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지수가 안대를 쓰지 않던 시기의 이야기



"계장님은 A급 카운터라고 들었는데 왜 이런 곳에서 일해요? 유명한 태스크포스에 들어가면 봉급도 후할텐데."


어느날 함께 일하던 와중, 동사무소의 직원이 물었다. 


그리 솔직히 대답하고 싶진 않았지만 천성적으로 거짓말을 잘 못하는 그녀였기에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CRF를 소모하면 자꾸 오른쪽 눈에 이상한게 보여서.. 평소에는 간간히 보이는 정도지만.."


"아하하, 계장님. 그런 컨셉이 유행한건 50년도 더 지났다구요. 으윽, 내 오른쪽 눈의 흑안룡이.. 같은 건가요? 하하하."


그녀의 솔직함과는 아무 상관없이 믿어주는 사람은 없다. 기실, 그녀 자신도 그 이유를 몰랐으니.

그녀가 아는 카운터들 중에서도 이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이제껏 솔직하게 말해온 결과는 이렇다. 부모가 떠나가고 친구가 떠나가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비웃기 바쁘다.


"으, 으응.. 하하.."


고개를 숙이며 맞장구를 쳐주면 그들은 금세 만족하고 떠나간다. 그것이 이지수가 익힌 처세술.


"그렇게 고개 숙이지 않으셔도 됩니다, 계장님."


"응.."


하지만 이 사람은 달랐다.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이었지만 언제나 싹싹한 모습과 누구에게나 친절한 모습을 보이며 그건 지수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고마워, 유빈 군."


"아뇨. 저는 계장님 말을 믿으니까요."


"응.."


그렇게 말을 해도 그저 입발린 말인지, 진심인지 그녀는 알 수 없다. 언제나처럼 웃음으로 흘릴뿐.


그러나 다르다.


"예전에 계장님의 말을 듣고 따로 정보를 찾아봤어요. 혹시 보인다고 하는게 이면세계인가요? 그리고 미래와 과거라던가."


놀랄 수밖에 없다. 단 한번도, 어릴적 부모님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에게도 세세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는데 이 남자는 정확하게 증상을 짚었다.


"어, 어떻게 알았어? 아무한테도 말한적 없는데.."


혹시라도 떠보면서 놀리려는것 아닐까? 괜한 불안감에 경계해보았지만 그는 순수한 모습으로 자신의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안대...? 그런 걸 해봤자 계속 보여. 오히려 어둠 속에서 더 생생하게 나타나는걸."


"이건 좀 다릅니다. 제 힘을 담은 특수품이니까요."


"유빈 군.. 카운터였어?"


"예. 말씀 드리지 못했지만, 저도 카운터입니다. 아무튼 한번 해보시겠어요? 음.. 부작용은 조금 있을 수 있지만 보이지 않게 되는건 확실할 겁니다."


부작용이니 뭐니 하는 말은 더 이상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평생을 따라다닌 저주와도 같은 이 시선을 막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것이다.


"어떤가요?"


"...안 보여!"


"그거 다행이네요. 부작용은.. 아무래도 뇌에 가까워서 지능쪽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잘때만큼은 벗어주세요."



"응!"



조금, 눈물이 흘렀다. 고마웠다. 그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것. A급 카운터 능력자라는것.


그래서 그를 따라 육익에 들어갔다. 사상이니 뭐니, 알 바 아니다. 그저 나유빈에게 보답하고 싶을 뿐.


안대의 부작용으로 인해 놀림받고 구박 받아도 결코 벗지 않았다. 그가 나에게 주었던 첫 선물이었으니.




나는, 스파 이지수.









1년뒤


공익 "아니 씨발 탕수육에 냅다 소스 붓지 말라고요!"


이지수

"대장, 부먹파 아니야?"


"하.. 시발.."