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님!!!!"


이수연의 목소리가 공동을 울렸다. 

 

“괜찮네. 진정하게나.”

 

천천히 유리의 벽이 열리며 안에 차있던 액체들이 빠져나가고, 스피라와 미니스트라가 풀썩, 바닥에 실 풀린 인형처럼 떨어진다.

 

“이 둘은 그리 약한 정신을 가지고 있지 않을뿐더러, 제일 중요한건 본인들에게 허락을 맡았다는 거지.”


솔리키타티오에게 직접적인 정신 침식 공격을 받은 리타. 대시를 잠깐이나마 구해준것만 해도 관리자의 시점에서는 대단하다고 할만 했다.


머신 갑의 몸이 조용히 미니스트라와 스피라의 앞에 다가가 스피라의 몸을 먼저 차가운 기계팔로 들어올려 미리 준비해놓은 침대 위에 가지런히 눕혀뒀다. 이수연에게 굳이 도움을 청하지 않고 묵묵히 미니스트라까지 침대에 눕혀 놓는다.

 

이수연은 허락을 맡았다는 말에 씩씩거리던 호흡을 정리하며 다시금 조용하게 말했다.

 

“..허락이라뇨. 설마, 그때인가요?” 

 

“술자리에서 넌지시 물어봤지.”

 

 


*

 


 

“가기 전에, 술 한 잔을 대접 받은 선물로 둘에게 물어보지.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기회를 잡을 생각은 있나?”

 

“..무슨 말이지?”

 

“넹?”

 

밀크쉐이크와 술잔을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리타와 대시의 몸을 멈추게 한 관리자의 말. 

 

“두 번은 묻지 않겠네. 선택하게나.”

 

“.....”

 

“.....”

 

리타와 대시는 다시 의자에 앉아 관리자의 말에 생각에 잠겨 말이 없어졌다. 관리자가 흘깃 옆을 보니 대시는 이미 듣자마자 결정을 내리고는 리타의 눈치를 보고 있던 것 같지만. 몇초도 참을 수 없는지 대시가 먼저 들고 일어나며 관리자에게 당차게 말했다.

 

“저, 기회라면! 언제든지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정말로.. 정말로 되는 건가요?!”

 

“꼬맹이, 너.. 저게 무슨 말인지 알고!”

 

“언니, 이럴 때만큼은 저 나쁜 사람이 되도 괜찮겠죠? 저, 사실은 화가 나서 못 참을 지경이에요. 언니와 저를 그렇게 만든 그 사람에게도 죄를 묻고 싶고, 솔.. 솔라코덱스? 인가 뭐시긴가에게도 복수하고 싶다고요!”

 

대시는 주먹을 꽉 쥐며 조금은 울컥하는 감정을 참으며 숨을 고르고 다시 말한다.

 

“게다가, 게다가.. 아직 못 해본 것들도 많은데.. 다음 생에서 만나는 건 먼 기회잖아요? 하지만, 지금 가까운 기회가 있는데 시도조차 안 해보는 건 너무 아까울 것 같아요!”

 

“흠. 자네의 동생은 그렇다는데, 자네는 어떠한가?”

 

리타는 한숨을 푹 쉬며 반짝반짝 빛나는 대시의 시선을 참을 수 없어 결국엔 항복을 선언했다.

 

“....그래. 네가 바라면, 들어줘야지. 그 새끼들이 우리에게 빚진 건, 이자까지 쳐서 전부 받아낼거야. 나도 이대로 성불하긴 싫었어.”

 

“좋아.”

 

관리자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원래라면, 자네들이 갈 방향은 자네들의 등 뒤쪽 방향이었네만. 이렇게 된다면 나를 따라오게. 다시금 묻지. 이 기회란 게, 온전한 방향은 아닐세. 자네들의 ‘원래 몸’으로 돌아가는 것이지. 원래 몸의 상태라면, 어떤 상태인지는 잘 알고 있겠지?”

 

대시와 리타의 머릿속을 지나치는 똑같은 이미지. 검고, 붉은 자신들의 몸. 어떠한 상태인지는 관리자보다 당사자인 자신들이 더욱 잘 알고 있었다.

 

“침식체의 몸 상태인 만큼, 내가 케어를 해주겠지만 웬만한 정신 상태로는 버티기 힘들 수도 있네. 과거의 굴레를 반복할 수도 있지.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다고 장담하기도 어려워. 그래도 하겠나. 각오가 되어있지 않다면, 몸의 방향을 뒤로 돌리게.”

 

관리자의 여유롭던 말투는 사라지고, 확실하게 경고하는 엄한 목소리에 리타와 대시는 관리자를 바라보다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서로를 바라보며 대시가 먼저 리타의 왼손을 오른손으로 꼭 잡았다. 이번에는 놓지 않겠다는 듯이. 리타가 왼손의 따스한 감각에 놀라 대시의 얼굴을 바라보자, 언제나처럼 실없이 환하게 웃는 표정이 보였다. 리타는 대시의 웃음에 드문 미소를 지었다.

 

한결 마음이 편해져, 결심이 선 둘은 관리자에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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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