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소총병이야기 적어야하는데 일 끝나고 접속하려니까 패치 시작해서 화나서 그대로 엘소드 이야기 적는다.

 

그랜드체이스가 망해갈 때 엘소드가 클로즈베타를 시작했다. KOG에서는 엘소드가 그랜드체이스와 유사성을 띈다 정도로만 표현을 했고 유저들은 엘소드에 나오는 빨간 대가리 엘소드(주인공)을 보고 엘리시스의 남동생인가! 하는 생각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KOG놈들은 그랜드체이스를 완전히 똑같이 또 우려먹었다. 검사, 마법사, 궁수라는 조합에 빨간 대가리, 노란 머리, 개꼴리는 마법사를 기본 캐릭터로 내세웠고 그 당시 자유게시판과 네이버 지식인은 “이 게임 그랜드체이스 짭인가요?” 로 도배되고는 했었다. 어쨌든 그런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후에 그랜드체이스를 망하게 만들어버리는 개같은 레벨디자인과 맵디자인의 선구자가 이 게임이 되었다는 것이다.

 

게임은 조금 특이한 형식으로 되어있었다. 하나의 큰 던전을 길을 골라가면서 진행하고 선택한 길에 따라 맵 배치나 적의 구성이 달라지는 구조, 거기에 스토리를 부여해줬고 유저들에게 던전을 진행하는 목적을 보여줬다. 게임은 아기자기한 카툰그래픽으로 그려졌고 그랜드체이스에 질린 유저들은 엘소드로 다량 넘어갔다.

 

하지만 엘소드도 그랜드체이스와 마찬가지로 레벨디자인을 완전히 조져놨다. 당장 10레벨에서 15레벨로 넘어가는 타이밍의 어두컴컴한 숲 맵은 난이도가 뭣같이 높아서 가까이서 칼을 휘두르는 빨간 대가리는 몇 대 맞으면 골로 갔고 궁수나 마법사는 단 2대면 황천길 급행열차를 타고는 했었다. 여기를 깨서 넘어간다고 해서 문제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전직을 하기 위해서는 성 던전을 깨야 했는데 여기는 혼자서 깨면 죽었다 살아났다를 반복해야했거나 다같이 우르르 가서 다같이 깨지는 것을 반복해서 겨우 깨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어려운 게임은 망했을까? 의외로 망하지 않았다. 지난 편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류금태는 씹덕들의 니즈를 잘 알고 있었다. 게임 스토리 진전은 1도 없지만 아바타는 찍어냈고 그랜드체이스에서 꿀좀 달달하게 빨았던 pvp를 살려보고자 동분서주하면서 pvp대회를 열기도 했었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아바타는 일반, 레어 아바타와 같은 다양한 아바타가 나오기 시작했고 후에 이야기할 클로저스에서 나올 통돌이의 전작 빙수까기와 같은 것들이 나왔다.

 

그러면 나는 개껄리는 마법사를 키웠을까? 놀랍게도 나는 여기서도 전사를 키웠다. 이번에 빨간 대가리는 여캐도 아니고 남캐였다. 그런데도 키웠다. 나는 진짜 검을 들고 뛰어다니는 게 좋은 모양이다. 어쨌든 나는 엘소드를 그 당시 구리다는 매직나이트로 전직시켰고 구리다는 욕을 들으며 플레이하다 접었다.

 

그리고 한차례 복귀를 했는데 그게 엘리시스 다크어벤저였나 다크나이트였나 업데이트를 하고였다. 분명 내 몸은 아이샤의 트윈테일 마법소녀를 갈구하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리고보니 내 캐릭터는 이미 다크어벤저로 만렙을 찍은 상태였다. 역시 개꼴리는거랑 내 손이 따라주는 것은 다른 모양이다.

 

엘소드는 그 이후로 쭉 하향세다. 사실 나는 연어로 20대의 중반을 지나는 지금도 가끔 들어갔다가 나갔다가를 반복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엘소드는 내가 들어갔다 나갔다를 함에도 전혀 변하지 않는 푸근한 시골집같은 게임이었고 아직도 1도 변화 없이 옛날에 뺑뺑이 돌던거나 계속 돌고 있다고들 한다. 어쨌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아이샤 트윈테일 마법소녀를 키우고 싶지만 아마 그 전에 결혼하고 이런 게임을 그만두지 않을까 싶다. 엘소드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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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도 대충 휘갈겨 씀


사실 엘소드 그렇게 오래 해보지 않았어 연어라서 늘 찍먹하고 만렙찍고 접고 찍먹하고 만렙찍고 좀 하다가 접고 반복했지


근데 나는 여기서도 류금태와 KOG의 스타일이 눈에 보이더라. 카툰그래픽, 2d로 보일 수 있는 그 당시의 맵구성과 기술력, pvp와 pve에서 스킬 성능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pvp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도 느꼈고, 음악에 대한 투자도 적지 않았다는 것을 느낌.


애초에 그 당시에는 스토리있는 게임이 크게 없었지. 메이플스토리도 스토리 없이 그냥 모험가고 목적을 내가 찾아서 부여하는 느낌이었고 던파도 맵 구성을 보면 스토리가 있음을 알지만 많이 숨겨놓는 전형적인 아케이드게임 방식이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얘들은 스토리를 부여하려고 꽤 애를 썼고 더 나아가서는 코믹 메이플스토리로 재미를 본 넥슨을 보고서 자기들도 만화, 애니메이션, 상업상품에 손을 뻗고 싶었다는 의지를 보였지. 단지 게임이 어려웠고 애들이 할만한 게임이 아니었다는 것 뿐임. 거기에 말은 안했지만 씹악질인 캐시시스템, 스킬을 돈주고 산다던지 스킬칸을 열기 위해 돈을 써야한다던지 이런 것들도 말이 많았고.


이런거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엘소드는 그 당시 예쁜 그체였음. 진짜 예쁜 그체, 어려운 그체정도. 그체는 그 당시에 한참 게임을 쉽게 만들면서 캐릭터를 막 찍어내던 시절이었는데 그런다고 뉴비가 들어오나 고인물게임에... 결국 캐릭터장사하다가 망했지. 망할때 캐릭터가 20개가 넘었던가? 그랬던거로 기억함.


아마 엘소드도 말은 안했지만 비슷한 루트를 타고있지 않나 생각해. 컨텐츠적으로 발전이 크게 없고, 신규 유입은 이미 입문하기 어려운 고인 게임구조에, 캐릭터성으로 승부하는 게임인데 요즘 선택지가 너무 많잖아? 그래픽적인 아쉬움도 있고.


커츠펠에 대해서 외전으로 한 편 쓰지 않을까 싶은데 커츠펠은 류금태의 게임은 아님. 하지만 류금태가 있고 이어온 KOG의 게임 형식이 커츠펠에서도 눈에 보인다고 생각해서 없는 폰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할 예정이니 읽어주면 좋겠음.


어쩌다보니 후기가 더 길어진거같은데 아무튼 지난번에 읽어줘서 고맙다. 그체 이야기가 내 소설보다 더 인기좋을줄 몰랐음. 한편으로는 다들 그체를 즐기고 여까지 넘어온거도 놀랍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