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교. 브릿지에 들어선 제이크에게 던져진 것. 손에 들린 패스키와 휘장에 제이크가 반문한다.
“이게 뭐죠? 발라리안 함장님?”
“⋯⋯대신 맡아둔 걸세. 자네에게 주라더군.”
제이크 워커는 그 물건을 알고 있다. 모를 리가. 이것은 델타세븐 사령관의 휘장, 그리고 이 패스키는. 금색의 키는. 그 증명. 그 권한. 사령부 휘하의 차원함선을 불러 모아, 전권지휘할 수 있는 권위의 증명. 프리덤 스트라이크의 패스키.
“이건⋯받을 수 없습니다. 제가, 어떻게⋯.”
제이크는 오른손에 담긴 것을 그대로 함장석까지 가져간다.
돌아보지 않고, 발라리안은 턱수염을 매만진다.
“나유빈 전 사령관도 똑같은 말을 했었지. 받을 수 없다고. 하지만, 델타세븐의 전 사령관은 죽었네.”
“⋯⋯! 발라리안 함장님. 당신, 말을⋯!”
“자네가 싫다면 내가 할까? 델타세븐 대원은 아니지만, 나쁘지 않군. 그래, 이제부터 군부에 의한 독재도 나쁘지 않지.”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함교의 정적. 기계와 있어야 할 오퍼레이터의 상황보고만이 이어진다. 돔 2. 메갈로 돔. 그 항로에 적은 없다. 그저 밝아오는 아침뿐.
“나유빈 사령관이 어디 제대로 된 군인이었나? 아닐걸세. 그에 비해 자네는 완벽한 요건을 갖추고 있지. 사관출신에다, 대중들의 인기. 그리고 무엇보다, 이 전쟁에서 그 어느 쪽의 편도 들지 않았어. 자네는 연방의회에 의해 구금된 신분으로 공표할 거고, 이미 했네. 핀리 차관님이 도와주셨지.”
“⋯⋯이것도, 계획의 일부입니까?”
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발라리안은 앞을 보고 있고, 나머지 함교의 승무원들도 마찬가지. 자신들의 일을 이어 나간다. 카린 웡만이, 그 뒤를 보며 주먹을 쥐고 있다. 납득하기 싫지만, 떠오르는 말. 그 노인의 말.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다가와야 날개를 편다.’ 모든 철학, 사상은 끝에 다다라서 겨우 의미를 찾는다. 지식은 후에 정립된다. 그 말 그대로. 큰 판 위의 모든 것이 끝났다. 이제부터는 지혜의 싸움. 누군가의 계획대로 움직였다면, 그 계획이 끝나는 순간 무계획이 되어버린다. 영원히 모든 것을 읽고, 계획하는 이는 없다. 불가능하다. 인간은 아주 약간의 앞을 볼 뿐. 그 외에는 모른다.
“그래. 그걸 받겠다는 건. 자네가 오퍼레이션 크로스로드. 지금 잠시, 침묵한 4종 침식체를 다른세계로 버리는 작전까지 맡겠다는 의미가 되겠지. 어때? 하겠나?”
“⋯⋯.”
“아까도 말했다시피, 나는 그걸 받을 수 없네. 난 내 아내와 딸아이가 무척이나 소중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돔과 인류를 방패로 세우고, 군부 독재로 내 개인의 영달만을 추구 할 거야.”
“권력이란 그런 거지.”
제이크가, 고개를 든다.
“거짓말이군요. 발라리안 함장님.”
“⋯⋯아니, 진심일세. 그러고 싶네. 그럴만한 권한과 힘이 없을 뿐이지. 난 그저 세속적인 인간일세. 워커 대령.”
“자네는 어떻게 하겠나? 그걸 쥐겠나?”
발라리안은 왼쪽의 기관장석에 손을 뻗는다.
아아, 하고 기관장이 황급히 가슴 포켓에서 담배를 꺼낸다. 배는 함장의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전원이 수족이 되어, 함장의 뜻을 따른다.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 발라리안 머스크는 명장은 아닐지언정, 격침당한 적은 없다. 딱히, 겁쟁이도 아니다. 오히려 용감했다. 그런데도 큰 활약을 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델타세븐에 휘하로 파견되었으며, 그렇기에, 여태껏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것은 역설적으로, 결과론적으로. 훌륭한 함장이었다.
배를 침몰시키지 않고, 명에 따르며, 끝까지 몰았다는 것은.
그러니, 승무원 모두가 눈을 감는다.
담배에 불을 붙인다.
그는 아이가 태어나고서부터 혐연자였다. 벌써 7년. 하지만, 이것이 승무원들이 보는 두 번째 흡연.
“선택지가⋯없잔습니까.”
“아니지. 있지. 자네가 이대로 돔2에 도착해서 군부독재를 하는 법도 있네. 자네는 우리나, 나유빈 전 사령관에 비해 깨끗하잖나?”
“⋯⋯그 사람은, 그런 의도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렇지. 하지만, 대중이 느끼기엔 다를걸세.”
그러니, 우리는.
발라리안이 입을 연다.
“그자를 연방의회와 동등한 악인으로 만들걸세.”
“네⋯?”
“대의도, 결과도 아무래도 좋네. 결국 그 인물은 쿠데타를 일으킨, 군인.”
“잠깐만요, 발라리안 함장님. 그렇게 말씀 마세요.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였잖아요!”
카린의 말에 모두가 돌아본다. 모두가 동의했고, 그리고, 그녀가 외칠만한 말이었다. 그런데도, 돌아본다.
한낱 대위. 2년 차인 군인이 끼어들었다는 것을 알라는 듯이.
“⋯⋯자네도 쿠데타 동조론자인가?”
“네?”
“악은 어떻게 해도 악일세. 대의를 위해서였다? 결국 돔5는 망가지고, 4종 침식체는 나타났어. 물론, 이제 우리를 막을 수 있는 윗선은 없지. 그렇지만, 비방하는 이가 없을까?”
“무슨⋯⋯.”
발라리안이 담배를 입에서 꺼낸다.
“두 세력이 사라졌네. 두 수괴가 사라졌어. 쿠데타를 일으킨 나유빈. 그리고 도망치려 했던 인류 역적, 연방의회. 그리고 사람들만이 남았지. 세력이 사라지고, 일개 개인이 남았어. 인류를 통합할 수단은 여전히 필요하지. 그런데, 집단의 합리와 달리 개인의 감정은 사라지지 않아. 개인이 집단을 증오하는 것보다, 개인은 개인을 증오하지. 그게 더 심플하고, 보기 쉽거든.”
“그럼, 어쩔텐가. 이대로 영원히 분열된 상태로 있을 건가?”
“돔과, 난민. 의회와 일반시민?”
카린 웡은 답을 찾아낸다. 의도를 찾아낸다. 그녀는 이러한 화법. 그들의 진짜로 바라는 것들. 익숙하다. 이제는 속지 않는다. 말속의 뜻, 에둘러 표현한 것들. 보이는 것들과 보여주려는 것 속의 것에는 이제 신물이 난다. 그러니, 손쉽게. 뜻을 이해한다. 이해와 공감은 다른 것이다.
납득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
“이제부터 할 작전. 오퍼레이션 크로스로드는 그 어떤 실패도, 누구의 방해도, 실수도, 용납할 수 없네. 우리는 반드시, 저 4종 침식체를 지옥에 떨어트려야 해. 그렇게 20년을 벌어야 한단 말이지. 그리고 그 전제 조건이⋯.”
제이크가 뻗은 손을 되돌린다. 그런 후에 쥔다.
“나유빈 사령관, 그리고 의회가 다툼의 상징이었다면 누군가가 다음 세대의 상징으로써 통합을 이끌어 내야 한다. 입니까?”
“⋯⋯.”
“그게, 저라고 나유빈 사령관도, 발라리안 함장님도 생각하신거구요.”
“⋯⋯.”
제이크가, 휘장을 자신의 엉망진창인 코트에 단다. 그런 뒤에, 함교. 뒷편에 놓여진 제독모를 집어 든다.
자신의 역할을 받아들인다. 누군가의 뜻을 잇기로 한다. 그건, 그 선대를 지옥으로 보내버리는 행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이크 워커 대령. 우리가 입항하면, 아마 난민들도 난리일걸세.”
“우리는 지금 하나의 체제를 붕괴 시켰네. 그러니⋯그 반향도 생각해주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을걸세. 이건 총원에게도 하는 말이다.”
뉴 오하이오는 원래라면 돔2 내부의 격납고에 입항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부족한 보급. 예상치 못한 수용량. 솔직히 가동 한계. 내부 시스템이 망가지기 전에, 돔2 앞. 메갈로 돔 앞에 길게 펼쳐진 난민촌 앞에 착륙한다. 그리고 내린다. 한계였던 해치가 열리고, 군인들이 걸어 나온다. 우선은 부상자부터. 내부에 있던 차량을 모두 버렸기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차량까지.
그 광경을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모였다. 아니, 들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러니까 모여든다.
연방의회가 그들을 버렸고, 나유빈이 쿠데타를 일으켰다. 4종 침식체가 나타났다.
“마일로! 마일로! 내 아들⋯! 어디니? 저기요? 저기요?!”
“데, 델타세븐이다⋯!”
“⋯⋯저거, 의회 쪽 사람 아냐?”
“하하, 하하, 히히히히 먹을 거 줘!”
“이제 와서 인류를 위한 척 하는 거야. 저거 봐.”
“저기, 그⋯저 돔에서 나왔어요. 돔5의 연구원에 제 동생이 있는데⋯.”
“이 쓰레기들!”
“카일!!! 카일!!! 저기요, 군인 아저씨. 카일이라고, 델타세븐⋯! 특수부대에 제, 제, 제, 동생이⋯!”
부상자들의 수송이 끝나자, 제이크 워커가 나온다. 그다음은 함장. 그외의 병사들.
수송 차량이 먼저 가고, 그 행렬에 사람들이 차마 달려오지 못하고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 이제 어차피 끝이다. 그러니, 지푸라기라도 잡듯이. 아니면, 울분에 차서.
“내, 내, 내, 내, 아들. 마일로. 마일로 탔죠? 저기요. 당신 제이크 워커죠? 그, 그쪽은 함장이구요? 맞죠?”
“아주머니, 일단 나중에 이야기하시죠.”
밀쳐내는 병사들에게 로모(老母)가 달라붙는다.
“마일로가, 승진해서 날 돔에 들여보내 주겠다고 했어. 마일로. 내 아들. 마일로 어딨어? 니네 배 탔잖아요? 그렇죠? 마일로⋯⋯? 몰라요? 머, 머리는 날 닮아서 이렇게, 짙은 갈색에. 그래요. 약간 곱슬머리. 웃으면 보조개가 올라오고, 아아아아, 마일로는 주근깨도 있고, 좀 능글맞지만, 착한 아이에요. 날 위해, 보급을 위해서, 급료는 전부 자기 동생들한테 주고⋯⋯어, 어어⋯제발. 군인 선생님들? 마일로 있죠?”
“⋯⋯.”
“왜 가는데! 말을 해 이 개새끼들아!!!!”
“내 아들!!! 니네들 따라 쿠데타 했잖아!!!”
그 외침 때문에, 아수라장이 된다. 모여든다.
그저 비방하고 싶은 이들, 그저 저주하고 싶은 이들도 뒤섞인다. 행렬에 마구잡이로 뒤섞여서 저주를 퍼붓는다. 이제 끝난다. 4종 침식체. 절망이 코 앞이다.
“이젠 우린 어떻게 할 거야?!”
“방법이 있는 거죠?”
“어차피 돔은 망했어. 지금부터라도, 우리도 궐기해야 해!”
“저기요, 군인⋯!”
“대답해 너네도 우리를 무시하는 거냐!!!”
혼란.
그 혼란 속에서, 누군가가 총기를 든다. 하늘로 탕. 탕. 삽시간에 분위기가 얼어붙는다.
“시, 시끄러워. 이, 이 자식들아!!!”
뒷줄에 있던 로터스 리였다. 뉴 오하이오의 조타수. 앞에 가던 소총수의 총을 뺏어다가 하늘로 발사했다.
“지금부터, 할 거라고! 우리도 뭐가 뭔지 모른다고!!! 조금만 기다리라고! 우리도, 우리라고⋯! 친구를
전우를 잔뜩 잃었다고 우리도⋯!”
“이 병신새끼가!!!”
퍽, 하고 핀들레이 대령이 달려가 주먹을 날린다.
그건 옳은 행동이었다.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병사의 울분을 기점으로 모든 것이 터져 나갔을 테니까.
총기를 빼앗고, 그런 후에 외친다.
“곧, 우리가 정식으로 여러분에게 설명해 드릴 겁니다. 우리도, 지금 막 돌아왔습니다. 기다려주십시오. 난민 여러분. 우리가, 부디 이 부상자와 포로들을 옮기는 데 도움을 주십시오.”
고개를 숙인다. 다음은 뒤편. 다음은 다른 쪽.
그렇게, 뉴 오하이오에서 나온 이들의 행렬은 이어지고, 돔2 입구 앞.
총을 든 군인과 마크 핀리가 서 있다.
주머니에 넣은 손을 빼고서, 마크 핀리가 손을 건넨다.
행렬 앞에 선 제이크 워커는 선글라스를 쓴 채로, 그 손을 잡는다.
“고생 많았네. 워커 대령.”
“⋯⋯네.”
“그럼, 곧바로. 좀 힘들겠지만, 자네에게 부탁해도 될까? 역할을.”
제이크 워커는 손을 놓는다.
고개를 저은 뒤에, 힘겹게 웃는다.
선글라스 안의 녹색은 그대로. 웃지 않고서.
“곧바로 부탁드립니다. 돔 전역에, 그리고 개방은 가능하시죠?”
“그럴만한 인력은⋯뭐, 준비해 보겠네.”
CLOSED RAOD
여명의 수레바퀴
챕터 3 월홍(月虹)
-Inter rude 마지막.
https://www.youtube.com/watch?v=eJ5IfryrCVs
저녁. 거의 철야. 대령님이, 어때 카린 하고 사령관의 복장을 하고서 물어본다. 그 눈가, 선글라스 밑에는 깊게 주름이 지어져 있다는 걸 눈치채고 만다. 괜찮은 것 같아요. 대령님. 하고 올려보낸다.
우리가 떠나고, 메갈로 돔에 남은 마크 핀리 차관은 중계방송을 토대로 남은 병사들로 치안을 유지했다. 거의 선동에 가까운 것. ‘결과를 지켜보자’ 라는 내용. 당연히 그대로 될 리가 없고, 이 세상의 끝이 다가왔음에 각종 범죄가 일어났다. 차관 개인에 대한 욕설과 비방도 이어졌고, 그건 바깥. 난민촌도 마찬가지. 쉽게 받아들일 수 없고, 왠지 그럴 것 같다고 생각은 했더라도 실제로 일어나면 다른 법이니까.
연방의회가 우리를 버렸고,
그 무능한 델타세븐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게 돔, 난민들 할 것 없이 모두의 통일 된 의견.
그러면, 날뛰자.
어차피 늦었다. 화염병을 던져가며 돔 게이트를 불사르고, 돔 내부에서도 하층민들이 총기를 들고 난사했다. 하루 동안 많은 혼란이 오고 갔다. 그리고, 우리가 돌아왔다.
사령부. 오른쪽의 국립묘지는 이제 없다. 갈아엎었다. 여기에 훈련소를 지을 계획이라고 한다.
정말, 하루 사이에⋯아니지. 도대체 그 사람은 어디까지 본 걸까.
고개를 젓는다.
틀렸다. 애초에 이걸 의도했다. 이걸 위해서, 목숨을 걸었고, 모두를 속였다.
여기에 다다르기 위해서.
사령부 앞, 연병장에 대령님이 오른다. 여전히 쓴 선글라스. 쓰지 말라니까.
하지만, 이게 나야 카린. 하고 웃으며.
“돔 주민, 그리고 난민 여러분. 네, 지금 이 대륙에 살아있는 모든 인류에게 인사드립니다.
저는 델타세븐의 사령관. 제이크 워커 대령입니다.”
“이미 들어 아시겠지만, 전임 사령관은 연방의회에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연방의회가 자신들이 선별한 3000명을 데리고 우주로 도피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델타세븐 휘하의 함대 2척은 그걸 저지하기 위해서, 그들이 도피 수단인 ‘아티팩트’를 탈취하기 위해 돔7을 습격했습니다. 다툼, 인간과 인간의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돔7을 습격한 4종 침식체에 의해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선글라스를 벗는다. 녹색 눈으로, 가슴을 친다.
“⋯⋯그리고, 나유빈 사령관 휘하 많은 장병이 죽었습니다. 돔5에 있던 연방 군인도 죽었습니다. 4종 침식체는 큰 충격을 받았지만, 건재한 상황입니다. 이게 지금의 상황입니다.”
“그래서 뭐야! 델타세븐!”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장본인들이!”
“명분만 있으면 된다는 거냐”
“그래서 어쩔건데에에!!! 4종 침식체!!! 이제 도미닉 중장도 없잖아!”
몰려든 이들. 난민, 돔 주민, 그리고 그저 이 상황을 즐기는 이들.
외침에 대령님은 한 차례, 숨을 들이쉰다.
“사정이 어찌 되었든 국가를 지켜야 할 군대가 그 수뇌를 공격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현재 이렇게 흘러갔습니다. 우리에게는 이제 남은 수단이 없습니다.”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꺼낸 것은 푸르게 빛나는 돌. 청금석보다 더 짙게 푸른데 투명하다. 루비보다 붉은데 흉흉하다. 제비꽃보다 짙은데, 선명하다. 아티팩트.
“이 손에 들린 것이 보입니까?”
“아티팩트입니다. 연방의회는 이 차원 이동에, 차원문을 여는 아티팩트로 돔7을 우주 센터화하여 도피할 생각이었습니다. 이건 그 중추석입니다.”
“저는 이걸로 지금도 돔7 주변을 배회하는 4종 침식체를 다른 세계. 이면세계로 쫓아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미 여러분도 의회와의 통신으로 전말을 들으셨겠지만, 이걸로 벌 수 있는 건 개체당 20년. 네, 고작 20년입니다.”
“여러분. 이제 우리는 도망칠 수 없습니다. 돔7은 파괴되었고, 그만한 식량 쉘터는 없습니다. 우리는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모두 다 함께요.”
“⋯⋯천장을 바라보십시오. 이것이 우리가 알던 하늘입니까? 우리 알던, 푸른 하늘은⋯ 상쾌한 비는 이런 게 아니었습니다. 바다를 바라보십시오. 이게 우리가 알던 푸르른 대지입니까? 아닙니다. 이딴 게 아니었단 말입니다. 그리고⋯”
시선을 던진다. 그건, 저편. 단상 저 너머. 돔.
“우리의 세계는 도대체 언제부터 이 원형 경기장 안이었습니까? 그리고 왜 바깥의 이들은 이 거짓 하늘 아래에 있지 않은데도, 침식으로 오염된 하늘을 봐야 합니까? 아닙니다. 절대, 결단코, 아닙니다. 우리의 하늘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푸르고⋯⋯! 누구에게나 똑같은⋯!!! 저희는, 델타세븐은 이제 이 아티팩트를 이용해 마지막 작전을 수행하려 합니다. 우리는 죽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살아가야 해.”
“살아야 해.”
“우리는 죽어서, 당신들의 20년을 벌겠습니다. 그러니, 이 천장과 벽을 허무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바란 하늘 아래에는 인간을 나누는 벽도, 비를 막을 천장도 필요 없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모두 하나가 되어 싸워가야 합니다. 도망칠 수 없습니다! 기술이라면 이미 준비되어있습니다. 남은 건 우리가 모두, 하나가 되어 껴안는 것뿐입니다.”
“여기 살아남은 인류가, 눈앞의 4종 침식체를 쓰러트리지 못하면 멸망하는 우리가! 전부입니다. 손을 잡아야 합니다.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돔의 외벽은 절대 4종 침식체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수 없어. 없습니다. 이제 우리를 지켜 줄 영웅은 없습니다. 도미닉 킹 레지날드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0.00001분의 레지날드 중장이 되겠습니다. 여러분이 그보다 낮은 레지날드 중장이 되어주십시오. 그렇게, 우리가 다 모으면, 2.0 아니⋯ 5.0이든 뭐든 더 높은 레지날드가 되면 됩니다.”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숙인다.
그 희생은 알고 있다. 비록, 내부에서 어떤 짓을 하였든 간에, 대중에게 있어서 ‘도미닉 킹 레지날드’라는 이름은 영웅의 상징이다. 멸망 직전인 4종 침식체를 바다로 처박은 인물.
인류의 영웅.
그러니, 우리도 그렇게 되자. 레지날드 중장. 영웅의 파편이 되어, 모두 모여, 결국에는 그 이상의 것을, 그 이상의 결과를 만들자.
“하나가 되어 싸운다면,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는 이 싸움에 죽을 겁니다. 하지만, 그다음의 저. 또 다른 누군가가 우리들이 벌어놓은 시간 위에서, 제 시체를 밟고 다음 세대를 위한 시간을 벌겁니다. 가혹하다구요? 아뇨, 인간은 늘 이래왔습니다. 우리는 늘 이렇게, 싸워왔어! 포기하지 마십시오, 싸워야 할 상대를 잘 보십시오. 우리는 늘, 세상과 싸워왔습니다. 눈앞의 인간과 맹수가 아니라, 껴안아야 할 이웃이 아니라, 세상과⋯! 세상과 싸워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단합하지 못하게 하는 것들, 그런 것들은 이미 죽었습니다. 악당 나유빈과 연방의회는 없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어떤 선택을 하든 강요할 수도, 수정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싸울 겁니다. 목숨을 걸고, 군인으로서, 이 땅에 태어난 하나의 인간으로서, 싸워서, 저 4종 침식체를 배제해서 20년의 세월을 벌겁니다.”
“다음 우리를 위한 시간을.”
“그러니, 여러분도. 부디, 소중한 이를 위해 조금이나마 더 긴 시간을 위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생각해주길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그 말이 끝나자, 한 사람이 단상 위로 걸어온다. 허름한 옷 차림. 뒤에서 여성과 여자아이가 옷깃을 붙잡는다.
“나, 나도. 싸우겠소. 제이크 워커 사령관. 나도, 싸우게 해주시오. 나는⋯⋯!”
“아빠, 안 돼. 아빠, 하지마⋯.”
“여보⋯.”
“나도, 이 딸 아이의 미래를 보고 싶소. 20년? 그럼 내 아이가, 어른이 되겠군. 좋소. 나도, 싸우겠소.”
“자, 잠깐, 이 새끼들아. 여태껏 돔이랑 저 델타세븐이 난민을 어떻게 대했는지 알면서⋯!”
“우리도 싸우겠어. 더 이상 이 돔이 아니라, 하나의 인류로써 싸운다는 거잖아!”
“너네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이거 다 그냥 개죽음으로 몰려고 하는 짓이야!”
“될 거 같아? 돔 새끼들이 우리를 받아들일 거 같아? 아니, 애초에 그런다고 우리가 헤헤하고 기어야 해?!”
“길 필요 없어. 우리는 다 같은 사람이야!”
“나도, 나도 싸우겠어. 여동생이 아파. 그것만 해결해 준다면⋯! 뭐든 좋아.”
“이 새끼들 미쳤네. 정신 차려!!! 저것도 다 그냥 정치적인 입에 발린 소리라고!”
“4종 침식체를 봤나? 그건 악마야. 내 가족, 내 아이⋯모든 것을 앗아갔지.”
“우리도, 몇 번이고 시위했어. 같은 인간이라고⋯이 벽을 진짜 허문다면⋯! 우리도 동참한다. 델타세븐!!!”
“이거 다 쇼야. 왜 몰라? 지능 떨어져?”
“누나를 구해 준다면, 나도 싸울 거야!”
“이 미친놈들아. 단 거 주면 그새 달려가서 핥아먹네!”
“어차피 이 짓 해봐야, 돔의 지배구조가 달라져? 돔 새끼들이 결국 좋은 자리 다 처먹고, 우리는⋯!”
“어떤 지옥이라도, 내 아이가 다음을 살아가는 지옥을 원해.”
“적어도, 우리는 안 버렸잖아. 함께 싸우자고 했잖아!”
“이거 선동이야 미친 새끼들아!!!”
“선동이라도 좋아!!! 적어도, 같이 해나가자고 해줬잖아!!!”
“이 언청이 새끼들이, 이거 주작이라고. 쟤네들이 진짜 너네를 생각할 것 같아? 복잡한 건 그냥 다 나중에 미룰 거라고!”
“하지만⋯! 그 썩은 동아줄이라도, 우리는 바랬다.”
“델타세븐!”
“델타세븐!!!”
“이⋯⋯!”
“델타 세븐!!!”
이것이, 통합 방위군의 발족이자.
연방군에 속한 이의 마지막 연설.
오퍼레이션 크로스로드.
핵을 맞아, 잠시 움츠러든 4종 침식체. 곧 일어날 4종 침식체를 이면세계에 처박기 위한 작전.
다음 4종 침식체가 깨어나기까지, 불과 20년밖에 안 되는 시간을 벌기 위한 작전.
이 세상.
세계의 수명. 20년을 늘리기 위한 작전.
그 시작.
D-day. 7.
대령님이 내려온다.
단상에서 내려와서, 그 어느 때보다 거친 숨을 내쉬며, 잔뜩 젖은 코트를 벗는다.
선글라스를 다시 쓰면서, 씨익 하고 웃는다.
“카린. 이런 기분이었나 보군. 사령관님은.”
“이렇게,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어야 해.”
나는 고개를 젓는다.
아니다. 그러길 바라며.
“그보다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한, 한 수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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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다음은 마지막 4챕터 입니다.
야호, 대회는 이미 끝났고
나는 분량을 지키지 못한 똥쓰레기 텍스트 싸개.
이 다음, 크로스로드로 이어지는 마지막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전 이 더럽게, 길고, 노잼이고, 아무도 안 읽는 이야기를 써왔어요.
열심히 해볼게요.
뒤늦게, 맞춰가느라 분량상 잘라낼 건 잘라내겠지만
그래도.
그리고 만약에 읽어주신 분이 있다면 정말 고마워.
기침이 안 멎어요.
열이 좀 높네요.
그리고 왜 로모가 금지어야....
늙은 어머니 차별이야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