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용병이었다.


약혼녀가 돈 떼먹고 날랐다는 그 놈도 용병이었다.


그리고 그 약혼녀는 카운터였다.


그 놈은 자기를 빚더미에 앉혀놓고 도망친 그 년을 반드시 잡아 족치겠다는 생각으로 용병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뭐, 실제로 만나더라도 까짓 용병 따위가 카운터를 뭘 어쩔 수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진 않았다.


대신 우린 그 녀석에게 카운터랑 자면 어떠냐는 둥 짖궂은 질문만 던졌다. 너무 조여서 잘리는거 아니냐는 말도 항상 나오는 소리였다.


그럴 때마다 놈은 그년은 허벌이라 아무 문제 없었다는 대답으로 폭소를 이끌어냈다.


사실 그런 태도는 허세에 가깝긴 했다. 한 번 녀석이 술자리에서 별안간 질질 짜면서 감상 어린 소리나 늘어놓은 일이 있었다.


그 년이 하모니카를 잘 불었다나. 오랜만에 연주가 너무 듣고 싶다나. 


당연히 바로 다음날부터 그 놈을 놀릴 최고의 농담거리가 됐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녀석은 그 말만 나오면 입을 싹 닫고 정색해버렸다. 우린 재미있어서 더 놀렸지만.


어쨌든간에 그 놈은 괜찮은 녀석이었다. 그래서 다들 그런 쓸데없는 농담이나 하며 진짜 문제는 입에 올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까 이면세계는 용병이든 카운터든 위험한 곳이다. 용병보다야 덜하겠지만, 알고 있잖은가. 이런 위험한 곳에서 일하다 보면 카운터도 으레......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적당한 심도에서 그리 위험하지 않은 침식체 떼를 만나 순조롭게 채굴을 진행하고 있었다.


꽤 운이 좋은 날이라고 생각했다. 침식체를 모두 죽이고 이터니움을 캐고 있는데, 별안간 뒤쪽에서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그 놈이 한 침식체 시체를 뒤지다 무엇을 봤는지 혼절할 것 같은 표정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말릴 틈도 없이 절벽으로 마구 뛰어가더니 몸을 날렸다. 우리는 어안이 벙벙해 아무도 움직이지 못했다.


한참이 지나고서야 절벽 아래서 퍽, 하고 뭔가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멍하니 녀석이 뒤지던 침식체 시체 앞으로 걸어가 내부를 뒤적거렸다. 그리고 오른쪽 가슴에서 상박 사이 몸 속에, 자그마한 물체가 박힌 것을 발견했다.


낡아빠진 하모니카 하나였다.


여전히 우리 중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을 이해 못한 녀석은 없었다.


알고 있잖은가. 이런 위험한 곳에서 일하다 보면 카운터도 으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