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성녀 티오
의상


158cm
나이24세
종족반인반신
좋아하는것
탈주, 곤란에 처한 사람들 도와주기, 직접 움직이는것, 매운것
싫어하는것지루한것, 예비성녀님 (정확힌 무서움)
특징 및 성격
국경에서 마물을 퇴치하던 50대 남성군인이였다.
정의감이 넘쳤으며 자신이 직접 움직이기를 좋아했고
입대한지 얼마 안됀 샛내기들을 잘돌봐 동료들에게 베이비시터라 불렸다.

베테랑답게 마물들을 퇴치하던중 샛내기들의 실수로 마물들에게 죽임을 당했고
눈을 떴을때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신 기네스에게 선택받아 성녀가 되어있었다.

죽기 직전까지 모든 기억들은 기억하지만 자신의 이름이 기억나지않았고
특정 단어들만 기억해 티오란 이름이 붙게되었다.

무려 주신에게 성녀로 선택된것에 걸맞게 사람들을 살리는 능력은 매우 뛰어났다.

하지만 수도에서 새장속에 갇히 새같은 성녀의 지루한 삶은 티오에게 맞지 않았고 
예전 자신이 일했던 국경이나 시내로 몰래 가보려했으나 매번 잡혀들어온다.

너무 탈주해서 그런지 자신이 나타나기전 예비성녀였던 여자와 호위기사에게 감시를 받게되었으며 
돌아올때마다 매번 호되게 혼나곤한다.
(주로 엉덩이를 맞고 어릴때도 안맞고 자란 자신이 맞으니깐 현타를 느낌)

tmi 의상은 주신 기네스가 입혀준것, 노출도가 심하지만 티오나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않는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숨쉬는것과 눈깜박이는것을 의식하려하지 않으면 의식하지않듯, 저옷을 입고 있는동안은 의식하지않는이상 전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

안에 속옷을 입었는지 불명,하지만 무려 주신이 내려준 강철의상의 가호가 붙어있어 티오가 직접적으로 보여주려고 하지않는이상 세상이 무너져도 의상안이 비치거나 보일일은 없다.  








----밑은 글미션중 일부-----


0.

헨벡이 대륙 유일의 신성국이라고는 하지만 그 변두리에 몬스터 한둘이 나타나는 것은 그다지 드문 일도 아니었다.


창조신은 이 세계를 창조하고, 사랑했으나 인간만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었고,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는 그의 사랑이 인류의 적인 몬스터들에게 닿는 것은 사실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창조신 기네스의 사랑을 받는 헨벡은 오히려 더 강하고 많은 몬스터들이 나타나곤 했다.


물론 성스러운 왕도의 인근에는 위대한 성기사와 병사들이 지속적으로 몬스터를 토벌하기에 안전하기로 대륙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지경이었으나...


-쿠웨에에엑!!!


국가의 변경은 이야기가 달랐다.


신의 축복이 깃든 땅에서는 강력한 몬스터가 나타났고, 놈들과 싸우는 병사들은 정병이 되어야만 했다.


시꺼먼 털가죽에 눈동자가 붉게 빛나는 놀이 뛰쳐오른다.


매서운 붉은 빛이 허공에 붉은색의 긴 궤적을 남긴다.


손에 들고 있는 것은 검은 돌로 만들어진 곤봉.


돌덩이를 진흙처럼 가지고 놀 수 있는 놀 다운 무기였다.


터엉!


“크윽...!”


두터운 타워실드로 몸을 가린 병사가 신음을 흘렸다.


어떻게든 놀의 공격은 막아냈으나, 헨벡 변경의 놀은 대륙 곳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놈들과는 격을 달리한다.


흔히 말 하는 다크 놀 이라 불리는 이 아종은 헨벡 변경의 깊은 산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녀석으로, 셋이 모이면 트롤도 때려눕히는 위험천만한 몬스터였다.


어렵사리 놈의 공격을 막아낸 병사가 이를 악물며 신음성을 흘렸다.


평소에는 네발로 달리다가 사냥감을 발견하면 도약해 허리춤에 걸어놨던 돌 몽둥이를 체중을 실어 내리치는 공격은 단순하지만 위력적이고 효과적인 공격이었다.


당연한 소리지만 성인 장정에 맞먹는 크기를 자랑하는 놈의 공격을 받아낸다면...


아무리 타워실드라고 해도 내장이 울리는 충격을 받는 것은 차라리 운이 좋았다고 봐도 좋을테다.


충분한 단련과 훈련을 거치지 않았다면 내장이 울리는게 아니라 그대로 허리가 부러졌을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병사는 힘든 훌륭하게 훈련과 단련을 소화해낸 정병중의 정병이었다.


이대로 타워실드로 놈을 블로킹 한 채 뒤에서 그와 한 조를 이루는 두 창병이 다크 놀을 찌르는 것을 반복한다면 큰 어려움 없이 놈을 토벌 할 수 있을 테니까.


“지금이다! 공격해!”

“으, 으아아악!”

“아아아악!!!”


하지만 그는 여러 가지 의미로 재수가 없었다.


몬스터들과의 혈투가 펼쳐지는 전장에 처음 나온 신병 나부랭이들이 정말로 피와 살이 난무하는 전장에서 제 역할을 할 확률은 고작해야 30%.


신병이 두명이라면 55%확률로 둘 중 하나는 제 역할을 해낸다.


그렇기 때문에 헨벡은 전장으로 향하는 병사들을 기본적으로 3인 1조를 구성하며, 이 3인 중 최소한 한명은 언제나 베테랑 병사로 배치하곤 했다.


그는 운이 없었다.


흔하다면 흔한, 45%가 연속으로 두 번 당첨되는 불운을 겪었을 뿐이다.


다만 그것이 큰 불행으로 작용하게 된 것은, 이 두 신병들이 모두 전장에서 도망칠 정도로 나약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과 상대가 병사로서는 사실상 홀로 상대할 수 없다는 다크 놀 이었다는 것 뿐 이었다.


콰앙!


다시 한번 체중을 실은 돌 몽둥이가 떨어져 내린다.


“크으윽..!”


그는 시야와 머릿속이 충격으로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돌 몽둥이를 받아낼 때 충격을 흘려내는 것을 실수한 것 인지 허리가 욱신거렸다.


남자는 이를 악물었다.


이게 끝이다.


한번만 더 놈이 몽둥이를 내리친다면...


하지만 놈은 새삼스레 다시금 몽둥이를 내리 칠 생각따윈 없는 모양이었다.


우악스러운 손으로 방패의 옆을 잡아 밀어 남자를 넘어트린 뒤 타액을 뚝뚝 떨어트리며 남자에게 다가온다.


그는 억지로 방패를 들어올려 놈의 공격을 막아내려다가 헛웃음을 흘리며 그것을 손에서 놓고 말았다.


‘젠장...’


“-T--O- 조, 조장님...!”


도망친 신병 중 누군가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남자는 낄낄 웃으며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아들었다.


“도망쳐 이 멍청한 새끼야!!!”


그리고 스프링을 튕기듯이 몸을 날리며 다크 놀을 향해 섬뜩한 단검의 칼날을 들이미는 것 이었다.


“살아, 살아남아서...!”

-크웨에에에엑!!!


놈의 복부에 교단의 성수로 정련된 단검을 꽂아넣은 그는 단검을 비틀어 상처를 헤집으며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악!!”

-크웨에에엑!!!


장기에 손상을 입은 다크 놀이 광분한다.


날카로운 발톱으로 남자의 등을 미친 듯이 햘퀴기 시작했다.


교단의 축복을 받은 가죽갑옷이기에 그 공격을 몇 번 쯤은 받아냈지만 그 뿐이다.


삽시간에 가죽갑옷의 등판이 너덜너덜해지고, 뼈가 드러날 정도의 상처가 새겨진다.


그 고통 속에서, 남자는 웃었다.


“멍청한 새끼야, 곧 여동생 생일이라면서!!! 꺼---져----!!!”


남자의 기억은 거기까지였다.


-..녀....!

-.....님..!

-성녀님...!


그리고 누군가가 성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성녀는 무슨... 변경에 성녀님이 오실 리가 없잖아.’


그러고보니 눈을 감았는데도 눈이 부시는 것 같아.


눈이 아픈건 아니지만, 확실히 밝은 곳 어딘가에 누워있었다는건 알 수 있어.


남자는 눈을 떴다.


“아...”


그리고 알게 되었다.


나는 ‘선택’받았다.


단순하게 ‘선택 받았다-’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게 되었을 뿐 그것이 정말로 선택받았다- 라고 표현해야하는 것 인지는 모르겠지만...


혼란스러운 와중에 남자는 헛바람이 빠지는 소리를 내며 몸을 살폈다.


“사, 상처가...!”

“성녀님, 눈을 뜨셨습니까?”


마치 자신을 성녀라고 확신이라도 하는 것 같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교단 특유의 예복을 입은 프리스티스 몇 명이 그가 누워있던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기도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성...녀...?”

“아직 혼란스러우신 모양이시군요. 성녀님은 헨벡 변경의 도시 렉에서 주신께 선택받아 성녀로 각성하셨습니다.”

“선택? 각성?”


알고 있다.


나는 선택 받았고, 선택 받아서...


“윽...”


문들 밀려오는 두통에 그는 머리를 짚고 말았다.


그래.


나는, 기네스의 성녀로 선택받았다.


그렇게 납득하고 말았다.


“그럼 이제 성녀님의 존귀하신 이름을 여쭤도 되겠습니까?”

“이름... 내 이름...”


그는 머릿속을 더듬었다.


기억은, 있다.


나는 분명 헨벡 변경의 도시, 렉의 병사였고.


베테랑 병사였고, 조장이었다.


신병들과 함께 정찰을 나온 와중에 습격한 다크놀과의 싸움 끝에...


“윽...”


머릿속이 백짓장처럼 새하얘져서, 도저히 생각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이름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역시... 역대 성녀님들처럼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시는군요.”

“이름...”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다만, 렉의 신병들이 자신을 불렀던 애칭만이 기억에 남아있었다.


“티... 오...”

“네?”

“티오... 그렇게 불렸던 것 같아요.”


그래.


내 별명은 티오였다.


그렇게 말 하며, 남자는 고개를 돌렸다.


방 한쪽벽의 절반 이상을 채운 거대한 거울 너머에, 화려한 은발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소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


남자는 손을 들었다.


거울 너머의 소녀도 손을 들었다.


남자는 이상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소녀도 뭔가 이상한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남자는 손을 들어 자신의 뺨을 매만졌다.


소녀도 당혹스러운 얼굴로 자신의 뺨을 매만졌다.


남자는 시선을 낮췄다.


소녀도 시선을 낮췄고,


남자의 눈에는 남자로서는 있을 수 없는 가슴이 있다는 사실에,


그는 졸도하고 말았다.


0.

사람의 삶이라는건 생각 이상으로 덧없는 것이다.


자신이 살아온 삶의 궤적 따윈 옷 같은 것이다.


아무 의미도 없고, 도움도 되지 않는다.


티오는 자신이 헨벡 변경의 영지에서 나름 잘나가던 병사였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다.


잘나가다 못해 모아놓은 돈도 꽤 되고, 영지에서도 인정받는 유능한 병사였다.


때때로 기사들은 그를 따로 불러서 자신들의 종자가 될 생각은 없느냐는 제안을 하기도 했고, 그는 언제나 ‘그렇게 되면 다른 기사님들의 질투를 사실텐데 괜찮으시겠습니까?’라며 그 제안을 웃어 넘기기도 했다.


언제나 죽음과 마주해야하는 변경의 병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므로 따로 연인을 두지는 않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영지민 사이에서는 꽤 유능하고 뛰어난 병사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그러나.


이제 그런 것 따위는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하는 것 이었다.


연병장을 구르며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땀을 흘리는 훈련을 할 필요도, 죽음의 색체와 마주해 삶을 향해 창칼을 찔러넣을 일도 없다.


오로지 성녀의 힘을 통해 축성하고, 기도하는 것 뿐.


역대 성녀들이 머물었던 교단의 방에 머물러서, 그렇게 살아가는 것 이다.


“.....”


티오는 눈을 떴다.


천장에 새겨진 헨벡을 상징하는 문양이 사라져 있었다.


“아, 나를 상징하는 문양이라는데 난 그런거 만든 적이 없어서.”

“.....?”

“그다지 좋아하지 않거든.”


그녀의 옆에 앉아 다리를 꼰 채 책을 읽고 있던 소년이 밝게 웃었다.


기네스.


티오는 이 소년의 정체가 다른 누구도 아닌 기네스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맨 처음 눈을 뜬 그 날, 자신이 그의 성녀로 선택되었다는 사실을 문자 그대로 ‘알 수 있었다’라고 밖에 할 수 없었던 것처럼.


그녀는 이 눈 앞의 소년이 주신 기네스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뭔가 묻고 싶은게 있지 않아?”

“... 그렇네요.”


티오는 흐트러진 머리칼을 매만지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쓸어넘겨버렸다.


성녀가 된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여성스러운 자태가 몸에 묻어나려 했다는 것이 재미있던지 기네스는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왜 저 인가요?”

“별 이유는 없는데?”

“그럼...”

“원래대로 돌려줄 수 없냐고? 물론 그건 안돼.”

“왜죠? 전능하신 주신이잖아요.”

“전지전능한 주신께선 한번 한 말을 번복해서는 안되는 법 이거든.”


그는 큭큭큭! 하고 웃어버렸다.


“저기. 만약 전지전능한 신이 있다고 치자. 그 주신이 자신에게 ‘내가 한 말을 번복해서는 안돼!’라고 명령한다면 어떻게 될까?”

“.....”

“나는 네가 죽음의 색체를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단다.”

“네?”


아니다.


나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어.


그랬다면 전장에서 몬스터들과 맞서야하는 변경의 병사가 되지 않았을테다.


조금 가난하고, 조금 아는 사람들도 적어지고, 조금 더 편한 생활을 하게 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활에 충실했을테다.


티오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가장 적합한 사람 중 가장 먼저 눈에 띈게 너였단다. 그것 뿐 이야. 하지만 이 선택이 네게는 큰 고난과 시련을 줄지도 모르는 일 이지.”


소년은 자리에서 일어나 막 잠에서 깨어난 티오를 끌어안아주었다.


“많은 죽음을 눈 앞에서 보게 될 거란다. 성녀란 그런 존재니까. 하지만 그런 것들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힘이 든다면 언제든지 도망쳐도 좋아. 내 사랑스러운 성녀, 티오.”


기네스는 나직하게 웃으며 자신의 성녀를 축복했다.


티오는 자신도 모르게 울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기나긴 꿈이 세상이 되어 너를 축복하기를.”

“고마워요.”


티오는 기네스를 꼭 끌어안았다.


“저야말로, 죽을 뻔 했는데 살려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소녀는 자신이 이제야 막 잠에서 깨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그녀는 방금 전 까지 기네스가 앉아있던 의자를 보다가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곳에 깔려있는 카펫은 방금 전 까지 의자가 있었던 흔적이 남아있었다.


소녀는 눌린 자국이 남아있는 카펫을 툭툭 두드려 정리한 뒤 거울 앞에 섰다.


“좋아.”


눈물자국이 남아있는 얼굴을 팡팡! 두드린 뒤 옷가짐을 가지런히 한다.


너무 화려한건 좋지 않아. 하지만 성녀라는 위치에 맞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전장에서는 피투성이가 되는 정예 병사도 영지민들 앞에서는 반짝이는 창과 당당한 걸음걸이로 걷는 법 아니더냐.


이젠 성녀라는 삶이 내 전장이다.


그리고 신도들이야 말로 내가 앞으로 만나야 할 영지민들이겠지.


그러니까, 난 흐트러져선 안돼.


그렇게 생각하며, 티오는 욕실로 향했다.



1.

“성녀님. 성녀가 그렇게 딱딱한 걸음걸이로 걸어서는 안됩니다.”

“성녀님.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신도들의 앞에서는 온후한 얼굴로...”

“성녀님. 전대 성녀님은 그러지 않으셨습니다.”

“성녀님. 여자아이가 그렇게 경박하게 뛰어서는 안되는 법입니다.”

“성녀님...!”


성녀로서의 삶이라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고달픈 것 이었다.


병사였던 시절에도 티오는 ‘귀족 영애라는 족속들은 생각 이상으로 신경쓸게 많은 삶을 사는 군.’이라며 혀를 차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것을 직접 하려고 하니 하나하나가 힘이 든다.


그래.


교단의 성직자들 중 절반을 차지하는 수녀들은 언제나 그녀에게 귀족 영애보다 예의바르고, 정숙하며 단아하고 지혜로우며 자애로운 성녀를 요구했던 것이다.


하물며 그 비교대상은 언제나 역대 성녀 중 가장 자비롭고 아름다웠다는 전대 성녀이기까지 한 상황이니 그녀에게 가해지는 스트레스는 적지 않은 것 이었다.


심지어 티오는 평생의 절반 이상을 전장 혹은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훈련에 힘을 쓰던 입장이니 그런 여성적인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올리도 없었다.


시도 때도 없이 뛰어다니며 품행과 언행이 단정하지 못한 그녀는 벌써 며칠 사이에 ‘말괄량이 성녀’라거나 ‘양아치 성녀’ 따위의 칭호가 생겼을 지경이었다.


물론, 티오 입장에서 그것은 최대한 자제하고 자제했던 일 이었다.


품에 안고 걷던 여자아이가 놓친 애완동물을 잡아주기 위해서 좀 뛰쳐나갈 수도 있는거고, 골목에서 어린아이를 괴롭히는 양아치들을 족치는 것은 성인이 가져야 할 보편적이고 도덕적인 상식의 범주에 있지 않나.


하지만 수녀나 성직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오늘은 성녀님을 위해서 뽑은 호위기사가 도착할 예정입니다. 부!디! 기사님께는 실례하지 말고 품행을 단정히 해 주십시오.”


전속 수녀마저도 그렇게 단단히 경고를 해 버린 것이다.


결국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티오는 씻지도 않은 채 침대에 드러누워 천장에 새겨진 기네스의 문양을 보며 생각에 잠기고 말았다.


‘기네스시여...’


그 무한한 지혜와 빛으로 우리들을 보살피소서.


벌써 주신을 위한 기도가 입에 들러붙어 버렸다.


잠깐 그의 이름을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기도문이 나올 지경이라니.


“쿡...!”


우스워도 이런 우스운 꼴이 없다.


그녀는 몸을 일으킨 뒤 주변을 살폈다.


그래도 나름 여자아이라는 것을 신경 쓴 것 인지 화려한 프릴이 달린 침대라거나, 하얀 이불이라거나.


병사로 살며 한푼 두푼 긁어모아 구매했던 변경의 자그마한 집과는 차원이 다르다.


‘가볼까...’


어차피 기네스께서도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해버리라고 하셨잖아.


그렇죠?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며 문양을 슬쩍 올려보자,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하렴’이라고 말 하며 긍정이라도 하듯 기네스를 상징하는 문양이 짧게 깜빡였다.


티오는 피식피식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옷장을 열었다.


‘이건 멀리 갈 때 입는 로브라고 했고.’


로브라고 이름이 붙어있는 물건이니 만큼 성녀가 입어야 하는 옷 보다야 훨씬 덜 화려하지만 눈에 띄는건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건 예배를 드릴 때 입는 성녀복...’


으음, 입을 옷도 참 없구나.


잠깐 생각하던 티오는 결국 옷장 깊은 곳의 서랍문을 열어 그 안에 보관되어 있던 병사용 가죽갑옷과 내의를 꺼냈따.


“어쩔 수 없네. 그렇죠?”


기네스의 문양이 깜빡였다.


“에?”


그녀가 들고 있던 병사용 가죽 갑옷과 내의는 어느새 여성 모험가용 활동복과 로브가 변해 있었다.


티오는 쿡쿡쿡! 하고 웃어버리고 말았다.


“역시 기세스께선 제 편이시라니까요?”


그렇게 말 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옷을 갈아입었-


똑똑똑-


“안녕하십니까 성녀님. 리암 레게니스입니다.”

“윽...! 자, 잠시만요! 옷을 갈아입고 있어서...”

“네. 밖에서 대기하겠습니다.”


리암 레게니스.


분명 오늘부터 그녀의 호위를 위해 배치된다는 젊은 기사라고 했다.


티오는 재빨리 옷을 갈아입은 뒤 책상에서 노트를 꺼내 필기를 시작했다.


[잠시 머릿속을 정리하고 돌아올게요. 도망치는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주세요.]


‘어때? 그래도 병사 시절에는 엄청 글을 잘 쓴다고 칭찬도 받았단 말이지.’


흥! 하고 콧김이라도 뿜어져 나올 것 같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자신의 메모를 뜯은 티오는 그것을 곱게 접어 문 틈에 꽂아 넣은 뒤 어느새 활짝 열려 탈출을 위한 밧줄까지 설치된 창문 너머로 뛰어내렸다.


‘고마워요, 주신님!’


역시 주신님은 내 편이다.


최근 렉의 밤은 화려했다.


몰려오는 몬스터를 큰 피해 없이 막아낸 것도 그랬지만, 성녀가 나타났다는 사실도 고무적이었으므로 요즘은 매일매일이 축제의 연속이다.


티오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로브의 후드를 눌러쓰고 축제를 즐기는 영지민들의 사이로 녹아들었다.


“캬하! 봤냐? 역시 렉의 정병들은 차원이 다르다니까? 3인 1개조로 블랙 놀을 상대하는 정병들이 넘치는 곳이 렉 말고 어디있겠냐?”

“크으! 마셔마셔!”


‘동전 하나로 저녁 종일 즐기세요!’


술집에는 그런 멘트가 적힌 나무 팻말이 걸려있거나 자신이 직접 구운 파이나 쿠키 따위를 바구니에 잔뜩 담아 나와 나눠주는 여성들도 있었다.


큰 습격을 별다른 피해 없이 막아내노라면 렉의 영주는 언제나 자신의 곳을 풀어 영지민들의 배를 불리고 안심시키곤 했다.


병사일 땐 이럴때야말로 사고가 나기 가장 쉬운 취약한 시기이니 더욱 더 경계해야 했지만 이젠 아니지.


참 멋지고 따르고 싶은 영주였고, 그랬기에 티오도 기사들의 훈련에도 욕지거리를 내뱉으면서도 단 한번도 도망치지 않았다.


그래.


이 모든 것이 내가 지키고 싶었던 모든 것이다.


사랑스러운 영지민들.


시끌벅적한 축제의 사이에서도 반짝이는 멋진 창을 들고 돌아다니며 치안을 관리하는 병사들.


성벽 위에서 병사들과 함께 대작을 하며 술잔을 기울이는 기사.


교대를 위해 위병소에서 대기하다가 순찰을 돌고 온다더니 불콰한 얼굴이 되어 돌아온 동료를 나무라는 병사.


그 모든 것이 사랑스럽다.


“아...”


티오는 그 순간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언젠가.


그래.


언젠가 과거의 그도 저 자리 사이에 껴 있었다.


먼저 순찰을 돌고 퇴근한 뒤 축제를 즐기라고 후임을 순찰 보냈더니 술에 떡이 되어서 돌아온 녀석을 나무랐던 때가 있었다.


성벽 위에서 도시를 내려보며 이 멋진 도시를 지키는게 바로 우리다.


그리고 이 멋진 도시의 정당한 주인이 바로 우리 영주님이다.


그렇게 말 하며 어떤 기사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자리엔 내가 없다.


나 였지만, 이제 내가 아닌 누군가가 그 자리에 기억으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티오는 자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온전한 자신의 과거를 잃어버린 사람만이 흘릴 수 있는 서러움의 눈물이었다.


사람의 삶 이라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덧없는 것이다.


자신이 살아온 삶의 궤적 따윈 옷 같은 것이다.


나 자신은 아무것도 변하게 하지 않는다.


그저 그 자체로만 존재하며, 누군가에게 나를 증명하는 아우라를 가지게 해준다.


하지만 티오에겐, 그런 궤적 따윈 남아있지 않았다.


무색무취.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나타난 그녀에게 자신을 추억할 삶 따윈 없었다.


그러므로 그녀의 과거는 아무 의미도 없고, 도움도 되지 않는다.


티오는 고개를 숙이고 후드를 눌러썼다.


휘청이는 걸음으로, 렉 시가지를 가로질렀다.



0.

티오는 유령처럼 부유했다.


신전으로부터 도망쳤지만 축제속으로 녹아들지 못한다.


마음이 정리되면 돌아갈 계획이었는데 그러지 못하다니 이게 무슨 모순이람?


이런식으로 방황하기만 하면 신전에서 도망친 이유가 없잖아.


시끌벅적한 광장을 가로지르던 티오는 결국 마을 중앙의 분수대 의자에 앉아 사람들을 살폈다.


쟁취해낸 평화를 만끽하는 축제의 분위기는 흥겹기 그지없었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이은 줄에 매달린 장식품, 그 아래를 오가는 어린아이들, 어디선가 가져온 맥주잔을 들고 춤을 추는 술꾼들..


‘다 내가 지키고 싶었던 풍경인데...’


이젠, 내가 지킬 수 없는 풍경이다.


[하지만, 동시에 네가 지켜야 할 풍경이지. 그렇지 않아?]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린 티오가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반투명한 신체로 그녀의 옆에 서 있던 기네스가 활짝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음고생이 많구나, 내 딸. 하지만 걱정마렴. 난 너를 존중한단다.]


그 흐뭇한 웃음을 보는 순간, 티오는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환영처럼 솟아올라 그녀의 머리를쓰다듬는 기네스의 손길은 지나칠 정도로 따뜻해서, 또 지나칠 정도로 작아서 어린아이의 손으로 위로받는 기분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 그거야.]


티오는 눈물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제서야 기네스의 환영이 서서히 흐려지며 자취를 감췄다.


눈물 흘린 자국이 가득한 소녀의 눈에 총기가 맺혔다. 그녀는 후드를 길게 눌러썼다.


이제야 축제 속으로 녹아들 수 있게 되었는데 운 흔적이 가득한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렉의 밤은 떠들썩했으며, 행복한 얼굴이 가득 보인다.


누군가 친하게 지냈던 얼굴이 보이노라면 잠시 가슴이 적적해지기도 했으나, 그 뿐 이었다.


새로 친해지면 된다. 다시 친해질 수 있다.


그리고 그녀가 광장을 지나쳐 골목에 들어가는 순간.


“.....”


그녀는 렉의 어둠과 마주하게 되었다.


검은색. 흑요석을 세공하기라도 해서 만든 것 같은 새까만 단발머리의 소녀가 벽을 등지고 서 있었다.


빨려들어갈 것 같은 눈동자가 그녀를 둘러싼 양아치들을 응시한다.


시시덕거리며 그녀를 희롱하려는 양아치와 개인지 도마뱀인지 모를 자그마한 짐승이 으르렁대며 양아치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아니 날도 좋은데 그냥 오빠들이랑 한잔.”


그들 중 하나가 손으로 술잔을 쥔 채 기울이는 듯 한 자세를 취하며 낄낄 웃는다.


“축제인데 꼬마라도 한잔 쯤 마실 수 있잖아.”

“꼬마 아니에요.”


여자아이는 당찬 얼굴로 말 하며 완강한 거부의 뜻을 표현했으나, 이미 마음을 굳힌 양아치들이 그것을 받아들일 리가 없었다.


‘군인은-’


티오가 골목안으로 달려들었다.


앞뒤를 생각한 것이 아니다.


그저,


‘국가와 국민을 수호하며-’


병사로 입대할 때 외웠던 군인복무규율.


작전을 나설 때 마다 외웠던 그 규율의 가장 첫 항이 마치 낙인이라도 된 것처럼 그녀를 움직이게 했다.


“뭐 하는 짓이야!”


물빛 혹은 옅은 푸른빛. 누군가가 말 한다면 그다지도 아름다운 실버 블랜드의 폭포가 후드 넘어로 쏟아져 내렸다.


선명한 황금색의 눈동자가 양아치들을 노려보았다.


양아치들 중 하나가 당혹스러워 하다가 이내 씩 웃으며 티오를 향해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흐응? 뭐야. 누나가 우리랑 놀아주게?”


그는 티오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쓱 훑어보며 웃었다.


파충류를 연상시키는 기분 나쁜 눈빛.


티오는 순간 다리에서 힘이 살짝 풀리며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먹잇감을 보는 짐승의 눈이다.


그녀는 평생을 살아오며 단 한번도 이런 눈을 한 사람과 마주한 적이 없었다.


당연하지.


그녀-병사일 적-의 임무는 국가와 국민을 수호하는 것 이지만 그 대부분은 몬스터와의 싸움 그리고 그것을 대비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


자신을 먹잇감으로 보는 남자의 시선을 올려다보는 경험따위는-


“어때? 누나, 우리랑 한잔?”


없다.


낄낄 웃는 양아치들의 얼굴이 섬뜩하다.


티오의 눈동자가 떨렸다.


“응? 어때.”


그리고 양아치 하나가 티오의 손을 붙잡으려 손을 뻗는 순간이었다.


“응?”


그의 손이 멈춘다.


자력으로 멈춘 것이 아니었다.


티오의 눈에는 보였다.


얇은.


정말로 너무 얇아서 집중해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얇은 황금색의 실 한가닥이 그의 팔을 잡아채고 있었다.


나풀나풀 바람에도 흩날리지만 자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흔들리는 황금색의 들이 땅바닥에서 솟아올라 남자들의 몸을 휘감는다.


“뭐, 뭔데!?”

“야 임마 분위기 잘 잡다가 갑자기 왜 그... 끄아아악!?”


파지지지직!!


황금색의 실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동시에 남자들이 입에서 하얀 연기를 쏟아내며 골목 바닥을 나뒹굴었다.


깜짝 놀란 티오가 그녀가 가로막았던 소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손가락 끝에서 희미한 실을 뻗어 땅을 관통, 남자들을 휘감았던 소녀가 해맑게 웃었다.


“고마워요.”


착하고 순수한 사람이다.


정말로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깨끗한 미소였다.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했는데...”

왕!


소녀는 그녀의 발치에서 양아치들을 위협하던 자그마한 짐승을 품에 끌어안았다.


귀엽다.


티오는 멍한 얼굴로 그녀를 내려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머리에 손을 얹어 쓰다듬고 말았다.


“응. 아무리 축제중이어도 이런 곳을 위험하니까. 혼자 다니면 안돼?”

“네.”


소녀는 뿌듯하게 웃으며 품의 짐승을 꼭 끌어안았다.


왕? 와앙! 켕!켕켕!


그 압박이 적지 않았는지 짐승이 켁켁대며 비명을 질렀다.


그 모습이 또 퍽 귀엽고 사랑스러워 티오는 여자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말았다.


“저, 그런데 그... 혹시 시간 되세요?”

“응?”

“그... 고마워서...?”


티오는 피식 웃고 말았다.


“뭔가 고민도 있으신거 같은데, 저라도 대화 상대가 된다면 괜찮을거 같아요.”

“그래?”


그녀는 씩 웃으며 소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소녀는 품에 안고 있던 짐승-아마도 애완동물일테지-을 내려놓고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이 근처에 정말 맛있는 빵집이 있거든요.”


소녀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났다.


“같이 가고 싶었던 사람은 있는데... 지금은 멀리 가버려서요.”


왕!


애완동물도 신나게 꼬리를 흔들었다.


“그러니까 언니랑 같이 가면 될 거 같아요.”


자신의 손을 붙잡고 자그마한 체구에 걸맞지 않는 힘으로 질질 끌다시피 해서 빵집까지 달려간 소녀가 빵집 앞에서 활짝 웃었다.


“엘렌이에요.”

“엘렌?”

“네. 엘렌 캐리. 제 이름이에요.”


티오는 멋쩍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뺨을 긁었다.


“티..오.”

“티오요?”

“응... 조금 이상한 이름이지?”

“아뇨. 예쁜 이름인데요.”


소녀는 활짝 웃었다.


“자, 들어가요! 여기 슈크림빵이 엄청 맛있다구요!”


홍옥같은 소녀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났다.


0.

엘렌은 바보같은 얼굴로 티오를 살피다가 해맑게 웃었다.


아무걱정도 없는 얼굴이다.


티오는 빵집의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도시의 축제는 여전히 진행중이었고, 빛 아래의 시민들은 춤을 추고 있었다.


춤을 춘다.


빛 아래에서 술이 가득 찬 잔을 들어올리는 나무꾼, 먼지를 뒤집어쓴 갑옷과 창을 들고 순찰을 도는 경비대, 가판대에서 고기를 굽는 상인들의 그림자가 춤을 춘다.


티오는 고개를 돌렸다.


엘렌의 품에 안겨서 바둥대던 자그마한 동물이 어느새 꾸벅이며 잠들어 있었다.


앞다리 한쪽에 상처가 난 녀석을 내려보던 티오가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상처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요 근래 며칠동안이나 신전의 사람들에게 떠받들여지며 실컷 써 왔던 그 힘이 자연스럽게 상처를 쓰다듬었다.


"뀨웅...?"


졸음이 가득한 얼굴로 꾸벅대던 녀석이 눈을 게슴츠레 뜨고 티오를 올려보았다.


"아까 고마워서 그래."


그녀가 다시 상처를 쓰다듬자 상처가 삽시간에 사라졌다.


엘렌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언니 그건 어떻게...?"

"응? 아. 그냥 조금 치유술을.."


티오는 멋쩍게 웃었다.


"이건 조금 하는 수준이 아닌데요? 대주교가 와도 어떻게 못할 수준이었는데..."


입에 잔뜩 채워넣었던 슈크림빵을 용케도 넘긴 엘렌은 깜짝 놀란 얼굴이었다.


"글쎄?"


순간 장난기가 동한 티오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성녀라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성녀요? 으음..."


엘렌은 팔짱을 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성녀쯤 되면 그럴수도 있죠."

"... 안 놀라?"

"왜 놀라요?"


다시 슈크림 빵을 손에 쥔 엘렌은 행복한 얼굴로 웃었다.


"성녀쯤 되면 나쁜 사람은 아니실거 아니에요."


티오의 말은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해맑은 소녀의 얼굴을 본 순간 티오는 웃어버리고 말았다.


"쿡쿡쿡..."

"왜, 왜 그래요? 살 안찐다구요!"


엘렌은 당황스러운듯 얼굴을 붉혔으나 티오의 웃음소리는 커지기만 할 뿐 이었다.


결국 티오는 테이블에서 일어서 그녀의 생각은 모른 채 발만 동동 구르던 엘렌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버리고 말았다.


"으아아아아... 왜 그래요, 언니이이이...."

"고마워서 그래."

"네?"

"그냥. 말로 하면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니까. 그냥. 네가 웃는게 너무 고마워서."

"뀨웅?"


무슨 소리냐는듯 멍한 얼굴이 작은 동물을 보던 티오는 손가락을 튕겨 녀석의 콧잔등을 때렸다.


"뀻!"


녀석은 찔끔 눈물을 흘리며 앞발을 들어 붉어진 콧잔등을 가렸다.


"쿡쿡쿡..."


티오는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음료를 시원하게 들이켰다.


"고민같은게 의미가 있나 싶어서."

"네?"

"나는 나일뿐인데."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갑자기 여자가 되어버렸다거나, 이젠 성녀로서 살아가야한다거나, 자신의 과거가 모두 부정당했다거나 심지어 지금껏 사귀어왔던 모든 친인들과의 관계 뿐만이 아니라 내 이름까지 잊어버리게 되었다는 것 까지도.


그녀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던 모든 것들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고, 새로 사귄 친구-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는 안그래도 복잡하던 머릿속을 더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것이 해결되어버린 것 처럼 마음이 가벼워져버려서, 티오는 웃어버리고 말았다.


"너무 고민을 해버렸네.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걱정도 끼쳐버렸고."


엘렌이 음흉하게 웃었다.


"에헤~ 언니. 언니도 숙제하기 귀찮아서 도망친거에요?"

"뭐?"


잠깐 멍해졌던 티오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예쁘고 귀여운 친구 하나 사귀고 싶어서 나온게 맞긴 해."

"그건 제가 귀엽다는 이야기?"

"물론이야."


빵집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려던 티오가 엘렌을 품에 꼭 안아주었다.


그녀는 후드를 내리고 웃는 목소리로 말 했다.


"언제고. 언제고 심심하다면 교단으로 놀러오렴."

"네?"

"이 언니가 정말로 성녀라니까?"


티오는 쿡쿡쿡! 하고 웃으며 빵집에서 벗어났다.


영원히 깊어질 것만 같던 밤이 물러간다.


축제의 불빛으로 환하게 타오르던 도시를 배회하던 시민들이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타오를 것 같은 생명력으로 힘차게 빛나던 도시가 빛을 잃는다.


생명은 지상을 밝히는 별빛이라고 말 하더니, 정작 해가 떠오르는 가운데에서는 밤 하늘의 별과 같이 그 자취를 감추는 모양이다.


아니, 그건 아니야.


"이제 저를 거두십시오. 이제 그만, 제게 주셨던 모든 고민과 고통이 의미가 없음을 저는 압니다."


이 몸은 이미 끝을 맞이했던 바, 집착도 갈애도 가져서는 아니되었습니다.


없으며, 안됐으며, 의미도 없음을 신께서는 알고 있으실텝니다.


신이시여, 무엇을 두려워 하십니까? 집착과 갈애, 선업과 악업, 깨달음과 무지함까지 모두 의미가 없었습니다.


저를 시작부터 완성된 성녀로 낳지 않으신 것 또한, 당신께선 큰 뜻을 가지고 계셨겠지요.


그러므로 저는 방황하지 않습니다.


제가 나아가는 걸음걸음, 저의 고민 한 조각, 심지어 저의 소중한 만남까지도, 당신께서 준비한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언니...?"

"응? 아니야. 돌아가야지. 이제 교단에서도 날 기다릴테니까."


티오는 낮게 웃었다.


엘렌의 얼굴이 붉어졌다.


소녀처럼 웃는 그녀의 얼굴은 지나칠정도로 청초하고 아름다워서, 동성애라고는 한조각도 가지고 있지 않은 엘렌마저도 얼굴을 붉히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다음에 만난다면, 방황하는 티오가 아니라 모두를 사랑하는 성녀로서 만나면 좋겠구나."


티오는 엉망이 된 엘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웃었다.


딸랑,


조용했던 빵집의 문이 닫히며 티오의 그림자가 사라졌다.


"참... 예쁜 언니였지?"

"뀻!"


엘렌은 이유모를 미소를 머금고 웃었다.


그리고 후드를 젖히고 엉망이 된 거리를 가로지르던 티오는 은백의 갑옷을 입은 청년과 마주쳤다.


"서, 성녀님...!"


티오는 맑게 웃으며 청년을 마주했다.


"미안해요. 저 때문에 걱정 많았죠?"

"아닙니다 성녀님."


복잡한 얼굴의 청년을 보며 티오는 웃었다.


"그래요. 멋진 호위기사님. 당신의 이름은 뭔가요?"

".....!"


청년의 얼굴이 붉어졌다.


"어머, 이런 예쁜 여자아이를 기다리게하는건 남자로선 실례 아닐까요?"


티오는 장난스레 웃으며 말 했고,


"레게니스... 입니다. 리암 레게니스.."


레게니스는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레게니스. 멋진 이름이네요."


성녀는 부드럽고, 맑은 목소리로 말 했다.


"앞으로 잘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