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공주님의 호위를 맡을 이를 데려왔습니다."


검은 머리의 소녀가 뒤를 돌아본다. 푸른 하늘같은 눈동자를 마주한, 호박색 눈동자가 무감한 목소리로 답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공주님."


새하얀 구름같은 은발. 그에 시선을 뺏긴 공주 역시 무감한 목소리로.


"그래. 잘부탁하마, 발키리."


그것이 두 사람의 첫 만남이였으리라.



"힐데, 그래. 힐데가 좋겠구나."


네 진명은 너무 길다며 그렇게 이름을 줄여부르면서도,


"로자리아, 너도 로자리아라고 부르거라."

"제가 어찌 공주님의 진명을..."

"괜찮다, 너라면."


담담히 왕가의 진명을 허락하는 소녀에게, 그 맞은편에 선 소녀가 어찌 답하리.


"네, 로자리아님."

"님도 뺐으면 좋겠다만...뭐, 그것까진 무리려나."


제 호위는 벌써 몇달째 보는 사이면서도 영 풀어지지를 않는다.

호박색 눈동자는 언제나 공주의 주변을 훑는다. 그 자그마한 손은 언제나 허리춤의 검에 닿아있다.


아직 앳된 티를 벗지못한 여자아이가, 제 또래의 공주 하나를 지키겠다며 항상 날이 서있다.

그 모습이 공주로 하여금 불만을 초래할 줄은 발키리 본인도 몰랐으리라.


"힐데, 네가 그리 경계하지 않아도 그림자가 잔뜩 붙어있다. 괜리시 부산스럽게 내 신경을 거슬리지 말거라."

"예, 로자리아 님."

"또,또,또. 아직도 그러고 있을게냐?"


까딱까딱, 손을 흔들어 자신의 호위기사를 불러들인 로자리아가 말했다.


"네가 우수하다는 것도 안다. 아마 우리 또래에는 겨룰자가 없을테고, 왕궁에서도 손에 꼽히는 실력자겠지."


사실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아직 성인도 되지 못한 작은 여자애 하나를 호위라며 공주에게 들이밀지는 않았을 터이니.

성인이 되더라도 지금의 체형에서 그닥 차이는 나지 않을터지만, 로자리아가 힐데에게서 본건 그깟 신체능력따위가 아니였다.


"너도 왕의 힘을 가진자가 아니더냐. 너를 굳이 내게 붙인 아바마마의 생각이라면 뻔하다. 강한 녀석을 옆에 붙여 내 경쟁심을 유도하려는 하찮은 수작일터. 망할 늙은이."


공주의 언행을 지적하는건 호위의 역할이 아니다. 그러기에 침묵하고 있자니, 제 주인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남의 실에 얽혀 춤추는건 취향이 아니구나. 그럴터라면 차라리 인형무대를 부숴버리고 말테다."

"...왕궁을 부수면 안됩니다, 로자리아님."

"그래, 나도 밤하늘을 보면서 자는건 별로라고 생각되는구나. 그러니..."


로자리아는 턱끝자락에서 끝나는 힐데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말했다.


"일단 머리부터 기르거라, 너는 긴머리가 어울릴듯하니."

"긴 머리는 전투시에..."

"네가 싸울 필요는 없다. 네가 싸울 일이 생기면 이미 그것으로 목이 날아갈 자가 한 둘이 아니니."


로자리아의 손가락이 힐데의 손바닥을 매만진다.


"그래, 악기라도 배워볼까. 우리들은 몸집이 작으니 커다란 악기가 좋겠어. 콘트라베이스? 아니, 그건 아무래도 너무 크니 첼로정도로 할까."

"악기는 다뤄본적이..."

"괜찮다, 그래서 시키는거니."


로자리아는 푸른 눈동자를 살짝 휘며 그렇게 말했다.


"피부 관리도 하거라. 음, 춤도 배워볼까? 네가 있다면 그 지루한 것들도 어느정도 재미있을지도 모르겠구나."

"...공주님이 원하신다면."

"그래, 나의 발키리. 어디 나를 위해 춤춰보거라. 언제까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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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사장 도탐정이 망해서 써왔음. 아예 념글컷 주변도 못갈줄은 몰랐지...
이번 거는 다음편이면 끝날듯 해오...아니면 또 3부작이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