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마카롱이 그렇게 쉽고 가치없는 과자일까?


(곡의 이름도 '베네치아의 카니발'이고, 연주하신 분도 트럼펫의 대가 마우리체 앙드레이니 들으면서 읽어보길.)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고 일단 마카롱의 역사에 대해서 알아보자.





원래 마카롱이라는 것은 이탈리아에서 먹던 간단한 과자였음.

스펠링은 Macaroon, 우리가 알던 쿠키와 매우 비슷한 형태였음.


모두에게 익숙한 메디치 가문의 여자인 카트린느 드 메디치가 이탈리아에서 프랑스로 시집올 때 

마카룬을 가져간 것이 전설의 시작임. 


(참고로 카트린느 때문에 결혼한 앙리 2세는  이러한 미식 등의 사치비용으로 골머리 좀 썩었다고. 

뭐만 하면 향수병 핑계를 대며 새로운 것을 요구하니. 다만 당시 프랑스 요리의 처참한 상태를 고려하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님.)


이렇게 가져온 마카롱이 어떻게 요즘 추앙받는 아름답고 달콤한 디저트가 되었는가.



이는 1862년, 루이 라뒤스트 라뒤레라는 제빵사가 자신의 제과점인 라뒤레(Ladurée)를 개업하여, 그곳에서

마카롱을 새로운 형식의 디저트로 만든 것이 시초임.


 


라뒤레는 마카롱에 화사한 색깔을 넣고, 꼬끄가 깨어지지 않고, 완벽한 둥근 형상을 만들어내도록 장인정신을 발휘해 노력하였으며, 과도기적 형태였던 마카롱 드 낭시를 개량하여 샌드위치하여 내부에 필링을 넣어 우리가 아는 마카롱을 완성해냈다.



자, 이제 마카롱의 구조에 대해 알아보자.





마카롱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꼬끄"(Coque)='껍질'와 "가르니튀르"(Garniture)='Filling'=가니쉬' 로 나눌 수 있다.

(그 중간의 피에드(Pied)에 대해서는 후술한다)


우리가 보통 아는 마카롱 위 아래의 "과자" 부분이 "꼬끄", 내부의 크림이나 속재료를 "가르니튀르"이다.


마카롱에 속재료라니 뚱카롱에나 처넣는 이단이라고 할 수 있지만, 엄연히 속재료가 들어간 마카롱 또한 근본이 있다.



상술한 "라뒤레"의 중요한 프리미엄 디저트인 "이스파한"으로서, 마카롱의 바리에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라뒤레가 롯데면세점에 입점했었는데, 그곳에서 먹었을 때의 이 안의 딸기는 말 그대로 "가니쉬"의 역할로서 최고였다고 생각한다.



우선, "꼬끄"는 머랭으로 만드는데, 이에는 3가지 종류가 있다.


1. 프렌치 머랭

-거품을 올린 흰자에 설탕을 더해 섞음

-가장 심플하며 기본이 되는 머랭, 범용성이 높음

-거품이 빨리 빠지기에 장기보관에는 적합하지 않음

-마카롱에서는 부드럽지만 심플한 맛을 발휘함


2. 이탈리안 머랭 

-거품을 올린 흰자에 섭씨 118도-121도로 끓인 설탕 시럽을 넣어 만듦

-가열한 시럽을 사용했기에 그 광택이 예술이며, 거품이 잘 꺼지지 않음

-마카롱에서는 쫀득한 맛을 내며,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마카롱의 머랭은 이탈리안 머랭임


3. 스위스 머랭

-흰자와 설탕을 같이 섞어 중탕하여 거품을 올림

-간편하며 광택이 도는 머랭을 만들 수 있으나, 애매하기 때문에 범용성이 상당히 낮음

-섭씨 130-135도에서 구워 머랭쿠키의 재료로서 그나마 사용함, 가끔 마카롱에 사용


이렇게 각양각색의 머랭이 있는데, 이러한 머랭을 만드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


왜냐하면



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존내 많이.

짤은 기계를 사용하기 때문에 쉽게 쉽게 만들지만, 내가 손으로 만들어본 경험 상 몇백번 젓다 보면 눈앞에 먼저 간 스탈린 동지가 보인다.



참고로 맛이 들어간 마카롱들의 색은 기성품은 색소를 넣고, 고급품은 과일 등을 갈아 침출한 등의 강렬한 천연색소를 사용해서 그 은은하고도 미려한 색깔을 뿜어낸다. 이후에 마법의 아몬드가루를 넣고 구워야 한다.


이건 말리는 과정도 어려운데, 너무 늦게 짜기 시작하면 그냥 푸쉭 하고 바람소리가(공기가 빠짐)나며 김빠진 무언가가 나오고, 잘 짰더라도 기후를 잘 고려하여 바람이 부는지(너무 말리면 바스라진다), 습한지(안말리면 그냥 타버린다) 등 온갖 것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마카롱은 굽는 것 조차 고통스럽다. 마카롱의 균형잡힌 모양의 한 축을 담당하는 최종보스 피에뜨가 남아있다.



이 짤에서 해당하는 것은 "Foot1"과 "Foot2"다. 이 피에뜨는 온 정신을 집중해 얼마나 구워야 할 지 간을 잘 보아야 한다.

피에뜨를 잘못 만들어 너무 익히면 슈니발렌이 완성되고, 너무 덜 익히면 그냥 병신이 된다.

이 피에뜨를 잘 만드는 것이 완벽한 마카롱의 극의이자 진수라고 할 수 있다.


이 모든 역경을 다 헤쳐왔다면, 이제는 가르니튀르가 남았을 뿐이다.

그나마 가르니튀르는 위의 꼬끄의 지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크림이기 때문에 자세한 것은 생략한다.



이제 마카롱을 적절한 형태로 세팅해주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이지랄을 해야 맛볼 수 있는 그 달콤한 한 입을 두고.... 뭐? 가치가 어쩌고 저째?????




마지막으로 브리야 사바랭의 불후의 명저 "미식예찬"에서의 명언을 각색하여 마카롱과 제과사분들께 찬사 한마디만 하겠다.


"아담과 이브여, 그대들의 몸은 사과 한알을 위해 망가뜨려졌지만,

트러플을 끼얹은 칠면조를 위해서라면 어땠을 것이며, 한입의 달콤한 마카롱을 위해서라면 어떠했으리!

아아, 애석하도다! 그때에는 세상에 요리사나 파티시에는 존재하지도 않았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