 약초 냄새가 섞인 진의 향기가 흘렀다.


복도를 걷는 것은 두 명의 남자였다. 뚜벅, 뚜벅, 하는 구두의 걷는 소리가 술집 지하의 술 창고를 메웠다. 아무 말 없이 걷는 소리가 구획마다 나눠진 오크통의 술 향기와 섞일 때 쯤 검은 코트를 입은 두 남자는 나무 문에 도착했고 별 다른 지체 없이 문을 열었다. 


주황색 조명이 내부를 비추고 있었다. 이 술 냄새 나는 어둡고 축축한 지하실에 어울리지 않는 따뜻한 조명이었다. 덩그러니 놓여있는 의자에는 이 조금 어두운 내부와 어울리는 어두운 피부색을 가진 여자가 눈을 감고 앉아있었다.


" 루나. "

" 으음- "


남자의 말에 어두운 피부의 여자, 루나는 '으음-' 하고 조금 앓는 듯한 소리를 내며 답했다. 잠깐의 적막이 일려는 찰나에 그 호흡을 뺏은 것은 다시 루나였다.


" 나랑 아주 친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맹인으로 태어났어. 그래서 난 요즘 맹인으로 태어난 사람들에게 개 눈을 박아주는 자선 단체에 돈을 좀 기부하고 있지. "


갑자기 시작된 쓸 데 없는 이야기에 이야기를 듣고 있던 두 남자 중 앞에 서 있던 이. 누가 봐도 그들이 있을 조직의 보스로 보이는 이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아니면 이게 장난이라도 치자는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루나와 옆에 서 있던 자신의 조직원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 그 단체 이사장이 권유하기를, 우리는 시력이라는 선물로 축복받았으니 적어도 하루 중 30분은 눈을 감고 지내자는군. 이렇게 하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 어둠을 말이야. 그리고 기부금을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되겠지. 그래, 지금 몇 시지? "

" 8시 29분요 "

" 그럼 눈을 뜨기까지 1분이 더 남았어. 그래도.. 응. 할 얘기 있으면 시작해. "


눈을 감고 있다.

상대방이 어떤 이들인지 알고 있다. 잔악하기라면 둘 째가라면 서러울 자들이었다. 세간에 이야기가 들리고 있는, 뉴욕 마피아들이다. 이탈리아에서 건너왔다는 뉴욕 마피아들이 이젠 여기로 건너와서 그들의 피의 복수, 벤데타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런 이들 앞에서 루나는 눈을 감고 자신이 할 이야기, 그것도 헛소리라고 치부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루나는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 스스로 여기 서 있으면서 두려워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지금 그 뉴욕 마피아의 이야기를 들으면 모두가 쉬쉬하기 바쁘고 그들이 화가 난다면 무슨 짓을 할 지 모르는데, 그런 자들을 눈꺼풀 앞에 두고 헛소리 같은 농담이나 하고 있는 것이었다.


남자는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다.


" 난 디에고 찬그레타다. "

" 그래, 당신이 누군지 알아. 번번히 실패하는 그 자식, 맞지? "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눈 앞에 있는 상대를 도발했고 디에고라는 이름의 남자는 조금 화가 올랐는지 숨을 조금 크게 들이마시고 뱉었다.


" 당신은 루미를 죽이려고 이 시골까지 먼 길을 왔어. 그런데.. "


루나는 무엇이 우스운지 푸흡, 하고 작게 실소를 터트렸다.


" 놈은 아직 살아있잖아, 그렇지? "

" 그래. 안 죽었지. "

" 거기 친구. 내가 눈을 뜰 때 까지 얼마나 시간이 남았지? "

" ...5초. 4초. 3초. 2초. 1초. "


5초의 시간이 지나고 루나는 그제서야 눈을 떴다. 붉은 색의 눈동자가 제법 매력적이었고 그 육감적인 몸매를 주황빛 조명 아래에 쬐고 있다면 눈길이 가지 않을 남자는 없었으리라. 디에고라는 남자는 눈을 뜬 루나를 바라보았고 루나는 이제 처음 만난다는 것처럼 조금 과장된 손짓으로, 그리고 손님을 맞이할 때와 같은 목소리 톤으로 말했다.


" 그래, 안녕? 내가 뭘 도와드리면 될까? "

" 제안할 게 있어서 왔어. "

" 그래, 그러시겠지. 당신이 뭘 원하는지 이미 알고 있거든. 그냥 당신이 직접 크게 말해봐. 얼마나 병신같은 말인지 확인 좀 하게. "


조금 더 수위가 높아진 도발에 디에고는 살짝 몸을 돌려 자신의 조직원인 남자를 바라보았고 이제 눈에 화가 조금 서려있는 듯 보였다. 더 이상 못참겠다는 듯, 당장이라고 품 속에 숨겨진 권총을 꺼내 머리에 쏴주고 싶다는 듯 조금 떨리기까지 하는 듯 보였다.


" Sto per esplodere tra 10 secondi a causa di questa ragazza. "

" 이 년 때문에 폭발하기까지 10초 남았어. "

" Diego, Sappiamo com'è. ma abbiamo bisogno di lei. "

" 디에고, 어떤 자식인지 들었잖아요. 우리는 이 여자가 필요해요. "


그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듯 루나는 인상을 조금 장난스럽게 구기고 조금 앞으로 가서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그들이 루나를 필요로 하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렇기에 지금 여기서 자신이 어떻게 행동한 들 자신에게 어떠한 위해도 가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있기라도 하듯이.


" 곧 복싱 경기가 열린다는 걸 알아. 당신이 지원하는 녀석과, 루미가 키우는 녀석이 붙는다지. 자선 경기가 열린다는 것을 알고 있어. 바로 이 곳에서 말이야. "

" 그래, 그렇지. "

" 루미의 모든 가족들도 다 모이겠지. 그 조직원들 말이야 "

" 으흠! "

" 그리고 루나, 당신도 거기 있을 거고. "

" 으에에에... "


루나는 뭔가 질색한다는 듯이 앓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무언가 역겨운 것의 냄새라도 맡은 듯 인상을 살짝 구기면서 뒤로 돌았다. 그리곤 뒤에서 술 두 병을 꺼내며 각각 한 사람에게 한 병씩 건네주었다.


" 됐어, 이제 내가 말하지. 그건 기념품이야. 공짜고, 여기 방문해줘서 고맙다는 뜻이야. 뒤에 있는 문을 열고 나가면 보니 스트릿으로 갈 수 있어. 만나서 반가웠고 그럼 이만. "


디에고는 술병을 받아 뚜껑을 열고 냄새를 맡았다. 그리곤 한 두 모금을 마시더느 푸흐흐, 하고 웃어보였다.


" 당신이 똑똑한 사람이라고 들었어. 우리가 말하기도 전에 뭘 원하는지 알고있다고? 재밌네, 왜냐하면 이제는 내가 당신이 뭘 원하는지 말하기 전에 뭘 원하는지 알 것 같거든. "


디에고는 술병의 뚜껑을 닫고 이제껏 당한 도발의 답변이라는 듯 닫힌 술병을 가져가 루나의 가슴께를 툭툭 치며 말했다. 충분히 공기가 무거워 질 법 했다. 루나는 그래? 하고 가볍게 응수할 뿐이었다.


" 이 광대년이 우리한테 럼을 관리해 달라는 거네. 뉴욕에서 말이야. "

" 바로 그거야 친구, 그게 아니면 왜 당신이 여기서 내 산소를 훔치고 있겠나? 여기선 한 달에 32,000 리터를 생산해. 당신들이 통관과 유통을 맡아줬으면 좋겠어. "


디에고는 들려오는 말을 들으며 이제서야 미소를 지었다. 얼굴 가득 환한 미소는 아니었지만 이제 이야기의 주도권을 자신이 잡았다는 듯 이빨을 보이며 웃었다. 지금까지 조금 무겁고 축축했던 공기와 그 호흡을 루나가 쥐고 있었다면 이제부턴 이 디에고라는 남자가 쥐고 있는 듯 했다.


" 문제는 말야, 사람들은 요즘 진을 더 선호해. "

" 그럼 출구는 저기 있어. 보니 스트릿과 연결된다고. 알겠나? "

" 푸흐흐.. 당신 정말 미친 사람이군. 32,000 리터라.. 200 배럴.. 그래, 그렇단 말이지? "

" 그리고 난 현금도 좀 받았으면 하는데. "


거래의 조건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루나는 이 남자와 그의 조직이 뭘 원하는지 잘 알고 있다. 루미를 죽이는 데 실패하고 애먼 여동생만 죽이고 말았다. 첫 번째 복수는 실패했지만, 신호탄은 쏜 셈이다. 피의 복수, 벤데타는 그 가족 구성원 전부를 죽여야 끝난다. 마피아들의 벤데타는 그렇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루나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이 남자가 루미를 죽이기 위해서, 그 모든 구성원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완벽한 기회를 위해 자신에게 접근 한 것이고 그 기회는 이 남자가 절대 놓칠 수 없다는 것과 그 기회는 자신이 쥐고 있다는 것을. 루미는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으니 이제부턴 다시 자신이 호흡을 뺏어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곤 자리에 앉아 품 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펼쳤다.


" 걱정하지마. 친한 친구를 죽이는 것과 관련된 비용 목록을 여기에 다 적어놨거든. 자, 청부 살인 값은 보통 15,000달러야. 그런데 여기서 5,000달러를 더 추가해야해. 왜냐면 루미는 나처럼 억압받는 사람들이거든. "


억압받는 사람들이 무슨 뜻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루나 그녀 마저도 별 시답잖은 이유로 추가한 돈이었으니까. 아니, 어쩌면 깊은 뜻이 있었는지도 모르지. 


" 그리고 여기서 5,000달러를 더 추가할게. 왜냐면 루미가 있는 조직의 4위인가 했던 녀석은 짐승같은 새끼라서 분명히 날 잡으러 올 거거든. "


합당한듯 합당하지 않은 이유. 어찌되었던 그들 입장에서는 루나의 배신으로 위기에 처하게 되는 상황이었으니까. 루나는 고개를 들어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검은 양복의 사내 둘을 바라보았다.


" 그리고 여기에 또 5,000달러를 추가해야해, 왜냐하면 당신은 빌어먹을 이탈리아 놈이니까. "


대놓고 무시하는 발언과 도발이었다. 루나는 그럼에도 똘망똘망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고 2초 정도 짧은 정적이후에 옆에 서있던 수행원으로 보이는 사람을 손으로 가리키며 '그리고 너도 마찬가지고' 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에 상당히 기분이 언짢아 보였지만 루미는 개의치 않고 다시 종이로 눈을 옮겼다.


" 그리고 이제~ "

" Lei sa chi siamo? " 

" 저 녀석 우리가 누군지 알고 저런소리 하는거야? "

" 이 추잡한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정해야겠네. 그 전에 5,000달러를 더 추가할게. 왜냐하면 그 쪽 녀석들은 나랑 아주 절친한 친구사이니까. "


총합 30,000달러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이 적힌 종이를 아무렇지 않은 양, 마치 그것이 정상이라도 되는 것 처럼 말하며 종이를 접어 건네준 루나는 '총 비용은 여기 적혀있어' 하고 말했다.


" 루나, 뭔가 착각하나본데, 우리는 당신더러 누굴 죽여달라고 말할 생각 없어. 나는 내가 믿는 사람들이 있어. 당신은 그냥 내 사람들을 당신의 사람처럼 속여서 그 안으로 데려다 주기만 하면 돼. "

" 그게, 내 사람처럼 되려면 말야, 그렇게 거만하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만한 태도는 받을 수 없거든. 그러니까 당신들 특유의 그 이탈리아 냄새부터 싹 씻어내야 할 거야. "

" 후후.. 재밌네. 왜냐면 말야, 최근 들어서 이 쪽에 있는 사람들이 이탈리아 사람들처럼 행세를 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 "


도발에 도발이 이어졌다. 그리곤 비웃음과 조롱이 섞인 두 남자의 웃음소리가 지하실을 메웠고 루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웃음소리가 멎어들기를 기다리지도 않고 루나는 고개를 살짝 가로저었다.


" 그리고 또 여기에 5,000을 추가할게. 방금 싸가지없이 군 대가야. "

" 빌어먹을 년이... 좋아. 다른 요청 사항은 있나? 럼 32,000리터. 거래하도록 하지. "

" 으으... "


루나는 뭔가 언짢다는 듯이 앓는 소리를 내며 자세를 고쳐 앉고 고개를 들어 남자를 바라보았다. 금방이라도 터져나올 것 같은 웃음이나 무언가를 참듯이, 아니면 자신의 손바닥 위에서 노는 쥐를 바라보는 고양이 같은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던 루나는 스흡- 하고 곤란하다는 듯 숨을 들이마셨다.


" 뭐가 문제야? "


루나는 뭐가 문제냐는 말에 '그게..' 하고 대답을 회피하는 듯 보였다.


" 거래 하겠다고 했잖아. "

" 당신은 지금 협상도 안 하고 거래 조건을 수락했어. "


럼 32,000리터의 일방적인 통관과 유통을 맡아주고 35,000달러에 이르는 거금을 별 시덥잖은 이유로 붙였는데도 아무 말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게 의미하는 바는,


루나는 고개를 돌려 허공을 바라보다가 눈만 슬쩍 돌려 이 디에고라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 당신에 대해 루미가 한 말이 맞았어. "


그러니까, 이 모든 것이 의미하는 바는,


" hai intenzione di ucciderci tutti "

" 우리 모두를 죽일 계획이군. "


루나는 이제 모든 퍼즐이 맞춰줬다는 듯 살짝 미소를 띄고 쯧쯧, 하고 혀를 차는 소리를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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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결말로 뚝-딱

마지막에 나오는 

" 당신에 대해 루미가 한 말이 맞았어. "


그러니까, 이 모든 것이 의미하는 바는,


" hai intenzione di ucciderci tutti "

" 우리 모두를 죽일 계획이군. "


이 장면 하나 만을 위한 빌드업이었답니다 짜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