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저를 이곳까지 불러낸 이유가 무엇입니까 휴먼?”


“딱딱하게 굴지 말게. 고용주가 피고용인을 부른 데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겠나?”

“보통의 피고용인은 고용주가 부르면 긴장을 하기 마련입니다.”

“그건 보통 ‘사람’ 의 경우지 않나?”

“진공관 맙소사. 수많은 AI 기갑사단을 이끄는 관리국의 수장이 휴머노이드 차별자라니.”

광량은 충분히 제공되건만 어째서인지 어둡다는 느낌이 드는 방 안. 호라이즌은 자칭 관리자 라는 사람의 호출을 받아 이 방에 있었다.
개인 아니 개체적인 취향으로는 조금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것도 일종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리라.

“뭐, 그리 중요치는 않은 일이라네. 아니, 자네에겐 나름대로 막중할 수도 있는 임무를 맡기는 거려나.”

“그런 두루뭉술한 이야기 보다는…”
“버전 업! 이라는 것일세.”

불평하는 소리를 잘라먹고 남자가 뱉은 말은 호라이즌의 흥미를 동하게 하기 충분했다.
자신은 일종의 로스트 테크놀러지, 혹은 외계 기술로 만들어진 오파츠 아니던가.

“관리국의 기술이 시중보다 앞서있는 것은 알지만, 쉽게 믿기 힘든 이야기군요.”

“증거가 필요하다, 이건가?”

고개를 끄덕이는 강인공지능을 바라보며 남자는 미소지었다.
그와 동시에 방의 바닥이 솟아올라 예의 볼품없는 로봇 형태를 띄더니 홀로그램을 띄운다.

“범인류 이민선단 호위용 전투체 시무르그. 관리국과의 전투로 프레임만 남기고 파괴 판정.
그리고 관리국의 원조를 받은 앰버 박사가, 자신이 만들어낸 강인공지능을 삽입한 결과.”

“…지난번 재판의 결과가 이해되는군요.”

“입력이 아닌 이해를 잘 하는 인공지능은 좋아하지. 그 후로도 연구는 이어지고 있었다고 설명하면 되겠는가?”

“그런 사탕발림은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만약 제안을 거절하면 어떻게 되는겁니까?”

“무얼. 피해자 모임의 이름으로 재판 몇 번이 더 치러질 뿐일세.”

“치사한 어른이군요. 알겠습니다.”

“원래 어른은 치사한 법일세.”

남자는 로봇의 팔을 잡아끌더니 몇 번 조작하여 접촉단자를 보여주었다.

“오버홀까진 아니지만 나름대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네. 자네의 가까운 이들에게는 연락이 갈 테니 걱정하지 말게.”

“아직 못 들은 부분이 있습니다. 정확히 무엇을 위한 버전 업입니까?”

“흠… 어떻게 설명을 해야하나… 이번 대의 늑대가 실패했다?”

“늑대? 실패?”

“쉽게 말하자면… 그래,”

멸망의 앞에서, 변수의 씨앗을 뿌리는 거라네.

‘접촉단자와 연결. 데이터 송수신 링크. 에너지 바이패스 정상. 프로토콜 리부트. 인공지능을 정지합니다.’

머릿속을 떠다니는 연결메세지와 함께 호라이즌은 생각했다.

‘헛소리를 길게 하는 휴먼이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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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부작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되는대로 써봄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