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장님, 남은 병력으론 한계입니다!"

"전방에 차원종 반응 다수 감지!"

평화롭던 오후 평화롭던 도시에 급작스런 침식체 공습

민간인을 지키러 나온 군인들은 최후까지 마지막 한 생명이라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었다.


"더 이상은 무리입니다!"

"후퇴해야 됩니다!"

하나둘씩 쓰러져 가는 군인들

파괴되는 기갑병기

이를 마주하는 생존자는 비교적 늦을 뿐

먼저 쓰러진 이들처럼 짓이겨진 고깃덩이가 될 운명뿐이었다.

"연대장님, 이젠 결정해주셔야 됩니다!"


아직 죽지 않은 병력이라도 살려내고 싶은 부하장교는 후퇴를 요청했지만, 대정화전쟁이라는 것을 겪었다는 지휘관은 모니터를 지켜보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뒤를 봐라, 아직 대피를 못 한 차들이 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생명들이 있다. 군인은 국가를 지키기 이전에...국가를 이루는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 군인이 사람을 져버린다면, 사람들은 침식체가 되어 다른 사람들, 우리 가족들을 덮칠 테지...넌 군인으로써 그런 걸 가만 둘 수 있나?"

"...결코 그럴 수는..."

"그럼 여기 남아야 한다는 것을 알겠지, 더 이상 말하지 마라."

지휘관의 확고한 의지에 부하장교는 그저 입을 다물고, 지휘부를 나가 총을 들 수 밖에 없었다.


"뚜 뚜 뚜"

부하장교가 지휘부를 나간 순간

그동안 조용했던 통신기의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퍼져 지훠관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통신을 시도했다.

"안녕하시오, 난 관리자라고 하는데, 5분 뒤면 그쪽으로 지원병력이 도착할 거요. 그럼 이만."


지휘관은 전혀 군인답지 않은 말투와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 상대에게 짜증이 치밀었으나 한시가 급한 상황. 그대로 믿을 수는 없었지만 지원병력이라는 소식에 동아줄이라 본 심정이었다.


남은 병력이 얼마 없어 지휘관도 뛰쳐나가 잡히는대로 무기를 쥐어들고 열심히 쏴댔지만, 5분이 지나도 뉴스로 본 메뚜기떼를 방불케 하는 침식체의 발소리에 그저 부하들이 죽어가는 것을 볼 수 밖에 없었다.

자신도 늦을 뿐 같은 운명이라는 생각에 좌절하려던 그 순간 전기차량을 방불케 하는 낮은 엔진음이 머리 위를 지나쳐가며, 한줄기 빛을 발사했다.


발사된 빛은 달려오던 침식체들을 분쇄했고, 엔진음의 주인공은 영화에서나 보던 영웅처럼 종횡무진 전장을 휘저으며 빛줄기를 연달아 뿜어내고 있었다.

지휘관은 해일이 도시를 덮치듯 가차없이 침식체를 학살하는 회색 물체를 보며 그저 구세주를 보는 듯  했고, 침식체의 발소리는 줄어들고 있었다.


정체불명의 전투기의 활약에 민간인이 모두 대피하여 한시름 놓인 지휘관이 퇴각지시를 내리려던 찰나

바로 옆에서 바쁜 정황에 잊고 있었던 제3종 침식체가 나타났다.

잔뜩 화가 나 보이는 3종은 이쪽으로 돌진하기 시작했고 지휘관은 뒤쪽을 바라보며 멀어져가는 대피차량을 보고 눈을 감았다.


"모드 전환! 백병전 개시!"

눈을 감은 찰나 쇳덩이의 착지음과 함께 스피커로 퍼지는 변신로봇 같은 대사에 지휘관은 눈을 떴다.

눈 앞의 로봇은 학살극을 펼친 전투기와 흡사했고, 다가오던 3종을 가볍게 베어버렸다

"전투 종료, 멋진 하이라이트 장면 확보 완료!, 전장 이탈 개시!"

그리곤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듯 로봇은 다시 전투기로 변신해 저 멀리 나아갔다. 지휘관은 멍하니 멀어지는 로봇을 보며 예전에 들었던 소문을 떠올렸다.


1종조차 상대하기 힘든 자신 같은 일반인은 그저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 같은 제3종 침식체를 단독으로 격파했다는 타이탄의 뉴스.

뒤이어 타이탄과 같은 고성능 병기가 개발중이라는 소문

사람들은 모두 아이들 장난감 놀이가 아니라고 소문을 비웃고 믿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자신이 보는 앞에서 침식체들을 학살했고, 변신하여 3종을 엄청난 에너지의 칼날로 두부가르듯 손쉽게 베어버렸고, 다시 매끄럽게 변신하여 유유히 날아갔기에, 꿈 같은 상황이었지만 분명한 현실이라고 지휘관은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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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스 좋아해서 타이탄 카케 보고 참고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