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리플레이서 킹을 혹은 나유빈을 따랐으면 지금쯤 자기가 열심히 휠체어를 끌고 온 길에 있는 저 전쟁 종식영웅 유미나 기념관 대신에


리플레이서 대전의 위대한 영웅 카운터 주시윤 컨벤션 센터가 들어서있지 않았을까.


오늘따라 그날처럼 밝게 떠오른 보름달을 바라보며 주시윤은 생각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맞후임이 관리국에 취임한 덕에 카운터 1급 장애인 연금을 타먹고 있긴 하지만


예전 현역 카운터일때 받던 임무 수행비에는 턱없이 모자라서 집도 좁은 곳으로 옮겨야 했다.


원래 살던 집은 퇴원한 유미나 언니의 퇴원선물로 자취방이 되었다고 들었다.


아포칼립스 편의점에서 사온 컵라면에 물을 붓던 와중 어디선가 퀴퀴하고 구릿한 냄새가 올라온다.


몸이 불편해서 얼마간 청소하지 못한 방 냄새인가 했지만 이내 자신의 깁스한 발에서 올라오는 구수한 똥냄새임을 알아차렸다.


수발 들러 오는 스승님 없으면 제대로 닦지도 못하는데 이 년은 요즘 찾아오지도 않는다. 알트소대 잡년들은 리플레이서 사태 이후로 연락도 받은적이 없다.


그때 밖에서 자신이 입에 달고 살던 그 단어 - 대충~ 대충~ - 이 들려온다.


유미나가 자신은 재능이 없니 어쩌니 대충대충 살고 있다고 기만하며 힐데와 같이 코핀 함 내를 돌고있다.


몇년전 그 꼴을 봤을때 야 이 썅년들아 나는 이꼴로 만들어 놓고 니들은 클리포트 인자 막 쳐 쓰고앉았냐고 쌍욕을 박고 싶었지만


그것은 자신의 지난 삶을 전부 부정하는 것이기도 했거니와, 그럴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에 주시윤은 말을 삼켰었다.


한 눈을 잃었던 이수연이 사장님에게 각성 슈트를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사장님을 찾아갔지만 면회조차 허락받지 못했던 때가 기억났다.


이런저런 상념에 잠겨 서글프게 웃으며 다 익은 컵라면을 들었다.


밝디밝은 보름달과 방한구석 먼지 쌓인 카운터 무공훈장을 번갈아 보며 주시윤은 나지막히 말을 뱉었다.


리플레이서 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