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뒤집혀진지 몇십년이 지난 제주도에서의 검은 밤이 보랏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땅에 걸맞지 않게 과도한 사람을 채워넣은 빽빽한 도시속은 오늘도 노랗고 하얀 등불로 가득 채워졌다.

그런 등불을 뒤로 두고 유유히 건물을 빠져나오는 한 소녀는 계속해서 빌딩 뒤를 돌아봤다.


“좋았어...수연이도 모르는거 같고.”


초조한 얼굴을 벗고 풀어진 자세로 능숙하게 품 속에서 담배를 찾아 입에 문 소녀는 아무리 봐도 흡연을 허락한 나이가 아닌것 같지만 이미 뒤집혀진 세계에서는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어차피 주변에서는 성깔 더러운 꼬마아이가 담배를 피더라도 무시하라는 소문이 자자했기 때문일것이다.


“하~참 끊어야 하는데. 담배값을 또 올리는 미친짓은 하지 않겠지?”


두 손을 모아서 간곡히 빌듯 소녀는 조심스레 바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손으로 막고 라이터를 켜 담배에 불을 올렸다.

타들어 가는 그녀의 담배는 속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며 역겨운 타르를 뿜어냈다. 끈적하게 달라붙는 타르가 그녀의 폐 속 까지 들어가 달라붙겠지만 그녀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그저 이 담배가 조금이나마 자신의 기분을 돋구어 주기를 바란 소녀는 담배의 힘으로 기분을 고조시키는데 큰 도움이 됐다.


“퍄하~땡땡이 치고나서 담배 한 대는 진짜...크으…”


자아도취에 빠진 그녀는 몰래 빠져나오기 까지의 자신의 무용담을 회고하며 자화자찬 했다. 다음날 자신을 찾으며 엄하게 꾸짖을 그녀의 상사를 생각해봐도 어차피 지금 그녀를 막을 수 있는건 없었을 터였다.


“이것만 피고 나서 이제 늘 가던 곳으로 가야지.”


혼자서 궁시렁 대는 그녀는 쪼그라들어 사라진 담배를 하수구에 무심하게 던지며 일 끝나면 늘상 가는 바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의 눈앞에 생판 처음 보는 얼굴의 사내가 나타났다.


“여기인가...여기가…”


행색은 멀쩡해 보였으나 행동거지에서 불편하고 다친듯한 남자가 대뜸 소녀를 보더니 쏜살같이 달려왔다.


“세상에...세상에! 아직 살아계시다니!”


갑작스럽게 자신 앞에 나타난 남자를 경계하며 인상을 찌푸리고 돌아선 소녀는 의심의 눈초리로 훑어봤다.


“누구냐.”


남자는 소녀의 냉대와 적개심에도 움추리지 않고 대답했다.


“전 관리국 산하 엡실론 소대 카운터입니다! 말로만 들었던 펜ㄹ…!”

남자의 입은 소녀의 손짓에 막혀 말을 이어 가지 못했다.

입을 막는 방식이 다소 과격해 소녀는 남자의 벌어진 입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혀를 잡아 당겨 남자는 다급히 자신의 말을 끊어야만 했다.


“아가리 싸물어. 그리고 엡실론 소대? 그거라면…”

“에으으윽! 에엑!”

“아가리 닥치라 했지. 가만 생각해보자…”


이미 다 알고 있는듯한 표정이였지만 자신을 반가워 한 남자가 괘씸해 소녀는 남자의 혀를 잡고 놓지 않았다.


“...마지막 쯤에 급하게 조직된 소대군. 그래서 나이도 꽤나 어려보이고…”

“헤 에으이하 에으헤으!”

“아가리 닥치라는말도 못알아 들으면서 나를 왜 찾았나.”


소녀가 남자의 혀를 놓아주자 부어오른듯한 자신의 혓바닥을 감추며 가까스로 말했다.


“그거...야 너무 반가워서…꿈만 같아서…”


남자는 통증에 눈물을 흘렸지만 소녀는 카운터가 이정도 통증에 저 많은 눈물을 흘리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그래...정말 꿈만 같군.”


그리고 소녀는 말없이 뒤돌아 자주 가는 바로 향했다. 남자가 조심스레 뒤따라 가는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따라오라는듯이 걸어갔다.








고급스럽지는 않고 원체 이 땅에 있던 원주민들은 펍이나 바 스타일 보다는 주점을 좋아해서 바가 많지는 않았지만 주인장의 고집때문에 지어진 조촐한 바에 소녀가 앉아서 사장인 바텐더에게 주문했다.


“늘 먹던걸로. 독하디 독한걸로. 아, 옆에 애새끼한테도 한 잔 줘.”

“소대장님은 이런곳에서 술을 드시는군요.”

“왜, 실망했나? 카운터면 좀 더 고급진곳에서 마실줄 알았나?”

“아닙니다. 저라고 다르겠습니까? 적어도 여긴 공업용 알콜로 만든 보드카는 없을것 같아서요.”

“카운터들은 어차피 공업용 마셔도 안뒤지니까 일부러 타주기도 합니다.”


사장은 실없는 농담을 하면서 두 카운터가 마실만한 음료를 내왔다.


“오늘 내가 시키면 옆자리 애새끼한테도 한 잔씩 줘. 돈은 저새끼 보고 알아서 하라 하고.”

“아무리 저도 카운터라지만 돈은 그리 많지 않은데.”

“닥쳐. 설거지라도 좀 하든가 청소를 하든가 해서 갚아.”


소녀는 술잔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지그시 보다 한 입에 털어넣었다. 옆에 있던 남자도 급하게 털어놓자 독한 알코올에 헛기침을 했다.


“커헉! 커흑! 아 진짜 이걸 원 샷 하시다니 역시 소대장님 답습니다.”

“네 소대장도 아닌데 그런 호칭으로 부르니까 부담스러운데?”

“그렇다고 감히 제가 이름으로 부르겠습니까.”

“좋을대로 해. 한 잔 더.”


사장은 눈치껏 말을 꺼내지 않고 묵묵히 술을 만들어 줬다. 한 참 동안 술을 마시다 다섯잔째 되자 남자는 취기가 올라왔고 소녀도 조금 얼굴이 붉어졌다.


“후...기분이 조금은 풀리는걸.”

“하하...역시 소대장님 답습니다. 전 이제 돌아갈것 같은데.”

“그래...이젠 얘기 할 수 있겠지?”


소녀는 남자를 약간 풀린눈으로 보며 말했다.


“무슨 말을 하러 왔나. 날 왜 찾았고.”


남자는 빈 술잔안에 남은  한 방울의 술을 억지로 마시고 답했다. 


“소대장님이 계신곳에 입사 하고 싶습니다. 정식 태스크포스 직원으로 써주십쇼.”

“하아…”


소녀는 긴장이 풀리고 팔을 쭉 늘어뜨렸다.


“고작 그런거 때문에 날 알아보고 기뻐서 난리 쳤다는건가? 카운터라면 태스크포스 직원이 되는게 뭐 어렵다고 난리를 친거야.”

“그래도 연줄이 있다는게 어디입니까. 소대장님이 계신 태스크포스라면 분명 실력있는 회사겠죠.”

“수연이 녀석 평가가 그랬었나? 우리 회사가 내가 있을땐 잘 나가긴 했지.”

“관리국 공인 태스크포스 직원이 된다면 주민증도 나올테니 그라운드원 주민이 되는것도 좋지 않습니까.”

“흐음...그래?”


소녀는 다시 술을 따라줄려는 사장에게 손을 들어 제지하고 말을 이어갔다.


“네 실력이 얼마나 되는지 따라 달려있지.”

“그래도 어느정도 살아서 경험도 많이 쌓았습니다. 카운터 능력도 물을 다루는거라 수압을 세게 하면 2종침식체들 갑피 정도는 뚫습니다.”

“그래?”


그리고 소녀는 잔에 일그러진 얼굴을 보며 말했다.


“사람 심장 정도는 뚫겠군.”


남자는 순간 얼굴이 일그러지고 눈에 힘이 들어가졌다.


“그정도는 뚫습니다.”

“그래? 그정도라면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겠어. 카운터의 심장도 뚫어본적 있나?”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으신건지…”

“대가리 굴리지 말고 해봤어 안 해봤어.”


남자는 이를 악물고 불신의 눈초리로 소녀를 째려봤다.


“네, 뒤에서 뚫으니 뚫리더군요.”

“그렇군.”


소녀는 사장에게 술을 주문한 뒤 다시 입안에 털어넣기전에 말했다.


“그럼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감이 오는군 그래.”


소녀는 술을 털어넣고 남자와 자신 사이에 꽉 찬 술 잔을 올려놨다.


“원래 술 마실때는 귀신들이 같이 있는거라고 그러더군. 한 잔 올려놨으니 너도 올려놔.”


그리고 그 술잔은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딪히며 깨졌다.

남자는 흥분해 목에 핏대를 세우고 소리쳤다.


“뭘 말하고 싶으신겁니까!”


소녀는 태연하게 사장이 건내는 술을 다시 받아마셨다.


“너 그러다가 귀신들한테 혼난다.”

“씨발 닥치십쇼! 제가 뭘 했단 말입니까!”

“네가 찔리는게 있으니까 그따구로 나오는거지.”


남자는 소녀 앞에 놓인 술잔을 다시 소녀의 뒤로 던졌다. 술잔이 깨지며 유리가 튀고 술이 흩날리자 소녀도 남자를 노려봤다.


“전 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당신같은 위대하고 강력한 카운터가 아니라서 살아남기도 벅찼습니다! 대정화전쟁 시기에도 작전에 참여했고 더러운 용병새끼들이랑 얽히면서 끝끝내 살아서 이 곳 까지 왔단 말입니다! 당신이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다 아는척 뭐라 하는거야!!!”


남자의 쌓인 울분이 터지고 숨을 들이쉬며 화를 가라앉히려 했으나 소녀는 남자의 화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답했다.


“네 능력이 해봐야 2종을 뚫었다는건 3종에게 시도는 해봤으나 뚫지도 못한거겠지. 그리고 대정화전쟁에 참여 했다면 어디 다른곳에서도 충분히 살 수 있지 않았나? 특히 로터스에서 물을 다루는 카운터면 충분히 널 붙잡을만 했을텐데 여기까지 기어 처 들어온거냐?”


남자는 이성을 잃고 다시 소리지르려 했으나 소녀는 말을 이어갔다.


“용병들이랑 얽혔다면 캄파멘토까지 갔나? 거기서도 눈앞에 있는 작은 이득에 눈이 멀어 남 통수나 치다가 쫓기고 쫓겨나고 밀려서 마지막 도박한게 그라운드원인 주제에 네 신분이 세탁 되기라도 할 것 같나? 태스크포스들은 블랙네트워크와도 관계가 깊어 모지리 새끼야.”


남자는 터지는 울분을 못참고 터트려 괴성을 지르며 소녀의 멱살을 잡고 소리질렀다.


“닥쳐 씨발련아!!!”

“네놈이 한 행적들은 다 공유되고 블랙리스트에 올라간다. 물론 너처럼 나약하고 한심한 새끼들은 굳이 뒤져보지 않아도 알 수 있지만.”


남자는 더는 듣기 싫었는지 주먹을 올리고 소녀의 얼굴에 날리려 했으나 순간 남자의 몸이 공중에 붕 떴다.

남자는 순간 어떻게 된건지 몰랐다. 확실한건 소녀의 얼굴이 점점 더 멀어졌다.


“커흑!”


빈 테이블에 내동댕이 쳐지고 의자에 팔을 부딪혀 꽤나 아픈 남자가 팔을 붙잡고 일어서자 눈앞에 소녀가 성큼성큼 걸어와있었다.


“차라리 날 안만나는게 좋았을거야.”


소녀는 남자의 머리를 발로 차고 다시 목을 약하게 밟았다.


“커헉...컥…”

“이곳까지 온 것도 용하군. 카운터고 물을 다루니까...그래, 죽였나? 밀항비도 꽤 비싼데?”

“크으윽...크아악…”

“대답하지 않아도 알 수 있어. 넌 확실히 버러지 새끼야.”

“으으으아아아악!!!”

그 순간 남자의 카운터 능력이 발현되며 깨졌던 술잔에서 흘러나온 술들이 날카로운 송곳의 모양으로 바뀌었고 빠른속도로 회전하며 모든 방향에서 소녀를 덮쳤다.

끈적하면서도 날카로운 액체가 소녀의 전신을 난도질 할듯이 덮쳤다.

그러나 남자가 본 것은 자신의 회심의 일격이 소녀에게 상처 하나 입히지 못하고 모조리 원래대로 돌아와 술이 잔뜩 뿌려졌다.


“악에 차서 쓴 능력이 고작 이정도면...널 쓸 곳은 없어 보이는데? 용병나부랭이들 사이에서나 좀 통하는 능력에 뒷통수를 제대로 후려쳐야 겨우 먹힐 실력으로 여기까지 기어들어왔나?”

“꺼흐윽...꺼어억…”


계속해서 목이 밟혀 힘이 안들어가 숨소리가 얇아지자 소녀는 발을 뗐다.


“술값이랑 수리비 낼 각오는 하고 난동은 피운거라 생각하마. 다시 우리회사 직원들 앞에서 얼짱 거리면 바로 반으로 갈라주마.”


소녀는 곧바로 술집을 나가려 했으나 뒤에서 남자가 지르는 소리에 뒤돌아 봤다.


“도망간년 주제에!!!”


그리고 소녀는 여지껏 지켜왔던 태연한 얼굴을 치우고 호박색눈을 불태웠다.


“다시 씨부려봐.”

“도망간년이...킥.”


짜악-


밖에서도 들릴만큼 엄청난 소리가 들리고 남자의 얼굴이 옆으로 틀어졌다. 소녀는 다시 얼굴을 돌리고 말했다.


“계속해.”

“씨...발...배신ㅈ…”


짜악! 짜악!


남자의 뺨은 순식간에 부어올랐고 입안에 가득찬것을 내뱉자 이빨이 나왔다.


“씨발...씨이발....”


남자는 이빨이 뽑혔다는것에 눈물을 흘리며 정신을 놓을뻔했다. 그러나 소녀는 남자가 정신나가는걸 허락하지 않았다.


“알지도 못하는 새끼가 어딜 입을 나불거려.”


호박색 눈동자는 남자를 꿰뚫었고 얼굴은 이미 꽤나 심하게 일그러졌다. 목에 선 핏대가 보이고 이마에도 잔뜩 핏대가 세워진채 다시 반대편 뺨을 후려갈겼다.


짜악! 짜악!


“내가 도망갔다고? 내가?”

“어으윽...허으윽…”


남자는 숨을 쉬지 못하는것처럼 보였다가 돌변 멀쩡한 눈으로 소녀를 봤다.


“그래, 배신자년.”

“씨발 닥쳐!”


소녀가 다시 손찌검을 하려 했으나 갑자기 남자가 초인적인 힘으로 소녀의 팔을 붙잡고 소녀앞에 얼굴을 들이댔다.


“그래 이 배신자년아. 동료들과 제자들까지 버려가면서 얻은게 있었나? 끝에 추하게 살아남은 사람끼리 똥묻은 개가 겨묻은 개새끼 나무라냐?”

“죽고 싶다는 새끼를 살려둘 이유야 없겠지.”


소녀는 그대로 남자를 떨쳐내려 했으나 남자의 카운터 능력으로 뱉어진 피가 굳어서 소녀를 덮쳤다.


“네 속마음은 솔직한걸? 넌 눈앞에서 도움을 요청한 제자를 버린 한심한 배신자년이다. 그리고 결국 이루어 낸것도 없이 그 자리에서 도망쳤겠지. 안그래?”

“이...새끼가…!”

“발버둥 쳐봤자 소용없어. 난 네 속마음을 알고있다. 그리고 네 약점이 뭔지도!”


그리고 남자는 자신이 소환한 핏덩이와 함께 소녀를 덮었다.


“우리와 함께하라. 비천한 네년의 육신이 우리의 일부가 되고 우리와 함께 세상의 파멸…”


남자의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소녀는 칼을 빼들어 너머에 있는 남자의 목을 찌르고 다른 검으로 남자의 배를 찔렀다.


“어떻게…!!!”


남자는 검에 찔린채로 다시 소녀를 덮쳤으나 박힌 검을 뽑고 옆에서 날라오는 핏덩이를 베어냈다.

그리고 얼굴에 칼을 깊게 쑤셔 넣자 진작에 얼굴을 뚫고 나왔어야 할 검이 계속해서 얼굴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그으으아아아악!!!”
“너 같은 새끼들을 내가 몇 번이고 죽였을것 같냐.”


소녀는 아까까지 분노했던 감정을 사그라뜨리고 술 마실떄 처럼 침착해 보였다.


“인간의 약점을 후벼파서 안에서부터 쓰러트리는 새끼들은 꼭 더 깊은걸 보지도 않고 달려든단 말이지. 시도는 좋았어.”

“안...돼...난 사라지고 싶지 않…”

“아가리 닥쳐.”


소녀의 검이 어딘가를 찌르자 술집이 흘러내리고 남자의 육신도 아스라져갔다.


“싫...ㅇ…”


그리고 소녀는 남자의 몸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빛줄기에 눈이 멀었다.








모든게 사라지고 강한 빛이 뿜어져 나온뒤 소녀의 눈과 귀는 멍하니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아무것도 안보이는 세상에서 소녀는 담담히 빛을 쐬었다.

하얀 세상에서 소녀는 자신의 검을 차고 무덤덤하게 서있었다.

생각이 없어졌다가 다시 생각이 나고, 주변이 사라졌다 다시 생겨나기 시작했다.

소리가 사라졌다 다시 옆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얽혀 들어왔고,

사물의 윤곽이 흐트러지고 사라진것이 정확하게 들어오며 소녀의 정신은 다시 돌아왔다.


“대...대장!”


그리고 쏜살같이 다시 원래 있었던 세계로 돌아왔다.


“어?”


대장이라 불린 소녀는 앞에서 걱정하는듯한 소녀의 말을 들었다.


“대장 괜찮은거야? 그림자한테 먹혀서 빨려 들어가더만.”


무사한 모습을 보고 다시 삐딱하게 말을 거는 소녀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옆에있던 소년에게 물었다.


“침식파는?”

“없습니다. 워낙 스승님이 훌륭하셔서요.”

“나는 보지도 않는다는거야? 너무하네.”


투덜거리던 소녀는 앞에 보이는 수송선에 탑승하러 갔다.


“그럼 뜨자고. 돈도 벌만큼 벌었는데. 관리국에서 감사패 하나 더 안주나?”

“그거 녹여서 팔면 꽤 벌지 않을까요? 미나양이 먹는 야채김밥이 치즈김밥으로 바뀌지 않을까 싶네요.”

“오 그럼 몰래 쎄벼서 녹여버릴까?”

“좋죠. 스승님이 허락하신다면야.”

“아 진짜.”


꽤 친해보이는 둘이 서로 말하며 들어가자 소녀도 같이 따라 들어갔다.

여전히 둘이 싸우면서도 친한걸 계속 아무말 없이 바라보자 미나는 소녀를 바라봤다.


“대장 뭐 수업시간에 졸다 분필맞고 깬거 같아.”

“지금 들어간 카운터 아카데미에서 그러시나봐요?”

“진짜 입만 열면 아오 진짜 선배만 아니였어도.”


소녀는 티격태격 하는 둘을 보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어, 음.”

“응? 뭐라고?”


소녀는 방금전까지 있던 일을 다시 마음속 깊은곳에 버렸다.


“아니, 그냥 꿈만 같아서.”


소녀는 아무말 없이 수송선에 앉아 땅이 멀어지는것을 보았다.

높은 하늘에서 서로 네탓이니 싸우는 자신의 제자들을 보며 소녀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담배를 펴선 안되는 곳이지만 무시하고 담배 피는 소녀는 다시 한 번 옛 추억들을 떠올리며 담배 연기를 빨아들였다.

폐를 자근자근 갉아먹는 담배연기가 다시 바깥으로 빠져나가자 그제야 소녀는 살아있다는것을 실감하듯 꽤나 풀어진 표정으로 혼자 조곤히 말했다.


“꿈 같은 세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