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조명이 비추는 바의 구석에서부터 재즈 소리가 들려온다.


"요즘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해."


"관리국이 사람이 침식체로 변한다는 사실을 숨기지만 않았다면 내 친구를 잃지 않아도 됐을텐데, 하고 말이야."


그는 온더락스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괜찮으시다면 그 친구 얘기를 좀 더 해주세요."


"어차피 오래된 일이라 긁어도 아프지가 않아."


그는 턱을 긁으며 말했다.


"우리는 학생 때부터 친구였어. 카운터 능력이 없는 평범한 것들끼리 뭉쳤지. 그래도 남부럽지 않았어. 서로가 있었으니까."


"특출난 장기도 없어서 나와 그 녀석은 용병 일을 시작했어. 체력은 좋았거든."


그는 바닥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1, 2종 침식체를 사냥하는 일반인의 모습은 도시에서도 가끔 보였으니까. 우린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고."


"하지만 첫 다이브부터 우리는 사기를 당했어. 이터니움 쉴드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닳더군. 심도를 속였던 거야."


그의 목소리에서는 참담함이 느껴졌다.


"함선의 동력부가 침식체의 요격으로 고장났지. 친구는 내게 이터니움 실드를 충전할 이터니움을 모두 넘겨주고 통신을 위해 떠났고."


"드론 한 대랑 같이 말이야."


그는 다시 한 번 목을 축였다.


"다른 용병들은 여기 있다간 결국 침식체 밥이 될 거라며 도망쳤어."


그리고는 말을 이었다.


"몇 시간이 지났는지 드론만 혼자 돌아오더군. 드론의 메모리에는 통신이 되는 주파수와 블랙박스 영상이 있었어."


"그 영상에는…… 내 친구가 침식체가 되는 모습이 찍혀 있었지. 팔다리가 변하고, 몸이 변하더니, 이젠 사람이라 부르기도 힘들더군."


나는 시선을 돌렸다. 그의 표정을 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구조 요청을 보내서 기적적으로 살아나왔지만. 용병 일은 그만뒀어. 그런 경험은 한 번으로 족하지."


"대신 블랙 타이드에 들어가신 거군요."


"그래, 침식체가 본래 사람이라 한들 그게 사람들의 위협인 점은 변함이 없으니까 누군가는 처리해야지."


"하지만 만약에, 관리국이 이 사실을 공표 했더라면 넘치는 혈기를 주체 못하고 용병이 되는 얼간이가 줄지 않았을까?"


"공포감을 키웠다면 조금은 줄었겠죠. 그래도 이터니움은 기댈 곳이 없는 청년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돈벌이니까요."


"그랬다면 아마 카운터까지 겁을 먹고 안 싸우려 했을지도 모르지. 어려운 문제야."


"그럴지도요. 말씀 감사합니다. 전 이만 가볼게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입구로 향했다.


"기회가 되면 또 보자고."


나는 고개만 숙여 인사했다.


그는 어릴 적부터 부모가 없어서 경제적으로 궁핍했다. 도와주는 사람도 없어서 꿈도 없이 시간을 허비하며 살았다.


나는 그가 이대로 가다간 용병 짓이나 하다가 젊은 나이에 죽을 것이란 걸 잘 알 수가 있었다. 


그는 비록 침식체와의 싸움을 그만두진 않았지만 용병 일은 관뒀다. 내 작전은 성공한 것이다.


내가 카운터 능력자임을 숨긴 것도, 사기 의뢰를 고른 것도, 블랙박스 영상을 조작한 것도 헛된 짓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추하게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