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로그: https://arca.live/b/counterside/25188927


1편 https://arca.live/b/counterside/25256205


역시 난 장편이랑 안 맞아

ㅗㄹ라씨발 쓰다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대회 터진 거 아니지? 믿는다 엌ㅋㅋㅋ






"일 잘 하네~ 이 정도면 아예 가게를 맡겨도 되겠는걸?"


"과찬이세요."


"아주머니! 저는요?"


"물론 우리 예나도 열심히 했지!"



떠들썩한 저녁의 서울 거리에 길게 늘어선 포장마차들. 그 중 한 포장마차에서 알렉스와 예나가 열심히 핫도그를 만들고 있었다.


불미스러웠던 알렉스의 첫 일 탐방이후 그녀는 자신과 예나가 함께 일할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발품을 팔았고 다행히도 한 포장마차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 하더라도 사람의 입맛은 그리 쉬이 변하지 않았고 덕분에 음식점들은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을 수 있었다.



처음 알렉스가 왔을 때는 처음 보는 사람을,그것도 한 쪽 팔이 없는 사람을 어떻게 믿냐며 잡일만 시키던 주인이었지만

알렉스의 불안정하지만 강력한 능력에 대한 자기 보호와 그녀의 사근사근한 성격에 포장마차의 주인은 그 마음을 연 것이다.


결국 이제 계산을 하며 손님들과 대화를 해주는 것이 주 업무가 되고 있었다.


어찌보면 주도권이 넘어간 셈이지만 본인은 허리도 편하고 좋다며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알렉스는 외국인인 것 같은데 우리나라 말 참 잘하네~어디서 배운 거야?"


"음. 아는 사람한테 적당히 배웠어요."



자신을 만든 이한테 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알렉스를 비롯한 프로젝트의 클론들은 전세계에 출하되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태어날 때부터 기본적으로 모든 언어모듈을 탑재한 채 태어났다. 따라서 한국어는 물론 어느 나라에 떨어지더라도 그 나라의 말을 유창하게 할 수 있었다.



몇 시간동안 핫도그를 꾸준히 팔던 중 거리의 사람들을 쳐다보던 주인이 말했다.




"그건 그렇고 역시 태스크포스업계는 위험천만하구만~늘 보이던 얼굴들이 달라지니 원. 다 죽거나 다쳤겠지. 뭐가 좋다고 그렇게 위험한 곳에 덥석덥석 들어가는지 몰라. 목숨이 아깝지도 않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일이니까요."




알렉스가 소세지를 능숙하게 구우며 말했다. 하지만 주인은 그녀의 말이 탐탁찮은듯 계속해서 말했다.




"아니,그래도 봐봐, 그런 일을 해 줘도 결국 죽는 건 나잖니. 게다가 내가 죽으면 슬퍼할 사람도 생각안하고 먼저 가버리는 건 조금 이기적이지 않니? 아무리 세계를 위해서니 뭐니 해도 그런 건 결국 개죽ㅇ-"





탕!



갑자기 큰 소리와 함께 알렉스가 굽고 있던 소세지들이 사방을 날았다.



"어이구,알렉스. 괜찮아? 기름이라도 튀었니?"



자신을 걱정하며 내민 주인의 손을 알렉스는 자신도 모르게 뿌리쳤다. 하지만 이내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고 바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살짝 감정이 격해져서."


"응?"


"그게....친한 친구가 있었거든요. 침식체랑 싸우다 죽은 친구가."





주인은 자신이 방금 한 말이 알렉스한테는 상처였음을 깨달았는지 손을 흔들며 연거푸 사과했다.




"어이구,미안해,알렉스. 내가 또 정신도 없이 막 떠들었네."


"아뇨...저야말로 함부로 반응해서 죄송합니다. 그러면 안됐는데."


"어휴~됐어됐어. 누가 친구욕하는데 가만히 있으면 그건 친구도 아니지. 그래서 그 친구는 혹시 어떤 친구였는지 물어도 되니?"


"하지만 가게가...."


"지금은 한가할 때니 괜찮아. 이름모를 네 친구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예나도 듣고 싶지?"



옆에서 종종거리며 여러 잡다한 심부름을 하던 예나도 쪼르르 알렉스곁에 다가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아....알겠어요. 그 친구의 이름은 류드밀라였고 구관리국-"



거기까지 말하고 알렉스는 숨을 멈췄다. 구관리국도,메이즈 전대도,그리고 클리포트 게임도.

어느 것 하나 현재 살고 있는 이들에게는 퍼져나가서는 안되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그녀에 대해 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전대원들과 사이가 좋았다고? 그 전대원들의 존재자체가 기밀이다.


마지막까지 열심히 분투하며 싸웠다고? 누구와?

일반인들은 클리포트의 마왕은 커녕 3종 침식체마저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런 이들에게 과연 나는 진실을 전할 수 있을까. 주인과 예나는 여전히 기대어린 눈빛으로 알렉스를 처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알렉스는 이 곳에 떨어지고 처음으로,고독함을 느꼈다.



"그녀는 관리국....을 동경하는 친구였어요. 저와 사이가 좋았고 다이브 중에 실종된 전대ㅇ....용병을 찾다 3종 침식체한테....사망했..습니다.



어이가 없다. 이래서야 주인이 말한 개죽음과 그녀의 죽음이 다를 바가 무엇인가. 하나하나 친구의 업적을 깎아내려갈수록 알렉스의 마음은 아파왔다.

메이즈 전대의 부전대장,강철의 눈보라라 불린 그녀가 3종침식체한테 죽었다니 말도 안 되는 농담이다.


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다,라고 체념한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비쳤다. 꼭 류드밀라의 일생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류드밀라는 결코 자신이 영웅이라는 존재로 불리지 않기를 원했다.


자신이나 평범한 이들이나 죽으면 끝이라는 것은 똑같다면서. 그렇기에 그녀는 전대원들에게 허물없이 다가갔고 그들의 죽음을 자신의 죽음만큼이나 무서워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따뜻한 친구였어요. 피를 무서워했지만 그래서 더욱 다른 사람이 피를 흘리지 않게 하려고 했고 강력한 능력이 있었지만 오히려 그 능력때문에 다른 이들이 다치지 않을까 항상 주의를 기울였어요. 엉뚱하긴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말을 허투루 듣지는 않는....네,류드밀라는 그런 친구였어요."




알렉스는 류드밀라가 매달고 다니던 솔개 악세서리를 떠올렸다.


처음에 아무리 봐도 곰처럼 생겼다는 전대원들의 말에 발끈한 그녀였지만 저녁에 홀로 넷에서 솔개와 곰을 검색하며 홀로 열심히 바느질을 하는 류드밀라의 모습을 떠올리며 알렉스는 작게 웃었다.



"........"




주인과 예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알렉스를 바라봐만 주었다. 그녀가 자신의 벗에 대한 기억을 추억할 수 있도록.

지금은 그 배려가, 무엇보다 고마웠다.










며칠 후, 알렉스와 예나는 여느때와 같이 손님을 맞고 있었다.



"아주머니 말대로 사람 얼굴들이 자주 바뀌긴 하네...."


"그래도 자주 보이는 손님들도 있어!"



"그거 혹시 우리 얘기야?"



예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야생견과 같이 거친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유진이 포장마차 선반에 걸터섰다.



"안녕. 예나야. 네 말대로 오늘도 왔다. 디럭스 핫도그로 3개 줘. 오늘은 내가 쏜다!"


"디럭스같은 푸짐하다 못해 터질 것 같은 핫도그는 너같은 돼지나 먹는 거고. 일반인은 그렇게 많이 못 먹어.

아주머니,전 오리지날 핫도그로 하나 주세요."


"우우....나도 그런 큰 건 못 먹을 것 같던데."



유진의 주문에 바로 딴지를 걸며 샤오린이 주문을 수정했고 그 뒤에서 소빈이 쩔쩔매며 주문을 바꿀지 고민하고 있었다.



"어머. 오늘도 왔네? 어서 오렴. 소빈이 너는 린이랑 같은 걸로 주면 되겠지?"


"네,넷! 고맙습니다,알렉스씨."


"뭘."


알렉스와 예나가 열심히 핫도그를 만드는 동안 알트 소대의 3명은 자기들끼리 잡담을 하기 시작했다. 일반인인 예나와 알렉스를 의식했는지 여러모로 비밀스럽게 대화하긴 했지만 이미 잔뼈가 굵은 알렉스는 그녀들의 대화를 전부 이해할 수 있었다.



'블랙 네트워크에서 구른 생활이 길었다던데....확실히 그럴 만 하네.'



사냥 후에 벌어지는 철저한 분석과 토론. 여느 평범한 이들은 그날의 승리에 만족하고 내일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길 기대한다.

그리고 그러한 이들은 이면세계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알트 소대의 일원들은 다소 자신들의 힘을 과신하기는 하더라도 훌륭한 팀이었다.

그날 전투에 대한 분석이 끝나고 세 명은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햇다.



"그러고 보니 대장은 요즘 뭐하는 거야? 뭐 훈련이라고는 하던데."


"글쎄. 아마도 그 힘에 관한 거 아닐까? 아무리 대장이 대단하더라도 새 무장을 조정하는 건 필요할 테니까."


"엄청났지. 아무리 그래도 미나 씨를 그렇게 이겨버릴 줄이야....."



치이이이익-




핫도그의 소세지가 구워지고 알렉스가 솜씨좋게 소세지를 내려놓으면 예나가 야무지게 양념을 바르고 피클과 야채를 넣어서 빵을 끼워냈다.



"여기요! 오리지널 핫도그 2개 먼저 나왔어요."


"고마워,잘 먹을게."



린과 소빈은 자신의 핫도그를 받아 끄트머리부터 조금씩 우물거렸다. 그리고 잠시 후 유진의 디럭스 핫도그,소세지 2배,빵 3개,양념 2배라는 무지막지한 사이즈의 핫도그도 완성되었다. 핫도그라기보다는 오히려 햄버거에 가까운 형태였다.



"여기 디럭스 핫도그야. 조심해서 먹어."


"고마우.....ㅂ습니다."



평소의 말투대로 말하려다 급히 고친 유진은 이내 다른 둘과는 다르게 야무지게 크게 핫도그 한 입을 베어물었다.



"으음~끈애주은우만(끝내주는구만)"


"입안에 있는 건 다 씹고 말해. 어린애도 아니고."



꿀꺽-



"뭐라 그랬냐."


"어린애도 아니고 입 안에 든 건 삼키고 말하라니까? 그렇게 큰 걸 먹느라 입을 벌리다보니 귀도 막힌 거야?"


"야! 난 최전선에서 활동하니까 많이 먹는 게 당연하지. 너같이 뒤에서 소심하게 총이나 쏘면 무슨 에너지가 필요하겠냐?"


"어머. 그 소심한 총에 한 번 맞아볼래?"


"뭐라 했냐!"


"얘,얘들아 싸우지 마...."



과열되는 분위기 사이에 둘 사이로 손 하나가 쑥 내밀어졌다. 알렉스가 음료수 한 캔을 그들에게 내민 것이었다.



"그만 그만."


"아....."


"둘 다 각자 최선을 다한 거 아니니? 그거면 된 거야. 서로 누가 잘했느니 못했느니 따질 것 없이 즐겁게 먹고 다음 날도 살아있으면,그걸로 된 거니까.

그렇게 다투다간 결국 아무것도 지킬 수 없게 되어버리니까. 이 음료수는 단골들에 대한 서비스."


"네...."


"....."



알렉스의 말에 뭔가 느끼는 게 있는지 조용히 각자의 핫도그를 처리하는데 집중하는 알트소대였다.

식사 후 소빈은 어딘가 흥분된 표정이었다.



"전부터 느낀 거지만 알렉스 언니는 진짜 대단하네요. 뭐랄까 어른의 여유? 같은 게 팍팍 느껴져서....."


"어머,소빈아. 그건 내가 나이들어보인다는 말?"


"아,아뇨. 그게 아니라..."



쩔쩔매며 강하게 부정하는 소빈을 보며 알렉스가 짖궃게 웃었다.



"후훗 농담이야. 높게 평가해주는 건 고맙지만 나같은 외팔이 카운터는 여기서 이러는 정도로도 만족이야. 너희들이 여기 와서 계속 먹어주면 그거만큼 기쁜 일은 없겠네. 내일도 만날 수 있게 노력해주렴?"



"잘 먹었습니다. 다음에 또 들릴게요."


"언제나 고,고맙습니다...."


"흥.....고마워."



인사에도 각자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 알렉스는 그녀들을 다시 한 번 훑어봤다.



"괜찮아,괜찮아. 나중에 기회가 되면 너희 리더라는 아이도 한 번 만나보고 싶네. 당찬 아이같던데. 아직 한 번도 만난 적 없지?"


"그러게요. 저희가 이 가게를 알기 시작한 시점이랑 대장이 훈련을 시작한 시점이랑 딱 겹쳐서요.

기회가 되면 꼭 소개시켜드릴게요. 대장도 좋아할 거에요."




손을 흔들며 헤어지는 알트소대를 끝으로 알렉스와 예나의 핫도그 판매도 하루의 막을 내렸다.



"자,오늘도 둘 다 수고했어. 일당은....미안하지만 알지? 나도 사정이...."


"예,이해해요. 걱정마세요."


"내일 좀 더 많이 팔면 돼죠! 히히...."


"아,그렇지. 내 정신 좀 봐. 예나한테 선물이 하나 있었는데."


"와,선물이요?"



주인은 포장마차안을 뒤적거리더니 이내 귀엽게 생긴 머리핀을 꺼냈다.



"어때? 마음에 드니?"



"네! 예쁘다...."


"벼룩시장에 갔다가 딱 이게 눈에 띄지 뭐니. 평소에 너희 둘한테 미안해서 조금 무리해서라도 사려 했는데 그냥 주더라고. 알렉스는....."


"전 괜찮아요. 예나한테 빌붙어 사는 몸이니 제 몫도 예나한테 이미 줬다 생각하시면 돼요."


"히히...식충이...."


"뭐라고?"


"히이이익!"



짧은 만담 끝에 새 머리핀을 꽂은 예나와 알렉스는 다시 밤거리를 나섰다. 아직 밤은 길고 해야 할 알바는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