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다가오자 퀴퀴한 냄새는 사라지고 산뜻한 봄바람이 코끝을 감싼다. 앞으로 누구보다 피 튀기는 전장에 설 그녀는 봄바람을 불러오는 사람이었고 나는 또각또각 나를 향하는 발끝부터 올곧은 눈동자까지 천천히 시선을 올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아저씨! 아저씨도 물건 보러 오셨어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러자 그녀의 입가에 작은 웃음이 걸렸다. 이런 거리에서 웃음은 치명적이다. 특히 나같은 쑥맥들에게는... 그녀는 몸을 빙글 하고 가볍게 돌리고서는 내가 아까 다녀왔던 스테디셀러들이 모인 곳으로 걸어갔다.

 

“그러면 제가 무기 고르는 거 도와주실래요? 검이랑 같이 쓸 물건을 찾고 싶어서요.”

 

“어디서 잘나가는 척 하고 다니냐?”

 

카운터에서 다시 매서운 눈초리가 느껴졌다. 늙은이의 시선에 뒤통수가 얼얼하다. 하지만 나는 결백하다. 싸움에 대해서는 딱히 말한 게 없다. 애초에 나는 총을 쥐고 뛰는 방법,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대치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고 있지 이런 저런 무기에 통달한 인물이 아니다. 그렇지만 내 발은 이미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여자한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속물이라고 욕해도 할 말이 없다. 사실이니까.

 

“검이랑 같이 쓸 물건이면 권총 어때. 아니면 방패나...”

 

그렇게 말하면서 소녀의 가녀린 팔을 힐끔 쳐다봤다. 권총은 어때 라고 가볍게 이야기했지만 권총이라는 물건도 한 손으로 쉽게 쏠만한 것은 아니다. 잘못 파지하거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사하면 손목이 꺾일 수도 있는데...

 

“팔은 왜 힐끔 보세요? 권총 한 손으로 쏠 수 있어요!”

 

말과 동시에 총을 집어 드는 소녀, 총을 하늘로 향하게 잡기는 했지만 위험한 짓이기는 했다. 내가 살짝 놀라자 카운터에서 고함이 날아왔다.

 

“야! 노닥거리면서 가게에 바람구멍 내지 마! 저기 사격장에서 쏴보던지!”

 

성난 목소리에 이번에는 소녀가 움츠러들었다. 총을 조심스레 내려놓은 그녀는 움츠러든 상태 그대로 방패를 찾아 다른 선반으로 살금살금 걸어갔다.

 

이 후 그녀를 따라 여러 선반을 함께 걸었다. 웃기게도 총포상이지만 작은 방패, 큰 방패, 침식전용 방패와 같은 물건들도 여럿 구비되어 있었고 그녀와 나는 이 물건 저 물건을 함께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보통은 훈련받을 당시의 기억, 침식체와 싸웠던 기억, 용병들에게 교육받았던 기억에 대한 이야기였다.

 

‘보통 화력만 좋은 폭탄을 챙기는 놈은 일찍 죽는다.’

 

내게 그 말을 했던 자칭 실력파 용병은 1종놈들에게 둘러싸여 머리부터 다리까지 말 그대로 오체가 분시 되었다.

 

‘결국 전쟁은 검증된 병기들이 이뤄낸다.’

 

강인한 방패와 오래된 권총을 든 블랙타이드 용병은 도심에 떨어진 2종 침식체의 돌진에 그대로 받혀 방패채로 박살났다.

 

‘강한 사람이 살아남는 게 아니고 살아남는 사람이 강한 거다.’

 

이 말을 하고 1종 침식체와 2종 침식체가 몰려오자 용병무리에서 혼자 빠져나가 도망쳤던 비열한 놈은 끝내 시체도 찾지 못하고 실종처리 되었다.

 

나는 그들이 죽었다는 이야기만은 뺀 체 그녀에게 이런 사람이 있더라 저런 사람이 있더라 식으로 이야기를 해줬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모든 선반을 둘러보고 카운터 쪽으로 향하기 전 멈춰서 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아저씨는 어떤 물건이 좋다 생각하는데요?”

 

“나는...”

 

그녀의 질문에 잠시 멈칫했다. 한 번도 나는 어떤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입에서 다음 말이 나왔다.

 

“믿음이 가는 물건이 제일이지. 손에 쥐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는 물건들, 그런 게 사는데 도움이 돼. 내 멍청한 머리깡통처럼 말이야.”

 

그녀는 잠깐 멍하니 나를 쳐다봤다. 내 대답이 그렇게 이상했나? 하지만 이윽고 웃음을 지었고 다시 몸을 돌려 카운터로 향했다. 그녀의 산뜻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가벼운 목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사려는 물건 있던 거 아니었어요? 빨리 계산하고 나와요. 같이 구경해주셨으니까 아이스크림은 제가 살게요.”

 

그렇게 말한 소녀는 카운터의 늙은이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먼저 밖으로 나갔다.

 

“빨리 계산하고 나가. 그리고 다음부터는 물건 안사면서 여기서 노닥거리지 마라.”

 

늙은이의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대답이 마음에 들었나, 내가 들었으면 갸웃했을 거 같은데...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지갑에서 돈을 꺼냈다.

 

“반은 다음에 낼게요.”

 

“다음에는 거래처 명함도 가져와라. 네 시체 수거해오라 하게. 빨리 꺼져.”

 

퉁명스러운 목소리를 뒤로 한 채 탄약상자를 집어 들고 총포상의 문을 밀었다. 따뜻한 햇살 아래에 왠지 앞으로 더 얼굴을 볼 거 같은 소녀가 나를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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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솔져 옹호 소설이 되어간다


근데 나는 에디 스킨꼈을 때 파편 2개 안나오는 버그가 픽스가 안되서 불만인 사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