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유빈은 숨을 헐떡거렸다. 허공을 더듬던 손이 가슴팍으로 내려갔다. 거기엔 피가 철철 흐르는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제아무리 나유빈 정도나 되는 카운터라도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상처였다.


눈앞이 흐려졌다. 억지로 고개를 쳐들자 이미 희미해지기 시작한 시야에 비치는 한 사람이 있었다. 잿빛 머리칼을 가진 자그마한... 아니, 작지 않았다. 그에게 그녀는 언제나 올려다 봐야만 하는 커다란 존재였다.


"스승님..."


나유빈의 입술이 가까스로 움직여 힐데를 불렀다. 이미 눈앞이 흐려져 힐데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저도... 세상을 구하고 싶었어요......"


힐데도 울고 있을까?


그때였다. 안 그래도 죽음 직전의 상태인 나유빈의 몸을 누군가가 억지로 일으켰다. 이어 억센 손아귀가 멱살을 틀어쥐었다.


"지금 이렇게 죽는다고? 웃기지 마! 정신 똑바로 차려!"


나유빈은 희미하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주시윤......"


주시윤은 더욱 격앙된 목소리로 울부짖으며 나유빈의 멱살을 쥐고 흔들었다.


그는 아직 자신의 사형에게 얻을 것이 남아 있다.


"팬티는, 300장이 넘는다는 스승님 팬티는 어디에 숨겨뒀습니까! 당신이 죽으면 그 아까운 팬티는 영원히 어둠 속에 묻힐 게 아닙니까!"


아아, 정말이지 너란 변태새끼는.


내 감동적인 죽음을 이따위로 좆같게 만드는구나.


"하하... 순진한 녀석... 잘 찾아봐... 세상 전부를 거기에 두고 왔으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말해! 당장 말하라고! 어차피 죽으면 팬티따윈 다 소용 없잖아!"


이제 완전히 검어진 세상 속에서, 나유빈은 마지막 유언을 내뱉었다.


"안가르쳐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