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s://arca.live/b/counterside/25627270



"갑사장님, 오늘따라 얼굴이 좋아보이십니다?"

"아, 그런가요. 하하, 그게 사실은..."


두 남자의 만남은 언제나처럼 비정기적이였고, 우연에 의지했으며, 놀랍도록 신비했다.

그러니만큼 두 사람이 얼굴을 마주할때면 서로에게 무엇을 숨길필요 없이 속에 있는 이야기나, 남에게 알려지면 곤란한 얘기들을 자주 입밖 꺼내곤 했다.


오늘만해도 갑사장은 자기 주변인물에게는 말못할만한 큼직한 이슈거리를 이야기하고 있었으니까.


"오, 좋은 사람이 생기셨다니, 축하할만한 일입니다. 갑사장님정도 되시는 분이 아직 짝이 없는게 이상할따름이였죠."

"하하, 제가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닙니다만, 상대방이 너무 귀여워서요."


누군가를 떠올리는듯 가볍게 피식 웃음을 흘린 갑사장이 말을 이었다.


"평상시에는 제 능력이 뛰어나고, 또 그런 태도가 당연하다는건 알지만 그렇게 위엄있고 강한 어투랑 행동을 해봤자 귀엽기만 하거든요. 저번에 키가지고 놀리니까 발끈하는 모습이 평상시랑은 다르게 갭이 있어서 저도 모르게 웃었다가 한대 얻어맞기도 했구요, 그러고보니까 저번에는 저를 불러다놓고 자기가 좋은 구경좀 하게 치정관계에좀 끌어들여보라고 하는데 진짜로 그랬다간 당장 죽여버릴지도 모르는걸요? 그래서 좀 걱정이긴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저도 좋고 그 상대방도 싫은척 하지만 내심 바라는것 같으니 슬슬 종신계약서를..."


도탐정이 실수한 것이 있다면, 한창 불타오르는 사이의 연인에 대해 물어봤으니 말이 쉽게 끝나지 않는 것이 첫번째요, 본인은 생각이 없다고는 하지만, 가슴속 솔로로서의 커플에 대한 적개심이 두번째였다.

점점 듣기가 괴로워지는 것을 느낀 도탐정이 어떻게 할까 고민인 와중에, 때마침 낚싯대에 무엇인가 잡아당기는듯한 힘이 느껴졌다.


"오오, 이 녀석 꽤 큰 것 같습니다만...!"

"저도 도와드리죠!"


다행히도 하던 말을 멈추고 두 남자는 낚싯대에 집중했다.

당기고 풀고, 당기고 풀고, 몇번의 힘싸움 끝에 양동이에 돔한마리를 풀어놓은 두남자가 가볍게 웃으며 땀을 훔쳤다.


"좋은 요릿감이 잡혔군요, 뭘 해도 맛있겠는데요."

"하하, 여길 보시면..."

"갑사장님 가방은 참 많은게 들어있네요. 이번에는 회칼을..."

"하하, 낚시나오면서 필수품 아닙니까? 그러는 도탐정님도 매운탕거리 정도는 들고다니시면서."

"어이쿠, 들켰습니다."


하하하, 두 남자의 웃음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그들의 즐거운 분위기를 들띄웠다.


매운탕과 회는 조금 나중으로 미루고, 낚시를 조금 더 즐기기로 하며 도탐정과 붙어 앉은 갑사장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그 상대방 이야기입니다만..."

"아..."


신사의 품격을 지켜 애써 얼굴을 찌푸리지 않으려 노력하는 도탐정에게, 이어지는 갑사장의 말은 듣기 괴로운 자랑따위가 아니였다.


"그녀가 원래 어딘가의 사장이라고 해야하나, 어딘가의 수장이였는데 제가 파견나온 사이에 쓱싹해버린거라서...그 쪽 사원들을 만나달라고 하더군요."

"아, 상견례?"

"그, 그렇게 무거운 자리는 아니라고 얘기하긴 합니다만...그녀 얘기를 들으면 그녀를 챙겨주던 시종...부하가 있던 모양입니다. 그녀도 그 분이 어떻게 나올지 걱정된다고 하더군요."


원래 자기 마음 내키는대로 행동하는 그녀라지만, 그 분 이야기를 할때는 뭔가 떨떠름해보였다...라고 덧붙인 갑사장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가족같은 분인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쪽에서는 저를 안좋아할 것이 확정이라서 말입니다. '주인님을 현혹하는 못된 벌레는 퇴치하겠습니다'라면서 총질을 할지도 모른다고..."

"저런...걱정이 많으시겠습니다."


갑사장정도면 충분히 괜찮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던 도탐정은 무심코 자신의 주인이 누군가를 데려왔을때를 생각해봤다.

...좋지 않을까.


상대가 여자관계가 복잡하거나, 딸이 있다던가, 얼굴보기도 힘든데 왠 이상한 인형이나 던져주고 자기라고 생각하라고 한다던가, 타인에게 노출을 강요한다던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면서도 말을 안해준다던가, 괜시리 오지랖이 넓어서 주변사람들 마음고생시킨다던가.

이러면 조금 꺼려지겠지만...뭐, 괜찮으리라 생각한다. 시종된 입장으로 불경할지 모르지만 그의 주인도 그다지 건실하지는 않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상대가 주인과 권속 전부를 관짝에 처넣어 몇년이고 소비하게 만든 빌어먹을 개자식만 아니라면 조금 못미더운정도로 봐줄 수도 있었다!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 도탐정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냈다.


"자신있게 행동하시면 됩니다. 갑사장님, 꽤나 좋은 분이니까요."

"하하, 그런가요? 도탐정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신다면야 그만 걱정은 접어 놓기로 하고...어떠십니까?"

"이런, 스태미너포션이군요. 그럼 탕은 제가 끓이도록 하죠."

"그럼 저는 가볍게 회나 떠놓겠습니다."


하하하, 남자들의 웃음소리가 다시 한 번 어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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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완결 날듯. 2편부터 대회 참가 해도 되겠지? 일단 1편 탭만 옮겨놓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