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관리자는 대체 어떤 인간이냐.

 대체 뭔 생각을 하고 있는 인간이냐- 에 관한 개인적인 분석이야.

 겸사겸사 이전 에피소드 - 앨리스 이머전시에 관한 이야기도 하고 말이야.




 일단 이것도 어디까지나 뇌피셜에 불과하다는 보험부터 들고 시작할게.


 이 문제는 여전히 카붕이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 같지.

 념글 간 스포탭에도 관리자 인성에 관한, 거진 사실적시 명예훼손감 글들이 꽤 많이 올라와.


-이런 애를 죽어라고 보내?


 이 인성 부분에 관한 논란 '앨리스 브레이드우드'에 관한 에피소드가 드러나며 더욱 불거졌지.

 그 동안 은연중에 드러나던 관리자의 이중성.

 예언한 미래를 계산하고, 다분히 의도적으로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나왔지.



 결국 이렇게 쌓아뒀던 문제- 이 선택의 잣대에 대한 논란이 커진 걸로 보여.

 나는 여기에 대한 변호 아닌 변호를 해 보려고 해.


 물론 관리자가 마냥 좋은 놈이니까- 라는 건 아냐.

 관리자가 누군가에게 있어 진짜 나쁜 놈인 건 확실해. 대표적으로 구 관리국 사람들이 말이지.




 하지만 정말로 단순히 시무르그 함선/단말 하나 먹으려 전대장 팔아먹는- 그런 미친 싸이코패스는 아니라는 거지.


-'함선 개이득'(X)


 개인적인 견해를 말하면 관리자는 누구보다 냉정한 기계론적 예언가이자,

 동시에 동화를 좋아하는 낭만주의적 이상가처럼 보여.



 쉽게 말해 자신의 자식격 컴퓨터이자 인격 단말- 두 테라브레인의 합과 같은 존재가 관리자라는 거야.

 각각 시솝과 시그마. 두 컴퓨터는 관리자의 이중적인 면을 각각 닮은 거지.

 얘들이 사실 누구에게 태어나고 누구에게 배웠겠어.


-아빠 어디가


 이 부분들을 조금 더 자세하게 풀어보면, 관리자가 뭔 생각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지 예측할 수 있어.



 관리자는 '세상의 모든 것은 일종의 방정식대로 움직이는 기계와 같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감정, 열망, 의지가 없는 존재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라는 생각 역시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거지.



 얼핏 볼 때 이 두 가지 생각 내지 의견은 매우 상반된 것처럼 보여.


 앞 문장의 주장은 '세상은 계산 속 방정식으로 이루어진, 논리에 불과한 차가운 공간' 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뒤의 문장은 정작 '그걸 구성하는 것들이 차가워선 안 된다' 말하는 꼴이지.



 이 부분이 바로 관리자에 대한 여론이 시시각각 뒤집어지는 이유야. 



-운명은 차갑다


 관리자는 어떤 시점에서는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야.

 제러미 벤담이 울고 갈 공리주의자처럼 보이지.


 다수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의 희생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사이코패스처럼 보여.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린 아이들과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안데르센 같은 동화 작가처럼 보이기도 해.

 누군가의 희생에 슬퍼하며, 아직 어린 이들의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 자원을 투입하지.



 이렇게 지나칠 정도로 이중적인 모습은 도대체 어떤 사고머리에서 나오는 걸까.

 이 부분이 많은 카붕이들이 헷갈려 할 것 같아서 오늘의 글을 써 왔어.



 사실 이렇게 두루뭉술하게 말을 해 봤자 잘 와 닫지 않을 거야.

 대신 이런 관리자와 사고방식이 매우 흡사한 캐릭터가 이미 있어서 가져와 봤어.



 관리자와 비슷하게 매우 이중적인 세계관을 가진 사람(?)이자,

 전능한 예언가. 혹은 그런 척 하는 기만자. 

 가장 인간적인 존재인 동시에, 가장 많은 희생을 감수하는 자.



 좀 나이가 있는 카붕이들이라면 다들 알 만한 작품의 인물이야.

 바로 <매트릭스 트릴로지>의 진짜 주인공.



 바로 '오라클'이야. 

사실 네오(키아누 리브스)는 페이크 주인공에 가까워.



 다시 말하지만 이번 글은 '관리자가 무엇을 하는 인간이냐'에 관한 글은 아냐. 

 '어떤 존재인가/어떤 생각, 관념을 가진 존재인가'에 관점이 둔 글이야.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분석과 생각이라는 점도 다시 명심해 주길 바래.




 0. 매트릭스 시리즈?


-"내가 말을 하지 않았으면, 꽃병은 깨지지 않았을까?"


 이 오라클이 뭐 하는 존재냐. 아니, 애초에 매트릭스가 뭐하는 작품이냐.

 사실 이것만 설명해도 한 세월인지라, 무엇부터 설명해야 할지 참 난감해.

 세 편이나 되는 작품을 여기서 다 설명할 수는 없어. 먼저 말하지만 네 번째는 없다고 생각해.


-그 유명한 총알 피하기


 그래도 우선 이 작품- 매트릭스의 세계관 내지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해볼게. 

 미래에 기계와 인간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고, 인류는 온갖 발악 끝에 패배했어. 지구 태양을 날려먹은 것도 인류였지.



 전쟁 이후 기계들은 남은 인간들을 모아 '종의 보존' 겸 '배터리'로 캡슐에 봉인해.

 다만 생존/감정의 유지를 위해 이들의 정신만이 '매트릭스'라는 가상 프로그램 속에서 살아가.



 여러 수정 끝에 완성된 매트릭스는 평범한 근현대의 사회였어.

 절대다수의 인간들은 어느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듯,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지.



 하지만 이 중 일부는 이 가상세계 속 위화감을 눈치채고 가상현실에서 현실로 깨어나.

 깨어난 이들은 '시온'이라는 곳으로 모여 인류 해방군을 결성해. 그러나 기계와의 절대적인 전력차를 넘을 수단은 없었지.



 그러다 이들- 해방군의 조력자이자 예언가'오라클'이 한 가지 예언을 하지.

 언젠가 인류를 구원할 유일한 자(The one)이 탄생할 거라고 말이야. 


-수상할 정도로 누구와 닮은 아저씨


 이 해방군의 대표자 중 한명인 '모피어스'는 드디어 그 후보인 '네오'를 찾아내지. 

 그는 네오에게 이 진실을 선택할 기회를 줘.


 이 부분이 그 가장 유명한 선택의 순간인 '빨간 약/파란 약' 장면이야.

 빨간 약을 먹으면 진실을, 파란 약을 먹으로 그대로 꿈 속- 매트릭스 속에서 살아가는 거지.



 네오는 방황 끝에 이 모든 것은 현상이며, 오로지 자신의 마음과 선택만이 존재할 뿐임을 깨달아. 

 그는 그렇게 오라클에 의해 예언된 존재- The one이 되지. 그는 매트릭스 안에서 거의 전능한 존재가 돼. 



 여기까지가 매트릭스 1편의 대략적인 내용이야.

 이 정도면 매트릭스가 대충 어떤 이야기인지는 알겠지.

 

이제 이 문제의 예언을 건낸 존재- '오라클'에 대해 더 알아보자.



 오라클은 앞서 말했다시피 인류 저항군 측의 조력자, 예언가야.

 정말 평범한- 푸근한 할머니 같은 모이지.

 그녀는 네오에게 쿠키와 캔디를 건내고. 그에게 물음과 조언을 건내.


-"넌 선택을 하게 될 거란다"


 그녀는 전지한 예언가라는 거창한 이름과 달리, 담배를 달게 피우고 쿠키와 캔디를 만들어 나눠주는 등.

 매우 인간적이고 친근한 모습을 하고 있어. 이건 단순한 위장이 아냐.

 그녀는 진심으로 쿠키와 캔디를 좋아하지. 심지어 좋은 것도 아닌 흡연까지도 말야.



 모피어스를 비롯한 인류 해방군들은 길을 헤맬 때면 이 오라클을 찾고 그녀의 예언을 의지해.

 그리고 정말 그녀의 예언대로. 네오는 결국 슈퍼맨 같은 초인 The one으로 각성해.



 하지만 2편(리로디드)에서 드러난 그녀의 실체는 인간 감정분석 프로그램이야.

 이 가상세계(매트릭스)의 설계자 중 한 명이자, 기계사회의 대모격 인물이기도 하지.




 그녀가 예언가인 이유는 이 매트릭스- 판을 설계한 장본인이었기 때문이야.

 또한 본질이 인간 감정분석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행동에 대한 예측이 가능했던 거지.


 이런 이중적인 입장만 봐도 이게 대체 뭐 하는 존재인가 싶어.

 기계가 계산한 것을 예언이라고 하질 않나, 프로그램 주제에 가장 인간적으로 살고 있지 않나.



 그러니까, 오라클은 사실 네오- The one(프라임 프로그램) 설계자이자 준비자란 거야.


 사실 모든 이들(기계 쪽 포함)이 이 시리즈 내내 그녀의 손바닥과 계산 내에서 놀아난 꼴이지.

 그러면서 그녀는 시리즈 내내 시치미를 뚝 떼고 굉장히 중의적인 말을 늘어놓으며 양 측을 농락해.



 여기까지만 봐도 관리자와 꽤 닮아 보이지.

 하지만 이들의 관념과 사상은 정말 상상 이상으로 많이 닮아 있어.


 이제 본격적으로 이 두 기계론적 예언가들에 대해서 알아보자.




 1. 기계론적 예언가들



-"정말 골치 아픈 질문은 말이다,

'과연 내가 안 말했다면 안 일어났을까?' 라는 거지."


 이 두 존재의 가장 결정적인 공통점은 앞서 말한 두 가지야.

 기계론적 예언가들인 동시에 낭만주의적 이상주의자들이라는 점이라는 거지.



 이 둘은 어느 정도 이상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수단(테라브레인/분석)이 있어.

 동시에 지난 과거 역시 몇 번이고 반복한 경험이 있지. 

 이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결과적으로 한 가지 진실을 깨닫게 돼.


 


 이 세상에 우연은 없다. 신비로운 기적도 없으며 이유 없는 신화도 없다.

 모든 것은 원인과 결과로 이루어진 결과값에 불과하며 세상은 그 방정식/기계구조에 불과하다는 것.


-넌 예측된 존재다


 인간의 선택이란 것은 사실 환상과 같은 착각에 불과하며, 결국 정해진 값을 내놓는다.


 따라서 그 결과- 운명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미 정해져 있다는 거야. 

 계산에 있어 아무리 그 중간값이 날고 기어도 결국 그 계산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말이지.



-무조건 빨간 약


 그러니까, 인간의 선택이나 자유의지 따윈 사실 별 의미가 없다는 거지. 


 이 명제는 작중 카운터사이드에서도, 매트릭스(2편)에서도 몇 번이나 증명돼.

 그러니까 이 방정식을 풀 수 있는 컴퓨터(테라브레인)와 기계적 존재들(기계장치 마왕)예언을 할 수 있는 거야.



 이렇게 정리하고 나면 세상은 상당히 삭막해져.

 한마디로 세상은 답정너라는 거니까. 

 이미 답은 정해져 있고,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같은 대답밖에 없다는 거지.



 이걸 작중 내용으로 대입해 보면 '네오는 무조건 빨간 약', '앨리스 전대장은 무조건 구조작전 참전' 인 거야. 

 대충 생각해 봐도 답이 나오지. 이 둘이 다른 선택지를 고를 미래는 안 보여.



-이런 건 없는 거다


 이 값은 거의 무조건적인 결정이라고 봐야 해.

 그저 본인들만 '선택한다는 착각'을 할 뿐이야.


 결과는 정해졌고, 이유가 그때마다 다소 달라지는 것 뿐이지.



 관리자와 오라클은 이런 기계론적 계산으로 미래와 운명을 예측해.

 이를 토대로 자신들의 거대한 계획을 꾸려나가지.


 이 둘은 모든 진실을 꽁꽁 숨기는 게 더 의심을 사고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 

 그래서 가끔씩 이런 진실의 일부, 계산의 결과예언이라는 형태로 뿌려.


-괜히 처먹었다


 문제는 이 사실이 모두에게 그다지 기쁘고 도움이 될 만한 진실은 아니라는 거야.

 애초에 궁극적인 결과값 자체가 파멸적(멸망)이기도 하지.



 그러나 개인에게 있어서, 이것보다 더 잔인한 진실이 숨어있었지.


 자신이 믿고 행한 모든 진실마저도 모두 정해진 계산에 불과했다는 게 더 끔찍한 진실이야.



 사실 진정한 빨간 약은 이거야.

 모든 결과는 정해져 있고 넌 예측된 존재라는 것.

 넌 꿈에서 깨어나 진실을 본 줄 알지만, 여전히 자신만의 꿈 속에 있다는 것. 



 따지고 보면 매트릭스의 모피어스나 이 게임의 리플레이서 킹빨간 약을 한 번 밖에 안 먹은 꼴이지.

 그래서 이들은 여전히 자신의 꿈 속에서 정신 못 차리고 헤매고 있던 거야.

 리플레이서 킹은 그럴 기회조차 없었지만, 결국 모피어스는 두 번째 약을 뒤 먹고 한탄해.


-꿈을 꾸었노라/이제 꿈이 떠나갔노라


 어찌됐든 간에 관리자와 오라클- 이 둘은 이렇게 될 결과마저도 알고 있어.

 그럼에도 어째서인지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선택'이라는 환상을 주지.


 자유의지에 의한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고, 달콤한 보상을 건네줘.


-궁극적 질문 


 정말로 모든 값이 정해져 있다면 이상해.

이들은 왜 굳이 이런 짓을 할까. 단순한 책임회피에 의한 행위라기에는 이상한 일이야. 


본인들이 뭘 하지 않아도 알아서 그 값으로 굴러갈 텐데 말이지.



 여기서 이들의 두 번째 공통점이 나와.

 바로 이들이 인간적 감정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낭만주의적 이상주의자라는 거야. 


-쿠키에는 사랑이 필요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것을 알기에, 결정할 수 없는 결과 대신 과정에 집중해.

 이렇게 계산적으로 정해진 미래를 싫어하지.

 결과는 정해졌다는 답이 나왔을 때, 이들이 진정 계산기 같은 존재에 불과했다면 여기서 모든 것을 포기했을 거야.



 그러나 이 두 존재는 그렇지 않아. 이들은 또다른 변수를 준비해. 


 조금씩 조금씩. 방정식의 내용을 변화시키면서.

 즉- 과정을 변화시키며 방정식 자체를 무너뜨릴 궁극적인 변수를 만들어 낼 궁리를 해.



 끝내 자신들조차 알 수 없을 결과를 뽑아낼, 모든 계산 자체를 망가뜨릴 에러들을 말이야.


 앞서 말했다시피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고 했지.

 그렇다면 변할 수 있는 것은 과정이야. 이들이 쌓는 건 과정(원인)이지. 



 그 과정(동기)를 구성하는 건 돌고 돌아 인간적인 선택이야.

 그건 결국은 의미없다고 치부한 인간성- 감정과 자유의지일 수 밖에 없어.


 이들- 오라클과 관리자는 이런 변수(의지)를 통해 인간의, 인간성의 승리를 가장 바라는 이들이야.




 2. 달콤한 쿠키와 사탕을 주는 자





 이에 대한 가장 큰 증거매트릭스 1편, 그리고 카운터사이드 1부(게임 이전)까지의 스토리야.

 매트릭스 1편과 카운터사이드 1부의 스토리는 '선택과 자유의지에 대한 찬양'이라고 봐도 무방해.



 모든 것은 자신이 믿음을 갖기 마련이며, 모든 결과는 스스로 정한 선택에 의한 결과이자 대답이다.




 그렇기에 이 세상에 정해진 것(스푼/파멸)은 없으며,

 그에 따른 결과(스푼이 휘는/예정을 막는) 역시 결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지.



 오라클과 관리자는 주인공들- 네오와 미나에게 이런 쿠키처럼 달콤한 환상을 건내줘.

 네가 원하는 대로 나아가면, 결국 네가 운명을 정할 수 있을 것이라 하는 것처럼 말이지.


 마치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정하라는 듯, 그에 걸맞는 시련과 포상을 건내줘.




 그래서 그럴까. 1편이 끝나자 주인공들은 과거보다 상당히 자신만만해져.

 네오는 당당히 전화를 끊고 선택을 외치고, 미나는 과거보다 당당히 칼을 휘두르지.


-다 거짓말


 하지만 이제는 모두가 그 내막을 알지.

 이 모든 것은 그런 우연과 선택에 의한 게 아니었다는 것.

 테라사이드 프로젝트(리플레이서)를 포함한 많은 고난이 모두 계획된 예정에 불과했다는 것을 말이야.


 모든 것은 주인공들을 위한 준비과정일 뿐이었어.



 사실, 주인공들이 휘두르는- 반칙에 가까운 힘과 권능마저도 정해진 계획에 포함되어 있었지. 


 네오가 깨어나 해방군에 소속되는 것도 선택이 아닌 거고.

 미나가 언니의 검을 쥐고 코핀으로 흘러들어온 것도 우연이 아닌 거야.


 


 다 기계적으로 계산되고 예측된 결과에 불과한 거지. 

 그런 정해진 값에 대한 반감 때문일까.


 관리자는 작중 초반부카운터 케이스를 살펴보는 장면에서 생각보다 염세적인 반응이나 발언을 많이 해. 



 결과는 정해져 있다. 나머지는 이 결과값을 맞추는 과정일 뿐.

 선택이란 그저 환상에 불과하고, 그저 정해진 인과를 맞추는 변수에 지나지 않는다.



 이 명제는 최근 에피소드- 앨리스 이머전시에서 제대로 증명돼.

 이 에피소드에서는 미래가 어떻게 예측되고 수속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줘.



 그리고 이를 통해서, 왜 관리자나 오라클이 그렇게 달콤한 환상을 꾸게 했는지도 드러나.

 모든 것은 결국 통제할 수 없는 변수(원인)를 만들기 위해서.



 3. 변수의 정체




 이 에피소드는 이런 기계론적 예언의 증명이야.

 미래에서 와 스포일러를 뿌린 망령도 있었고, 그 미래를 내다 본 기계도 둘이나 있지.



 이걸 들은 이들도 많고, 이를 뒤틀려 한 시도도 한둘이 아니야.

 이 정해진 미래를 두고 많은 세력이 각축전을 벌이지. 서로 입맞에 맞게 미래를 만들기 위해 말이야.




 이런 예정을 방해하기 위해 온갖 개판이 벌어져.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 결과값 자체는 아예 안 변하다시피 했어. 

 마치 모든 것이 하나의 결과로 수속되는 것처럼 말이지.



 결과는 거짓말처럼 모두 예정대로 맞춰졌어.



 결국 아크샤 부대가 아니었을 뿐이지, 필하모닉은 펜릴 소대에 의해 패퇴해.

 예정대로 앨리스는 전대장이 되고, 시무르그는 떨어지고.



 앨리스는 끝내 공허 속에 묻히게 되지. 

그 신체는 악단에게 강탈당하고 사악한 영이 그 몸을 대신 차지해. 



 여기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나와.



 이렇게 정말로 모든 결과가 정해졌다면. 과연 그 과정도 의미가 없는 것일까.

 그 과정을 구성하는 핵심인 감정과 인간성까지도 무의미한 환상인 것인가. 



 다른 말로, 태생이 정해진 값을 내는 기계인 시그마는 결국 정신병 걸린 미친 로봇에 불과한 것인가.

 아마 이렇게 말하면 들고 일어날 카붕이들이 많을 거야. 바로 그게 핵심이지.



 이 둘- 관리자와 오라클은 결코 이런 인간성과 감정을 무시하는 자들이 아냐.

 오히려 그 누구보다 열렬히 그것들을 즐기고 향유하지. 



 사실 이것을 가장 존중하는 자들 역시 바로 이들이야.

 관리자는 이 미쳤다 판단해도 무방할 컴퓨터를 포맷하지 않고 '딸'로 받아들여.



 즉, 관리자는 단순히 기계적인, 공리주의적/등가교환적인 이유 앨리스를 보낸 건 아니라는 거지.

 전대장 하나를 팔아 시무르그- 함선과 단말을 얻기 위한 계산만으로 그녀를 보낸 건 아냐.


 정확히 말하면, 관리자는 앨리스를 보낼 수 밖에 없던 것에 가까워.



 관리자는 이미 그녀의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를 알고 있어. 

 사실, 앨리스 본인 역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겠지.


 앨리스는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아.

 비참한 운명을 눈앞에 두고도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나아가.




 앨리스는 결국 불 속으로 들어갈 거야.

 그것이 그녀의 삶이고, 과정이자 선택이니까. 


 결말이 어떻게 되더라도, 그게 그녀의 삶을 부정할 수는 없어.



 관리자는 그녀의 결심과 각오를 알기에 이를 말리지 않아.

 아니, 애초에 말릴 수가 없다는 것을 알지. 

설령 관리자가 궤도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말야.



 앨리스는 딴 게 없어도 갔을 게 분명해.

 수단이 없다고 안 가는 선택을 할 인물이 아냐.

 무리하고 말도 안 되는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전대원들을 구하러 갔을 거야.


 다만 이런 매끄러운 과정이 아닌, 훨씬 어렵고 위험한 과정이 될 뿐이지.



 내가 보기에 이 시점에서 관리자가 한 일은 그저 그 과정을 간편하게 줄여준 것에 불과할 거야.

 이렇게 떠나는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앨리스를 위한 배려지.


 다만 이런 걸 다 줄이고 보니, 마치 관리자가 고의적으로 전대장 하나를 팔아넘기는 꼴처럼 보이게 되는 거지.

 관리자도 참 새삼 복잡한 인간이야.


-"대체 왜 이 의미없는 짓을 하는 거냐?" /  "내가 그렇게 정했으니까."


 매트릭스 3부- 마지막 역시 이와 동일해.

 이 시점에서 주인공 네오는 이미 선택과 자유의지는 허상이란 것을 이미 알아.


 자신이 그저 특정 프로그램이 부여된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도.

 오라클의 정체와 자신의 한계까지도 모두 알고 있지.


-캔디를 거절하는 네오


 하지만 네오는 겨우 그런 이유 따위로 투쟁을 포기하지 않아.

 그는 어떤 대가를 감내하고서라도 끝내 신의 선택대로 행동하고야 말지.



 이게 바로 관리자/오라클이 쌓으려고 하는 변수의 정체야.

 이렇게 말릴 수가 없는, 통제가 불가능한 원인.





 저 기계장치 따위들이 감당할 수 없는 원인들을 지속적으로 쌓아 궁극적 에러를 만들어내는 거지.

 매트릭스 속 오라클은 이게 어떻게 가능할지, 네오에게 결정적인 힌트를 하나 날려.



-"우리도 이해할 수 없는 선택 이후는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이 문제의 원인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을 우리는 이미 앞서서 많이 보았지.

 매트릭스에서 이 과정은 '사랑'이었어. 다만 그게 사랑 뿐일 이유는 없지.



 사실 우리 게임에서,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의 이후'의 대표자는 바로 이 양반이야.

 관리자가 전혀 예측하지도 못했고, 기겁하며 경악했던 인간이 한 명 있었지.


-이해할 수 없는 선택


 바로 주시윤의 선조인 구도자였지.

 그가 내린 선택의 근원은 결국 그 의미 없다는 선택과 자유의지야.

 결국 궁극의 에러는 인간적인 정과 선택으로 만들어진다는 거지.


 모든 것을 물리적/기계적으로 예측을 하는 존재들 입장에서는 정말로 아이러니한 일이야.


-"내가 그렇게 결정했으니까"


 오라클의 힌트처럼, 관리자 역시 끝내 '아라한'의 탄생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 

 주시윤에 관해서도 확률적으로 예측하고, 그것도 기껏해야 '용'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지.


-변수 생성의 살아있는 증거


 관리자와 오라클은 이렇게 '통제가 불가능한 원인'을 계속 쌓아가는 거야. 

 언젠가 그 통제불능의 원인이 쌓여,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막을 수 없도록 말이지.





 이번 세계에서 관리자는 이런 통제불능의 존재들을 차곡차곡 쌓아나가.

 그리고 그 결과 1차적이지만, 기존에 없던 커다란 승리를 얻어냈지.



 여기까지면 이 문제의 '예언가들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설명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해.

 여기까지 읽어줘서 고마워.


 다음에는 이번에 서술하지 않은 '낭만주의적 이상가' 부분을 서술해 볼게.


 동시에 이런 계획에 희생당한 존재들의 입장과 견해까지도 대략적으로 예측해 볼 예정이야.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