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궁금했다

"대답해 주세요, 스승님. 제 부모님과 미나양은... 대체 뭐가 다른 거죠?"


그럴 때마다 그녀는 말하곤 했다

"복수를 원하든, 답을 원하든... 바라는 게 있으면 네 힘으로 얻어내봐라.

날 이긴다면 네가 원하는 무엇이든 주지. 어때? 지금 한 번 해볼테냐?"


그녀가 그렇게 말하면 소년은 어쩔 수 없이 물러났다




그러나 그날은 달랐다

"하하, 그럼 한 번 해볼까요?"

"뭐.. 라고..?"


전혀 예상치 못하고 있던 소년의 대답에 그녀는 당황했다

소년의 말이 농담일까 진담일까 하던 그녀의 고민은 소년이 검을 뽑는 소리에 끝이 났다


"...그게 네가 진정 바라는 것이라면 받아주마"

마침내 결심한 듯, 그녀도 검을 뽑아 들었고, 그 순간 헤실헤실 웃고 있던 소년이 땅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챙    챙       챙


그녀는 소년과 3번 합을 나눈 뒤, 두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 소년의 검실력은 많이 성장하여 수준급이지만 아직 그녀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다

둘째, 이상하게도 소년의 공격 스타일이 적의 공격을 회피하거나 받아친 후에 반격을 하던 평소와는 다르게 공격 일변도였다

아니 마치 일부러 죽여달라는 듯, 계속해서 그녀의 검의 궤적에 소년의 급소가 들어와 있었다

만약 그녀가 진심으로 검을 휘둘렀다면 이미 소년의 목은 바닥을 구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차마 그럴 수 없었다

검을 휘두르고 소년과 검을 맞부딪칠 때마다 소년의 부모와 그 시신 옆에서 울고 있던 소년의 모습이 떠올랐다


4번째로 둘이 부딪치는 순간, 과거의 일을 생각하던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의 검은 정확히 소년의 목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아차 싶어 황급히 검을 쥐고 있던 손에서 힘을 뺐다


"어이쿠!"

그 순간, 소년은 자신의 특기인 반격으로 그녀의 검을 손에서 날려 버렸고 

정신을 차려보니 소년의 검 끝이 그녀의 목에 닿아 있었다


"하하, 이건 제가 이긴 거겠죠, 스승님?

"그래... 네가 이겼다. 나에게 복수하고 싶다면 날 죽여도 좋다. 궁금한 게 있다면 대답해주지. 네가 바라는 대로 해라"
"스승님, 그거 아시나요? 뱀은 욕심이 아주 많은 동물이라는 걸.  

뱀은 사냥에 성공하면 사냥감을 통째로 한입에 삼켜버리거든요"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저도 욕심이 아주 많아요. 스승님께 이기면 제가 원하는 무엇이든 주신다고 하셨죠?"


그 말과 함께 소년은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저는 스승님을 원해요. 

스승님의 몸과 마음. 스승님이 알고 계신 것. 그리고 스승님께서 짊어지고 계신 것까지. 그 모든 것을요"

그녀는 빨개진 얼굴로 겨우 대답했다

"이... 머,멍청한 녀석! 그게 뭘 뜻하는 건지도 모르면서..."

"약속을 어기실 생각은 아니시죠, 스승님?"

"하아... 네 마음대로 해라... 다만 나중에 후회하게 될 거라는 것만은 알아둬라"

"하하, 그게 제 욕심의 대가라면 기꺼이 치르죠. 저는 이 순간을 정말... 오래 기다렸어요"

그렇게 말하며 소년은 그녀를 품에 끌어안으며 다시 한번 입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