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을 좀 해 봤는데, 이걸 지금 바로 안 쓰면...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안 쓸 것 같아서 바로 씁니다.

이번에도 참고한 영상은 거의 비슷한데, 전체적으로 램지 선생님(그는 신입니다...)의 레시피 40%+육식맨님 레시피 20%+미국식 바베큐 팁 영상 20%+제 취향 20%가 반영되었읍니다.

전체적으로 실패할 포인트는 두 개 정도, 하나는 럽 파트고 다른 하나는 호일 패키징 + 오븐 조리 파트입니다.
럽 파트에서는 주로 배합 실수를 하는데, 이러면 완성된 고기가 비주얼적으로는 훌륭해도 맛이 멸망합니다.
만약 패키징이나 오븐 파트에서 실수가 생긴다면...갑자기 누렁이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나머지 고기반찬을 배식해주고 싶어집니다.

그럼 수비드 없이 오븐만으로 하는 풀드포크 시작합니다!

¤재료

•돼지 목살 한 근 이상
  -이런저런 정보글들이 많은데, 대부분 결론이 '한국에서는 목살을 쓰면 된다'고 해서...저도 목살을 샀습니다.
원래는 큰 덩어리 고기를 쓰는데, kg단위의 큰 고기에 대해서는 유튜버 분들이나 칼럼이 많이 다루시더라고요 ㅋㅋㅋ 그래서 저는 구이용 목살로 도전해봤습니다.

한 근 기준 약 3~4인분으로 보는데, 먹는 방법에 따라서 5인분도 될 수 있고 2인분도 될 수 있고 그래요...

일단 이 레시피는 한 근 기준입니다. 저는 집 오븐이 작아서 300g씩 나눠 조리했습니다.

•양파
  -양식의신은인간세상에양파의모습으로강림하셨다

거의 모든 양식(특히 육류)에 들어가는 양파입니다. 300g기준 양파 두 개 정도가 적당하니까, 한 근이면 양파 4~5개가 됩니다.

•향신료(꿀, 각종 럽, 후추, 바질)
 -저는 되도록 요리에 거창한 향신료를 안 쓰는 편인데, 풀드포크는 사람이 하는 요리가 아니라 오븐과 향신료와 시간이 하는 요리라서...ㅋㅋㅋㅋㅋ

농담이고 이 럽을 어떻게 바르냐에 따라 비주얼과 맛이 엄청난 차이를 보입니다. 저는 몬트리올 시즈닝, 후추, 말린 바질 가루, 흑설탕, 꿀을 썼습니다. 비율은 조리 파트에서 설명드릴게요.

•알?루?미늄 호일
 -식재료는 아니긴 한데, 오븐에 구울 때 호일을 잘 감싸지 않으면 대참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넉넉하게 준비해주세요.


¤조리
1. 키친타올로 목살의 핏물을 제거한다(저는 처음에 안 했는데 결과적으로 맛에 큰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다음 단계에서 꿀을 바르실 때 꿀 특유의 향 + 핏내가 구역질을 유발할 수도 있어요....).

2. 목살에 꿀을 잘 펴바른다.
 - 이건 사실 럽이 잘 붙도록 돕는 접착제 느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주 공들일 필요는 없고 그냥 골고루 발라준다는 느낌으로 하시면 될 것 같아요.

3. 만들어 둔 드라이럽을 적당한 두께로 고기 양면에 바른다.
-저는 파프리카 가루도, 오레가노도, 각종 현란한 허브도 없어서...마트에서 파는 몬트리올 시즈닝과 후추, 바질 가루, 흑설탕을 사용했습니다. 몬트리올 시즈닝/후추/흑설탕/바질 가루를 4:2:1:0.5정도 비율로 잘 섞어 주세요. 이마저도 없으면 소금+후추만으로도 가능은...합니다. 이 경우 소금과 후추는 1:1(~0.7)비율이 되겠네요.

솔직히 드라이럽 만들고 바르는 파트는 한두 번 이것저것 시도해 본 다음 본인 입맛을 찾는 것도 중요하긴 합니다. 경우에 따라 너무 짜거나 후추향이 강하거나 향신료 느낌이 안 나거나 달거나 할 수 있어서...

그리고 럽을 만드신 다음 고기에 바를 때, 이 정도면 됐겠지? 싶을 때 조금만 더 발라주시면 됩니다. 대충 고기의 빨간 색깔이 잘 안 보일 정도...? 그리고 골고루 발라주시고요!

4. 양파 두 개를 새끼손가락보다 조금 작은 두께로 썰어 오븐 트레이 위에 올린다.
 - 꼭 오븐 트레이가 아니어도, 오븐에 들어갈 수 있는 철제 쟁반 형태의 그릇이면 큰 차이는 없을 듯 합니다! 크기에 따라 한 근 그대로 조리 가능한 경우에는 이 단계에서 양파 4개 이상을 썰어 올려주세요. 한 근을 반씩 나눠 조리하는 경우 이대로 하시면 됩니다.

5. 럽을 바른 고기를 양파 위에 올린 뒤 호일로 잘 감싸면서 간절히 기도한다.
 - 호일로 감쌀 때 저는 서너 겹 잡았고, 육식맨님은 그보다 더 감싸시더라고요. 이걸 제대로 안 하면 풀드포크가 돼지 미라로 변해버릴 수 있어요...

대충 빈틈이 없으면서도 호일이 고기와 닿지 않게 조금 공간감을 주고 감싸는 게 좋습니다!

6. 10분 예열(200도)한 오븐에 넣고 200도에서 1시간 15~30분 가량 돌리면서 오븐을 응원한다.
 - 여기도 약간 취향에 따라 갈릴 수 있는데, 시간 범위는 지켜 주시는 게 좋습니다.

7. 6이 끝난 뒤 꺼내 호일을 벗기고 230도에서 15분 구우면서 오븐을 마저 응원한다.
 -맨 위 사진의 비주얼은 이 과정까지가 다 끝난 상태고, 6이 끝난 뒤에는 애매한 회색빛이 도는 고기 위에 명확하게 구분되는 럽이 발라진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저도 처음엔 당황했는데, 호일을 벗기고 다시 구우니 예쁘게 잘 나오더라고요 ㅋㅋㅋ

그리고 이 단계에서 오븐 구조에 따라 내부에서 연기가 새어나올 수 있는데, 오븐 모터나 전원부 쪽에서 연기가 나는 게 아니라면 그냥 두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저도별로알고싶지않았어요

8. 완성된 풀드포크를 포크로 찢어 취향에 따라 먹는다.
 -이건 뭔가...한국에서 묵은지를 손으로 죽 찢어야 맛있어 보이듯이, 포크 두 개를 양 손에 잡고 트레이 위에서 바로바로 찢어야 국룰인 느낌입니다.

그리고 아래 깔린 양파 말인데, 감칠맛이 미쳤고 고기와 궁합이 좋으니 꼭 같이 드셔보세요. 저는 햄버거나 샌드위치를 추천합니다.

  *샌드위치 레시피
   1) 적당한 사이즈의 식빵에 슬라이스 치즈를 올린다.
   2) 그 위에 대충 마트산 샐러드 채소나 양상추+양배추 또는 상추...를 올린다.
   3) 야채 위에 만들어 둔 고기를 양파와 함께 양껏 올린다.
   4) 윗빵을 덮고 먹는다.

풀드포크를 다른 소스로 버무려서 먹는 레시피가 많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고기와 양파 본연의 맛을 가리는 느낌이라 저는 소스를 안 썼습니다. 드셔보시고 집에 만약 바베큐 소스나 어울릴 만한 드레싱 같은 게 있다면 취향껏 사용하세요!

조리시간은 대충 2시간~2시간 반 정도고, 한번 만들어두면 식더라도 렌지에 돌려 데워서 이리저리 써먹기 좋습니다. 시식평은...한국에서 한 번도 못 먹어본 맛이라는 의견이 좀 있었네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