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세계에 있는 과거의 저를 영입한 이후로.. 이미 죽은 망자들을 불러내지 않나, 다음에는 마왕, 또 다음에는 리플레이서들을 영입하고, 이제는 침식체인가요? 다음에는 대체 뭐일지 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이수연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지만 그런 부사장의 한탄에도 불구하고 검은 철덩어리의 모습을 한 코핀 컴퍼니의 사장은 웃음으로 얼버무릴 뿐이었다.

 

“하하, 하나하나 신경 쓰면 빨리 늙어버릴걸세.”

 

“고철소에 팔아버릴 수도 없고. 한 대 쥐어박아도 됩니까?”

 

“참아주게. 오늘을 해야 할 일이 있거든.”

 

쿵- 하는 소리를 내며 사장실의 의자 위에서 땅으로 내려온 무거운 로봇이 부사장의 옆을 지나쳐 사장실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선다. 부사장도 부쩍 한숨이 늘은 신세에 머리가 아파오는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말없이 사장의 뒤를 따라 나선다.

 

“제가 모를 할 일이라고 한다면, 그 침식체들과 관련된 일이겠군요.”

 

“뭐, 두고 보면 알걸세. 여러모로 힘 좀 썼지.”

 

사장과 부사장은 코핀 컴퍼니의 1층으로 내려와 한 비상구 계단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나간다. 계단의 빈 벽을 사장이 규칙적인 기계팔의 움직임으로 더듬자 벽에 깔끔한 금이 생기더니 비밀 통로로 이어지는 것 같은 느낌의 문이 생겨났다.

 

문 안으로 들어가자 엘리베이터가 있었고, 그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조작하자 아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시간이 지나 부사장과 사장은 어두운 통로를 지나 목적지인 한 공간에 도달했다.

 

“여기까지 오면서 묻고 싶은 게 산더미였지만, 이제는 말해야겠네요. 대체 여긴 어딥니까?”

 

“누군가의 흑역사를 놀리려고 만든 쓸데없는 발명소지.”

 

“..뭐라고요?”

 

흘리듯이 말한 사장이었지만, 카운터인 부사장의 감각을 속일 순 없었는지 부사장의 눈매가 무서워졌다. 곧바로 라도 머신 갑의 소체를 강화이식으로 써버릴듯한 분위기다.

 

“크흠. 부사장과 관련된 일이 전혀 아니니 안심하게.”

 

“트로피들과 같은 꼴이 나기 싫으면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자, 일단 보게나.”

 

기계팔로 한 버튼을 누르자 어두운 공간의 정체가 드러났다. 한 구석에는 이터니움이 쌓인 컨테이너가 있고 공간의 중앙에는 두 개의 커다란 유리 안에 갇힌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스피라와 미니스트라.. 이 둘로 대체 무슨 실험을 하신거에요?”

 

조용히 자고있는 듯한 검은 빛의 두 사람은 과거, 여러 카운터와 사람들을 죽인 고 위험도를 가진 침식체들이었다. 이미 이터니움으로 만들어졌을 두 침식체를 되살려 코핀 컴퍼니의 사원으로 한다는 말은 부사장도 말로만 들었을 때는 이게 되나? 싶었지만 이런 모습까지 봐버렸기에 벌써 얼이 나가있었다.

 

“아까, 흑역사라고 말하지 않았나?”

 

“..그게 무슨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두 침식체의 과거는 분명 우리와 같은 인간인 카운터일세. 현재로서는 이 침식체, 미니스트라와 스피라는 몸만 있는 빈껍데기이지. 하지만 이 안을 인간이었던 시절의 리타 아르세니코. 그리고 대시라고 불리었던 카운터들이 채운다면 사원으로 고용하기에는 충분 할 걸세.”

 

“미친 짓이군요. 그렇다면 맨정신인 사람들을 침식체의 몸에 집어넣을 생각이시다. 이 말입니까?”

 

부사장은 사장의 말에 필터링 없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사장은 그러한 반응은 예상했다는 듯이 아직까지도 웃음을 고수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저번에 추출한 미니스트라와 스피라의 이터니움. 거기에서 따로 일부를 가져와 정제한 얼터니움. 또 이 둘을 침식체로 만든 원인 중 하나인 솔리키타티오의 이터니움. 그리고 이런 미친 짓을 가능케 하는 나의 능력까지. 재료는 충분했기에 이제 실행만 하면 된다네.”

 

이미 죽은 사람까지 데려온 전적이 있는 매드 사이언티스트인지 사장인지 모를 철덩어리의 말에 부사장은 치를 떨었다. 옛 전장에서 침식당하던 사람들이나, 류드밀라를 겹쳐본 탓일까. 이수연은 평소의 냉정함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이득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지만, 인도를 완전히 어긋날 생각은 없다.

 

“침식체로 변화하며 본래의 자신보다 강해진 몸을 얻는다고 해도, 본인들이 이런 현실을 이해하고, 납득할지 의문이군요. 지금이라도 다시 생각하시죠. 관리자님.”

 

화가 끝까지 났지만 침착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충언하는 이수연. 머신 갑은 평소와는 다르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웃지도, 여유를 부리지도, 말도 하지 않고 있다.

 

그저 조용히 버튼을 누른다.

 

“관리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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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올려가지고.. 그래도 보는 사람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