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베어라 늑대여. 이제 마왕의 발걸음을 하게 만든 원동력들이 도리어 짐이 되었으니 이제는 모든 것에 작별을 고하고싶구나."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런 헛소리에 속을 줄 알고! 그러면 그냥 자살하면 될걸 이런 끔찍한 짓을 할 필요가 없잖아!"



"닳고닳은 역사의 까닭을 묻는다면 세상을 아우르는 법칙의 편협함을 가르키겠노라. 밤 또한 세상의 근간이듯 마왕 또한 필요한 기둥이고, 밤이 달을 거둘 수 없음인데 마왕의 스스로의 생명을 어찌 거두겠느냐."



"그게 무슨 소리야! 그냥 아무한테나 죽여달라고 하던가!"



"곡식을 거두는 자격은 씨를 뿌린 이로 좁혀지는데 세상의 근간이라고 한들 자격이 없겠느냐. 세상의 선택을 받았거나 법칙의 총애를 받는 늑대가 아니고서야 근간을 아우르는 기둥을 뿌리뽑을 수 없는 법이로다."



"그건 또 무슨 소린데!"



"...늑대여 그대의 지혜가 닿지 못하는 영역이 있음을 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노라. 이는 우둔함이 아닌 세월과 미지에서 우러나온 발언임을 이해하마."


"자격이 없는 자가 검을 휘둘러도 내 목에는 닿지 못하니 나는 일부러 전쟁의 잔향을 흩뿌려 대적자와 늑대를 부를 수밖에 없노라."



"뭐 대적자와 늑대? 그게 뭔데? 그리고 전쟁? 결국 우리를 멸망시키려고 오는 게 맞잖아!"



"...... 늑대여. 방향성을 잃은 채 제자리를 겉도는 대화가 길어지노라. 법칙에 의거해 곡식을 수확하려면 때가 필요하듯 내 목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전장이야말로 수확제이며 곡식을 가두는 이는 그대 아니면 대적자의 운명을 타고난 이로 좁혀지지. 이제 이해하였느냐?"



"이상하잖아! 그러면 그 법칙을 만든 사람이랑 같이 싸워달라고 하면 되잖아!"



"........ 늑대여. 세상의 법칙은 그대의 생각보다 훨씬 편협하기 때문이라 말하였도다. 우리가 기약없는 복수에 지친 것 역시 그 행위에 의미가 없음을 깨달았음에 비롯된 것이다."



"무슨 소리야 그건 또! 그러면 그 사람한테 가서 죽여달라고 하던가!"



"........... 나는 이런 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늑대여. 우리는 밧줄에 묶여있는 가축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그 울부짖음에 돌아오는 것은 채찍이지 칼이 아니로다. 채찍에 지친 우리는 울부짖음이 무의함을 깨닫고 다른 방법을 모색할 뿐이니 이것이야말로 내가 당도한 결론이도다."



"그러먼 자살하면 되잖아!"



"아 씨발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