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한 용병단 프론티어 팀의 사무실은 무너지기 일보직전인 창고에 있다.

그러나 허름하고 볼품없는 이곳에서도 '꿈'은 빛난다.

각자가 자신의 소망을 품고, 옹기종기 모여, 함께 나아가기 위해서.


이 이야기는 그런 희망찬 프론티어 팀의 평범한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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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마디에 스며드는 새벽의 한기에 눈을 뜬 리 더포는 오랫만에 동료의 체취를 느낀다.

출장을 나간 동료들이 밤중에 돌아온 것이리라. 아쉽게도 리 더포는 의수가 망가지는 바람에 며칠을 쉬어야 했다.

참 좁은 침대다. 지긋지긋한 가난은 소년소녀들을 침대 하나로 내몰았다. 리 더포는 한숨을 쉬며 이불을 찾지만 곧이어 포기했다.

마야가 이불을 번데기처럼 둘둘 두른 채 잠들어 있던 것이다. 대체 저 지저분한 이불이 뭐가 좋은지 꽁꽁 싸매고 있는지 모르겠다.

동료의 체온이 그리웠던 리 더포는 추위를 잊기 위해 곧바로 얼굴을 매끄러운 골짜기 속으로 밀어넣었다.



: 스읍 하, 스읍 하, 킁카킁카


:으음... 뭐하는거야아...


니나는 잠결에 반응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전직 스트릿 댄서. 뒷골목의 길거리 공연을 하면서 추파나 희롱에는 익숙해진 탓이다.

그녀는 또한 천사같이 고운 심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리 더포의 삼류 양아치 행각에도 그를 꾸짖거나 하는 일을 없었다.


: 우효~ 흑갸루 청순 빗치 실화냐고!~~ 이거 용병 복장 실격이라고wwwwwwww


그렇게 프론티어 팀은 서로의 체온을 의지한 채 아침을 맞이한다.





: 리-더 오빠! 일어나서 아침 드세요!


: 나는 리 더포야.


리 더포는 얕은 잠을 깨면서 흘린 침을 주물럭 주물럭 닦고는 곧바로 식탁을 향해 날았다.

마야가 방글방글 웃으며 모락모락 연기가 나는 달걀들이 담긴 접시를 내밀었다.


그러고 보니 라면이 다 떨어졌나 하면서 달걀을 잡는 순간


: 폭발!


: 으앗! 또 달걀을 렌지에 돌렸냐!


'폭발'에 꽂힌 소녀, 마야. 그녀는 카운터로서의 능력과 무기 뿐만 아니라 인생 전부를 폭발에 바친 듯 하다.

그녀의 폭발에 대한 집착은 집요해서 식생활에서도 달걀을 전자레인지에 돌린다던가, 박하사탕과 함께 탄산음료를 원샷하거나, 아이스크림은 무조건 파핑? 스타맛을 고르는 등 그 기묘한 취향은 민트초코만큼이나 이해하기 어렵다.


리 더포는 하는 수 없이 구석에 처박힌 꿉꿉한 시리얼을 꺼내들고 냉장고에서 우유를 찾아 말아먹기로 했다.

우유는 유통기한이 지났지만 다행히 상하진 않은 듯 하다.


: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라.


: 헤헤.


경고의 의미로 잔뜩 힘을 주고 대갈통을 쥐었으나 알아듣긴 한건지 헤실헤실 웃는 얼굴로 그릇에 우유를 받아마시는 마야.

그 모습이 영락없는 강아지 같아 리 더포는 피식 웃고는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후우.. 지랄견같은...


아침에 약한 니나는 이제서야 일어났다. 식탁으로 가보니 한 자리는 계란 폭탄으로 인해 완전히 엉망이 된 상태다.

리 더포와 마야는 시리얼을 먹고 있다. 니나도 시리얼을 먹으려 하나 우유는 이미 바닥난 뒤였다.


: 나 엄청 배고픈데...


: 숟가락 들고 그래놀라나 퍼먹으쇼.


: 우우....


: 아 꼬우면 일찍 일어나던가 ㅋㅋ


니나는 살짝 뾰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실실 쪼개던 리 더포는 곧이어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체중이 하반신에 직격한 것이다.


: 으억 으허억 어흑


니나는 리 더포의 허벅지에 완전히 걸터앉은 채 그의 그릇을 빼앗고는 시리얼을 부었다.

리 더포는 부드러운 충격에 온 몸이 들썩였지만 댄스로 단련된 니나의 균형감각을 이길 순 없었다.


: 으읏 으으읏 응 응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마야는 어안이 벙벙하다가 곧 싸늘한 표정을 지으면서 중얼거렸다.


: 리얼충 폭발해-


: 응긱


프론티어 팀 파란의 식사가 끝나고 식탁에 남은건 터진 달걀과 아침을 하얗게 불태운 청년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