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기다란 흑발을 흐트러뜨리며 일어나는 여성, 미니스트라. 원래의 미니스트라의 모습과 다를 바 없는 모습 이였지만, 분위기가 바뀌었고, 거기에 가슴께에 있던 네모난 수정의 색이 흉흉한 붉은색에서 아름다운 에메랄드 색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자신의 손과, 눈앞에서 알짱거리는 흑색의 실을 보며 현재의 상황을 빠르게 파악한 미니스트라. 

 

“깨어났는가?”

 

“.....”

 

“뭐라 말좀 해보겠는가? 내 능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네만.. 불안한건 어쩔 수가 없군. 말할 건덕지가 없다면, 내가 만들어 주겠네. 그대의 이름은 뭔가?” 

 

미니스트라는 뚱한 표정으로 천장을 한번 바라보고, 주변을 돌아보고. 

 

마지막으로 시선을 저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네모난 기계에 시선을 두었다.

 

“리타.”

 

“......”

 

“리타 아르세니코.”

 

본래의 미니스트라라면 절대로 칭하지 않을 이름을 말한 흑색의 여인. 사장도 괴리감 넘치는 지금의 상황에 할말을 잠깐 잃었다. 

 

“꼬맹이.. 아니, 대시는 어디 있지?”

 

“저 여깄는데요?”

 

“흐악!?”

 

미니스트라가 누워있는 병상의 뒤쪽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스피라. 왼쪽 눈이 하얗고, 피부도 창백하며 누가 봐도 확실하게 침식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심한 몰골인 소녀. 하지만 미니스트라의 기억과는 다르게도 오른손과 왼손은 사람처럼 멀쩡했다.

 

“너. 너.. 괜찮은거야?”

 

“응? 저 괜찮아요! 현역 침식체로 뛸 때보다 아프지도 않은걸요! 걱정 마요 언니!”

 

미니스트라. 

 

아니, 리타 아르세니코의 기억에 침식체로 활동했을 때의 기억이 확실하게 기억이 나기 시작했다.

 

꿈인지 모를 ‘그 공간’에서는 희미하게 기억이 났기에 그리 생생한 기억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확연히 달랐다. 그 뿌연 안개가 지워져 확실하게 기억나는 ‘미니스트라’의 기억.

 

물론, 대시를 죽여 버린 그 순간 까지도.

 

“언니, 언니? 어어, 왜 울어요!?”

 

스피라.. 대시가 걱정하는 순간에도 리타는 힘겹게 숨을 들이쉬며 울고 있다가, 이내 울음을 멈추고는 공허한 눈빛으로 대시를 바라본다.

 

내가, 내가 이렇게 만든 거야.

 

아직도 자기혐오를 버리지 못한 리타. 이를 빠득 가는 소리가 들리고, 갑자기 벽에 있는 철근이 뜯겨져 날아와 리타의 가슴을 향한다. 

 

“언니!!!!”

 

카각-!

 

대시가 오른손에 다시금 거대한 칼을 만들어 순식간에 철근을 틀어막아 옆으로 쳐낸다. 대시 자신도 쳐내고는 놀랐지만, 지금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 감상할 때가 아니다. 

 

“언니, 뭐하는 거에요! 으으으! 사장님도 도와주세요!”


“둘이서 좋은 시간 보내게. 난 보다시피 이런 몸이라 힘이 없다네!”

 

“으갸아악! 사장니이임!!”

 

비통한 목소리로 사장을 부르는 대시의 외침에도, 쉽사리 무시하며 휘파람이나 휘휘 불며 어쩔 수 없다는 제스쳐를 취하는 머신 갑. 대시의 마음속에는 벌써 나쁜 생각이 여러 번 걸러지고 있다.

 

“으.. 언니, 왜 그러는 거에요? 여기까지 와서!”

 

“난, 난.. 자격이 없어. 지금에서야 제대로 기억나. 막상 이렇게 되니까 널 또 다치게 할까봐 겁나..! 아, 그래! 널 죽인 건 나니까, 네가 날 죽여줘. 자, 어서!”

 

“그럴 일은 없어요!”

 

오른손을 다시 원래대로 돌리며 리타의 손을 어느 때처럼 부드럽게 붙잡는 대시. 겉모습이 바뀌어도, 아무리 스피라로써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기억이 있다고 하여도, 대시는 대시였다.

 

“같이, 대시와 리타로써 살아가기로 약속 했잖아요. 꿈속에서 했던 말은.. 설마 저에게 못 이겨서 억지로 거짓말로 하신거에요..!?” 

 

“아, 아냐.. 그건 진심이었어! 하지만, 하지만..”

 

 

 

“그럼 리타, 자네의 바람은 자신을 죽이는 것인가?”

 

사장의 목소리. 좀 음흉한 생각을 하는 듯한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묻는다.

 

“엥? 사장님?”

 

“그럼 또 선물로 줄만한 것이 있지! 둘 다 싸우는 법도 알 터이니 따라오게. 몸 상태도 체크할 겸, 첫 출전이 될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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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2차 창작은 역시 설정붕괴하는 맛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