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오지마!"

겁에 떨리는 소녀의 눈동자

그에 비친 다가오는 그림자 


스르륵.... 스르륵..

바닥에 끌려오는 기다란 핏자국 


 "으긋. 아파.. "

벗어나려는 소녀의 발버둥에 미동도 하지않는 돌무더기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제발 살려줘 !!"

공포에 질린 소녀의 얼굴

그에 비친 일그러진 표정 


 "괴... 괴물! 꺄아아아악!"

콰직

.....

...

..


" 야야 잠깐 여기봐봐. "

" 뭐야뭐야 뭔데? "

 불러세운 소녀의 손짓에 떠들며 복도를 지나가던 소녀의 친구들은 의아해하며 멈춰섯다. 


" 좆같이 생긴 새끼 또 저러고 있다! "

" 으.. 개역겨워. "

" 지 혼자 열심히 하는척 토나와ㅋㅋ "

키득키득 웃어대는 학생들의 이어지는 험담들


" 그거 들었어? 앞자리 얘가 지우개 주워달랬는데 존나 째려봤대. " 

" 말도 없이 음침하게 있는게 소름돋는다니까. 성대가 없는거 아냐? " 

" 저번에 어떤얘가 뭘좀 물어보니까 개띠꺼운 얼굴로 답도 없는 쓰레기랬잖아ㅋㅋ " 

" 그 특유의 띠꺼운 표정으로? 어떡해 상상만 해도 극혐이다... "

건너건너 들어온, 소문의 진위를 가릴수 없는것들까지,

소녀와 친구들은 재수없는 행동들을 마음껏 씹어대며 웃어넘겼다. 


" 너희들 점심시간 다 끝나가는데 거기서 뭐하냐! 당장 교실로 안들어가? "

갑작스레 나타난 교감의 호통에 '퇴물년' '마귀할매' '언젠가 사퇴시킬테다'등을 외치며 흩어져 도망치는 학생무리,

해산한 학생들을 보며 한숨을 내쉰 교감은 열려있는 문을 잠그기 위해 단련실 내부를 살폈다. 


후웅 후웅 후웅

일정한 간격

반복된 흐름

쉼없이 휘둘리는 죽도와 고된 훈련에 힘겨운지 일그러진 표정의 남학생.

찌그러진 남학생의 얼굴은, 좋게말해도 바퀴벌레같다 라고밖에 말할수 없었다.

" 어이, 점심시간 끝나간다! 정리하고 나와! "

  쩌렁쩌렁 울리는 그녀의 외침에, 남학생은 서둘러 활동복을 갈아입었다. 


" ... "

딱히 혼내는것도 아닌데 잔뜩 움츠러든 남학생은 보기만해도 ..҉t҉a҉k҉ q҉a다v҉l҉


" ..너는 왜 그 녀석들에게 당하고만 있는거냐. "

그녀는 뭇내 답답한 마음에 입을 열었다. 

일일이 학생들에게 신경쓰는 교감은 아니었지만, 그런 그녀에게까지 들려오는 왕따이야기

아카데미 교사들 사이에서도 꽤나 오가는 이야기였다.


" 사내자식이라면 적어도.. "

따지듯이 말하려던 그녀는 겁먹은듯 경직된 남학생의 모습에 중단됐다.

남학생의 찡그린 표정에 임무중 말안듣던 신병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주먹이 올라가 있었다.

보기만해도 짜증나는 얼굴에 무심코 싸다구를 날릴뻔한 그녀는 황급히 주먹을 내렸다. 


" 읏? 이건.. 그.. 미안하다... "


 고개숙여 인사하고 떠나는 남학생 뒤로 문단속을 하던 그녀는 방금전에 보았던 검의 궤적을 되새겼다.

수십 수백만은 반복했을 동작은 기본에 불과하지만 제법 가닥이 잡혀있었다.

 거기에 카운터 능력인지 뭔지모를 기괴한 힘.

최면이나 인지조절에 강한내성을 가진 그녀에게도 불쾌감을 줄정도로, 인식개변에 가까운.. 


' 관리자 녀석에게 이야기 해둘까? '

잠시간 생각에 빠져있던 그녀는 곧 고개를 저었다. 어떠한 노력을 한다해도 기껏해야 C등급에도 못미치는 CRF.

「인자」라도 가지고 있지 않는한 앞으로의 게임에 변수가 될수 없었다.

...

..


교실에 들어온 남학생을 반기는 따가운 눈초리

그가 자리에 앉자 옆자리의 학생이 책상을 반대편으로 당겼다.


" 으윽 땀냄새 나니 좀 떨어져 줄래? " 

그녀는 헛구역질을 하는듯 제스쳐를 취하고는 친구들과 키득거렷다.

남학생이 조금 쳐다보자 더욱 신나서 신랄하게 입을 놀린다.


..언제부터 였을까? 그를 괴롭히는게 즐거워 진건?

학기초 마음에 안들던 얘에게 악담을 퍼붓다 제지 당했을때?

내숭떠는 여교사에게 꼽주다가 그에게 뺨을 맞았을때?

마침내 짜증나던 년을 전학가게 만들고 s҉을 봤을때? 


저녀석의 좆같았던 k҉ .. 스런 "҉w҉l҉s҉굴 이 잊혀지지않는다. 


저새끼 때문이야 t҉j҉k҉ q҉띠 f҉k҉n҉의 저새끼 a҉d҉ 이야.


" 자자 떠들지 말아주세요.. 오늘은 최근 자주 발생하는 대규모 이면침식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해요. "

스크린을 펼치고 자료들을 하나씩 띄운 교사는 긴 막대기로 화면을 가르키며 수업을 시작했다. 


" .. 그러므로 현실의 이면세계화는 카운터의 CRF, 즉 현실개변력의 각성에 영향받지만 예외로.. " 


" 교사 선생님! "

쾌활한 목소리로 그녀가 손을들자 교사의 눈이 불안하게 떨린다.

갑작스런 부름에 멈춰진 수업은 이윽고 완전히 박살나 버렸다. 


" 그런 초등생도 아는 지루한 이야기는 때려치우고 자습이나 시켜주세요. "

잠깜의 정적과 이어 들리는 학생들의 키득거리는 소리에 교사의 얼굴이 붉다 못해 터질듯이 빨개졋다.

그녀는 교사의 반응 따위 안중에도 없이 옆자리 남학생의 반응을 확인했다. 


de҉all҉s҉ 

아직 부족해.. 


"말이 어려웠어요? 그냥 제가 좀 졸리니 입다물고 나가달란 이야긴데.. "

의자를 밀치고 일어난 남학생이 그녀에게 다가섯지만 오히려 헐레벌떡 끼어든 교사에 의해 제지되었다. 


"그.. 괜찮아요. 수업이 졸릴수도 있죠. 제가 더 신경써야 했는데.. "

교사는 훌쩍이면서도 필사적으로 그녀의 심기에 거스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이사장의 손녀, B등급 최상위 학생인 그녀는 교사들이 손댈수 없는 존재였으니까. 


노려보는 남학생의 얼굴에 그녀는 오히려 모르겠다는듯 으쓱 손을 올렸다. 


" 왜그래? 교사님이 잘못했다는데, 왜 그렇게 좆같은 표정이야? ..오히려 너가 반분위기를 망치는거 몰라? "

주변을 둘러보라는듯 눈을 돌리는 그녀.



 증오

 혐오

 불쾌 


" 여기엔 너를 필요로 하는사람은 아무도없어." 

심지어 교사마저도 짜증스러운 눈으로 그의 얼굴을 흘깃 보고있었다. 


" 누구도, 개좆같이 생긴 너를 좋아하지 않거든. "

그녀의 말에 남학생의 표정은 점차 구겨져간다. 


그래, 바로 그  s҉s҉이야

어떤것보다, 심지어  t҉j҉ 보다도 기분 나쁜  


h҉증e҉나 

Ct҉오l҉h҉ 스러운 

qn오러운


저                             

                                            

            얼

                      


                                      다신  

               볼 

                 

                    수없

                                        

    도록

                           그를

                                             

                               여

                 

                                   

                 

                                                       

                                         

         

                                              


그녀의 발밑에서부터 부셔지듯 세상이 물들어 갔다.

.....

...

..

.


 s҉ r҉ ҉d҉ 

그의 주변엔 적은 무리가 있었다.

소년의 표정은 풍부했다


 ..҉t҉j҉f҉k҉ q҉k҉f҉  

그의 주변엔 몇몇 밖에 없었다.

소년의 표정은 어두웠다


 de҉

그의 주변엔 아무도 남지않았다.

소년은 표정을 지을수 없었다


널 필요로 하는 사람은 없을꺼야

소년은 죽도를 휘둘렀다


널 좋아 하는 사람은 없을꺼야

소년은 죽도록 노력했다


"괴..괴물! 꺄아아아악!"

콰직 


 교실 주변은 침식체의 시체만이 널부러져 경보음만이 적막을 깨고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면세계화에서 무사히 벗어난건지,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남을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목에 새겨진 상처는 상당히 깊은지 그가 숨을 헐떡일때마다 울컥불컥 피가 터져 나왔다.


  후두둑..

 무너진 잔해를 지탱하며 기절한 그녀를 꺼내려했지만, 돌덩이들 틈새에서 꺼내기란 여간 쉬운일이 아니었다.

설령 구해낸다 한들, 아카데미 외부에서 괴성을 지르는 침식체 사이를 뚫고 벗어날 방법 또한 없었다.

그의 힘으론 단지 더이상 무너지지않게 버티는게 전부일뿐.

남학생은 마지막까지 버티고 버티다 잔해와 함께 무너져 부셔졌다. 

....

...

..


똑똑

허리까지 뻗은 분홍빛 장발, 특이한 푸른색 복식을 입은 장신의 여성은 노크를 한뒤 병실문을 열었다. 


" 몸 조리는 잘하고 있었나 소년? "

장신의 여성은 가져온 과일바구니를 내려놓으며 안경을 쓴 소년의 상태를 살펴봤다.

구출당시에는 복합골절과 출혈로 목숨이 위험했지만 지금은 그런대로 회복한 모양이였다. 


이면침식화 당시, 구호요청을 받은 여성은 때마침 아카데미 근처에 있던 강력한 카운터와의 협력으로 낙오된 두명을 아슬아슬하게 구할수 있었다. 


 여성은 남학생을 살피다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면세계화된 침식지대 정화 이야기

다른 안전지역에서 이전 아카데미 그대로 수복시켜 수업중이라는 이야기

말썽이던 그녀를 결국엔 관리국에서 맡기로 한 이야기


" 어디서 침식의 영향을 받은건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면침식의 원인이된 그녀는 인식조작에 매우 취약한 타입이더군. "


 여성의 이야기가 계속됨에도 남학생은 슬픈 얼굴로 태블릿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아카데미 에타가 켜진 태블릿엔 남학생의 이름이 검색되어 있었다.


 < 사실 이면화 원인은 양한솔 그새끼가 폭주해서 일어난거임 >

 < 좆같이 생긴새끼 내 그럴줄 알았다 ㅋㅋㅋ >



 " 한심하군. 짜증이 난다. "

수백 수천번을 들어온 매도하는 목소리.

더이상 불쾌함도 느낄수 없는 남학생은 고개를 떨구었다. 


 " 고작, 저런 것들에 주눅들어 있을건가? "

굳은살이 박힌 투박한 손이 태블릿 화면과 얼굴 사이를 가로막았다.

그대로 턱을 붙잡혀 들어올려진 소년의 눈앞엔, 한치 흔들림 없는 파란색 눈동자가 그를 꿰뚫듯 쏟아졋다.


 " 잊지마라 자세는 언제나 곧고 바르게,

흐트러져 있으면.. 기사의 위엄이 살지 않아. " 

여성은 힘을 전하듯 강하게 소년의 등짝을 후려갈겼다.


 " 마지막까지 포기 않고 노력하던 네녀석은, 최고로 멋있었다. "

 그것은 안경쓴 소년이 받은 첫번째 칭찬이었다.

...

..



 " 조디악나이츠 블루시프트에 입단한걸 환영해! "

 "우리단장이신입대원을대려온다했을땐몰랐는데설마그게남자일줄은상상도할수없는일이지드디어우리기사단에도잡역아니남성대원이생겨기쁘군큰역할울해줄거라믿는다우리조부님께서도기사단에처음들어갔을때잡일부터.. "


 깁스된 손을 붙잡고 몇번이나 휘젓는 검은색 포니테일의 소녀, 기사단의 역사를 알려준다며 몇십분째 그를 새워두는 금발의 여성.

퇴원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소년의 얼굴이 고통으로 조금 일그러졌지만, 기사단의 누구하나 신경쓰지않고 웃고 떠들었다. 


번잡스러운 환영회가 끝나고, 조디악나이츠의 리더인 그녀가 앞으로의 일정을 설명하자 소년은 말없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보다시피 우리 기사단엔 특이한 녀석들뿐이니. 조금, 많이 못생기고 목소리가 없는건 별일도 아니야. " 


소년의 목은 잔해에 짓뭉게진채, 오랜시간 침식파의 영향을 받아 완치가 불가능했다.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한, 소년은 앞으로 목소리를 낼수없었다. 


 " ...이렇게 만든 그녀석들이 원망스럽진 않나? " 


소년은 소리가 나오지 않는 성대 대신에 태블릿에 글자를 써내려갔다. 


< 괜찮아요. 어차피 제 목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도 없을테니까요. > 


 " 하, 그래 소년.  듣지않아도.

너의 그 답답하도록 성실하고 친절한 목소리가, 아주 잘 들리는군. "

 안경을 쓴 소년은 누구보다도 밝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