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애들 보기는 어때?"


코핀 컴퍼니의 사장실, 황금 트로피를 손질하며 머신갑, 관리자가 말했다. 바로 옆에서 차를 마시던 알렉스는 턱에 손을 괴며 고민에 빠졌다.


"음~ 나름대로 괜찮은 것 같아. 정말로 내가 어린애들을 돌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말이야."


몇 달 전, 제프티 바이오테크로부터 아인과 츠바이를 포함한 10명의 어린이를 떠맡게 된 관리자는 그 혼자 애들을 돌보는 게 한계임을 느꼈다. 더군다나 올리비에 박의 실험 실패로 '능력 향상은커녕 나이가 어려진 카운터들' 세 명이 늘어나 관리자는 말 그대로 매일을 피곤에 절은 상태로 보내야만 했다.

그래서 관리자는 회사의 옥상에 유치원을 설립해 알렉스에게 애들을 돌보게 했다. 마침 옥상에 혼자 화단을 가꾸느라 외로웠던 알렉스는 흔쾌히 수락했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었다.

애들을 혼자 돌보던 때를 잠깐 떠올린 관리자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 보니 그녀들을 원래대로 돌리겠다고 말한 박 씨는 아직도 감감무소식이군.'


실험이 실패한 후 이유미, 실비아, 제인 도우는 신체만 어려진 것이 아니라 마치 그때 그 시절 당사자를 데려 온 것처럼 어른일 적 기억도 사라진 상태였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부재는 큰 문제를 가져왔다. 델타 세븐은 실비아의 부재로 처치 곤란인 상태며, 일단 코핀 컴퍼니에 책임이 있었기에 델타 세븐과 연관이 있는 카린 웡을 파견했지만... 아무래도 대체하기엔 한참 모자란 듯하다.

또한 카운터 범죄자들을 상대하는 데 핵심 전력이던 이유미가 사실상 전투 불능 상태가 되어, 제 4 특별기동수사대는 공무에 지장이 많이 생겼다.


'... 강소영 양은 상관없는 눈치였지만. 아니, 오히려 반대인가?'


매일 저녁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와 이유미를 귀여워하는 강소영의 모습이 관리자의 머릿속에서 어른거렸다.

고민에 빠져 있던 알렉스는 퍼뜩 정신을 차린 듯 두 눈을 크게 뜨고는 말했다.


"아 참, 날 부담스러워 하는 애들도 있더라? 앞치마라도 두르면 덜 무서워하려나?"

"음, 그거라면 걱정 말게. 마침 주문 제작해둔 옷이 있으니."


관리자는 책상 서랍에서 분홍색 앞치마를 꺼냈다.


"그리고... 이거."

"... 장난감? 당신을 똑 닮았네."


초대형 머신갑만 보던 알렉스는 어린아이만 한 머신갑을 보며 신기한 듯 만지작거렸다.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야, 잘 보게."


잠시 후 소형 머신갑의 눈과 입을 이루는 LED 불빛이 전원이 들어오기라도 한 듯 번쩍거렸다. 관리자는 팔을 붕붕 휘두르며 말했다.


"하-하-하! 이번에 새로 제작한 기체란 말씀!"

"돈 좀 들었겠네, 부사장이 보면 뭐라 하겠어."

"... 부사장한테는 비밀로 해주게."


관리자는 알렉스의 품 속에서 벗어나 책상 위에 올랐다. 그리고 창밖을 내려보며 말했다.


"아무튼, 당분간 여유가 좀 생겨서 말이야. 이번 기회에 애들과 눈높이를 맞춰서 잠시 생활을 해볼까 하네. 왜, 있지 않은가? 어른들에게는 말 못할 어린이들만의 사정 말이야. 난 이 기체를 통해 유치원에 들어가서 그들이 실은 외로운 건 아닌지, 어디 불편한 건 없는지 알아볼 생각이네."

"당신...."


알렉스는 문득 과거 실패작이란 이유로 버려졌던 순간이 떠올랐다. 버려질 당시 보았던 그들의 차가운 눈과 모습은 지금도 머릿속에 남아 이따금 그녀를 괴롭히곤 했다. 반면 그들과 지금 그녀의 눈앞에 있는 존재는 완전히 달랐다. 기계임에도 다른 사람보다 더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사람은 날, 우리를 버리지 않아.'


그런 확신이 든 순간 알렉스의 마음은 모종의 무언가로 가득 채워졌다.

창문 밖으로 달빛이 내려와 관리자를 비췄다. 비록 기계의 몸이었지만 알렉스의 눈에는 어떠한 남자보다 멋져 보였다. 그녀는 분홍색 앞치마를 품에 안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 응, 나도 열심히 할게!"

"그럼 내일부터 잘 부탁하네."


달빛 아래에서 두 사람이 의지를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