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계란, 크림 안쓰는 까르보나라"라는 제목을 보고

어디부터 태클을 걸어야할지 모르겠지만 혹시 뭔가 신기한 화학적 재주를 부리는걸지도 모른단 생각에 읽어봤는데


베이컨, 저지방 우유, 저지방 사워크림, 파마산 가루, 밀가루, 양파, 파슬리, 오레가노...


이 자식들은 땅도 졸래 크고 숲도 졸래 크면서 뭐하는거냐(캐나다 요리 프로에서 방영한 레시피라카더라)





누구는 죽순먹고싶어서 죽순통조림 가지고 이 굿을 하는데


식자재마트에서 덕용 죽순캔 6천~8원대에 파는게 있는데

깡통에 맹물이랑 날 죽순 넣고 멸균처리 겸 해서 가열한게 끝이라 통조림 특유의 냄새도 장난없고 맛도 고집부리고 먹으면 죽는다는 경고가 들리는듯한 저세상맛임. 이거 그대로 썰어넣으면 음식이 그야말로 "오염"됨


15년간 통조림당한 오대수처럼 과거의 생죽순으로 돌아가기엔 불가역적인 상황이지만, 그래도 보통 죽순 삶듯 뜨물(뜨물 받아놓은게 없어서 삶는 물에 우유를 아주 연하게 타줬음)이나 맹물에 30~40분정도 삶고 MSG 아주 엷게 푼 물에 하루 담가놓으면 독한 맛이랑 냄새는 거의 다 빠짐. 죽순이 섬유질 덩어리라 통조림 다시 가열해도 풀리지 않아서 가능한 짓임. 오히려 맹물에 어설피 삶긴 통조림 상태보다 한번 바짝 삶아 제대로 익히면 아작한 맛이 더 살아남.


통조림 양송이도 따면 구리구리한 냄새가 확 올라옴. 이건 그냥 식염수에 담가놓은거라 맛은 영 후지지만 다행히 혀가 아픈 맛은 아님. 그리고 죽순과 마찬가지로 재가열한다고 쉽게 풀어지는건 아니라 데쳐주면 좋음. 미원이나 맛소금 아주아주 엷게 탄 물에 한번 데쳐주면 더러운 맛이랑 냄새가 많이 빠짐.


하룻밤 므스그 물에 담가놓아서 아린 맛을 뺀 통조림 죽순은 양념국물에 재우거나 향이 있는 기름을 곁들이면 특별히 비위가 예민한게 아닌 이상 남아있는 냄새와 맛은 거의 다 가려짐. 그래서 결론은 지난주에 돼지 앞사태랑 통조림 죽순, 통조림 양송이로 워터베이컨...아니 장조림 김치통 하나 가득 만들어둔거 간장계란참기름 파스타에 넣었단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