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라이카만 정신 똑바로 차리면 문제 없어요! 연습했던 대로만 잘 하자고요! 

마지막으로 장비들 잘 점검하고... 휴, 진짜 떨리네."



"노엘 씨는... 음... 괜찮겠죠? 연습 때처럼 사고 안 나게 힘조절만 잘 해주세요? 

비살상 장비라도 초짜 팀이 사고치면 바로 업계 퇴출이에요! 

그 바즈라 아무리 봐도 머리에 잘못 꽂히면 즉사에요!"





오랜 동료 펠리세트는 말은 저래도 잔뜩 고양된 느낌이다. 

사실 나도 그렇다. 뒤늦은 첫 경기에 긴장되는 한편으로는 마음 한구석에서 기대가 가득 차오른다.

전연령 TV판의 영웅들을 보고 혹한 어린이들 시절의 환상은 아니다.


태스크포스들의 친선 대련이라는 명목으로 시작된 현대 문명의 최첨단 콜로세움.

이름뿐인 태스크포스 간판과 기업들 앞에서 춤추는 검투사들과 투기장.

불운한 무명 대전자의 사지가 줄어드 때마다 높아지는 환호성.


이게 진짜 대련을 위한 일이라면, 우리들은 무대에 설 일조차 없었다.

좀 모범적인 도덕관을 가졌다면 쳐다보고 싶지도 않을 거다.

하지만, 우리같은 사람들에겐 결국 누가 뭐라해도 포기할 수 없는 바로 그 건틀렛이니까.


그런게 아니어도, 이것만 배운 3등 시민 둘이 이제와서 뭘 해먹고 살겠어?











"네! 저도 잘 알아요! 다들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펜릴 소대원답게 최대한 열심히 해야죠!" 



(구)팀 카나리아 역사상 보기드물게 활기찬 분위기 메이커, 그리고 그 실체는 이 급조 팀의 최강자.

수상하기 짝이 없는 넘버링 태스크포스 코핀 컴퍼니에서 온 임시 용병 노엘. 

그래도, 불명 그 자체인 그 관리자라는 남자와는 다르게 정말로 좋은 사람이다.




갑자기 건틀렛에 출전한다는 것부터 계약 이전에 엄청난 폐인데도 불만 하나 드러내지 않았다.

굳이 삐딱하게 따지자면... 카운터는 경기에 지더라도 크게 다칠 일은 없겠지. 


우리들은 중상만 입어도 그날로 끝이고,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위험한 입장이다. 

워치도 아티팩트도 없이 딱 75포인트에서 다섯 배쯤 무장한 군인 한 명 정도의 전투원. 

요즘 시대엔 즉사하지만 않으면 뭘 당해도 경기장에서는 살려놓고 진행할 수 있지만, 

당연히 아주아주 비싸서 경기 이후로는 어림도 없다.



하지만 그건 내 삐딱한 관점이고, 노엘 씨는 그런 이유로 움직이는게 아니다.

지식은 조금 얕을지 몰라도, 지능이 낮은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을 알면서도 망설임없이 남을 돕는 저런 선함은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무엇인가 숨기는 것은 있지만, 순수하게 좋은 사람.







"누가 '죽지는' 않게 할게요!"



......괜찮겠지?










"뭐, 정신나간 S급 카운터라도 나오지 않는 이상엔 아무 문제 없어.

그리고 그런 양반이 더 온다고 하면 주최측도 기겁해서 돌려보낼걸?"



그리고 나까지. 뭐, 여기서 경기 이외에 더 머리아프게 생각할 것도 없지.

전 장비 이상 무. 컨디션도 양호. 준비는 끝났다. 

지금 당장이라도 나갈 수 있다. 이제 출전만이 남았다.


그럼...


















"출전자들은 경기장으로 입장해 주십시오."


긴 침묵을 깨고, 무미건조한 기계음이 경기의 때를 알린다.





"...드디어. 가죠. 라이카, 노엘 씨."


"그래, 한 번 해 보자고!"


"열심히 할게요!"



지상에서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초전의 스포트라이트. 

30만 루멘에 달하는 현대 문명의 빛이 하늘의 별을 꺼뜨리며 빛의 기둥을 세우고, 환호성이 그 뒤를 따른다.

우리정도 팀에 저 정도라면 태반은 녹음된 소리겠지만, 분위기는 제대로 산다.

그리고 경기장의 문이 열린다. 



드디어 실전이다. 첫 상대는 누구일까. 

우리같은 밑바닥 새싹들일까. 아니면 대기업의 제초팀 처형자들일까.

연습한 보람이 있어야 할 텐데.




...우리들의 여정은 보답받을 수 있을까.



















샤레이드 건틀렛  인비테이셔널 리그 제 6경기!

3 경기장에서 미카엘라 도즈가 전해드립니다!



이번 무대의 주인공은 4인조의 신예, 팀 카나리아! 다소 생소하실 겁니다! 

두 리더가 첫 경기 직전 제프티 바이오테크 테러에 휘말려 꿈을 접게 되었거든요!

물론 아무도 몰랐지만요?


그리고 새 소속으로 다시 돌아왔죠! 

정규 넘버링 태스크포스 13번 코핀 컴퍼니!

다르게 보면 S급 카운터 범죄자와 맞서서 살아남았으니까요!


따라서 이번 경기가 초전! 건틀렛에서는 무패의 전사라고 할까요? 

이 업계에서 이게 어떤 기회인지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처음이란 각별하니까요!


경기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초회차의 패기, 물러날 곳 없는 이들의 의지를 보여주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그 상대는... 역시 첫 경기인 동방의 강호!

친절한 청년들, 팀 "세베르 크라스니 V"!


그로니아 인근에서 왔다는 것을 제외하면 경력도 신원도 일체 불명!

이들의 배경에 대해서는 온갖 불운한 사고와 흉흉한 소문만이 무성하죠!


하지만 그 실력만큼은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진짜!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겁니다!


스포일러를 빼고 설명하자면, 이번 대회에서 유력한 우승 후보 팀이죠! 

어쩌면 챔피언과 대면할지도 모릅니다!


팀 카나리아, 첫 경기부터 비극의 주인공이 되는 걸까요?




하지만! 건틀렛에서 절대라는건 없는 법!

만약 카나리아들에게 기적이 일어난다면... 압도적인 배당이 보답해 줄 겁니다!






자! 서론이 길었습니다! 책상 위의 사정은 여기까지! 

이제는 경기로 증명할 시간입니다!


CRF 제약 40%, 배팅한도 무제한, 3000포인트 로스터!


플래그다운 매치, 35분 단판!

공격 측, 어드밴티지 시드 크라스니!




제 6경기의... 막이 오릅니다!











입담좋은 캐스터의 입발린, 그리고 묘하게 기분나쁜 멘트가 들려온다.

눈부신 조명 아래, 주위를 둘러보자 소규모 경기인데도 자리를 지키는 관중들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같은 신입들에게 저들은 과연 어떤 장면을 기대하는 걸까.

건틀렛 꿈나무들의 역전극, 아니면 멋모르는 신예를 짓밟는 도살극.



"이게 건틀렛의 그라운드인가..."


"실물로는 전부 처음 봐요."


"저희가 잘 해봐야죠!"



태스크포스의 상징, 모의 차원함선 옆으로 배치된 양 팀의 강화 이터니움강 깃발이 눈에 띈다. 

확실히 돈깨나 든 물건인 만큼 쉽게 부서지진 않을 거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1km의 미로같은 시가지 너머에는 상대 팀이 있겠지.



그리고 나와 펠리세트가 1000포인트, 드론으로 200포인트, 노엘 씨에게 1800포인트 정도는 죽여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아무리 제한전이라도 기갑장비라도 나오면 개인화기 판정으로는 어림도 없고, 대전차화기 중량도 껌이 아니니까. 


와, 진짜 생각할수록 말도 안 되네.

팀 자체가 정규 리그에서는 말도 안 되는 로스터인데. 

어쩌다가 이런 팀으로 출전할 생각을 했지?



생각은 생각일 뿐, 개방된 무기고에서 장비들을 챙긴다. 

두 명이서 20kg씩 지려니 더럽게 무겁다. 

그리고 이래도 빠진게 많다. 약소 팀이란.





말없이, 펠리세트와 눈빛을 교환한다. 

노엘 씨와는 작은 미소를 교환한다.

작전은 몇 차례씩 전부 세웠으니, 길게 할 말도 없다.


이제 퇴로는 없다. 바라보는 것은 오직 승리뿐.








함성이 잦아들고, 이 경기에서 마주해야 할 상대의 리더가 전광판에 올라온다.

어쨌거나 전략의 핵심이 되는 귀한 공개 정보다. 

우리 팀에서는 꼬마 고양이 펠리세트. 

리더 한 명이 총 전력의 20%지만 큰 정보는 못 된다.


소총을 쥔 오른손에 힘을 넣고 앞을 응시한다.



저건......






















"어머니 조국을 위해, 멈추지 않으리."




















"엣."























"타이가에서 영국의 바다까지."














"경이로운 비행을 보여 주겠다."





























































"저항을."



















"라이카! 고폭탄이랑 공대지 미사일은 제 방패로 못 막아요!"














저 새끼 궤도에 성형작약탄을 꽂아도 안 멈추잖아! 


아니, 그럼 반대로 저거만 막으면 끝이야! 저거 1량에 2000포인트는 될 거야!

룰상 공대지 무장은 최대 폭장으로도 함선 중파라인 선에서 트레이드가 한계야! 


노엘! 골리앗 전차는 후방 엔진이야! 

주 엔진룸 상판은 지금 위치에서 바즈라로 충분히 뚫을 수 있어! 

그놈 발만 묶고 즉시 나랑 우회해서 돌파하면 그 선에서 남는 포인트상 승산이 있어!


펠리세트! 리더는 스키너랑 우리 함선 지키고 가진 정규 폭발물 전부 나한테 줘!

노엘이 남는 인원 견제하고 내가 함선 파괴로 간다!

여기서 당장 엘리전으로 가면 가능해!























하하하! 걸려들었구나!









"액셀 최대로, 화려하게 터트려보실까!"









"쇼 스타트!"














"삐이익!"











































그리고 라이카는 이상한 술집에 팔렸다
















떡밥이 저러길래 전에 쓴거 재탕하려다 조금 더 붙였음


골리앗은 좀 예전 메타지만 이게 건이지



근데 뭔가 더 밋밋한 뇌절된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카사 흥했으면 라이카 바로 떡인지 나오는건데 그게 안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