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도 쉬는김에

매일 놀러나가던 번화가 대신 동네 한바퀴나 돌았다.

서울이 아니라 매일 나가놀데가 동성로 한곳 뿐이니

대구도 어지간히 좁다 느껴진다.

보고있나 권영진 그러니 시장선거에서 참패하는것이다.

집에서 홍카콜라나 보면서 눈물의 참회를 하도록 해라.


그러다 저번에 봤던 카레집 플래카드가 생각나

핸드폰 앨범을 뒤져 음식점 연락처를 찾아냈다.

차로에서만 정방향으로 보이도록 걸어놔

한 사람의 뚜벅이로서 괘씸하지 않을 수 없다.

인도사람이더라도 용서할 수 없다. 벌점 1점을 주겠다.


여하튼 괘씸하지만 동네에 달리 먹을게

시장국밥밖에 안보이던 차,

휴일에 색다름을 주기위해 찾아갔다.





가게 입구에서부터 여기 인도요 하는 냄새가 나더니

가게 안은 인도의 신전을 방불케 하는 인테리어와

대구시 지정 외국인단체 관광 음식점이라는 팻말로

여기 현지음식 파는데요 하며 거드름을 피우고 있었다.

과연, 그 거드름엔 증명이 따라야 할것이다.


계단에서부터 인도의 지혜의 신인 가네샤그림이 있었고

안에도 다른 신은 잘 보이지 않으나

유독 가네샤 그림이 많았다.

사진은 찍지 않았으나 옆에 "공부의 신"이라 적혀

실소를 내게 했고 무슨 신이었건 나에게 가네샤란

이말년 씨리즈에서 빡지를 손 4개로 써서 치트를 쓰던

손이많은 코끼리일 뿐이다.

음식점은 맛이 중요할지고.




메뉴판 페이지가 많으나 광고도 아니고 하니

핵심페이지인 카레페이지만 싣겠다.

주방 문 언저리로 인도인처럼 생긴 외국인이 있더니

생각보다 메뉴판이 제대로다.

주문을 받는 사람은 한국인이었는데 테이블 하나를 잡고

노트북을 하다가 응대하는것을 보니 필시 사장일것이다.

그런데 주문을 받으러 오더니

돌연 서울말을 쓰는게 아닌가!

모든 향신료를 가리지 않고 먹는 본인이나

서울말은 영 귀에 담백하지가 않아

이국적인 분위기와 상이한 한국어를 들으니

확실히 다른 장소에 있다는 느낌을 줬다.


여기는 확실한 외국 음식점이다.




여하간 혼자먹을 만하게 주문을 도와달라하니

카레하나와 난 하나를 주문하면 알맞으리라 하여

추천대로 받아 양고기 카레인 머튽마살라와

보통 난을 주문했다.

머튽마살라는 분명 카레의 대장이리라.


보통 이정도 금액의 카레를 시키면

국그릇 정도 크기의 그릇에 나오지만

이집은 상당히 농축된듯한 걸죽한 카레가

밥공기만하게만 나와 살짝 당황케 했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점은 보통은 타원형으로 굽는 난을

홍어모양으로 주지 않는가!

주방의 인도인은 사실 전라도인이었던것인가, 오호통재라.


(사진은 이후 한번 더 시킨 갈릭 난이다.)

난도 다른곳에선 푹신할 정도의 두께로 주는데 비해

모든면이 적당한 두께로 얇아 겉에 바삭한 막이 형성되어

어떤면을 씹어도 처음엔 바스락 하게 들어가며

아주 부드럽고 쫄깃하게 씹혔고

발효공정중에 기포가 생겨 속이 빈곳은

크래커와 같은 카사삭한 질감을 가져

먹는 내내 입이 즐거웠다.



난이 홍어의 날개부분과 꼬리부분으로 제공되었는데

사진에서 보다시피 그저 성형을 길게 늘여 구운게 아니라

정말 쫄깃한 반죽을 막대로 질질 끌어 쭉 늘인듯 하게

결이 살아있게 굽힌상태이다.

날개부분의 식감은 위에 서술한 대로이나,

이 꼬리부분의 식감이 날개와 달리

마치 고기의 힘줄이 모인양 탄탄해졌다.

전라도인도인의 홍어난은

한 반죽의 난에서 세가지 식감이 나게 만들어져

그 소울이 있는 듯 하다.




여하간 카레가 남기도 하고

홍어난의 임팩트가 여간 기합이 아닌지라

하나를 더 주문하려 메뉴판을 보고있자니

서울말씨의 사장님이 오더니

"하나 더 주문할래요?"

"전국에서 난은 우리보다 맛있는데가 없어요,

이번엔 갈릭난으로 드려볼까요?"

라며 서울말 공격을 했다.

밥먹는중에 공격을 하다니,



여하간 추천을 하니 자신있다는게 아닌가.

갈릭난으로 하나 더 달라하여 향을 맡아봤다.

커리를 먹어 코가 박살이 난 상태여서

자세한 향이라기엔 뭐하지만 담백한 기름향과

미미한 마늘향이 나는걸 느꼈다.


겉은 설탕과 같은 달달한 소스 없이 기름만 묻어있었는데

기름은 버터는 아닌 어떠한 식물성기름에

마늘도 갈아서 향을 진하게 내는 것이 아니라

생마늘을 기름에 담궈두어 향만 은은하게 뺀

마늘기름을 바른 듯 했다.

한국인으로서 이정도의 마늘향에

갈릭의 존함을 붙이는것은

괘씸하지 않을 수 없는 처사겠지만은


오호라 이곳은 외국음식점이다!


사실 그렇기에 더 식사빵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나 싶다.

난의 상태는 위에 서술한 대로 아주 좋았으니

이것은 이것대로.




난만 설명하다보니 정작 카레내용이 쏙 빠져버렸다.

카레집 탐방기가 마치 뉴에이지 없는 류금태가 될 뻔 했다.


우선 상당히 걸쭉했는데 전분이나 밀가루를 쓰는

편법을 부린게 아닌 실제 양파와 당근같은 재료들이

적은국물에 자작하게 끓여져 나오는

빡빡한 짜글이같은 걸쭉함이었는데,

그만큼 맛이 진하나 천연이기에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향신료는 확실히 강하게 치고 올라온다.

나는 이점을 아주 높이 산다.


본인이 양고기카레를 만든 적이 한번 있으나

그때의 느낌과 상당히 비슷했다.

하지만 이 음식점의 향신료 향이 더 강했고

나는 요거트를 많이 풀어 좀더 캐쥬얼했던 느낌이 난다.


이것이 내가 만들었던 카레이다.

본인도 양파를 완전히 졸아들때까지 볶아 사용하는것을

즐기는 편이기에 이러한 조리법을 상당히 선호한다.

남의집 카레얘기에 본인카레를 푸는것은 무슨 조화인가

하지만 이것은 내 글이니 그러려니 하기 바란다.




다시 음식점으로 돌아와서

본인은 맵기조절이 가능하다기에 보통 매운맛을 했는데

이 매운맛이 온전히 청양고추에 기댄것은 아니지만

그 특유의 친근한 고추 향이 살짝 올라와

로컬은 로컬답게 즐겨야 한다는 본인의 취지에

약간 엇나간 것 같아 아쉬운 기분이 든다만은

그래도 확실히 다음이 있을 것 같은 음식점이기에

다음엔 순한맛으로 온전한 이국적임을 느껴보리라.




결국 한상을 깨끗이 비워내는데 성공한다.


실제 인도에 가본적이 없는 필자로서는

항상 인도카레집에 가면 이것이 로컬에 얼마나 비슷한가

의문을 제기하게 되었지만

오늘 간 이곳이 로컬이 아니라면

다른 음식점의 그것이 어떻게 로컬인가

하는 결론이 나올 정도로 만족하는 맛이 나온 것 같다.


그리고 주문할 때 치킨마살라와

머튽마살라중 고민을 했었는데

일전, 어떤 형님의 조언으로 이 근방에는

엄청 맛있는 닭 꼬지집이 있다 하던 얘기가 생각나

카레를 먹고난 닭손실을 그곳에서 채울 요량이었다.



그렇게 찾아오게된 꼬지집의 소금구이 자태이다.

벽지의 요란함은 이집 꼬지맛에 감동한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의 재능기부의 산물이리라.


한입 입에 들어서는 순간 숯불 향의 대폭발은

앞서 먹었던 카레에서 고수와 기타 향신료들이

나 향신료 장관이요, 카레총장이요 꺼드럭 거릴때

그들을 한방에 잠재우는 연설과도 같았다.

중간중간에 끼인 양파는 폭발적인 단맛으로

작은덩치임에도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고

마지막에 꽂힌 가래떡은 치킨꼬지를 먹다가

입에 고인 기름을 탄수화물로 씻어낼 수 있다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여하튼 오늘하루, 색다른 미식을 한 것같아

휴일이 헛되게 생각되지 않는다.

다들 맛있는것 많이 먹고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긴글 읽느라 고생했다. 이만 줄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