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있었군."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다.
고개를 들어본다.
"정말 소문대로 체력 회복 속도가 빠르군. 이 정도면 정말 카운터의 회복 속도랑 맞먹을 수 있다 봐도 되겠어."
"9 전대 전대장님."
금색 머리카락을 가진 젊은 여성, 거기에 이 각잡힌 말투.
메이즈 9 전대 전대장 류드밀라가 틀림 없다.
분명 서포터 카운터에게 곧 출전할거라 들었는데 왜 이곳에 있는 걸까.
"...전대장님. 제게는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그대의 소대가 마왕의 하수인들과 첫 전투를 벌인 소대라 들어서 말이지. 조언을 얻으러 왔다고 보면 되겠군."
"제가 겪은 것들은 테라브레인을 통해 전해졌을겁니다."
병원에서 일어나자마자 테라브레인에게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취조당했다.
분명 지금쯤이면 정보가 퍼졌을텐데?
"그래. 확인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그런 표면적인 정보가 아니다. 당사자들만이 겪을 수 있는 그런 심적인 정보가 필요하다."
분명 9전대에는 카운터보다 일반인들의 비율이 많다고 들었다.
그렇기에 내게 조언을 구하는 것일까. 일반인의 정신적인 면이 카운터보다 훨씬 약하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아는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말하는 내 입에서 실소가 흘러나온다.
내 몸에는 아직 그 전투의 공포가 서려있다.
이 야전병원에서 지내는 동안에도 몸에 각인된 감정 때문에 수 십번이나 자살행위를 시도했다.
다행히 나를 관리해주는 서포터 카운터의 제지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아직도 내 머리속에서는 소대원들의 외침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이런 패배가 몸에 베인 이빨 잃은 늑대의 조언이라니.
".......대충 이 정도입니다."
내가 그 전장에서 겪었던 모든 감정들을 내뱉었다.
이렇게 말하니 어딘가 후련해진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때문인지 전대장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역시. 작전을 바꿔야겠군."
그녀는 어딘가 결심한 표정으로 다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부탁 하나만 들어주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